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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만렙 뉴비-107화 (108/653)

107화. 고인물이 펫을 길들이는 방법 (3)

적절한 온도로 뎁히거나.

혹은 특수한 아이템으로 자극하거나.

알들을 부화시키는 덴 보통 2가지 이상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딱 하나. ‘고대종(古代種)’ 만큼은. 정해져 있는 한 가지 방법 외엔 부화시킬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고맙다. 이런 선물을 나한테 줘서.’

진혁이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동시에 손끝이 검은색 알로 향했다.

그러자 움찔하고. 아누비스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설마 하는 거겠지.

하필이면 세 개의 알 중에 가장 좋은 걸 골랐으니까.

우연이라고 여기기엔 무언가 석연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누비스는 살짝 움질했을 뿐. 크게 당황하는 기색까진 보이지 않았다.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고작 인간 따위가 고대종을 깨우는 방법 따윈 모를 것이라 굳게 믿으면서.

그런데 어쩌냐?

‘나는 고대종을 깨우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진혁이 입 꼬리가 위로 향했다.

적어도 이 세계에서 나를 당황시키거나 좌절시키는 변수 따위는 없다. 설령, 그 대상이 위대하신 신격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고대종(古代種)은 마주치는 것조차 쉽지 않기에, 그들에 관한 정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대한 탐험가 ‘페시스’에 의해 고대종에 관한 몇몇 비밀들이 밝혀졌다.

일종의 괴짜라고 할까?

페시스는 탑을 탐험하는 것을 좋아했다.

통상적인 거주자들과 다르게 다른 층에 대한 호기심과 그걸 알아내고자 하는 열망이 남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 선구자적인 행보 덕분에. 진혁은 탑에 관한 수많은 비밀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사실상 나와 신격들을 제외하면 탑에 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거주자지.’

아마 지금쯤 20층에 있긴 할 텐데…….

나중에 한 번 얼굴이라도 보긴 해야겠다.

피식.

기분 좋게 운은 진혁이 검은색 알을 움켜쥐었다.

[Lv4 ‘교감’이 발동됩니다.]

처음 보는 대상이라도 친근감을 갖게 해줄 수 있는 능력 .

미궁에 있었을 때, 박하나를 살려두었던 이유가 바로 이 스킬을 얻기 위함이었다.

우우우웅!

밝은 빛이 부드럽게 알의 표면을 감싸 안았다.

두근! 두근! 두근!

알의 내부에 있던 무언가의 심장이 빠르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호오.”

지켜보던 릭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어지간해선 반응하지 않는 고대종의 알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진혁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침착하자.’

교감을 통해 관심을 끄는 건 그저 시작일 뿐.

중요한 건 이후에 이어지는 과정들을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성공시키는 것이다.

진혁은 ‘교감’스킬을 발동한 채 ‘빙하조형’으로 알의 아랫부분을 천천히 자극했다.

‘이 타이밍에 별의 가호를 발동하면…!’

알의 왼쪽에서 은은한 기운 일렁였다.

움찔!움찔!

알의 반응이 한 층 격해졌다.

‘그래. 아주 먹음직스러워서 견디질 못 하겠지?’

그렇다.

고대종을 부화시키고 길들이는 방법은 단 하나. 녀석들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마력으로 관심을 끄는 것이다.

물론, 어지간한 마력으론 녀석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지 못 했다.

단순히 강하거나 거대한 마력은 쉽게 질릴 뿐이었으니까.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일년, 365일 내내 먹으면 물린다.

그것이 치킨이든 피자든 라면이든 모두 마찬가지일 터.

그렇다면.

‘다양한 종류의 마력으로 조련시켜 주마.’

수천, 수만 개의 음식들이 가득 차 있는 뷔페라면 질릴 새가 없다. 더군다나 그 뷔페가 1류 급이라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테고.

진혁이 ‘검의 무덤’과 ‘불의 원소’를 차례대로 발현했다. 무겁고 짙은 마력과 뜨거운 마력이 알을 간질였다.

움찔!움찔!움찔!

이젠 알이 번개를 맞는 것 마냥 날뛰기 시작했다.

녀석 입장에선 코앞에 산해진미를 들이미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지.

“포기하고 그만 나와.”

이쯤 되면 알잖아?

‘나 외에 너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주인은 없다는 걸.’

그리고 진혁이 ‘태청화랑심법’과 ‘데이라이트’의 마력까지 발동하자.

우두둑!

마침내, 알의 표면에 균열이 일어났다.

“이, 이럴 수가….”

“믿을 수가 없군.”

“정말로 고대종을 부화시킬 줄이야.”

세 신격의 입에서 복잡한 심경이 담긴 탄성을 터져 나왔다.

“…….”

릭은 아예 할 말을 잃은 듯 자리에서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진혁은 경악에 찬 반응들을 무시한 채 온 신경을 집중했다.

지금 중요한 건 신격들이 아니라 저 안에서 나오는 고대종의 종류가 어떤 건지 확인하는 거였으니까.

잠시 뒤.

“캬오!”

알에서 나온 고대종이 작게 포효했다.

약 1m 크기의 파충류를 닮은 외형.

흑요석처럼 까만 피부 위엔 호박색 눈동자가 연신 끔뻑였다.

꿀꺽.

진혁의 목구멍을 타고 마른 침이 넘어갔다.

‘이건 취향을 너무 저격했는데?’

아니 진심으로.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품에 꼭 안고 격하게 예뻐해 주고 싶다.

하지만 참아야겠지.

아직 정식으로 각인을 새기지 않는 이상, 저 녀석은 극도로 위험한 고대종에 불과했으니까.

함부로 만지거나 끌어안았다간 그대로 인생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거다.

진혁이 지금까지 사용했던 스킬들의 마력을 손끝에 집중했다.

우우우웅!

유형화된 마력이 동그란 형체를 이루는가 싶더니 이내 작은 유리구슬이 되었다.

“캬오?”

고대종이 킁킁거리며 조금씩 다가왔다.

경계를 하긴 했지만, 마력의 결정체가 주는 유혹을 거절하긴 힘들어 보였다.

“이게 내가 너에게 주는 첫 먹이야. 앞으로도 나와 함께하고 싶으면 이걸 먹으면 돼.”

“모기?”

고대종이 머리를 갸우뚱거렸다.

“먹이라고 하는 거야. 먹.이.”

“모기!”

“그래그래. 모기로 하자.”

다른 녀석이 말했으면 불덩이를 날렸을 텐데.

어째서인지 고대종은 멍청한 말투 하나하나 조차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게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건가?

바로 그 때.

덥썩!

고대종이 먹이를 입에 물었다.

[고대종 ‘???’에게 ‘각인’이 새겨집니다.]

[이름을 정해준다면, 펫은 주인에게 더욱 높은 충정심을 보이게 될 겁니다.]

[고대종을 처음 길들인 위대한 업적은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됩니다.]

[탑에 있는 모든 존재들이 당신의 업적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고대종과 정령들이 당신에게…….]

무수히 많은 상태창이 연이어 나타났다.

……됐다!

진혁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과거에는 적으로만 맞서 싸워봤을 뿐. 펫으로 입양하는 덴 실패했는데. 드디어 그 숙원을 풀게 되었다.

“모기!”

고대종이 유리구슬을 꿀꺽 삼킨 뒤. 몸을 파르르 떨었다. 짧고 뭉툭한 꼬리가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렸다.

이건 기분이 좋다는 뜻이겠지.

많이 먹고 무럭무럭 크렴.

나중에 저기서 울상을 지고 있는 아누비스도 푹 고아서 먹여줄 테니.

‘하나론 부족한 모양이네.’

진혁이 마력 결정체 하나를 더 만들었다. 그리고 고대종이 맛있게 식사하는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나저나.

‘이름을 지어줘야 한다고 했는데.’

충성심을 높이려면 적절한 애칭이 하나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고대종이니 모기로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흠…….”

잠시 고민하던 진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녀석을 처음 본 순간부터.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까만 피부에 샛노란 눈.

“이름은 고구마로 하자.”

그래. 잘 익은 군고구마가 딱 어울린다.

“고쿠마?”

“아니, 고구마.”

“고구마!”

마음에 들었는지. 고구마가 입을 쫙 벌렸다.

그래.

이제부터 네 이름은 고구마다.

***

정신없이 시간이 흐르고. 진혁은 현실로 돌아가는 게이트 앞으로 향했다.

진혁에게 거절당한 호루스는 꽤나 아쉬워하는 듯 보였다.

“혹시라도 마음이 변한다면 언제든지 말해다오. 이집트 신격들은 언제나 그대를 환영하니까.”

끝까지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탐이 나긴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매의 눈이 장식으로 달린 건 아닌가 보네.

유망주를 알아보는 걸 보면 말이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제 대답은 변함없을 것 같네요.”

진혁은 생긋 웃는 것으로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반면, 이번에도 한 방 먹은 아누비스는 화가 많이 났는지 아예 모습을 감춘 상태였다.

하긴 스스로에 대한 분을 참기가 어렵긴 할 거다.

계획하는 모든 것이 어그러진 데다 고대종의 알까지 빼앗겼으니까.

마지막으로.

“이번에도 흥미로운 만남이었습니다. 사람에게 놀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혁 님 덕분에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설마, 고대종을 부화시키고 길들일 수 있는 플레이어가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 했습니다.”

릭이 진혁에게 다가와 작별 인사를 건넸다.

“세상엔 조금 특별한 인간도 있는 법이니까요.”

“허허. ‘조금’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너무 터무니없는 일을 해내셨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말씀을 하니 더욱 다음 만남이 기대되는군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날이 하루 빨리 다시 오길 말이죠.”

흥분과 기대.

그리고 그걸 넘어. 한 인간의 미래를 보고 싶다는 갈망이 느껴졌다.

마법대도서관의 사서나. 상단의 주인이 아닌, 탑에 거주하는 한 명의 일원으로서.

바로 그 때.

[중간 관리자 ‘릭 헤네시’가 당신의 채널을 ‘구독’하셨습니다.]

[10,000 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90%의 수수료 적용률이 80%로 인하됩니다.]

황금색 상태창이 나타났다.

“……어?”

이번엔 진혁마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시련의 탑 커뮤니티.

이곳엔 하루에도 십만 개가 넘는 동영상이 올라오는. 그야말로 핫플레이스 중의 핫플레이스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많은 동영상 중 건질만한 가치가 있는 영상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일부나 있으면 다행이지. 빌어먹을. 허탕을 칠 때가 훨씬 더 많아.’

KDS 방송국 PD이자, ‘시련의 탑을 오르다’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최희재는 밤을 꼴딱 새웠음에도 변변찮은 영상 하나 건지지 못했단 사실에 절망했다.

테이블 위에 쌓여 있는 커피잔의 수가 그의 시름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때.

덜컹!

“서, 선배. 설마, 아직도 퇴근 안 하신 거예요?”

문이 열리며, 긴 생머리에 정장을 입은 여성이 들어왔다.

같은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김다운이었다.

“뭘 건져야 퇴근을 하든. 사우나를 가든하지. 이번 주는 완전히 텄다 텄어.”

“그 정도예요?”

“앓는 소리 하는 게 아니라. 유치원 다니는 우리 아들도 채널 돌리게 만들 정도다. 선발대는 6층까지 올랐는데, 아직도 1층에 있는 고블린이나 오크들 영상이 태반이니 시청자들이 거들떠나 보겠어?”

더 큰 자극.

더 화려하고 긴박한 액션.

이런 게 필요하다.

말초신경이 두툼하게 단련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선.

“이런 쓸데없는 영상이 넘쳐나는 덕분에 방송국 놈들이 집에 들어가질 못 해요. 들어가질! 야. 오죽하면 우리 애가 날 보더니 옆집 아저씨가 왜 집에 들어오냐고 했다니깐? 이러다가 우리 집사람이 자웅동체라고 해도 믿을 정도라고!”

속사포처럼 신세한탄을 늘어놓던 최희재가 검지로 두 눈을 꾹꾹 마사지했다.

그 사이 김다운이 마우스를 움직였다.

“어… 선배. 이거 보셨어요?”

“다 봤어. 밤새도록. 지금까지 내 말 듣긴 한 거냐?”

“방금 올라온 영상인데요?”

“뭐?”

김다운의 말에 최희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말이다.

고대종의 부활.

그리고 최초로 관리자의 구독을 받은 플레이어.

말도 안 되는 대형 떡밥이 무려 두 개나 투척되어있었다.

덕분에 게시판은 파닥파닥 낚인 시청자들로 인해 폭주하기 직전의 상태였고.

“이런 미친!”

최희재가 두 손으로 모니터를 움켜잡았다.

자신이 제대로 본 게 맞는지 확인하려다 모니터에 박치기까지 할 뻔 했다.

“이거 올린 두 명! 당장 섭외해봐! 예산이라면 국장님 통해서 어떻게든 당겨 볼 테니까. 알겠지? 안 되면 납치라도 하든가 하고! 어!”

최희재가 다급하게 고함을 질렀다.

그런데.

“서, 선배.”

정보를 확인하던 김다운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이거 한 사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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