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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232화 (233/653)

232화. 각자의 선택 (1)

파츠츠츠!

빛이 일점으로 모였다.

['에슐리안의 성창'이 발동됩니다!]

중첩된 마력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 화살의 형태는 이미 화살이라는 범위를 넘어선 상태였다.

창문이 모조리 박살나며…….

콰아아아앙!

일직선으로 뻗은 빛이 정확하게 화염 해골의 두개골을 강타했다.

충격파로 인해 거센 돌풍이 일어났다.

쿠쿠쿠쿠쿠!

지면이 걸레짝처럼 갈려 나갔고.

갈가리 찢긴 구름이 잔물결을 그리며 흩어졌다.

화살 한 발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는 위력의 일격이었다.

그러나.

"크르르……."

그걸 정통으로 맞고도 뼈에 금 하나 가지 않았다.

'정말이지 징그러울 정도로 단단하네.'

설령, 상대가 일전에 상대했던 오그라쿤이었다고 하더라도 3개의 스킬로 만든 '에슐리안의 성창'을 정면으로 맞는다면,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준비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존재하긴 했지만…….

어지간한 거인들이나 대형종조차 일격에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게 바로 이 스킬이었으니까.

허나, 상위 마족의 혈족은 그 격이 달랐다.

'이런 걸로는 안 되겠군.'

마력을 더 싣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공격으로는 놈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없다.

몇 번을 반복해도 결과는 마찬가지겠지.

그때였다.

부우우웅!

거대한 팔이 단숨에 성채의 외벽을 파고들었다.

대부분은 날렵하게 공격을 피했지만, 딱 한 명.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무림인 하나가 그 손에 잡혔다.

"끄아아악!"

1000도가 가볍게 넘는 겁화에 견딜 수 있는 존재가 있을 리 없다.

비명 소리가 채 울려 퍼지기도 전에, 전신이 화염에 휩싸여 사라졌다.

호신강기조차 무색케 만드는 압도적인 화력.

한 번이라도 잡혔다간 그대로 죽음이다.

그런데.

"제국 놈들보다 먼저 저 괴물을 처리해라!"

"무림의 떨거지들에게 제국의 위엄을 보여 줘라!"

갑자기 양측에 있던 기사들과 무림인들이 동시에 공격을 명령했다.

아무리 멍청한 놈들이라도 저걸 보고도 덤빌 생각을 할 줄이야.

이건 다른 의미로 신선하다.

진혁이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차려고 할 때였다.

'……호오. 저건?

무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타이탄.

아니, 평범한 타이탄이 아니다.

날렵한 표범을 본 뜬 것 같은 타이탄은 지금까지 제국에서 선보인 적 없는 종류였다.

백설린 역시 검신과 손잡이가 모두 하얗게 생긴 검을 꺼낸 상태였다.

만년한철로 만든 성유물이 냉기를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었다.

과연, 아예 바보들만 있는 건 아니었나.

대등한 것까진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은 된다.

그래도 거대 세력이라고 숨겨 둔 한수들이 있긴 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걸 보고 있자니…….

'……가능하겠는데?'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번에 마인들이 이곳을 노려 준 게, 오히려 커다란 이점으로 작용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디…… 그 조합식이 뭐였더라?

하도 오래 전에 만들어서 살짝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잠시 고민하던 진혁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코인 거래소가 개방됩니다.]

만물의 보고인 코인 상점.

진혁은 수많은 목록 중에서 구매해야 할 쇼핑 리스트를 작성했다.

[소케온 하수구의 시궁창 쥐 앞다리 × 1: 500코인]

[13층 '안개 산맥'의 수증기 1팩: 1,250코인]

[구울 왕의 피 5ml: 30,000코인]

[사형수들의 원념: 750코인]

지금 구입한 아이템들의 공통점은 하나.

바로, 몸에 지니고 있는 마기를 증폭시켜 준다는 점이다.

특히나 이 4가지 종류의 아이템들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사용자의 마기는 일시적이나마 2배 가까이까지 올라가는 특징이 있었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니다.

진혁이 손끝에 검은색 마력을 끌어 모았다.

[고유 능력 '혈마기'가 발동합니다.]

끈적끈적하고 불길한 암 속성의 기운.

마족들에게 있어서는 도발적이면서 먹음직스러울 수밖에 없는 농축된 마력이다.

꿀렁!

검게 타오른 운무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이거라면 상급 네크로맨서의 마기에도 밀리지 않겠지.'

전투를 위한 것이 아닌 순수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안배.

그리고 그 마력은…….

지면 아래에 있던 또 다른 놈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키이이……."

"케에엑!"

화염 해골의 상반신이 지면을 뚫고 나오면서 생긴 거대한 균열.

마계에 있던 수많은 마수들이 외부에서 흘러나온 달콤한 마력에 반응했다.

두두두두두!

무언가 벽을 타는 소리와 함께.

"죽여…… 죽여…… 죽여!"

"달콤한 살. 피. 히익. 먹고 싶……어!"

"후후후!"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괴물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눈, 코, 입 없이 미끈한 피부. 양손에는 손대신 낫이 달린 기괴한 마수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입이 찢어진 여성체의 마수는 제 몸집보다 큰 도끼를 질질 끌었다.

그 외에도 거미와 사람은 반씩 섞어 놓은 것 같은 마수와 배에 날카로운 이빨이 잔뜩 달려 있는 입을 지닌 마수도 보였다.

하나같이 끔찍한 외형을 가진 놈들이었다.

물론, 생김새 이상으로 강한 마기를 지닌 건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어, 어떤 미친놈이 상극 속성으로 대응하지 않고 암 속성 능력을 사용하는 거야?"

"마기가 놈들을 끌어들인다는 상식도 모르는 건가?"

"젠장!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여기 있다간 전부 개죽임이라고!"

화염 해골 하나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성가신 놈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제국에 소속된 기사들은 타이탄을 이용해 방진을 갖추며, 가까스로 대응했고.

무림에 소속된 무림인들은 열댓 명씩은 인원을 나눠 요격전을 펼쳤다.

당연한 말이지만, 마기를 사용하는 자를 저주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았거나.

진혁은 계속해서 더 강한 놈을 불러오기 위해 혈마기를 끌어올렸다.

'이놈으론 안 돼. 으음. 저 녀석도 나쁘진 않은데…… 살짝 부족해.'

기본적으로 마수들은 영역에 매우 민감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만약 이곳이 현계가 아닌 마계였다면, 즉시 서로 물어뜯고 난리가 났을 거라는 뜻이다.

허나, 이곳은 사냥감이 널려 있기에 동족끼리 사투까진 벌이지 않는다.

'그래. 그게 일반적인 상식이지.'

그런데. 거기엔 딱 한 가지 예외가 있다.

바로, 평범한 사냥감이 아닌, 참을 수 없을 만큼 맛있는 사냥감이 있을 경우.

그 경우엔 아무리 현계라도 자기들끼리 싸우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로 혈마기에 이끌린 몇몇 마수들이 화염해골에게 덤비다가 짓이겨졌다.

'내가 할 일은 저 해골바가지를 상대할 만한 놈이 나올 때까지 계속 미끼를 뿌리는 거지.'

잡다한 놈들이 쌓이는 건 신경 쓸 필요 없다.

어차피 제국과 무림 쪽에서 어떻게든 버텨 줄 테니까.

그리고 마지막에 약해질 대로 약해진 놈들을 모두 쓸어 담아 버린다면…….

'경험치에 아이템에…… 완전히 보물들이 지천에 깔려 있는 셈이잖아?'

성주가 된 기념 파티가 완전히 망한 줄 알았는데.

하마터면 젖과 꿀이 흐르는 사냥터를 몰라 볼 뻔했다.

무엇보다 화염 해골로부터 '그것'까지 얻어낼 수 있다면 정말 더할 나위가 없을 터.

두근! 두근! 두근!

기대감으로 인해, 진혁의 심장이 빠르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

우우우웅!

검신을 따라 푸른 강기가 솟구쳤다.

남궁천이 남궁세가로부터 직접 전수받은 초식을 펼쳤다.

콰콰콰콰콰콰!

쾌검.

빠르고 날카로운 검이 가시 철투구를 쓴 마수의 전신을 난도질했다.

"쿠어어어어!"

외피가 워낙 단단한지라 뼈까지 끊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균형을 무너뜨리기엔 충분하고 남았다.

마수가 한쪽 무릎을 꿇자, 대기하고 있던 나머지 무림인들이 벌떼처럼 달라붙었다.

목과 배, 심장 등.

약점으로 보이는 것이 무엇이든 일단 찌르고 봤다.

"케에에윽…… 컥! 케엑!"

열댓 명이 달려든 결과 간신히 한 마리를 처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고를 새도 없이.

푹!

"어……으아?"

가장 측면에 있던 남자의 몸이 기역자로 꺾였다.

반투명한 무언가가 남자의 허리를 파고든 뒤, 천천히 허공으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으아아악!"

"여, 옆에 뭔가 있어!"

"뭐가 있다는 건데?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투명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놈이다. 당황하지 말고 기감으로 쫓아라. 눈으로 보려 하지 말고 기를 느끼란 말이다!"

아무리 혹독한 훈련을 해 왔어도…….

처음 보는 현상 앞에선 그 날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각 문파에서 사력을 다해 키운 절정급 고수들과 1류 무사들이 너무도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빌어먹을!"

남궁천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아무리 백설린이 만년한철로 만든 보검을 가져왔다고 한들, 이 많은 수를 상대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대로라면 전원이 이곳에서 개죽음당할 뿐.

바로 그때.

남궁천의 눈에 누군가 들어왔다.

저 위의 창가에서 가만히 서 있는 원수의 모습이 말이다.

'설마…….'

흘러나오는 마기를 감지한 남궁천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틀림없다.

지금 균열에서 마수들을 끊임없이 불러오는 건 다름 아닌 저 망할 놈이었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잘 걸렸다.'

이 혼란을 틈타 성주인 진혁을 죽여 버린다면, 몸을 숙이고 굽실거려야 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모든 시선과 전력이 분산된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판단을 내리자, 남궁천의 몸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툭!

가볍게.

탓!

그리고 빠르게.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남궁천이 진혁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검이 횡으로 가로지른 순간, 누군가 번개처럼 끼어들었던 것이다.

카아앙!

날카로운 쇳소리와, 날붙이가 부딪치면서 피어난 불꽃이 한 자리에 흐드러졌다.

"네놈은……!"

남궁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건, 성채 안에서도 진혁의 곁에 계속해서 머물던 남자.

월영이었다.

"어이가 없군. 검기의 형태나 초식을 보니 네놈은 플레이어가 아닌 무림인 아닌가?"

"그렇다."

"한데, 어째서 그 녀석의 편에 서 있는 거지? 설마, 무림을 배신할 생각인 거냐?"

배신이라…….

남궁천의 입에서 나온 말에, 월영이 자조 섞인 웃음을 내뱉었다.

마치, 스스로를 질책하는 듯한 웃음이었다.

"그래. 배신을 했지."

평생을 감정 없는 암기로 길러진 자신에게 유일하게 따뜻하게 대해 줬던 분.

쓰이다가 언제든지 버려지는 게 당연한 자신들에게 단 한 사람도 버리지 않겠다고 말했던 분.

그런 사람을 배신했었다.

그리고.

등을 돌린 게 알려졌음에도.

그분은 탓하지 않았다.

이유를 묻거나 변명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언제나처럼 웃으면서 다시 받아 줬을 뿐이다.

월영의 검에 눈부신 광휘가 깃들었다.

파츠츠츠!

검신을 타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빛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월영(月影)."

환한 달에 가려진.

그저 음지에서만 그 존재가 허락된 자.

"주군을 모시는 그림자다."

이미 한 번의 실수를 범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고유 능력 '음영극살(陰影亟殺)'이 발현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이 앞은 그 누구도 지나가지 못한다."

그림자가 완전히 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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