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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259화 (260/653)

259화.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이야.

몇 번인가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시련의 탑이란 게임을 만들어 시중에 뿌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걸 플레이하게 시킨 자들은 대체 누구일까… 하는.

무엇보다 이토록 초자연적이고 거대한 탑을 만든 이유가 뭘까… 하는 궁금증들이.

'탑이 처음 나타난 그날부터 그 이유를 알고 싶었지.'

당장 정신없이 탑을 오르고 성장하는 것에 온 정신을 쏟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의문을 등한시한 건 아니었다.

"똑똑히 봐. 네 눈으로."

진혁이 상태창 하나를 띄웠다.

지금껏 새영언환이 동영상에 남긴 댓글 중 일부를 적어둔 상태창이었다.

-전부 모르는걸 보면, 탑 저층에 있는 지역이 아닌 듯.

-석유급 고인물이면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는 것도 말이 되긴 해.

-왜? 하나 있잖아.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홀로 다니는 고인물이.

-이럴 때 언노운은 안 나오나? 그 플레이어랑 강진혁 플레이어랑 같이 싸우는 거 보고 싶은데.

-글쎄, 뭐가 됐던 그 둘의 매치가 그리 쉽게 일어날 것 같진 않아.

-강진혁하고 비빌 수 있는 유일한 플레이어지.

-층을 넘어설 수 있는 히든피스가 있다는 루머가 있긴 하던데… 진짜로 실존 했다는 건가?

-강진혁이라면 어쩌면 그 이상 가 봤을 수도.

-우리 진혁이가 좀 남다르긴 하지. 애가 태생부터 좀 달라.

주르륵 나열되는 댓글들.

"경계를 허무는 거울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시청자는 없어."

고인물 중에서도 그 이름을 들어본 놈이 없는데.

평범한 시청자가 거울의 존재에 대해 알 리가 있나.

루머라는 것도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있는 자에게나 가능한 말이다.

"게다가 나와 언노운이 동일 인물인 줄 알면서 한 자리에서 보고 싶다고 여론몰이를 하는 것도 어이가 없더라고."

둘의 매치가 쉽게 일어날 수 있을 리가 없지. 자신과 언노운은 동일 인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게 비빌 수 있는 유일한 플레이어일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증거가 될 만한 발언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렇게.

조금씩 모아오던 단서를 토대로.

드디어 첫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새영언환: 캬아. 재밌네. 나름대로 최대한 조절하려고 한 건데, 눈치 빠른 진혁이를 속이기에는 조금 허술했나봐? 이렇게 빠르게 들킬 거라는 건 계획에 없던 일인데 말이지.

새영언환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부정할 생각은 없었는지, 암전되었던 상태창에 환하게 불이 들어왔다.

[방송시스템이 강제로 활성화됩니다.]

나타난 것은 거대한 '?'.

화면을 가득 채운 하얀색 퀘스천 마크에선 형언할 수 없는 위화감이 뿜어져 나왔다.

과연….

이게 소위 운영자라는 건가.

설마 했는데, 정말로 마주하게 될 줄이야.

과거 탑을 클리어 할 때는 그렇게나 한 번 만나보고 싶었었는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뛰었다.

-새영언환: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우리 정체를 알았다고 해서 해코지를 하거나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오히려 깜찍한 짓을 했으니, 근사한 선물 하나를 추가로 줄 생각이거든.

잠깐….

"우리라고?"

진혁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그렇다면 건 또 다른 운영자들이 있다는 건가?

-새영언환: 나 외에도 여러 명이 있지. 방송초창기부터 관심 있게 지켜봤거든. 사실 너 외에 지켜볼 만한 사람이 없기도 했지만.

"그건 알고 있어."

천수천안관음 때부터 지긋지긋하게 스토킹을 해대는데 모를 리가 있나.

-새영언환: 아니.

물음표에서 들리는 음성이 한 층 달라졌다.

표정은 없는데 입 꼬리가 뒤틀리는 게 느껴진다면 그건 기분 탓이겠지.

-새영언환: 내가 말하는 초창기란, 시련의 탑이 현실이 된 이후가 아니야. 네가 처음 BJ를 시작한 이후. 우리들은 쭉 너와 함께 해왔어.

"뭐…라고?"

진혁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워낙에 닳고 닳아 이제는 어지간한 일로는 놀랍다는 감정을 느끼기 힘든 몸이 되었지만.

이번만큼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새영언환: 진혁은 굴러야 제 맛, 관짝송, 25년째 다이어트 중. 등등. 항상 방송에 찾아와주던 충성시청자들이 왜 지금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냐? 자신들이 그렇게나 응원하던 BJ가 이렇게 크게 성장했는데?

시청자 수 20.

숫자는 적지만, 하꼬 BJ에겐 과분한 팬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사람이 아니라… 탑을 창조한 운영자들이었다고?

"그건 좀 씁쓸한데, 나름대로 열심히 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새영언환: 아. 약간 오해를 한 모양인데, 네가 방송에 재능이 없어서 인기가 없던 건 아니었어. 오히려, 너무 재능이 넘쳐서 문제였지. 오죽하면 우리가 살짝 장난을 쳐야 했다니까? 네가 시련의 탑을 플레이하는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말이야. 게다가 생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별풍선도 쏘고. 집으로 음식 배달도 시켜주고. 체육관 관장한테 회비도 깎아주고 하느라 꽤 바쁘게 보냈어. 나름 공을 많이 들였다고.

들을수록 기가 막힌 일이다.

이쯤되면 대체 언제부터 손을 써왔는지 감도 오지 않는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놈들이 이 모든 것들을 꾸민 이유가.

"……내가 탑을 등반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란 거냐?"

-새영언환: 바로 그거야.

물음표가 미미하게 진동했다.

마치, 기분이 좋아 죽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하지만, 흥미로운 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모든 일을 꾸민 무대의 커튼 뒤에 있는 이들을 만나게 되었으니까.

"나에게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 내가 무얼 해주길 바라는 거지?"

이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녀석들에게도 이 모든 일을 꾸민 이유라는 게 있을 테니.

-새영언환: 다시 한 번 탑의 정상에 올라가. 우리가 만든 세계에 그 어떤 신격과 거주자들도 도달하지 못 했던 탑의 마지막에 도달해주길 바란다.

"이미 했던 걸 다시 한 번 반복하라는 건가? 그런 것치곤 너무 많은 공을 들인 게 아니야?"

-새영언환: ……50층에 있는 놈들은…… 다. ……있지. 이런, 역시 직접적인 전달은 안 되는 건가. 하여간 시스템이라는 게 정말로 골치 아프다니까. 아쉽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다. 마지막으로 명심해. 탑의 정상은… 네가 알던 곳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새영언환'님이 채팅창에서 나가셨습니다.]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그것으로 대화는 끝났다.

화면은 점멸했고.

채팅창은 다시 까맣게 물들었다.

가장 의문에 쌓인 존재를 만나 여러 대화를 나눴지만.

의문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정상이… 달라졌다…고?'

오히려 더 큰 의문만을 남겼을 뿐.

그러나.

[새영언환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이어진 보상은 이 문답이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주었다.

***

진혁이 이태민과 유연화에게 간 건 그로부터 30분 정도가 흐른 뒤였다.

새영언환과 나눈 대화를 말해줄 순 없었기에, 적당히 시청자들과 방송에 관한 사담을 나눴다는 걸로 둘러댔다.

"형. 그보다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예요?"

"오빠말대로 잘 되긴 했는데, 길드들 사이에서 이득만 쏙쏙 빼먹기가 쉽지 않지 않아?"

두 사람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물었다.

계획대로 모든 게 술술 풀려가는 걸 지켜보는 게 꽤나 재밌는 모양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쳐나갈지는 더더욱 기대되는 듯 보였고.

"우선 적당히 정보를 풀어 줄 거야."

길드들과는 함께하기로 했지만, 아직 신뢰를 쌓은 단계는 아니다.

몇 가지 쓸 만한 정보들을 넘겨주면서 어느 정도 확신을 갖게 하는 단계가 필요하겠지.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대형 길드의 연합이라는 든든한 물량과 자원을 이용한다면….

아주 편하게 이번 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탑에 관해서는 나중에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생각해봐야겠어.'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랭커들로부터 스킬을 복사하고 무사히 유적을 공략하는 거다.

이곳에서 취해야 할 기연들도 그리 호락호락한 난이도는 아니었으니까.

특히나 '검은 눈물'은 시련의 탑에서 몇 안 되게 강화할 수 있는 스킬인 만큼,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후 40층대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아 맞다. 연화야. 부탁했던 그건 해봤어?"

"응? 아…그거? 확답을 하기엔 살짝 애매하긴 한데, 아마 될 것 같아. 내가 엄살을 좀 제대로 부렸거든."

유연화가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

유연화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사실상 활용 가능한 카드로 분류해도 좋다는 뜻이리라.

"그럼, 슬슬 가볼까."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니라샤와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유적 안으로 진입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니, 그곳으로 가면 될 것이다.

*그렇게 이동한 곳은 수많은 플레이어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게이트 가디언이 쓰러졌으니, 본격적으로 내부를 탐험할 계획인 거겠지.

탱커와 딜러들 마지막으로 힐러들까지.

적절하게 조합된 공격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보급은 다들 넉넉하게 준비해둬라. 적어도 일주일은 안에 있어야 할 테니."

"마력 포션 아낌없이 다 쏟아 부어. 장부는 총무과에 달아두면 되니까. 가지고 있는 코인 전부 다 털어 넣으라고!"

"명심하세요. 어그로는 탱커한테 끌린 후에 딜을 넣어야 해요. 아까처럼, 했다간 많은 희생자가 나올 거예요."

메인 공격대에 소속된 랭커들이 비교적 최근에 들어온 신입들에게 교육을 하는 장면도 보였다.

"쳇. 나는 먼저 가겠다."

진혁을 발견한 니라샤가 쌀쌀맞게 쏘아붙이더니, 자기 할 일을 하러 자리를 떠났다.

반면, 마리아는 은근히 진혁이 이곳에 와준 게 든든한 얼굴이었다.

"저 친구는 왜 저렇게 심통이 난 거랍니까? 아직도 밥그릇 뺏긴 것 때문에 그런가?"

"이해해주세요. 간다라 측에서 진혁 씨가 오기 전에 선발대 몇을 유적 안으로 보냈거든요. 그런데 아무도 돌아오지 못 했어요."

하여간.

그 새를 못 참고 먼저 움직였던 건가.

'왜 심기가 언짢았는지 알만하네.'

당연한 말이지만, 간다라 길드에서 단독으로 유적 내부의 정보들을 파악해낼 가능성은 없다.

이 루트를 통해 이어지는 두 번째 관문은 첫 번째보다 훨씬 더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지기는 일곱 대죄 중 하나인 '나태'를 모티브로 본떠 만들어졌는데.

그곳에선. '침묵'하는 자만이 살아서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리퍼를 죽여서 열쇠를 얻었으니… 남은 건 앞으로 여섯 개.'

통곡의 마녀가 만든 모든 사도들을 처리하고 열쇠를 얻는다면, 비로소 마녀의 방으로 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진혁이 마리아를 힐끗 바라봤다.

시작하기 전에 먼저….

'탐식의 눈'이 상대의 상태창을 꿰뚫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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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마리아

성별: 여

나이: 26세

레벨: 61

힘 23 민첩 35 체력 26 마력 112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보유한 코인: 1,132,500

직업: 마도학자

고유능력: 5대 원소술

스킬: Lv7 '헬파이어' Lv15 '블리자드' Lv15 '라이트닝 스피어' Lv14 '에너지 실드'…… 스킬이 너무 많아서 '접어두기' 상태로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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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조건: 라이벌들을 속이고 착취하는 것도 탑을 오르는 하나의 방법이지만, 반드시 모든 이들을 적대해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협력과 결속은 탑을 공략하기 위한 최고의 길. 만약 마리아와 동맹을 맺고 끝까지 그녀의 뒤통수를 후려갈기지 않는다면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반드시 모두를 적대할 필요는 없다라….'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마리아야 유럽 침공 당시 베이로둠 때도 인연이 있기도 했고.

그나마 가장 협력할 수 있는 건 역시나 올림포스에 소속되어 있는 마리아겠지.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아까부터 계속 걸려서 그런데, 잠깐 시간 좀 낼 수 있겠어? 지금 말하지 않으면 꽤 골치 아파질 수도 있을 것 같거든.]

귓속말로 낯익은 음성이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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