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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303화 (304/653)

303화. 낙양으로 가는 통로 (1)

개방파.

구파일방에 소속된 문파다.

정확히는 거지들이 모인 패거리에 가까웠지만.

'정보력에 있어서만큼은 무림 전체를 통틀어 봐도 견줄 대상이 없지.'

개방파가 보유하고 있는 거지들의 수가 워낙 많고 여기저기 없는 데가 없다 보니, 자연스레 들어오는 이야깃거리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이 청년이…….

개방파의 장로 중 하나이며 본명보다는 '십이면피(十二面皮)'라는 이명으로 더 잘 알려진 자.

'마혜량'이다.

본래 나이는 일흔이 훌쩍 넘었겠지만, 얼굴을 바꿀 수 있는 무공 덕분에 이렇게 앳된 얼굴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진혁이 흥미로워하는 건 단순히 이 남자가 개방파의 장로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렇게 만나 보니 진짜 옛날 생각 나네.'

마혜량은 개방파의 장로이면서 동시에 정파에 등을 돌리고 천마신교의 명을 받는 첩자였다.

과거에는 이 능구렁이 덕에 무림에서 제대로 고생 좀 했었지.

막판에 가서야 배신자인 걸 파악했지만, 그때는 이미 모든 게 너무 늦어버렸다.

무림맹은 무너지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등에 칼을 꽂는 참사가 벌어졌으니까.

그래도 죽기 살기로 노력한 끝에 가까스로 층계를 돌파하는 조건은 달성할 수 있었지만, 당시에 겪은 추억까지 잊어버린 건 아니었다.

'이번 기회에 그때의 빚을 갚아 줄 수 있겠군.'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이미 상대의 정체와 속셈을 간파해 버린 이상 앞으로 모든 상황의 주도권은 완전히 이쪽에게 있다.

무엇보다 '탐식의 눈'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어설프게 간을 보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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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마혜량

성별: 남

나이: 73세

레벨: 127

힘 85 민첩 77 체력 60 마력 8 내공 59 사술 171

고유 능력: 항룡십팔장(降龍二十八掌)

스킬: '인피면구(人皮面具)' Lv35, '독물 제조' Lv34, '타구봉법' Lv34, '항마심법' Lv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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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 조건: 착각이야말로 인류의 모든 흥망성쇠를 결정 지은 요소입니다. 현재 마혜량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당신을 포섭하거나 제거하려는 상태. 그런 그의 계획이 순탄하게 흘러간다는 믿음을 주며 적어도 3개 이상의 기연이나 중요 정보를 획득하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마혜량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 능력과 스킬 중 1개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역시, '탐식의 눈'은 사기라는 말밖엔 할 말이 없다.

정체를 숨긴 마혜량은 자기 자신이 완벽하게 위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테지만…….

'완전히 착각하게 만든 다음 실컷 이용해 줄게.'

순진한 척 연기하는 것 하나는 자신 있다.

진혁이 모른 척 어깨를 으쓱했다.

"몇 개 시험해 볼 여지는 있지. 이래 봬도 결계나 진법 종류엔 일가견이 있거든."

"흐음. 일가견이 있는 수준으로는 힘들걸요? 실수했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즉결 처분입니다."

"그거야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문제는…… 그쪽은 무슨 볼 일로 이 시간에 성벽을 무단으로 넘으려고 하는 건데? 친한 척 나에게 말을 거는 이유는 또 뭐고?"

날이 선 반응.

지나치게 쉽게 접근을 허용하면 오히려 의심을 사게 된다.

적절하게 밀었다 당기기를 반복해줘야 비로소 경계를 풀게 되는 법이다.

"하하. 나쁜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닙니다. 저도 동냥질을 하러 밖으로 나왔는데, 그만 들어갈 때를 놓쳐버렸지 뭡니까? 새벽까지 할당량 상납을 못 했다간 왕초한테 맞아 죽을 게 뻔하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안으로 들어갈 기회만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때마침 형씨를 보게 된 거고요."

"피차 안으로 들어가야 할 사이란 거네."

"그런 셈이죠."

마혜량이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친분을 쌓았다고 생각했는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사실, 제가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비밀 통로를 하나 알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위험해서 포기하려 했던 곳입니다만. 어떻게…… 생각 있으십니까?"

미끼가 뿌려졌다.

흠…….

원래 계획대로라면 진을 파훼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한 번 해볼 생각이었지만…….

마혜량이 등장한 이상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스킬을 복사할 수 있는 기회는 반드시 잡아야 해.'

다른 건 몰라도 마혜량이 가지고 있는 '인피면구'는 여러 의미에서 도움이 된다.

얼굴을 바꿀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메리트가 있는 법이었으니까.

'나중에 추혼사영으로 변한다면 천유성을 이리저리 굴릴 수 있겠어. 아주 개처럼 부려먹어야지.'

사원들을 조련할 생각을 하자 벌써부터 심장이 짜릿해지는 것만 같았다.

"좋아. 그렇게 하지."

"잘됐군요. 형씨가 함께해 준다면 아주 든든할 것 같습니다."

"아! 잠깐만. 가기 전에 나도 한 가지만 부탁해도 될까?"

"부탁이요?"

"동료가 하나 있거든. 그 녀석도 함께 갔으면 해서 말이야. 괜찮겠지?"

"……."

마혜량이 잠시 의심에 찬 눈을 했다.

새로운 변수가 끼어드는 걸 본능적으로 경계한 탓이리라.

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그렇게 하시죠. 뭐, 분위기를 보아하니 거절하면 형씨가 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고마워. 그럼,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줘."

마혜량으로부터 떨어진 진혁이 적당히 으슥한 곳을 찾아 몸을 숨겼다.

마력을 주입하자.

우우웅!

손에 끼고 있던 '브라함의 반지'가 반응했다.

[봉인이 풀립니다.]

"사, 상추쌈에 와사비를 넣은 건 진짜 실수였어. 내가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했잖아!"

엘리스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가린 채 나타났다.

***

간략히 자초지종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

"호오. 그래서. 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냐?"

부탁이란 말을 하자마자, 말투는 물론 성격까지 변해버렸다.

콧대가 솟구치다 못해 하늘을 뚫어버릴 기세다.

"나름 조심하긴 할 테지만, 저 녀석이 워낙 교묘한 놈이거든. 만약을 대비해서 네가 뒤를 봐줬으면 해."

"미인계를 쓰겠다는 말이로구나."

"……응?"

"그러니까 이 몸의 아름다움과 품격으로 상대의 혼을 쏙 빼오라는 것 아니냐? 하긴, 짐 정도면 사내놈들이 정신을 못 차리긴 하지. 하여간 짐도 죄가 많은 여인이야. 가시가 많은 장미인 줄도 모르고 꿀벌들이 연신 날아오니."

엘리스가 개울가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생각해야지.

기껏해야 손녀딸이 재롱잔치하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 같긴 하다만…….

굳이 그 말을 해서 여왕님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는 없다.

"그럼, 도와주는 거야?"

"계약자가 이토록 간절하게 말하는데, 짐이 그 간청을 외면할 수 없구나. 허나,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인 법."

엘리스가 진혁을 향해 손바닥을 쫙 폈다.

당연한 말이지만, 돈이라면 넘쳐나는 아타락시아의 가주가 금전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그저 취향에 맞는 걸 함께 해 달라는 뜻이지.

"연어초밥에 메밀국수. 추가로 치즈 돈가스까지 사 줄게."

"좀 더 쓰거라."

"후식으로 베라에서 민트초코도 쏜다. 특별히 하프 갤런 사이즈로."

"죽고 싶은 게냐? 짐은 선물을 달라고 했지 독약을 달라고 하진 않았느니라."

"까다롭기는……. 좋아. 저번에 밖에서 롯데월드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했지? 거기 데리고 가 주면 되려나?"

놀이동산이라는 말에 엘리스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TV에서만 보던 인간들의 유희 장소.

일전에 탑에 있던 험악하고 위험천만한 유원지와는 달리 웃음이 끊이질 않는 곳이었다.

"스노우……."

"응?"

"스노우 와플이란 것도 사 다오."

"스노우 와플?"

"몽실몽실하고 구름처럼 하얀 크림과 팥과 빵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다니. 어떤 맛이 날지 너무나 궁금하구나."

"풉!"

"왜, 왜 웃는 것이냐! 짐에게도 먹을 권리가 있느니라!"

"아니야. 그래. 와플. 아주 종류별로 원하는 만큼 실컷 사 줄게."

이걸로 거래가 성립되었다.

잠시 뒤, 두 사람이 마혜량에게 향했다.

엘리스는 마법으로 특유의 은색 머리카락과 붉은 눈을 바꿨다.

검은색 생머리와 흑요석 같이 까만 눈동자.

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은 전형적인 무림인의 외형이었다.

"이거…… 아름다운 아가씨가 계셨군요. 이분이 형씨 정혼자십니까? 한눈에 봐도 명문가의 규수처럼 보입니다."

"천한 것이 제법 보는 눈이 있구나. 짐은 위대한 아타락…… 아얏!"

진혁이 엘리스의 등을 꼬집었다.

"명문가는 아니고 유명 상단의 막내딸이야. 제대로 무공을 배우진 않았지만, 체력은 그럭저럭 쓸 만하니 걸림돌이 되진 않을 거야."

강하게 보여선 안 된다.

여차하면, 인질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게 해야지.

그래야 엘리스를 히든카드로서 데리고 온 보람이 생기게 될 거다.

"하하. 기초 체력이 있으시다니. 그거 다행이군요."

역시나 마혜량이 반색을 했다.

그리고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채 황궁과는 반대쪽에 있는 곳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그럼. 더 늦기 전에 슬슬 출발하죠. 조금만 가면 통로가 보일 겁니다."

***

마혜량을 따라 도착한 곳엔 바위산이 있었다.

몰랐다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을 그런 평범한 바위산이었다.

그런데.

"형씨! 이쪽, 제가 가는 곳을 정확하게 밟고 따라와 주십쇼."

그림자와 그림자가 가려진 사이로 아주 좁은 틈이 보였다.

녀석이 말했던 비밀 통로다.

'이 통로면…… 과연, 그래서 이쪽으로 유도한 거였나.'

정석이 아닌 편법을 사용해 황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길.

그 중에서 이곳은 무림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생명체가 서식하는 곳이다.

진혁이 피식 웃었다.

상대의 노림수가 뻔히 보이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저벅.

통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자 그나마 있던 달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벽에 붙어 있는 돌들이 희미한 광채를 뿌려 길을 밝혔다.

"제가 잠시 앞쪽에 가서 길을 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잠시만 여기들 계십쇼. 특히 귀한 집 아가씨는 위험할 수 있으니 절대 따라오지 마시고요. 하하."

마혜량이 선발대를 자처하며 사라졌다.

"수상쩍은 냄새가 나네. 왜 같이 오자고 해 놓고 멋대로 단독 행동을 하는 거야?"

"내버려둬. 이곳에서 구해야 할 게 하나 있나 보지."

백날 열심히 찾아봐라.

그걸 쓸 날이 올지.

진혁이 어떻게 저 녀석을 요리할지 구상하고 있을 때였다.

띠링!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눈앞에 상태창 하나가 나타났다.

[대장장이 오룬으로부터 메시지 1개와 아이템 1개가 도착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물건이 도착했다.

진혁의 심장이 미친 듯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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