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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304화 (305/653)

304화. 낙양으로 가는 통로 (2)

두근! 두근! 두근!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렸다.

이 무기가 완성되기까지 체감 상 수십 년은 지난 것만 같다.

'드디어…… 확인해 볼 수 있는 건가.'

때마침 마혜량도 자리에 없다.

기척으로 보건대 이곳에 돌아오려면 앞으로 한참이나 더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진혁이 오룬에게서 받은 대검을 꺼냈다.

우우우웅!

아공간 문이 열리며…….

눈부신 칼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다수의 아이템들이 강화를 위한 재료로 사용되었습니다!]

[마룡을 베어버린 성유물이 깨어납니다!]

[용살검, '발뭉' - 보라색 등급]

공격력: 321,700

무게: 105kg

내구도: 550,000 / 550,000

내용: 49층 아래에 존재하는 성유물들 사이에서 최강을 자랑하는 공격계열 무기 중 하나입니다. 일격에 드래곤 스케일을 베어버릴 수 있으며,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마력 소모가 상승합니다.)

[특수 액티브 '신화의 재현': 신화 속 대영웅 지그프리트의 힘을 몸에 빙의시킬 수 있습니다. 단, 시전자의 능력과 성장치에 따라 재현할 수 있는 힘을 달라지며, 사용 직후 보유한 모든 마력이 소모됩니다.]

수리가 끝난 발뭉엔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먼저 내구도가 완전히 회복됨에 따라 무게가 37kg에서 105kg으로 증가되었다.

꾸욱…….

양 손을 따라 묵직한 감촉이 느껴진다.

힘 스탯이 109나 됐음에도 105kg이란 무게는 다루기 버거운 수준이었다.

'아니, 최상급 성유물이라는 압박감 때문에 더 무겁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어.'

확실한 건.

이 모든 게 기분 좋은 무게감이라는 거다.

심지어 무기 자체에 붙은 특수 스킬은 생전 영웅의 일대기를 재현할 수 있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가히 사기적인 효과.

안 되는 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못 참겠는데…….'

손가락이 근질거린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사용해 보고 싶었다.

"와아……. 진짜 멋있다. 나도 이런 거 처음 봐."

심지어 엘리스조차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래. 이 정도 수준의 무기는 처음 보겠지.

이걸 만들기 위해 재료만 해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투입됐다.

발뭉을 처음 얻으러 갈 때 코인 거래소에서 구입해 둔 '붕괴 촉진제'를 '중급 정화석'과 '강철의 속삭임'으로 증폭시켰고.

그걸 통해 발뭉을 강화시키기 위한 밑 준비를 끝냈다.

뒤이어 오룬이 갖은 솜씨를 부려 '아머브레이커'와 '회색 심장'을 제물로서 활용했지.

모르긴 몰라도 남색 등급을 보라색 등급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오룬은 지난 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혹사당했을 것이다.

"어때, 괜찮아 보여?"

"응."

엘리스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줘."

"……뭐?"

"예쁘장한 검이라서 내 컬렉션에 꼭 어울릴 것 같아."

너무 황당한 소리를 들으면 말문이 막힌다더니. 그게 딱 이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리트리버도 이 말을 들으면 공중제비를 돌아 버리겠는데?

으음.

"넌 이거면 충분할 것 같아."

오룬이 아머 브레이커의 남은 찌꺼기를 함께 보냈는데 버리지 않길 잘했다.

나뭇가지 모양의 앙상한 철사가 엘리스의 손에 꼭 쥐어졌다.

"……호잉?"

그리고 엘리스가 멍하게 나뭇가지를 바라보는 사이.

진혁은 개인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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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진혁

성별: 남

나이: 28세

레벨: 122

힘 109 민첩 58 체력 67 마력 273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82.55

보유한 스탯 포인트: 21

보유한 코인: 10,562,377

직업: 룬의 지배자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1초 무적', '천독(千毒)', '하얀 맹수', '만상공유(萬祥共有)', '태양의 성역',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트리플 매직', '거신의 일격', '화룡의 숨결', '고속검(高速劍)', '툼그레이브의 오른팔', '버서커', '바람의 영역', '음영극살(陰影亟殺)', '혈폭(血爆)', '검은 눈물', '툼그레이브의 다리', '괴력난신(怪力亂神)', '군단의 핵', '고대 결계'

스킬: 종류가 너무 많아 요약 상태로 전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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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가일을 처리하고 오른 레벨이 7이라…….

가주급답게, 주는 경험치도 엄청나다.

레벨이 3자릿수인데도 한 번에 7레벨이 올랐으니까.

"전부 마력에 투자할게."

발뭉의 마력 소모를 생각한다면 마력 스탯을 조금 더 신경 써 줘야만 한다.

[마력이 273 → 294로 상승합니다!]

[추가적으로 아공간 인벤토리에 보관되어 있는 신규 아이템들이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거기에 기억을 잃기 직전 얻은 아이템들도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것들뿐이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나 아비가일이 쓰던 무기다.

레비시타 가문을 상징하는 최강의 마도보구.

'망령나무의 낫'.

근접계열 공격은 물론, 혈계 마법을 사용하는 데 있어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주는 성유물이다.

만상 공유를 통해 엘리스의 능력과 함께 쓸 경우 얼마나 굉장한 시너지가 날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드랍율이 극악 수준이 아니라 0%라고 알고 있었는데…… 독식 스킬이 진짜 사기긴 사기구나.'

가장 좋은 걸 드랍해 주는 효과 덕에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성유물을 손에 넣게 됐다.

그런데 진혁이 낫을 확인하려던 바로 그때.

"……!"

진혁의 기감에 마혜량이 빠른 속도로 되돌아오고 있는 게 잡혔다.

'나머지 아이템들은 조금 이따가 확인해 봐야겠네.'

진혁이 상태창을 다시 닫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볼일을 끝낸 마혜량이 앞쪽에서 다가왔다.

"위험한 게 몇 개 있었는데, 제가 적당히 손봐뒀습니다."

사람 좋게 생긋 웃는 얼굴이 정말로 가증스럽다.

무슨 짓을 할지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마혜량의 소매 속, 무언가 희미하게 꿈틀거리는 게 보인다.

무림인들 사이에서도 공포의 대상이 되는 생명체.

바로 '고독'이다.

'역시, 이 통로에서 서식하는 고독을 얻으려고 했던 거였어.'

음고와 양고.

한 쌍으로 이루어진 이 기생충은 꽤나 독특한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는데. 양고를 희생자에게 먹일 경우 그 즉시 양고가 희생자의 뇌 속에 자리 잡게 된다.

'명령을 거스르거나 배신을 할 경우 그 즉시 견디기 힘든 신경 독을 내뿜는 방식이지.'

인간의 의지로 버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평생을 수련해 온 무인들마저도 자신들의 문파를 배신하게 만드는 게 이 고독이 지닌 힘이었으니까.

게다가.

음기가 짙게 깔린 이곳에서 바로 잡은 고독은 그 효과가 더욱 뛰어날 터.

마혜량은 일부러 이곳으로 안내해 고독을 먹이게 할 속셈이었다.

***

'흐흐흐. 제법 실력이 뛰어나다곤 해도 이곳에 들어온 이상 내 먹잇감에 불과하지. 애송이 놈이 벌벌 떨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흥분되는구나.'

마혜량이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 통로는 본래 황궁에 적이 침입했을 경우 황족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곳이다.

위급한 상황일 경우엔 함정들이 작동하지 않아 황족들이 무사히 오고갈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평시의 경우엔 치명적인 함정들이 무더기로 작동했다.

혹시라도 나쁜 생각을 가진 자들이 들어오는 걸 막으려는 목적으로 말이다.

물론, 마혜량은 이곳에 있는 모든 함정들을 자기 집 안방처럼 파악해 둔 상태였다.

'아무리 날고 기는 놈이라도 함정을 피할 때를 노린다면 고독에 당할 수밖에 없지.'

일명 이중 덫.

이 방법을 통해 지금까지 열이 넘는 고수들을 천마신교의 세력으로 복속시켰다.

'그나저나 대주께선 왜 탑 밖에서 온 놈 하나 때문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거지?

잠시 고민하던 마혜량이 이내 머리를 털었다.

그런 것까지는 밑에 있는 자들이 알 필요는 없다.

자신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요인 포섭과 내부 공작.

일에 의문을 갖지 않은 채 시키는 일만 잘하는 게 장수의 비결이라는 걸. 마혜량은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세 사람은 첫 번째 함정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마혜량이 시치미를 뚝 뗀 채 슬며시 걸음을 늦췄다.

정확히 반 반자 느리게.

함정이 발동되는 그 순간을 노려야 한다.

'……걸렸다!'

발밑에서 쇠꼬챙이들이 튀어나오는 곳에 진혁이 발을 디디는 걸 확인했다.

스윽.

마혜량이 본능적으로 몸을 날리려고 하던 걸 가까스로 멈췄다.

"무, 무슨……?"

함정은 발동되지 않았다.

너무나 태연하게 앞으로 가는 진혁을 보며, 마혜량의 입에서 믿을 수 없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뭔가 잘못된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마혜량이 진혁이 지나간 자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발에 무게를 실었다.

철컹……!

격철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발바닥에 느낌이 왔다.

함정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위험……해!'

당장 피해야 한다.

그런데.

"안 따라오고 뭐 해?"

진혁이 마혜량의 어깨를 덥석 눌렀다.

그것도 하필이면 도망가야 할 타이밍에.

푸욱!

발등을 파고든 꼬챙이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끄아아악!"

마혜량이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 뭐야 이건 또? 괜찮은 거야? 왜 피하지 않고 그대로 당했어?"

"이런…… 젠장 빌어먹을. 네놈…… 아니, 형……씨가 어깨를 붙잡고 있는데, 무슨 수로 피하란 거요!"

"아니, 나는 당연히 함정을 제거했다고 했길래 괜찮은 줄 알았지. 아이고. 이거 발등이 완전 걸레짝으로 변해 버렸네. 안쓰러워서 어쩌나."

진혁이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듯 혀를 찼다.

피투성이가 된 게 아무리 봐도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 보였다.

"크윽. 됐소. 어서 빨리 갈 길이나 갑시다."

"부축해 줄까?"

"필요 없다니까!"

마혜량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분노로 인해 이미 이성의 끈 따위는 끊긴 것처럼 보였다.

'처음은 운이 좋았다고 해도 다음은 없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일을 끝내고야 말겠다.

마혜량이 절뚝이며 앞으로 걸었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자, 두 번째 함정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총 아홉 개.

개미굴처럼 뻗어 있는 통로들이 모두를 반겼다.

흙과 똑같은 색깔로 그려 둔 부적들이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것도 눈에 들어왔다.

"통로가 되게 많네. 어디로 가야할지 좀 알겠어?"

"어디든 좋다. 저 너머에서 달짝지근한 피 냄새가 나는데, 참기가 힘들구나."

"야."

"……가 아니라 어머나. 컴컴한 통로들이 너무 무서워요. 상공. 저를 지켜주실 거죠?"

엘리스가 호들갑을 떨며 진혁의 팔에 매달렸다.

꺄악꺄악거리는 게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이 녀석한테 다시는 연기를 시키나 봐라.

"위치는 내가 알고 있습니다. 대신, 내 다리가 이래서 먼저 못 가니. 형씨가 앞으로 가 주시죠. 3번째 통로를 따라 쭉 가면 곧 낙양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지 뭐."

진혁이 앞장섰다.

정확히 낭떠러지 진법이 있는 통로를 향해.

그리고 그 뒤를 엘리스가 바짝 따랐다.

드디어 걸렸다.

이번에 확실하게 틈을 만들 수 있다.

아무리 날고 기는 놈이라고 하더라도 연약한 정혼자와 본인의 몸을 동시에 지킬 순 없을 테니까.

마혜량이 이를 악문 채 다시 한 번 고독을 꺼낼 준비를 했다.

상대가 균형을 잃고 절벽에 매달릴 때 그때가 고독을 먹일 최고의 기회다.

하지만.

저벅.

이번에도 진혁은 진법의 발동되기 바로 직전에서 멈춰 섰다.

조금만.

딱 1촌(3cm)만 더 가도 됐는데.

하필이면 그 직전에 거짓말처럼 멈췄다.

"안…… 가십니까?"

"잠시만. 오래 걸었더니 다리가 좀 아프네."

"……해가 뜨기 전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머리는 알겠다는데, 다리가 말을 안 듣네. 뭐? 한 걸음이라도 더 걸었다간 파업할 거라고?"

하는 수 없다.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동안 뒤에서 밀어버릴 수밖에.

마혜량이 천천히 자기 다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진혁의 등 뒤에 다가섰다.

그리고 가차 없이 양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바닥이 등에 닿기 바로 직전.

진혁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이고 허리야. 어디 조금만 앉았다가 가…… 아니, 왜 당신이 여기 있어?"

"으아아아아!"

콰아앙!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마혜량이 온몸을 꿈틀거렸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그나마 내공이 깊어 살아남은 거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전신이 가루로 변해 버렸을 거다.

하지만.

전신을 찌르는 고통만은 어쩔 수 없었다.

"으…… 으어어어……."

매혜량의 입에서 깊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운이 없어도 이렇게나 없을 수 있단 말인가?

뭔가 잘못 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괜찮아? 많이 아파 보이는데…… 크게 다친 건 아닌 거지?"

"괜……찮아 보이냐. 이 썩을 놈아…… 응?"

마혜량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저 위에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진혁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희미하게 웃고 있는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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