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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390화 (391/653)

390화 여포 봉선(呂布, 奉先)(1)

미궁을 지키는 수많은 함정들과 가디언들이 모조리 돌파 당했다.

그 소식은 머지않아 미궁의 주인인 여포에게까지 전해졌다.

"……생각보다 더 빠르군."

여의주처럼 생긴 구슬에선 진혁의 전투 장면이 보여 지고 있었다.

물론, 무투계 보스이기 때문에 단편적인 것밖에 볼 수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이게 미궁에 막 들어왔을 때 들어온 영상이죠?"

옆에 있던 중간 관리자 셰리가 입을 열었다.

"그래. 정확히 6일 전 기록이지. 대충 이 정도 수준이라고 가정하고 대응하면 되겠군."

"후후. 어떤가요? 즐기시기에 부족해 보이진 않으신지요?"

"뭐, 제법 쓸 만해 보이는 실력자다. 같이 있는 녀석도 하루 이틀 검을 잡아 본 솜씨는 아니야."

고작 저 인원으로 미궁에 들어온 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다.

제법 날카로워 보인다고 한들, 이보다 더 강한 적들과 몇 번이고 싸워봤었다.

탑에 온 후 다시 만나게 된 오호대장군을 비롯해 수많은 신화들의 영웅들이나 신격들에 비한다면, 심장을 뛰게 만들 정도는 아니란 소리다.

여포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채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의자에 몸을 묻었다.

"놈들의 위치는?"

"척후조에 따르면 바로 인근까지 접근했다고 합니다."

"흐음. 곧, 입구에 도달하겠군."

"예. 아마, 그 녀석들 수준에선 입구에서 그대로 막힐 것 같습니다. 지금 입구를 지키는 게 바로 '그분'들이니까요."

부관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셰리가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미궁주께선 지금 오는 자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군요. 제가 일부러 이곳까지 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대야말로 소패성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내 부관들을 우습게 보는 것 같군."

성렴과 위월.

여포의 휘하 장수 중 용맹하고 포악하기로 유명한 두 명이 바로 이들이다.이 둘이 있는 한, 적은 절대로…….

콰아아앙!

"크아악!"

"커억!"

비명 소리와 함께 소패성의 성문이 박살났다.

연기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 긴 장검을 뽑아든 천유성과 단검을 빙빙 돌리고 있는 진혁이었다.

"어떻게……."

여포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반면, 셰리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더욱더 짙어졌다.

"그래서 말했잖습니까.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요."

***

"어휴. 환영식 한번 요란하네. 안 그래?"

"문지기 치곤 제법이었다. 자기소개를 열심히 한 것 같긴 한데 이름이 뭐였지?"

"몰라 나도. 성룡이랑 위염이었나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진혁과 천유성이 한 마디씩 내뱉으며, 미궁 내부로 들어갔다.

미궁 마지막에 위치한 장소.

소패성.

여포의 배신과 부흥을 상징하는 곳답게, 입구부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다.

"두 장군이 패배하다니……."

"여포 대장군님을 지켜라!"

"방진 안으로 결코 들여보내선 안 된다!"

붉은 갑주로 무장한 병사들이 창과 방패로 두 사람을 순식간에 포위했다.

바로 그때.

"그만."

여포가 손을 들어올렸다.

거짓말처럼,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병사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물어 봐. 너무 사적인 것만 아니면야 얼마든지 대답해줄게."

"대체 무슨 수를 쓴 거냐? 암습? 아니면 너희 외부인들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사술 때문인가?"

성렴과 위월은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들도 상대하길 꺼려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두 장군의 합격진은 상위 층계에서도 이름이 알려질 만큼 매서웠단 말이다.

그런데, 그 둘이 이토록 허무하게 돌파 당할 줄이야.

미궁의 초입에서 보여 준 전투를 생각한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만약, 정상적이지 않은, 비겁한 수를 사용한 게 아니라면.

"여기 오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거든. 나름 수련도 했고."

"고작 며칠 만에…… 그렇게나 강해졌다는 걸 믿으란 건가?"

며칠 만이라…….

하긴, 허수 공간에서의 일을 모르니 저런 식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며칠이면 많은 일들이 일어났을 시간이야. 그리고. 대체 뭘 보고 판단한 건지 모르겠는데, 애초에 우리는 미궁에 들어왔을 때부터 본 실력은 드러내지도 않았어."

"구차한 설명을 지껄이는 걸 보니, 네놈들도 비겁한 술수를 쓴 게 부끄럽긴 한 모양인가 보구나."

하여간, 누가 머리까지 근육으로 찬 게 아니랄까 봐.

저런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유성아. 저 녀석이 계속해서 우리 욕하고 있는데, 가만히 듣고만 있을 거야?"

"우리가 아니라 너한테만 하는 욕이겠지."

천유성이 단칼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자들과 싸워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파츠츠!

류화를 따라 녹색 물결이 솟구쳤다.

새롭게 얻은 검과, 새롭게 익힌 검술.

이것이 중층부를 넘어 어디에까지 먹힐지.

그것이 궁금해 견디기 힘들었다.

"먼저 죽고 싶은 놈이 있다면 나서라. 나는 옆에 있는 놈과 달리 봐주거나 하는 건 없으니 각오 단단히 하고."

기세등등하게 나선 천유성을 보며, 여포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우리 중에선 저 건방진 놈의 목을 칠 용장이 없는가?"

"신. 화웅이 단칼에 베어 버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이 장료에게 맡겨 주십시오."

"여기 장패도 있습니다."

한 신화를 풍미하던, 내로라하는 장수들이 나섰다.

시련의 탑이 도래한 이후, 특히 여포가 미궁주의 자리를 차지한 후 모인 맹장들이었다.

'확실히, 이런 멤버들을 한 자리에서 보는 게 쉬운 건 아니지.'

아마 연의를 좋아한다면 가슴깨나 뛰게 만들 상황일 거다.

동경 속의 주인공들이 자신들에게 창끝을 겨누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좀 도와주긴 해야겠어. 아무리 저 녀석이 강해졌다고 해도 저 셋을 혼자서 상대하는 건 무리일 테니까.'

어디 보자.

둘 중에 그래도 좀 상대할 맛이 나려면……

.……정했다.

진혁이 단숨에 거구의 장수 앞을 가로막았다.

"……!?"

화웅이 장창을 잡은 채 진혁을 바라봤다.

"아저씨는 나랑 좀 놀자고. 치사하게 3 대 1로 나서면 쪽팔리지도 않아?"

"네놈은 명을 재촉하지 않아도 우리 장군께서 손수 상대해 주실 거다. 그러니 얌전히 죽을 차례나 기다리고 있거라."

"에헤이. 그건 나도 알고 있는데, 본 게임 뛰기 전에 몸을 풀 상대가 필요하거든."

"몸을…… 푼다? 이 화웅을 상대로 말이냐?"

무심코 지나가려던 화웅이 그 자리에서 우뚝 멈췄다.

툭 하고 튀어나온 힘줄.

얼마나 화가 났는지, 손에 쥔 창이 파르르 떨렸다.

"가장 정석적인 전투력 측정기가 바로 아저씨잖아? 차 한 잔 식기 전에 끝내줄 테니, 맘 편하게 들어와. 아. 수염이 고막까지 덮고 있어서 잘 안 들리려나? 그럼, 내가 먼저 들어가고."

진혁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죽여 버리겠다! 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 자식아!"

도발이 제대로 먹혔다.

화웅이 방향을 바꿔 진혁을 향해 쇄도했다.

부웅!

묵직한 파공성이 귓전을 때렸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무시무시한 속도.

창이 잔상을 남기며 격류처럼 몰아쳤다.

콰콰콰쾅!

그러나 진혁은 그 모든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냈다.

마치, 이 따위는 얼마든지 읽어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큭! 쥐새끼처럼 요리조리 피하기는……! 힘에서 밀리니 겁쟁이처럼 도망만 치는 게냐!"

흠…….

아직도 잘 모르나 본데.

"내가 힘이 부족해서 피하는 게 아니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혁의 몸에서 흉흉한 마력이 솟구쳤다.

"너무 일찍 끝내버리면, 우리 검성 친구가 또 우울 모드로 돌아가 버려서 그런 것뿐이지."

하지만, 좌수검을 이용해 혼자서 2:1을 거뜬하게 소화하는 걸 보니, 더 이상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었다.

이제 질질 끌 이유 따윈 없다.

진혁이 마력을 해방했다.

쿠쿠쿠쿠!

'천마신공(天魔神功)'.

감히, 그 끝을 짐작하기조차 힘들다.

본래라면 패도의 왕관 없이 이 능력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으나.

천마의 도움으로 인해 천마신공의 초식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낙일화(落一華)'

바로 이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한 장의 꽃잎.

"크억!?"

화웅이 방어하기 위해 창을 들어올렸다.

물론, 어지간한 공력으로 강화시킨 창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우두둑!

태산이 무너지듯, 부서지는 공간과 함께 공격을 막으려던 화웅의 창이 엿가락처럼 휘었다.

당연히 창 아래 있던 화웅의 몸은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해, 지면에 처박혀버렸다.

***

일순간, 소패성 내부에 거대한 적막이 맴돌았다.

여포의 왼팔이자, 언제나 승리라는 결과를 안겨주던 최강의 창이 일수에 박살났으니, 당연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성렴과…… 위월이 진 게 우연이 아니었단 말인가?"

가장 크게 놀란 건 여포였다.

지금껏 진혁의 수준을 몇 단계는 아래로 생각했는데. 그것이 완전히 뒤엎어져버렸다.

게다가 장패와 장료를 상대하던 천유성 역시, 예상보다 훨씬 위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과연, 그대가 위험하다고 했던 게 이런 의미였단 말인가?"

"예. 지금까지 몇 번이고 탑의 관리자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전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예상조차 뛰어넘네요."

정작 경고를 하러 온 셰리도 긴장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누구보다 진혁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자부했건만.

어떻게 된 건지, 지난 며칠 사이에 더욱더 괴물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좋아. 아무래도 장난은 여기까지만 해야겠군."

여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각 병대는 차륜전을 펼쳐 철저하게 놈들의 체력을 빼앗아라."

아무리 강한 적이라고 하더라도 끝없이 몰아치는 숫자에는 답이 없을 터.

지금부터 왜 이 미궁이 난공불락을 자랑했는지 똑똑히 알려주겠다.

쿵! 쿵! 쿵!

여포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신을 철갑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쏟아졌다.

함진영(陷陣營).

정예들로 구축된 중장보병단이다.

반드시 진영을 함락시킨다는 별칭답게, 자로 잰 듯한 움직임이 펼쳐졌다.

5인 1조.

오(五)로 구성된 각각의 소병대는 병대로서의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민첩하고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다.

"방심하지 마라. 화웅 장군을 쓰러뜨린 적이다!"

"출(出)!"

방패와 방패 사이로 창들이 날아왔다.

치명상을 입히기 보단 팔과 허벅지 그리고 발목을 노려 기동성을 빼앗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천하의 여포가 미궁주가 되더니 쓸데없이 신중해지기만 했네. 이런 치졸한 짓이나 하고. 난 조금 더 화끈한 여포를 기대하고 왔는데 말이지."

진혁은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콰콰콰콰콰콰콰!

천마신공이 개방되었다.

"크아아악!"

"아아악!"

검붉은 폭풍이 휩쓴 곳엔 방진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철로 된 갑주가 박살나고 창과 방패가 장난감처럼 우그러졌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

진혁이 바너드에 실린 검강을 횡으로 그었다.

퍼퍼퍽!

그나마 버티고 있던 후미의 병력이 일검에 쓸려나갔다.

"자, 장군……."

"사, 살려주십쇼. 제발."

"괴물이다…… 저건 괴물이야!"

혼비백산한 병사들이 뒷걸음질 쳤다.

천재지변과도 같은 재앙에 맞설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서 칼을 빼는 건 용기가 아닌 만용이었으니까.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나와. 아니면 네 부하들 다 상한다."

진혁이 가장 뒤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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