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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469화 (470/653)

469화. 인형병기 ‘호문쿨루스’ (3)

‘불멸의 인형사’.

수많은 분신들을 자유자재로 부리며, 전장을 휩쓰는 능력.

각 분신체의 능력 또한 본체의 70%까지 구현 가능하기에, 호문쿨루스가 가질 수 있는 힘 중 가장 강력한 걸 꼽으라면 단연 이게 첫 번째로 나올 것이다.

“대, 대체 뭐냐, 이 말도 안 되는 고유성창은?”

펠로드가 멍하니 주위를 잠식하고 있는 인형들을 바라봤다.

인형들은 숫자도 숫자였지만, 각 개체가 보유한 마력 또한 터무니없었다.

‘이만한 힘을 다른 매개체 없이 홀로 유지가 가능하다니. 이런 건 듣도 보도 못했단 말이다.’

……탑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전략병기라는 말.

그저 과장된 상술이 아니었단 말인가?

어느 쪽이든 이 자리에 있는 건 위험하다.

닳고 닳은 본능이 그렇게 경고를 보냈다.

‘일단은 빠져나가야 해.’

아무리 강력한 능력이라도 지속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진 않을 터.

지금 당장은 도망다니며 시간을 끄는 게 우선이다.

콰앙!

생각은 많았지만, 결단은 빨랐다.

흑마가 단숨에 거리를 벌려 뒤쪽으로 물러섰다.

하지만.

끼릭―!

인형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펠로드가 도망친 방향으로 향했다.

동시에.

부우웅!

선두에 있던 인형들의 장창이 허공을 꿰뚫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른 창.

구름을 꿰뚫고 솟구친 5개의 창이 곧이어 지상으로 낙하했다.

“빌어먹을.”

펠로드가 달리는 와중에도 몇 번이나 말의 진로를 바꿨다. 허나, 창은 마치 그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따라붙었다.

이건 도저히 떨쳐낼 수가 없다.

퍼퍼퍼퍽!

“크아악!”

“히이잉!”

흑마와 함께 펠로드의 몸이 벌집으로 변했다. 상처는 즉각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이내 끔찍한 격통이 뇌수를 파고들었다.

덜덜덜!

떨리는 손과 발.

“창에… 무슨 장난질을… 한 거냐?”

이미 마계에서 닳고 닳은 몸은 어지간한 고통이야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이건 기존에 느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지옥불이 각기 다른 온도로 혈관 구석구석을 핥아대는 것만 같다.

“창에 찔린 순간 감각 중에서 통각을 제일 활성화시켰어. 평상시보다 족히 10배는 더 아플 거야. 다음 창은 그보다 2배는 더 고통스러울 테고.”

프레이가 담담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편하게 가고 싶으면 간단해. 도주를 멈춰. 그럼, 빠르게 끝내주도록 할게.”

그리고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담담함이 펠로드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 빌어먹을 인형이… 죽여 버리겠다!”

[펠로드가 마탄의 창기병 - ‘휘몰아치는 뱀’을 발동합니다!]

창이 뱀의 형상으로 휘감겼다.

나선형을 그린 곡선이 임계점을 돌파하자….

파앙!

예측할 수 없는 궤도의 참격이 프레이의 왼쪽 가슴으로 향했다.

만에 하나 속도를 읽는다 한들 대응할 순 없을 것이다.

퍼퍽!

실제로 창은 정확히 심장을 관통했다.

붉은 창날을 따라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거기까지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할 필살이다.

문제는….

“제7호. 손상율 53%야. 응.”

회심의 일격이 본체에까진 닿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11개의 호문쿨루스들이 철저하게 프레이를 호위했다.

“남은 10기. 따라와.”

척.

스윽.

빙그르르 회전한 장창이 먹잇감을 노렸다.

이미, 큰 기술을 쓴 펠로드로선 빠져나가는 게 여의치 않을 수밖에.

애초에 이번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을 했었기에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었다.

2개의 창이 가속한다.

푹! 푸욱!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를 당했다.

하지만, 이건 다음 공격을 위한 포석에 불과하다.

“기동력을 무력화시켰어.”

“응. 지금이라면 충분해.”

쿠쿠쿠쿠!

뒤에 있던 두 명의 호문쿨루스가 마주잡고 있던 창을 회전시켰다.

[프레이가 ‘이중창파(二重槍波)’를 발동합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마력을 이용한 고속 회전.

저 정도 마력이 실린 공격은 막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 거리에서 피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죽음.

펠로드의 머릿속에 그 말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감히, 이 몸을…. 이 펠로드 님을 우습게 보지 말란 말이다!”

순순히 당하지만은 않겠다.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허무하게 죽을 생각 따윈 없었으니까.

툭…!

흑마에서 뛰어내린 펠로드가 앞쪽으로 몸을 날렸다.

회전하는 창날 앞에 달려드는 건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굳이 표적을 더욱 크게 만드는 꼴밖엔 안 됐기에.

그러나, 살아나갈 생각이 없다면….

그렇다면, 한 방 먹여줄 기회 정도는 얻을 수 있으리라.

[펠로드가 마탄의 창기병 - ‘물어뜯는 뱀’을 발동합니다!]

만들어진 가짜들 사이에 있던 프레이를 정확히 포착했다.

이번에는 방패를 내세워도 빠져나갈 수 없을 거다.

한 번 당했던 거에 또 당할 정도로 녹록하게 살아오진 않았다.

“죽어라!”

펠로드가 날아오는 창을 온몸으로 받으며 창을 던졌다.

동시에, 프레이 역시 이중창파로 만든 창을 해방시켰다.

콰콰콰콰콰!

거대한 폭풍과 얇지만 날카로운 돌풍이 교차했다.

⁕ ⁕ ⁕

퍼억!

푹!

살이 헤집어지는 섬뜩한 파육음이 울려 퍼졌다.

양 쪽 모두 적중이다.

또옥…. 똑.

펠로드의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심장이 파괴당했으니 이제 머지않아 숨이 끊어질 것이다.

“그래도… 혼자 가도 되지 않…겠구나. 크흐흐. 꼴 좋다….”

펠로드가 프레이를 보며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프레이 역시 펠로드의 창에 당해 심장이 관통당한 상태였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가는 건 너 혼자야.”

몸에 상처 하나 없는 프레이가 호문쿨루스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어떻게…? 내가 마력을 혼동하는 실수를 했을 리는 없을 텐데….”

분명, 목표는 정확하게 포착했다.

창을 찔러 넣는 그 순간까지 상대는 분신이 아닌 본체였다.

설마….

유일한 가능성이 펠로드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의식… 전이까지 가능하다고?”

단순히 11기의 호문쿨루스들을 부리는 것이 아닌, 본체와 분신체의 의식을 전이시키는 영역.

그것까지 가능하다고 하면 이 모든 게 앞뒤가 맞았다.

같이 죽을 각오로 펼친 배수진이었건만.

그것마저도 실패하다니.

“신조차… 멸할 수 있는 존재인건가.”

펠로드의 입에서 허탈한 실소가 흘러나왔다.

만약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도대체 어디서 손을 써서 공략해야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쿠웅!

펠로드가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조금은… 도움이 된 걸까. 응….’

프레이가 성채의 저 먼 곳을 바라봤다.

한창 거친 마력들이 격돌하고 있는 성채의 중앙.

유일하게 행복했으면 하는 존재가 있는 곳이다.

⁕ ⁕ ⁕

‘진짜로 달달하네.’

진혁이 지금까지 얻은 것들을 확인하다 입맛을 다셨다.

베헤모스에게 염혼의 낙인을 찍고 고유 능력을 복사한 것도 큰 성과인 건 분명했다.

허나, 방금 전 포식 대결로 인해 고구마와 정령수들이 흡수한 마정석은 베헤모스보다 오히려 더 큰 성과일지도 몰랐다.

고구마의 잠재력은 다른 고대종들은 물론. 심지어 아포칼립스에 속한 베헤모스보다 훨씬 더 위였으니까.

[고구마]

레벨: 166 → 206

힘: 110 → 130 민첩: 145 → 165 체력: 125 → 145 마력: 205 → 265 용력: 140 → 250

오른 레벨만 무려 40.

거기에 마정석을 포식함으로써 추가적으로 상승한 스탯은 단순히 레벨 그 자체의 의미를 훨씬 뛰어넘었다.

용족의 고유 스탯인 용력은 레벨업과는 별개로 오르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후라이드 역시 이번 일로 인해 레벨이 30이 넘게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음은….

진혁이 ‘코인거래소‘를 활성화시켰다.

띠링!

수많은 목록과 물품들이 즐비하게 나타났다.

여기서 몇 가지 쇼핑해야 할 리스트들이 있었다.

진혁이 검색 기능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몇몇 아이템들을 검색했다.

[‘샤일록의 제안(A)’(5,300,000코인)을 구매했습니다.]

[‘피로 만든 보석(A)’(2,500,000코인)을 구매했습니다.]

[‘하급 관리자의 낡아빠진 유리창(D)’(1500코인) X 100장을 구매했습니다.]

[‘벨트만 항구의 안개 - 제한시간 5분 (C)’(57,500코인)을 구매했습니다.]

폭풍처럼 아이템들을 쓸어담았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코인 한두 푼을 아낄 때가 아니다.

‘필요할 때 쓰라고 지금까지 모아둔 거니까.’

진혁이 구매한 아이템들을 아공간 인벤토리에 잘 저장해두었다.

그나저나 이쯤 되면 슬슬 올 때가 됐는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콰아앙!

굉음과 함께 진혁이 있는 곳에 날개 달린 천사가 나타났다.

“드디어 찾았네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가브리엘과.

“내, 내려 놓거라. 계약자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냐!”

그녀의 품에 안겨 버둥거리고 있는 엘리스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서큐버스 레미아가 있었다.

“시킨 대로 최대한 흔들어 놨어. 가브리엘하고 이야기가 잘 통해서 별로 어려울 것도 없었지만.”

“그. 그렇느니라. 천사치곤 제법 나쁘지 않았다.”

“후후. 맞아요. 정말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죠. 대화도 흥미로웠고요.”

그건 좀 의외네.

공통된 소재라곤 하나도 없을 텐데.

대체 어떻게 하면 천사랑 뱀파이어랑 서큐버스가 쿵짝이 맞을 수 있는 거지?

솔직히 말해 대화에 엄청난 난항을 겪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 게 있어. 남자는 몰라도 되는 그런 게.”

“맞다! 계약자는 몰라도 된다!”

“그보다,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요? 잘 모르고 계시겠지만, 이 성채 어딘가에 마왕을 봉인해둔 봉인석이 있어요. 혹여라도 군타페르가 그걸 발동시켰다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요.”

“예? 그게 무슨….”

가브리엘의 눈동자가 커졌다.

하긴, 에덴에서도 정확히 위치를 파악하고 있지 못한 걸 알고 있다고 했으니, 당연히 믿기 힘들겠지.

하지만, 지금쯤이면 프레이가 봉인석의 발동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성채 내에 있는 잔당들로는 절대 호문쿨루스를 막을 수 없을 테니까.

‘스승님이랑 푸달락이 있는 쪽도 아직까지 선전 중인 것 같고….’

진혁의 시선이 한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익숙한 두 개의 마력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게 느껴졌다.

단순히 미끼용으로 쓰려고 한 것치곤, 기대 이상의 성과다.

역시나, 천마신교의 암황과 땀내 나는 바바리안들의 왕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하진 않는다… 뭐, 이런 거겠지.

가브리엘이 데리고 온 능천사들도 수월하게 소모전을 펼치고 있으니….

전체적인 전황은 꽤나 해 볼 만하게 변했다.

‘이대로 놈의 안방으로 들어가 성유물과 보급품들만 싹 털어가도 베리엘의 영지 공략은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어.’

그 이후엔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군타페르의 핵심 거점들을 갉아먹기만 하면 된다.

승리까지 차근차근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보이기 시작했다.

척.

진혁이 한 쌍의 단검을 잡았다.

“가자.”

이 싸움에 쐐기를 박을 한 방을 먹여줄 시간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저 먼 하늘 위에서.

소리도 없이 한 줄기 섬광이 떨어졌다.

[‘착취의 마왕’이 현현합니다.]

모든 것을 뒤엎을 붉은 상태창이 점멸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