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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474화 (475/653)

474화. 고유 성창 ‘백야(白夜)’ (2)

해가 지지 않는 설원.

천천히 흩날리는 눈보라.

이 모든 광경이 검성이 만들어낸 심상세계다.

쏴아아아….

마력이 일어난다.

새하얗게 변한 칼날들이 요동쳤다.

[고유성창 백야(白夜).]

입수난이도: SSS

내용: 지금까지 보고 겪은 검술들을 토대로 자신만의 독문무공을 창조할 수 있게 됩니다. 백야가 발동되는 기간 동안 모든 공격력과 공격속도가 200%만큼 상승하며, 특수 스탯 ‘제 5감’이 +100만큼 상승하게 됩니다. (전장선택과 함께 사용할 경우 필드 효과를 추가적으로 얻게 됩니다.)

대인전에서 만큼은 극한의 위력을 자랑하는 능력.

‘이게 천유성의 고유성창인가….’

진혁이 감탄이 담긴 말을 중얼거렸다.

이 정도로 완성도 높은 고유성창이 있을 줄이야.

솔직히 말해 놀랍다.

바로 그때.

천유성의 검끝이 움직였다.

눈송이를 타고 그보다 더 흰 검선이 녹아든다.

“너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가기 위해 모든 걸 버렸다.”

자존심도.

자유도.

그리고 배신자라는 낙인까지도… 모두.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 모든 걸 감내하고서라도….

“내겐 세상 그 무엇보다 너와의 대결이 중요하니까.”

“진짜 제대로 뒤틀려있네. 넌 정말… 아니다. 말을 말자. 말을 말아.”

더 이상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

게다가 이 녀석은 군타페르와 계약을 한 대가를 아주 톡톡하게 치르게 될 거다.

‘지속시간이 길수록 그 휴유증이 어떤 건지 뼈저리게 느낄 테니까.’

진혁이 두 개의 단검을 역수로 잡았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빠르게 고동친다.

대체 이런 기대와 흥분을 느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동안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스킬들과 능력들을 지긋지긋하게 경험해 봤지만….

이 능력은 지금 처음 보는 것이었으니까.

무엇보다 그걸 복사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게 가장 짜릿했다.

‘지금쯤이면 운디네랑 고구마가 시킨 걸 다 배치해뒀으려나.’

전투가 시작되기 직전 특수 임무를 맡겼었는데, 아마 잘 하고 있을 거다.

실패의 대가는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고유능력 ‘검의 무덤’이 발동됩니다!]

우우웅!

검신을 타고 일어나는 검붉은 강기.

순백의 세계에 이질적인 기운이 피어올랐다.

“간다.”

먼저 움직인 건 천유성이었다.

서로의 검로와 간격은 이미 익숙하다 못해 지겨운 상태.

콰아아앙!

그렇기에, 의미없는 탐색전 따윈 없다.

번뜩이는 검광이 목덜미를 스쳤다.

진혁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검을 빗겨냈다.

“아야야. 날카롭네.”

“엄살부리지 마라. 이제 시작이니까.”

순간, 두 개의 검이 무수히 나뉘었다.

마치 수십 개의 검이 동시에 쏟아져나오는 것만 같다.

[천유성이 백야일천검(白夜一天劍), 제1식 ‘설혼’을 발동합니다!]

얼어붙은 시간 속.

파파팟!

내리는 눈송이가 갈라졌다.

“……!?”

속도도 속도지만, 찰나에 펼쳐진 참격의 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콰콰콰콰콰!

진혁이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두 팔이 얼얼해질 정도로 충격이 거세다.

하지만, 눈앞에 천유성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뒤…, 아니, 옆.’

오른쪽에서 느껴지는 기척.

부우웅!

홍련의 불꽃이 공기를 갉아먹었다.

그런데.

실체가 없다.

손에 걸리는 감각 또한 없었다.

“위!”

진혁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그곳엔 또 하나의 검을 사용하려는 천유성이 보였다.

백야일천검(白夜一天劍) 제2식. ‘벼락’.

방금 전보다도 몇 배는 빠른 검광이 떨어졌다.

이건 피하는 건 무리겠는데?

판단보단 본능이 먼저 움직였다.

두 개의 단검을 교차시켰다.

콰아앙!

검들끼리 맞부딪쳤다고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굉음.

하부에 실린 압력으로 인해 지면에 쌓인 눈들이 모조리 솟구쳤다.

이를 갈고 나왔다더니, 움직임부터 한 수 한 수가 매섭기 짝이 없다.

“후웁”!

호흡을 가다듬은 천유성이 승기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무시무시한 공격이 연이어 이어졌다.

천유성만의 독문무공을 펼칠 거라고 하더니. 백야의 고유성창이 발동되는 동안 얼마나 살벌한 초식들이 나올지 기대된다.

하지만, 그에 따른 반동 또한 아마… 이제 곧.

역시나.

욱씬!

천유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백색으로 변한 눈동자 위로 서서히 번지는 검은 핏줄.

머리카락에도 뿔과 비슷한 무언가가 작게 자라나 있는 상태였다.

“크윽, 이게 대체… 무슨.”

이변을 감지한 천유성이 비틀거렸다.

당연한 거지만, 군타페르가 계약을 할 때 이런 부작용에 관한 건 말하지 않았겠지.

시련의 탑에선 당한 놈이 바보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였으니.

좋아.

이제 또 하나의 조건이 거의 충족되려고 한다.

남은 건 거기에 기름을 조금 더 뿌려주는 것 뿐.

[고유능력 ‘아누비스의 심판’이 발동됩니다.]

이집트 신격들과 마계가 전면전을 벌일 우려가 있어 가능하면 쓰지 않으려 했는데,

천유성의 심상 세계 안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거다.

외부에선 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를 테니까.

“이야, 피부가 완전히 갔네. 머리에 그 뿔도 그렇고. 지금 막 몸이 뜨겁고 머리는 어지럽고 그렇지? 몸살이라도 걸린 것처럼?”

“그래. 정확히 그런 기분이다. 이게 뭔지 알고 있는 거냐?”

첫 번째 질문은 됐고.

“물론, 알고야 있지. 심각한 문제가 한 가지 있긴 하지만….”

“심각한 문제라고?”

“이게 마력과 시간에 비례해서 악화되는 속도가 빨라지거든. 지금처럼 계속 싸우다간 금방 새로운 종족이 돼 버릴 거야. 설마, 마족이 되는 게 목적은 아니지? 좀… 어울리는 것 같긴 한데?”

“빌어먹을, 괴물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아무튼 그 부분만 조심하면 돼. 이 상태가 10분 이상만 지속되지 않으면 되거든.”

두 번째 질문도 무난하게 넘어갔다.

다시 한 번 생각하지만, 아누비스의 심판은 발동 조건이 너무 사기다.

단순히 문답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조건이 충족된다는 게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그렇다면 마족화가 다 되기 전에 승부를 보면 된다는 뜻이겠군.“

”뭐, 그렇긴 한데… 정말로 자신 있어? 그런 족쇄를 차고서도?“

이게 마지막 질문이다.

그리고 자존심을 긁는 질문엔….

"지금까지 내가 밀어붙였다는 걸 잊은 거냐? 그 이죽이는 미소를 완전히 없애버려주겠다."

당연히 천유성은 예상했던 반응을 보여왔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대상의 능력치가 50%만큼 약화됩니다!]

조금 반칙 같아서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쪽은 엘리스에게도 마력을 공급해주는 중이었으니까.

진혁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맴돌았다.

⁕⁕⁕

카카카카캉!

다시 재개된 전투.

천유성은 자신만의 검로를 개척하며, 지금까지 쌓아온 무수히 많은 실전 경험을 폭발시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천유성이 위화감을 깨닫는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분명,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날카로운 공격을 펼치고 있는데.

계약의 대가로 한계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게 당연한 건데.

어째서인지 처음보다 싸우는 게 더욱 힘들어졌다.

'저 녀석이… 아직도 실력발휘를 안 하고 있었단 건가?'

그건 말도 안 된다.

고유성창은 그야말로 성명절기.

대부분의 탑의 거주자들조차 도달하지 못 하는 극의의 영역이다.

그걸 상대하는데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말은 곧….

'내가 약해졌다는 건가? 부작용 때문에?'

그것 외에는 말이 되질 않았다.

"크윽!"

천유성이 스스로를 다잡았다.

이렇게 허무하게 질 수는 없다.

이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절대… 이런 싸움을 원한 게 아니란 말이다!"

팟!

눈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오히려 그 주위를 얼려버리는 보법이 펼쳐졌다.

동시에 '카발라도의 검'이 그 형태를 바꿨다.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검신.

칼날에 각인된 고대 룬어들로부터 일제히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카발라도의 검 - '그라마이뉴'가 발동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기운과.

[백야일천검(白夜一天劍), 제5식. ‘빙영(氷映)'이 발동됩니다!]

모든 걸 영원히 비추는 하얀 기운이 뒤섞였다.

홀로 펼치는 이검일합.

이것이….

검성, 천유성의 전력이다.

두 개의 참격이 종과 횡으로 그어졌다.

궤도는 직선이지만, 그 직선에 담겨있는 묘리는 단순히 선이란 의미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차원과 차원이 연결되듯.

원래 하나였어야 할 선이 이어졌다.

콰아아앙!

천지가 쪼개지는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재능이 넘쳐나는 천재가 오롯이 검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붓고.

그걸로도 모자라 기연까지 얻은 상태에서 펼친 일격이다.

하지만.

"괴물… 같은 놈."

"평소에 자주 안 싸워보지 않았더라면 위험할 뻔 했어. 독문무공이라고 해봤자 평소 즐겨 쓰던 걸 응용하는 영역이니."

그럼에도 진혁은 그 공격을 받아냈다.

이어지는 선이 맞닿는 순간을 노려서.

욱씬! 一욱씬!!!

…쿵!

천유성의 한쪽 무릎이 지면에 닿았다.

거친호흡으로 인해 가슴이 연신 들썩인다.

"허억…. 허억."

아까부터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한 심장과 몸의 열기는 이미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인간의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보였으니까.

하얀 머리카락 위로 솟은 검은 뿔.

붉게 물든 동공은 마치 새로운 마왕의 등장을 알리는 것만 같았다.

"이게…나란 말인가?"

인간의 모습을 포기하면서까지 발버둥쳤건만.

이번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젠 한계다.

더 이상은 버틸 힘도 의지도 없다.

"…그만 끝내라. 이제 그만 쉬고 싶다."

"끝내달라는 게 죽여 달라는 거야?"

"마족이 되면서까지 삶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죽으면 죽었지. 자존심은 살리겠다는 건가.

과연, 천유성다운 말이다.

척.

진혁이 천유성의 목에 단검을 갖다댔다.

물론, 한 마디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뭔가 멋지긴 한데… 좀 아쉽네. 그 뿔 다시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정 죽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뭐."

"자, 잠깐!"

천유성이 다급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사람이라는 게 참 묘하다.

차라리 아예 뒤가 없다면 모를까.

죽음을 각오하고 모진 고문에도 견디던 투사도 실낱같은 희망을 주면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법이거든.

그걸 교묘하게 잘 줄다리기 하는 게 심문관의 묘미라고도 할 수 있다.

"정말이냐, 그… 이 모습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게?"

"내 명예…는 걸어봤자 믿지 않을 테니, 엘리스의 명예를 걸고 맹세할게."

"……."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다.

고유성창을 손에 넣었으니 앞으로 더욱 갈고 닦는다면 기회가 있을 터.

"알겠다. 네놈에게 부탁하는 건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에헤이.

그게 어떻게 맨입으로 되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배신을 해서 상처입은 내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하고?

"설마, 이걸 치료해주는 대가로 또 말도 안 되는 걸 시키려고 하는 거냐?"

"말도 안 되는 건 아니고 나에게도 떨어지는 게 좀 있어야 한다… 뭐 이런 거지."

"개소리 하지 마라! 어차피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내 힘으로도 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겠지. 절대로 네놈에게 약점을 잡히진 않겠다."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열심히 찾아보든가. 근데, 그 동안 너 현생은 어떻게 살려고 그래? 온갖 메스컴에서 관심이 폭발할 텐데?"

-한국대 의대생 알고 보니 악마? <학교 전면 부인 - 그런 사람 우리학교 학생 아니다>

-외과의사들 생체실험과 해부… 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높은 가치가 있다며 깊은 관심을 보여.

-머리에 자란 뿔이 남자에겐 참 좋은데

-금성인바이러스, 뷰튜버들 방송 문의 쇄도.

-인근 동네 주민들 '집값 떨어질까 걱정돼'. 퇴거 요구.

-증인 강모씨. '성격도 포악해지고 위험해져.' 칼에 맞아 죽을 뻔 했다고 증언.

등등.

동물원에 있는 오랑우탄도 혀를 차며 조의를 표할 거다.

당연히 일상 생활 따위는 불가능하리라.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천유성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원하는 게 뭔지 일단 들어만 보겠다."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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