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화. 고인물 코퍼레이션 VS 올림포스 (1)
쿠쿠쿠쿠쿠!
자신이 보유한 최강의 스킬과 능력을 발현시킨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선들을 넘으며 단련시켜온 고유 능력들이 빛을 발했다.
“건방진…… 고작 네 명이서 우리 전체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포세이돈이 트라이던트를 내리쳤다,
콰앙!
물줄기들이 사방으로 퍼지더니 거대한 구체의 형태를 이루었다.
묵직한 기운.
한 방울 한 방울이 필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체는 아니지. 하데스나 아레스 등 주력급 주신들이 상당수 빠져 있잖아?”
오딘과 로키 발두르 등을 필두로 한 북유럽의 신격들과 베리엘과 아누비스까지 전선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
올림포스의 전력을 이 부유석에 집중시키기엔 너무나 빡빡했다.
“내 예상으론 승산이 반반 정도는 돼.”
“오만한 계산법이로군. 너무 어이가 없어서 대꾸할 가치조차 못 느끼겠구나. 다 됐다. 그렇다면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공포를 새겨주지.”
포세이돈이 트라이던트를 앞으로 뻗었다.
파츠츠……!
물방울들이 하나로 합쳐지며 주위가 자욱한 수증기로 가득 차올랐다.
……시야가 가려진다.
동시에 수증기를 뚫고 아주 얇고 가는 물줄기가 뿜어졌다.
“큭!”
천유성이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앙!
마치, 날카로운 금속에 직격당한 듯한 굉음.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물줄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퍼퍼퍼퍼퍽!
호흡을 고를 틈도 없이 수증기 너머에서 수십 줄기의 물줄기들이 날아왔다.
[천유성이 추혼검무 제6식 ‘추혼극섬난무(追魂極殲亂舞)’를 발동합니다!]
류화의 칼날에서 녹색 강기가 줄기줄기 나뉘었다.
그리고 날아오는 물줄기에 맞춰 강기가 사방으로 폭사되었다.
“유성 씨!”
[테레사가 ‘별들의 부름’을 발동합니다!]
성녀의 손짓에 순간,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무수히 많은 별자리들이 떠오르며 하늘을 따라 유성우들이 낙하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쾅!
불규칙적으로 떨어지는 유성우들이 포세이돈의 수벽을 두드렸다.
“이런…… 잡기술 따위로……!”
포세이돈이 마력을 끌어모았다.
트라이던트가 황금색으로 물들며 허공에 거대한 소용돌이 나타났다.
[포세이돈이 고유 성창 ‘포가튼 아틀란티스’를 발동합니다!]
세계 안에 잊혀진 신화를 재현시킬 수 있는 능력.
고대의 도시가 펼쳐지는 것과 동시에 바다 위에 서식하던 카리브디스가 현현했다
“키에에에에!”
요르문간드와의 전투에서 꽤나 데미지를 입었는지 전신이 피투성이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치명상이 아닌 자상일 뿐.
오히려 독기가 바짝 올랐는지 수많은 이빨들을 드러낸 채 새로운 먹잇감들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너희들이 오만방자하게 날뛸 수 있던 건 오롯이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우스나 다른 주신들이 나설 것도 없다. 이 포세이돈이 너희 전부를 심해 밑바닥에 처박아 줄 테니까!”
포세이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리브디스의 입에서 수많은 기생충들이 튀어나왔다.
8개의 붉은 눈.
낫처럼 날카로운 발톱.
온 몸에 돋은 삐죽삐죽한 가시들은 한 눈에 봐도 위협적이었다.
[‘심해 기생충’들이 침입자를 인식합니다!]
카리브디스의 내장에 거주하며 영양분을 공급받는 대가로 그녀에게 적대하는 이들을 죽이는 일종의 공생관계.
하지만, 이쪽에도 대군전에 특화된 랭커가 있다.
“벌레들이라……. 짐 앞에서 꿈틀거리려면 먼저 짐의 허락부터 받거라.”
[엘리스가 고유 성창 ‘개벽의 계시록’을 발동합니다!]
몰아치는 푸른 소용돌이에 맞서. 엘리스 쪽에선 피로 만든 붉은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포세이돈만큼 아니, 포세이돈이 시전한 것보다 더 격렬하고 사나운 피보라가 대기를 붉게 물들였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루마니아의 악몽을 연상케 하는 수많은 작살들의 향연이었다.
퍼퍼퍼퍽!
콰아앙!
꼬챙이들이 기생충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올림포스를 대표하는 신수 중 하나답게 카리브디스의 기생충들 역시 어지간한 상위 몬스터 수준의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탑의 절대자 중 하나였던 엘리스의 공격을 받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키에에에!”
“크아아아!”
“크륵! 크르륵……!”
잘린 팔다리가 사방으로 뒹굴었다.
순식간에 선두에서 달려오던 기생충들의 절반 이상이 걸레짝으로 변했다.
그러나.
[‘포가튼 아틀란티스’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지속 효과로 인해 모든 기생충들의 재생력이 200%만큼 상승합니다!]
[죽은 기생충들의 시체가 하나로 합쳐져 상위 버전으로 부화합니다!]
연이어 나타나는 상태창.
포세이돈과 카리브디스가 건재하고 있는 한 지금 이 무한의 고리는 깨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포세이돈의 고유 성창 ‘포가튼 아틀란티스’의 가장 치명적인 능력은 단순히 재생과 업그레이드만이 아니다.
또 다시 붉은 상태창이 점멸했다.
[‘세상을 삼키는 입’의 발동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내용: 카리브디스의 입이 서서히 닫힙니다. 완전히 닫힐 경우 입 안에 있는 먹잇감들이 모두 소멸하게 되며, 전투로 인해 발생하는 마력이 증가할수록 입이 닫히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속도를 늦추기 위해선 포세이돈의 고유 성창을 약화시켜야만 합니다.]
[‘세상을 삼키는 입’의 발동까지 남은 시간 0h:9m:59s]
제한 시간 10분.
그 안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카리브디스의 배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게다가 성가신 건 그걸 막으려고 내부에서 격렬하게 날뛰면 그만큼 남은 시간이 빠르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극히 파훼하기에 까다로운 조건.
“쳇!”
엘리스가 꼬챙이를 던지는 걸 멈췄다.
양산형 기생충들을 상대하느라 마력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저 멀리서 두 개의 황금색 빛이 점멸했다.
부우웅!
……슈웅!
순백으로 물든 황금 화살.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였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화살이 테레사가 만든 방벽을 그대로 박살냈다.
콰아아앙!
“아악!”
반동의 여파로 인해 테레사의 몸이 튕겨나갔다.
그래도 위력을 반감시킨 덕에 화살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다.
천유성의 검이 번개처럼 사라졌다.
카아앙!
표적을 잃은 두 개의 화살이 허공을 빙그르르 돌았다.
“다음에 막는 건…… 쉽지 않다.”
테레사의 방벽이 부서진 시점에서 맨몸으로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저격을 피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단순히 방어를 한 것만으로도 제한 시간이 몇 초 정도 추가로 감소해버렸다.
“……빌어먹을.”
“……죄송해요. 다시 방벽을 만들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요.”
천유성과 테레사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웠다.
“…….”
엘리스 역시 짜증이 가득 실린 얼굴을 자아냈다.
마음 같아선 다 엎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환경이 답답했던 탓이다.
“크하하하! 이제 어쩔 것이냐 이 쥐새끼들아!”
포세이돈이 광소를 터뜨렸다.
그 말대로 여러 주신급들이 연합해서 펼치는 협공은 일개 개인 집단이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었다.
진혁이 힐끗 고유 성창이 펼쳐진 하늘의 한 부분을 바라봤다.
‘카리브디스까지 데리고 온 마당에 포가튼 아틀란티스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
포세이돈이 가장 선호하는 필승 패턴을 사용할 거라는 건 예측 가능한 부분이었다.
물론, 예측을 하고 있다는 것과 그걸 공략한다는 건 전혀 다른 종류의 이야기다.
이 부분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이들이 해줘야 할 영역이었으니까.
***
콰아아앙!
쿠쿠쿠쿵!
“커억…….”
“병대를 분산시켜라. 한데 모여있다가 전멸해버리면 안 된다!”
정신없는 난전이 오고 가는 전장 속.
일진일퇴를 반복하는 싸움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수로 인해 전황이 완전히 바뀔 수 있었기에, 모두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눈앞에 있는 적들 외에 모든 것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단 한 명.
북유럽 쪽에서 전장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한 이가 있었다.
거대 세력 ‘라그나로크’의 수장 오딘이었다.
‘올림포스의 지휘 쪽에서 이상이 생긴 건가…….’
오딘이 가장 거대한 부유석의 동태를 살폈다.
겉보기엔 별 달리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아까 전부터 일정 간격으로 이어지던 아르테미스의 화살이 멈췄다.
티가 안 날 정도로만 전장에 개입하던 올림포스의 지원사격이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다.
“발두르.”
“예. 오딘이시여.”
오딘의 부름에 페가수스를 타고 있던 발두르가 즉각 내려왔다.
“아폴론 쪽은 어떻게 되었느냐?”
“전쟁 발발 직후 계속해서 마주치며 싸웠었는데. 어째서인지 조금 전부터는 보이질 않습니다. 대신 그를 따르던 호위병들만 계속 상대하는 중입니다.”
아르테미스에 이어 아폴론 역시 사라졌다.
오딘이 아공간에서 룬어가 적힌 기묘한 창을 꺼냈다.
‘궁니르’.
토르의 묠니르보다도 훨씬 더 강한 위력을 지닌, 오롯이 아스가르드의 오딘만이 다룰 수 있는 성유물이다.
일단 손에서 떠난 궁니르는 과정이 어떻든 간에 ‘맞힌다’라는 결과를 강제하는 특성을 지닌 터.
만약 어떤 장난질을 쳤더라도 이 창을 이용한다면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딘이 허공을 향해 궁니르를 던졌다.
거침없이 위로 뻗어나간 궁니르가 포물선을 그리며 올림포스의 부유석을 향해 낙하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스슥……!
궁니르의 신형이 사라졌다.
마치,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것처럼.
“차원단절…… 거기에 절대판정 능력들까지 중첩되어 있군.”
이 정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주신들 중에서도 극히 소수.
제우스나 하데스 그리고 포세이돈뿐이다.
이제야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알겠다.
어째서 대부분의 주신들이 전투에서 빠진 채 다른 쪽에 신경을 쓰는지도 알겠고.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강진혁을 상대하고 있던 거였어.’
모르긴 몰라도 올림포스 쪽에서 작정하고 판을 키우고 있는 게 틀림없다.
만약 이런 와중에 자신들이 틈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렇다면 진혁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전열의 가장 후방에 있던 오딘이 투구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가장 앞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딘이시여?”
“앞쪽은 위험합니다!”
“조금만 더 상황이 진정된 다음에 움직이셔야…….”
옆에 있던 지휘관들이 오딘을 만류했다.
일반적인 전사들이야 잘못되더라도 전쟁에 지장은 없었지만.
혹여라도 오딘이 다치거나 죽는다면 그 여파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나서야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일군을 이끄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일.
차근차근 영역을 넓히는 것이 아닌, 단숨에 적의 심장부로 파고들기 위해서.
그리고 그걸 통해 부유석을 감싸고 있는 주신의 고유 성창을 파훼하기 위해서.
오딘이 직접 선두에 섰다.
“오오오오!”
“오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아스가르드여! 영원하라!”
토르 때보다도 더욱 큰. 엄청난 함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오딘의 등장은 그야말로 양날의 검.
리스크 역시 극도로 올라가지만, 대신 전장의 모든 병사들의 사기 역시 최대치로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지긋지긋한 악연의 종지부를 찍겠다. 나와 함께 할 전사들은 각오를 보여다오!”
[오딘이 고유 성창 ‘발할라의 군무’를 발동합니다!]
오딘이 창으로 자신의 오른 팔을 그었다.
북유럽의 전사들이라면 이 행위와 능력이 무엇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서걱!
푸슉!
오딘을 따라하듯. 전사들이 도끼와 검으로 스스로의 가슴을 그었다.
흐르는 피를 다섯 손가락에 바르고 얼굴에 갖다 댄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5줄의 붉은 선.
[‘바이킹의 표식’을 그렸습니다!]
[30분간 방어력이 10%로 하향 조정됩니다!]
[30분간 공격력이 200%, 이동 속도와 민첩성이 150%만큼 상승합니다!]
“죽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전사는 날 따르라!”
“우오오오!”
“돌격하라!”
“다 죽여버려주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전사들의 돌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