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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만렙 뉴비-551화 (552/653)

551화. 거대 세력들의 전쟁 (2)

퍼퍼퍽!

푸욱!

화살들이 미친 듯이 쏟아졌지만, 이미 어디로 올 건지 알고 있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좁힌 거리.

“……헉!?”

아르테미스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눈을 한 진혁이 코앞까지 도달했던 것이다.

빠른 건 둘째치고 마력의 파장이 말도 안 되게 일정하다.

파츠츠!

[고유 능력 ‘검의 무덤’이 발동됩니다!]

‘바너드’와 ‘홍련’.

두 개의 칼끝에 검붉은 기운이 맺혔다.

위기를 감지한 아르테미스가 다급히 늑대들을 불러모으며 활에 방어 스킬을 중첩시켰다.

“커엉! 컹컹!”

“크오오오!”

베헤모스를 상대한 늑대들이 일제히 주인의 부름에 응답했다.

동시에.

서로 다른 곡선이 X자 형태로 가로질렀다.

콰콰콰콰콰콰!

뿜어져 나오는 피 분수.

닿는 것을 모조리 베어버리는 검격이 늑대들을 모조리 베어버렸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아르테미스의 손등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아아아악!”

아르테미스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졌다.

대체 언제 제대로 된 고통을 느껴봤을까?

뇌수까지 파고드는 시큰한 감촉은 생소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상처는 빠르게 회복되었지만, 정신에 남은 충격까지 회복된 건 아니었다.

“감히, 내 몸에… 내 몸에 상처를… 입혀!?”

“에헤이. 겨우 그거 가지고 그래? 이번 기회에 아주 근사한 칼자국을 남겨주려고 하는데.”

진혁이 아르테미스의 목을 향해 칼을 긋는 시늉을 했다.

“으아아! 찢어 죽여 버리겠다!”

아르테미스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다.

아테나가 만약에 상황이 틀어져 전력을 다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무조건 몸을 빼라고 했지만.

그런 말 따위가 기억에 남을 리 없었다.

우우우웅!

구름 사이로 비치는 달빛이 모조리 아르테미스의 몸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르테미스가 고유 성창 ‘달들의 속삭임’을 발동합니다!]

새하얗게 물든 머리카락.

피부에서도 은은한 광휘가 뿜어져 나왔다.

툭.

활과 화살통이 바닥에 떨어졌다.

대신 손에는 반월형의 단검이 두 자루가 쥐어졌다.

“네놈을 상대로라면 활보다는 검이 낫겠지.”

아르테미스가 한 쌍의 반월단검을 역수로 쥐었다.

언제나 중장거리에서 화살을 날려대던 여신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자존심마저 버릴 만큼 증오로 가득 찼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콰앙!

아르테미스가 자리를 박찼다.

달빛의 궤적이 잔상을 지우며 앞으로 쇄도했다.

……왼쪽.

진혁이 즉각 단검을 비스듬히 세웠다.

카아앙!

뼛속까지 울리는 날카로운 충격이 전해졌다.

단순히 공격이 무겁다는 의미가 아니다.

겉이 아닌 내부에 충격을 주는 공격은 흡사 무림의 침투경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지만.

츳…팟!

바람을 얇게 가르는 소리가 고막을 스쳤다.

인사는 처음에 끝났다는 듯, 아르테미스가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카아앙! 카카카캉!

잔상에 잔상이 이어진다.

이미 두 명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직 허공에 튀기는 불꽃과 날카로운 소리만이 전투가 계속되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오싹…하네. 역시, 괴물이야.”

늑대들을 상대하고 있던 베헤모스가 양 팔로 떨리는 몸을 감싸 안았다.

흥분과 전율에 전신의 신경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야 그럴 수밖에.

상대는 탑의 상층부를 관리하는 주신 중 하나.

그것도 올림포스에 소속된 전투형 신격 아니던가?

그런 절대자가 고유 성창까지 발현해가며 전력을 다하고 있건만….

……고작 탑 밖에서 온 인간 한 명을 쓰러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한 치도 밀리지 않는 접전.

아니, 오히려 밀어붙이는 건 진혁 쪽이었다.

“하긴, 날 쓰러뜨린 자라면 당연히 저 정도는 되어야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보는 눈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나치게 길고 길었던 삶.

목적도 의미도 없이 그저 보내기 위한 하루를 살아가던 걸 끝내줄 이가 나타났으니까.

진혁과 함께한다면 이전에 도달하지 못한 곳을 보게 될 것이다.

탑의 모든 권력을 손에 움켜쥔 채 썩어가고 있는 신격들과.

그들과 결탁해 타락해버린 관리자들.

그리고 탑의 정상에 있는 마지막 존재들까지.

그 모두를 넘어서.

[베헤모스가 ‘인간형’으로 돌아옵니다!]

베헤모스가 반현현 상태를 해제했다.

거대한 몸뚱어리로 싸우는 건 취향에 맞지 않는다.

전투의 묘미는 코앞에서 펼쳐지는 육탄전.

기다란 대검의 끝이 늑대들을 하나씩 가리켰다.

“우리도 장난은 이 정도로 그만두고 피 터지게 한 번 싸워봐야지? 주인들이 목숨 걸고 싸우고 있는데, 소꿉장난이나 해서야 되겠어?”

⁕⁕⁕

갑작스러운 전쟁의 발발로 인해 시련의 탑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다.

단순히 거대 세력 간에 영역 분쟁이 아닌 주신들 간에 총력전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중, 하급 관리자들은 물론 상급 관리자들까지 전부 이 상황에 주목했다.

그리고 현재.

시련의 탑에 존재한 ‘이면층’.

이곳은 모든 관리자들이 모일 수 있는 일종의 거대한 방이다.

화르륵.

타탁!

중앙에 있는 모닥불과 은은한 촛불들이 어두운 내부를 밝히고 있었다.

관리자들이 물을 마시며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입술을 적셨다.

하지만, 갈증보다도 지독하게 가라앉은 공기가 더욱 심장을 옥죄어왔다.

……뭐라도 해야 한다.

허나, 대체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규격 외 괴물들이 벌이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전황.

거기에 대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저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누군가가 방향성을 제시해주길 기다리는 것뿐.

침묵을 깬 건 상급 관리자들이 모여 있는 쪽이었다.

“…파란이 일어날 거라 예측했지만, 이건 너무 빠르군요. 아무래도 저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벤디비아가 굳은 얼굴로 불길 위에 떠오른 영상을 바라봤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전화는 상대방을 전부 태워버릴 때까지 멈추지 않을 터.

여러 거대 세력이 얽히고설킨 이 전쟁을 내버려둔다면 탑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몰랐다.

특히.

‘흐릿해진 영역’까지 사용할 줄이야….

‘흐릿해진 영역’은 일종의 차원 붕괴.

올림포스의 거점을 북유럽 신격들이 있는 위그드라실의 바로 옆으로 옮기는 대규모 금술이다.

두 거점 간에 물리적인 거리가 최소화되었기에, 이제는 정말로 뒤가 없어질 거다.

그나마 아직 금술이 완전히 완성되기 전이었으니 아주 늦은 건 아닌 셈.

서두르면 최악을 막을 기회는 남아 있었다.

“본래 탑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저희 원칙이긴 합니다만, 이번 일은 너무 판이 커졌군요.”

옆에 있던 릭도 한 마디 덧붙였다.

두 명의 상급 관리자가 총대를 메자 여기저기서 동조하는 분위기가 일어났다.

“저도 동의합니다.”

“이번에도 방관만 할 수는 없겠죠.”

“옳소! 이건 관리자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이오!”

“하지만… 괜히 어설프게 끼어들었다간 불똥이 튈 텐데….”

“올림포스나 천세나 한 성깔 하는 놈들이니까요.”

걱정과 우려가 반쯤 섞여 있긴 했으나, 어차피 어느 쪽이든 리스크가 높긴 마찬가지였다.

“그럼, 다들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관리자들의 동의를 얻은 벤디비아가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려 할 때였다.

“흐음. 그건 좀 멈춰줬으면 좋겠는데…?”

관리자들이 있는 곳에 낯선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저벅. 탁!

발소리와 함께 지팡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웬 놈이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당장 포박해라!”

철갑주로 무장한 가디언들이 즉각 침입자를 제압하려 했다.

그러나.

파아앙!

가벼운 손짓 한 번에 가디언의 상반신이 사라졌다.

비틀하고.

균형을 잃은 몸이 뒤뚱이다가 무너져내렸다.

쿠웅! 쿵!

옆에서 포위하고 있던 가디언들 역시 같은 최후를 맞이했다.

압도적인 무력.

보라색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촛불들이 꺼지며 방 안에 어둠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당신이… 어째서…?”

“후후. 상급 관리자들께서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 정중히 부탁드리는데 이번 일에서 관리자분들은 손을 떼어주시기 바랍니다. 저 놈들이랑 같은 꼴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죠.”

니알라토텝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

카카카캉!

정면에서 몰아치는 검격.

반월단검이 기묘한 궤도를 이어나갔다.

……그냥 쳐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정석적인 검들과 달리 반월검은 특이하게 생긴 모양 때문에 똑같은 방식으로 맞부딪친다면 상처를 입게 되었으니까.

타점을 바꾸고.

반 박자 빠르게 타이밍을 읽어내야 한다.

진혁이 극도로 예민해진 반사 신경에 몸을 맡겼다.

카가가각!

‘홍련’과 반월단검이 비스듬한 각도에서 서로의 칼날을 훑고 지나갔다.

그것도 잠시, 아르테미스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툭!

바로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몸을 잔뜩 낮춘 아르테미스가 하복부를 노렸다.

진혁이 슬쩍 몸을 띄우는 것과 동시에 검강을 이용한 참격을 날렸다.

서걱!

베어버린 것은 잔상.

이미 본신은 진혁의 품속까지 파고든 뒤였다.

“드디어… 잡았다!”

아르테미스의 검이 정확히 목젖의 끝에 도달했다.

바로 그때,

‘멸천만독’과 ‘포이즌 로드’, 서로 다른 두 개의 능력이 하나로 합쳐졌다.

촤아아악!

녹색 빛을 띤 액체가 수증기 형태가 되어 퍼졌다.

치이익!

“……!”

아르테미스가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맹독이 피부에 눌어붙어 내부까지 녹이려 했다.

우우웅!

순간, 은은한 달빛이 더욱더 강렬해졌다.

마력을 쏟아붓자 상처가 완전히 회복된 건 물론, 독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독이라…. 이깟 잔재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격의 차이를 보여주마.”

[‘달들의 속삭임‘ - ‘열두 자매’가 발동됩니다!]

달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건 잔영.

아르테미스의 분신들이다.

말이 분신이지 하나하나가 아르테미스의 절반가량의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척.

스윽.

각각의 분신들이 각자 ‘반월단검’과 ‘활’로 무장한 채 자세를 잡았다.

근거리와 중거리를 모두 포함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진혁이 속으로 혀를 찼다.

‘잠깐 물러나게 만드는 게 한계였던 건가.’

거기에 특수 능력인 열두 자매들까지.

정말이지 성가신 능력이다.

그래서 더욱더 손에 넣고 싶기도 했지만.

[복사 조건: 아르테미스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분노에 휩싸여 있습니다. 본디 분노와 복수란 가장 강렬한 동기 중 하나. 만약 아르테미스의 복수를 좌절시킬 수 있을 만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면 그녀가 가진 고유 성창과 고유 능력 그리고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조건을 위한 장치는 갖췄다.

프레이나 엘리스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 역시 충분히 벌었고.

‘지금쯤이면 각자 말해둔 곳에 도착했겠지.’

이미 진혁은 아르테미스가 이곳에 오기 전 두 명을 다른 곳으로 보내뒀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포석으로서.

좋아.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도 되리라.

진혁이 또 다른 능력을 꺼냈다.

[고유 능력 ’배교자의 황금사과‘를 사용하셨습니다!]

그리스 주신격의 능력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는 힘.

무얼 선택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폴론의 능력을 가져옵니다!]

쿠쿠쿠쿠쿠!

태양의 겁화를 그대로 담아낸 듯한 마차가 나타났다.

밤을 낮으로 바꾸어버릴 정도로 엄청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아르테미스가 활의 시위를 그대로 놓아버렸다.

몇몇 분신들은 반월단검을 그대로 떨어뜨렸다.

“그 능력은….”

그래. 모를 리가 없겠지.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

단 하나뿐인 소중한 오라버니의 능력을.

“이 능력 꽤 좋아 보이더라고.”

상대가 강하다면 굳이 정면 승부를 해줄 필요는 없다.

멘탈을 흔들 수 있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여기에 한 가지 더.

연극의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추가되었다.

[‘인피면구’를 사용했습니다.]

진혁의 얼굴이 바뀌기 시작했다.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올림포스 주신들의 남신.

‘아폴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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