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만렙 뉴비-568화 (569/653)

568화. 올림포스, ‘신들의 안식처’ (1)

[천마신공 - ‘천마심검’이 발동됩니다!]

검붉은 강기에 천마의 검술을 합쳐졌다.

이미 수도 없이 다뤄온 단검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그러나.

완벽한 타이밍과 속도를 살린 일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퍼어억!

단검이 연기로 만들어진 방패에 가로막혔다.

하데스가 헤르메스의 앞에 섰다.

거의 동시에.

“갈게요!”

“하압!”

[테레사가 Lv35 ‘대천사의 성흔’을 발동합니다!]

[안드리아가 Lv30 ‘혼령의 핵’을 발동합니다!]

두 개의 빛이 번개처럼 쏘아졌다.

왼쪽과 오른쪽.

방금 전 충돌로 인해 생긴 미약한 안개의 사각을 노린 공격이다.

“하나같이 예의가 없는 게 역시나 필멸자들답구나.”

하데스가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검은 연기가 아까보다 더욱 거세게 솟구쳤다.

쿠쿠쿠쿠쿠!

회오리가 몰아치며 두 줄기의 빛이 그대로 연기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절대 방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능력이다.

하지만,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잔상을 남기는 그림자와 함께, 천유성이 고속으로 거리를 좁혔다.

파츠츠!

[고유 성창 - ‘백야극일섬’이 발동됩니다!]

눈송이들이 흐드러지며 검이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했다.

심상세계를 검격으로 구현화할 수 있는 힘.

“흡!?”

하데스가 두 눈을 부릅떴다.

다급히 연기를 모아봤지만, 눈으로 이뤄진 폭풍이 훨씬 더 매서웠다.

서걱!

하데스의 볼에 기다란 검상이 생겼다.

창백한 볼 위로 금세 핏방울이 맺혔다.

“흐음. 신이란 것도 벨 수 있긴 한가 보군. 하긴, 난 더 지독한 놈과 계속해서 싸웠으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어.”

“네…놈…!”

하데스의 두 눈이 붉게 변했다.

*

“이야.”

진혁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천유성이 이 정도까지 성장했을 줄은 몰랐다.

진짜 살벌하게 무섭긴 하네.

‘저기에 베인다면….’

으음. 앞으로는 조금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그렇고.

지금 당장 골치 아픈 건 방금 전 공격으로 하데스와 헤르메스를 제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미 헤르메스가 스크롤의 윗부분을 찢기 시작했다.

“역시나, 당신들이 몰려다니면 짜증나는 시너지를 내는군요. 그래서 특별히 준비해봤습니다. 여러분을 각각 고립시켜 사냥할 무대를 말이죠.”

부욱!

헤르메스가 스크롤을 완전히 반으로 찢었다.

그러자.

[‘강제 전이 스크롤’이 발동됩니다!]

모두의 몸 위로 하얀 빛기둥이 떨어졌다.

쿠우우웅!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된 기둥 속.

“진혁… 씨!”

“젠장할!”

“진혁 님!”

“크아아아!”

테레사와 천유성, 안드리아와 타이탄들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각자 다른 주신들에게로 이동해버린 것이다.

“하아….”

혼자 남은 진혁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제 전이 스크롤을 썼다는 건….

아마 지금까지의 전투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짝을 지은 게 틀림없다.

싸우기에 유리하고 익숙한 장소 또한 선별해뒀겠지.

무엇보다.

“그 스크롤은 올림포스 내에선 얻을 수 없을 텐데….”

“하하. 그런 것까지 알고 계셨습니까? 이거 완전히 저희 보물 창고 안을 꿰차고 있기라도 한 모양입니다?”

“뭐, 완전히 외운 건 아니고 굵직한 건 알고 있지.”

A열부터 C열까진 귀한 게 많았다.

몇몇 개는 아주 특별한 종류였고.

“시답잖은 농담 따먹기는 그만하고 넌 스크롤이 무사히 발동되었다는 걸 제우스에게 알리기나 하거라. 지금 내 기분이 몹시 좋지 않으니 어물쩍거리지 말고.”

하데스가 으르렁거렸다.

천유성에게 당한 상처가 쑤시는지 지독한 살기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아, 알겠습니다. 진정하십시오. 저도 이런 싸움에 말려들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요.”

주춤거리며 물러선 헤르메스가 즉시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일순간, 불편한 적막이 주위를 감쌌다.

최상위 주신과의 일대일 대결.

진혁이 혀로 입술을 적셨다.

두근! 두근! 두근!

빠르게 고동치는 심장.

단검을 잡은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헤르메스가 진짜 빠르긴 빠르네. 저리 파닥거리며 날아가는 걸 보면 말이야. 뭐, 그쪽도 자기소개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고. 기왕 달아오른 김에 어서 시작해볼까?”

“오만한 애송이로구나. 몇 십 년밖에 되지 않는 찰나에 강한 힘을 얻었다 해서 모든 게 네놈 아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그런 건 아니야. 내가 또 겸손한 성격이라 아직 완전하지 않은 건 인정하긴 하는데 너 정도는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뭐라고?”

하데스의 이마에 굵은 심줄이 툭하고 튀어나왔다.

그러거나 말았거나 진혁은 어깨를 으쓱이며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너희들이 우리를 따로 떼놓으면 된다고 생각하나 본데….”

그게 가장 큰 실수다.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멤버들은 찢어졌다고 해서 절대 약해지거나 하지 않았으니까.

아마도 지금쯤 각자 맡은 것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너희 쪽 형제자매들이나 걱정하는 게 좋을 거야. 내 예상이긴 한데 다음 명절 때는 참석자가 많이 줄 것 같거든.”

어쩌면 유일하게 배신을 한 아르테미스 혼자만 남을지도 모르겠다.

“주둥이 터는 걸로는 도저히 못 당하겠군. 됐다. 이 거점에서 이 몸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알려주지.”

하데스가 피어오르는 연기들을 갈무리했다.

동시에.

[고유 능력 ‘명계의 신전’이 개방됩니다!]

눈부신 신전들이 어둠에 집어삼켜졌다.

***

빛이 강할수록 어둠이 짙은 법.

태양을 머금은 신전이 칠흑 속에 잠기자 모든 시야가 완전히 사라졌다.

파스스!

기분 나쁜 가루가 섞인 연기가 움직이는 소리만이 맴돌 뿐이다.

‘시야만 가려진 게 아니네.’

진혁이 자세를 낮췄다.

검은 기운들이 공기와 결합해 전혀 다른 성질로 변하고 있다.

독….

아니, 저주에 가까운 개념이리라.

하데스가 주로 사용하는 능력에 관해서는 꿰차고 있었지만, 이번에 사용되는 건 평소와는 조금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재밌네. 나름대로 준비 좀 했나 봐. 소름이 돋는 게 살짝 긴장까지 되려는데?”

“언제까지 그 웃음이 지속되는지 보지. 뭐, 이쪽도 처음엔 인사 차원에서 상대해주마.”

콰콰콰콰콰!

어둠 속에서 검은 폭풍이 몰아쳤다.

진혁이 ‘별의 가호’와 ‘만다라’를 동시에 발현시켜 시야를 밝혔다.

눈부신 광휘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밝혀진 시야는 그리 넓지 않았다.

기껏해야 3~4m.

그 앞은 여전히 칠흑 같은 암흑에 잠겨 있었다.

바로 그때.

콰아앙!

별의 가호와 만다라로 만들어진 방벽에 강한 충격이 일어났다.

진혁의 몸이 뒤쪽으로 튕겨나갔다.

“큭!”

묵직하다.

단검을 교차해서 방어한 진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두 개의 방어막을 부수고 몸에까지 타격을 입힐 만한 능력은….

적어도 하데스가 가지고 있는 걸로는 불가능할 텐데.

심지어 마력이 600이 넘는 지금 고유 성창급도 아니고 단일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아니면, 설마.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가능성이 한 가지 남아 있다.

진혁이 ‘탐식의 눈’으로 대상을 꿰뚫어봤다.

띠링!

[현재 하데스는 타이탄의 유산 - ‘타르타노스의 잿빛 갑주’를 착용한 상태입니다.]

[거점의 버프로 인해 추가 효과가 발동되고 있습니다!]

시련의 탑에선 보통 아이템의 등급을 색으로 구별한다.

7개의 색깔 중 보라색에 가까울수록 더 강력하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 중에서 색을 초월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바로 같은 종류의 아이템들로 이루어진 세트 아이템들을 소유한 경우였다.

타르타노스의 잿빛 갑주의 경우엔 세트가 겹칠수록 본래 능력이 50%씩 상승하는 효과를 지녔을 터.

‘총 6개를 가지고 있으니 300%가 강해진 셈인가. 아, 거점 버프까지 받으니 그 이상이겠네.’

이러니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확연한 차이를 가질 수밖에.

자신만만하게 큰 소리를 치는 게 이해가 된다.

“크하하! 꼼짝도 하지 못하겠느냐? 하긴, 받아내는 것도 버거울 테지.”

하데스가 연기들을 끌어 모았다.

곧이어 질풍이 폭풍이 되어 몰아쳤다.

전후좌우.

콰콰콰콰…콰아앙!

투콰아앙!

방어를 송두리째 무시하는 압도적인 공격력.

‘방어만으로는 힘들어.’

하데스의 말따라 이런 걸 연거푸 맞았다간 몸이 버텨내질 못한다.

그렇다고 시야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앞으로 달려드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진혁이 ‘빙하조형’을 발동해 얼음 가시들을 소환했다.

‘니힐리즘’까지 덧바르자 일부나마 하데스의 능력을 무효화시켰다.

1초도 안 되는 찰나, 잘게 나뉜 얼음 가시들이 사방으로 뿜어졌다.

호저가 가시를 내뱉듯, 빼곡히 펼쳐진 가시들이 닥치는 대로 모든 걸 꿰뚫었다.

콰득!

콰콰쾅!

기둥들이 박살나고 석상들이 쪼개졌다.

하지만, 딱 하나.

퍼억!

가시가 꿰뚫지 못하고 중간에 박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저기다!

진혁이 ‘이기어검’을 사용해 두 자루의 단검을 날렸다.

주인의 의지를 이어받은 예리한 칼날이 종횡무진 움직였다.

‘검의 무덤’으로 강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이상, 아무리 연기라 해도 막아내진 못할 것이다.

탓!

하데스가 몸을 이동하려 했다.

“어딜!”

물론, 기껏 잡은 기회를 함부로 날려버릴 진혁이 아니었다.

[고유 능력 ‘카스카 디아슬라브’가 발동됩니다!]

[7성급 결계 ‘다중 체스판’이 발동됩니다!]

[좌표 고정의 효과가 중첩됩니다!]

화르륵!

마그마를 머금은 겁화 기둥이 여기저기서 솟구쳤다.

하데스의 위치를 특정한 이상 도주로를 예측하고 이동 범위를 제한하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다.

각 주신 개개인의 성향에 따른 패턴 등을 모조리 암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거리 공격을 즐겨하는 하데스는 적과 약 11~14m 거리를 두는 중거리전을 선호하지. 언제나 사냥감의 오른쪽 측면에 서는 걸 좋아하고.’

마지막으로 예상치 못한 궁지에 몰리면 정반대로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지금 같은 경우엔…,

“이쪽이려나?”

스윽.

진혁의 시선이 그 방향으로 움직였다.

어둠속에서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동시에.

카아앙!

이기어검으로 날린 칼날이 단단한 갑주에 부딪쳤다.

“크아악!”

타르타노스의 잿빛 갑주라 해도 충격을 완벽하게 상쇄시키진 못한 모양이다.

순간적으로 연기의 농도가 옅어졌다.

그리고 그곳엔….

경악과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하데스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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