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만렙 뉴비-651화 (652/653)

651화. 결전(決戰) (1)

띠링!

띠링!

띠링…!

연이어 나타나는 알림음.

총 4개의 성유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유물 ‘아담의 갈비뼈’를 획득하셨습니다!]

입수난이도: 측정불가

내용: 에덴에 소속된 모든 이들에게 2번째 삶을 허락합니다. 치명적인 부상이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각종 계약 등, 대상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모든 해악으로부터 복용자를 지킬 수 있습니다.

[성유물 ‘한계돌파 알약’을 획득하셨습니다!]

입수난이도: 측정불가

내용: 아이템에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알약으로. 특정 아이템 한 가지를 선택하여 아이템에 복용시킬 경우 그 아이템에 봉인된 능력 중 하나를 강제로 개방시킬 수 있습니다.

[성유물 ‘길가메쉬의 열쇠’를 획득하셨습니다!]

입수난이도: 측정불가

내용: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보고에 접근할 수 있게 합니다. 개인 보고가 없는 자라면 길가메쉬가 가진 보고에서 3가지 성유물을 빌릴 수 있으며, 개인 보고가 있는 경우에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보고를 자유자재로 개방할 수 있습니다.

[성유물 ‘클라우 솔라스’를 획득하셨습니다!]

입수난이도: 측정불가

공격력: 1,150,000

내구도: 5,000,000 / 5,000,000

내용: 불패의 검이라는 이명이 붙은 신화 속 무기. 광채를 이용해 적의 눈을 멀게 만들며 도신에 신성한 주문이 적혀 있어 한 번 뽑히면 절대 패배하지 않습니다. (다른 성유물과 합성이 가능합니다.)

전부 해서 4개.

하나같이 각자에 최적화된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를 개방했다.

“다들 빨리 나와 봐. 해줘야 할 일이 있어.”

“주인!”

“불렀어?”

“응응 바로 나왔어! 진짜야. 절대 군것질 같은 거 하지 않고 부르자마자 바로 달려온 거야. 그렇지?”

“입이나 좀 닦고 말해 바보야. 소곤소곤.”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정령수들이 헤실헤실 웃으며 총총총 달려왔다.

누군 목숨 걸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아공간 안에서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꽤나 괘씸하긴 했지만. 심부름을 시켜야 하니 한 번만 참아주기로 하자.

진혁이 ‘한계돌파 알약’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템들을 각각 정령수들에게 건넸다.

“이걸 우리 멤버들에게 전해주고 그 다음에 바로 균열 밖으로 나가서 이 쪽지에 적힌 것대로 행동하면 돼.”

“알겠어!”

“우리만 믿어. 주인!”

“그럼그럼!”

정령수들이 가슴을 탕탕 쳤다.

작은 몸으로 거대한 아이템들을 끙끙거리며 짊어지는 모습에 살짝 불안한 감정이 앞섰다.

그래도 이제는 믿고 맡기는 수밖에.

정령수들이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자 홀로 남은 진혁이 퍼스트 블레이드를 쥐었다.

그리고 그 위에 이번에 얻은 ‘한계 돌파 알약’을 꺼내 뿌렸다.

스르륵.

하얀 가루들이 칼날의 표면에 닿자 보랏빛 광채가 눈에 띄게 밝아졌다.

우우웅!

아름답게 빛나는 광채.

[‘퍼스트 블레이드’의 두 번째 특성이 개방됩니다!]

[변질화]

내용: 칼의 형태와 외형을 원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질량, 길이, 모양, 특성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으며, 그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단, 한 번 선택한 능력은 다른 변질화 아이템을 사용하지 않는 한 영구히 지속됩니다.

무얼 할지는 이미 생각해두었다.

진혁이 검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촤촤촤촤…. 카가가각!

퍼스트블레이드의 표면에 금이 가며 칼날의 개수가 여러 개로 늘어났다. 바닥까지 닿을 정도로 길어진 칼날이 지면을 부드럽게 스쳤다.

과거 가장 즐겨 쓰던 ‘사복검’이다.

이거라면 충분히 아자토스의 궁전의 심장을 파괴할 수 있을 터.

거기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이미 현현이 너무 많이 이루어졌어.’

궁전의 90% 이상이 현현한 시점에서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보석을 파괴하기만 하면 안 된다.

동, 서, 남, 북, 그리고 궁전의 중앙.

총 5개의 보석을 파괴해야지만 궁전의 현현을 막을 수 있다.

그걸 위해선 결계 바깥에 있는 이들의 도움이 절실했고.

‘정령수들이 빨리 일을 마무리지어줘야 할 텐데….’

진혁의 시선이 결계 너머로 향했다.

⁕⁕⁕

“우우욱…! 네…차례다.”

“그, 그래. 마셔야지. 암 마시고말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헤라클레스와 토르가 술단지를 주고받았다.

벌써 몇 시간째 이어온 폭음.

자존심이 걸린 술 대결을 벌이느라 헤라클레스와 토르는 몸을 제대로 가누기조차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럼에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듯 비틀거리며 다음 술단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벌컥! 벌컥! 벌컥!

미친 듯이 술을 마시는 걸 보던 다른 신격들이 혀를 끌끌 찼다.

신들에게 있어 술이란 어디까지나 풍류를 즐기기 위한 음료. 정신을 잃을 때까지 부어라 마셔라 하는 건 인간들에게나 어울리는 일이었다.

“뇌까지 근육으로 된 것들은 하는 짓도 무식하다니까. 안 그래요 오라버니?”

“맞는 말 같구나.”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이 우아하게 포도주를 한 모금씩 홀짝였다.

“그래도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나쁘지 않네요. 50층의 그 괴물이 죽은 뒤부터 나머지 놈들도 얌전한 것 같고요.”

“방심하지 마라. 상대는 우리 상식으로 판단할 수 없는 놈들이니.”

로키가 이죽이자 오딘이 진중하게 꾸짖었다.

만일을 대비해 까마귀까지 순찰을 돌게 했지만, 불길한 예감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헤임달 역시 술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은 채 오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아버지는 항상 걱정이 많아서 문제입니다. 걱정이.”

“내 생각에도 기우일 것 같긴 하다. 문제가 된다면 오히려… 천세 쪽이 불안하지.”

아누비스가 힐끗 천세가 진을 치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긴 했지만, 저들은 엄밀히 말해 적이다.

이번 싸움이 끝나는 즉시 바로 등에 비수를 찔러올지도 모른다는 소리다.

“아수라와 요계에서 이를 갈고 있으니 그리 쉽게 뒤통수를 치진 않을 거다. 그건 그렇고. 날개 달린 우리 친구는 어딜 갔는지 모르겠군.”

심드렁하게 중얼거린 베리엘이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항상 십계명이니 기도니 하며 수도승 생활을 하는 가브리엘을 잔뜩 곯려줄 계획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위대한 대천사께서는 아까 전부터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헤엑! 헤엑!”

퍼엉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의 앞에 작은 화염을 토해내는 살라맨더가 나타났다.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헤엑! 이거… 주인이 전하래!”

진혁이 데리고 있는 5대 정령수 중 하나다.

살라맨더가 손에 꼭 쥐고 있는 종이를 건넸다.

***

콰콰콰콰쾅!

퍼퍼퍼퍽!

허공에서 산산이 박살 나는 핏방울들. 강력한 마력과 마력이 격돌하는 공중은 아포칼립스라는 이름에 더할 나위 없이 걸맞았다.

“아주 용을 쓰는군요.”

언노운이 미친 듯이 꼬챙이들을 쏘아대는 엘리스의 맹공에 눈살을 찌푸렸다.

수천 개의 꼬챙이들을 난사해대는 탓에 대응하느라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갔다.

“건방진 것. 감히 짐 앞에서 여유를 부리는 것이냐!”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엘리스가 언노운을 향해 두 눈을 부릅떴다.

과거엔 그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했던 절대자였기에, 지금 언노운의 반응이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렸다.

하지만, 언노운은 그런 엘리스를 꽤나 성가신 적. 그 이상으로 여기진 않았다.

오히려 신경의 대부분은 놓쳐버린 고인물에게 쏠려 있었다.

‘이 와중에도 최선의 공략 루트를 찾으려 하다니. 제법이군.‘

현현이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외부에 있는 기둥들을 전부 파괴하지 않는 한 궁전이 붕괴되는 일은 없긴 했다.

물론 바깥에 지원을 요청한다는 경우의 수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상정 범위 내다.

아니, 오히려….

‘바깥에 대한 대비는 이쪽도 더 잘 되어 있지.’

언노운의 가면이 일그러지며 기괴한 미소가 떠올랐다.

엘리스, 테레사, 천유성, 프레이. 마지막으로 고구마까지.

이곳에서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핵심이 되는 멤버들을 모조리 매장시켜버릴 것이다.

“끝까지… 짐을 무시해?”

언노운의 정신이 다른 곳에 갔다는 걸 눈치 챈 엘리스가 가지고 있는 마력을 끌어모았다.

[‘개벽의 계시록’ - 블러드 이클립스 ‘낮을 머금은 밤’이 발동됩니다!]

시야가 점멸하며 붉은 선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무차별적으로 날리던 꼬챙이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묵직한 한 방은 어지간한 보스들마저 일격에 잠재워버릴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부족해.’

엘리스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걸로는 저 녀석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리고 부족한 마력을 함부로 낭비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거라는 것까지도.

‘방법이 없는 건가.’

무력한 스스로에게 염증까지 솟구쳤다. 무엇보다 계약자가 위태로울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서글펐다.

바로 그때.

보글보글!

물보라가 일어나며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안주인!”

물의 정령수 운디네였다.

“안주인이라니… 얘는 참 보는 눈이 훌륭…이 아니라 크흠! 짐은 적과 싸우느라 바쁘느니라.”

“응. 응 알지. 그래도 주인이 꼭 전해주라고 해서 왔어!”

“계약자가?”

엘리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쯤이면 한창 정신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와중에 자신에게 무언가를 보낸다는 게 의문스러웠다.

동시에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이런 분초를 다투는 와중에도 신경 쓸 정도라면….

정말로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엘리스가 행복한 상상을 하며 운디네로부터 황금색 열쇠를 건네받았다.

“이건…?”

여전히 엘리스의 표정은 알쏭달쏭했다.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쇠를 허공에 꽂아 넣는 순간.

엘리스는 이 열쇠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길가메쉬의 열쇠’가 발동됩니다!]

철컥!

격철 소리와 함께 차원이 이어졌다.

오랫동안 봉인되어 현재는 위치를 찾을 수 없는 보고.

아타락시아의….

아니, 오롯이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만을 위해 성유물이 간직된 창고가.

“아….”

엘리스의 입에서 짙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떨리는 손이 너무도 그리운 곳을 향해 뻗었다.

[잠들어 있던 성유물들이 주인의 부름에 응답합니다.]

⁕⁕⁕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냐?’

여전히 궁전에 시선을 두고 있던 언노운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떠올리며 골몰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지금 자신이 진혁이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지 떠올리면서.

그렇게 상념이 꼬리를 물고 있을 때.

오싹.

갑자기 낯선 감각이 끼어들었다.

“뭐…지?”

언노운의 시선이 처음으로 엘리스에게 집중되었다.

저릿저릿!

가면을 타고 전해지는 심해와 같은 마력. 그곳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괴물이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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