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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13화 (13/169)

제13화

2장 행운도 만드는 것이다(6)

“하앗! 하아아앗!!”

깡-! 깡깡-!!

“진수야, 팀장님 지원해드려!”

“예, 갑니다!!”

잿빛 구름이 내려앉은 들판, 전투를 벌이던 박남일의 지시에 안진수가 달려가 창을 내질렀다.

그러자.

푹-!!

“키에에에엑!!”

검은 날개가 특징인 조류형 D급 몬스터, 거대 까마귀가 창에 꿰뚫려 소멸했다.

한바탕 벌어진 전투가 정리됐다.

서춘복이 물티슈로 어깨에 튄 새똥을 닦아내며 투덜거렸다.

“아오, 새대가리 새끼들. 내가 이래서 이 던전은 오기 싫다니까.”

“별수 없죠. 이러니 조류 던전이 인기가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서춘복의 투덜거림에 박남일이 저 멀리 도망가는 까마귀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며 그렇게 대꾸했다.

D급 No. 135 던전이 인기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조류 몬스터.

하늘을 날며 공중에서 공격을 퍼붓는 녀석들을 상대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일반적인 총과 총알은 마나가 잘 실리지 않아 피해를 주기 어렵다. 그렇기에 공중의 몬스터를 제압하는 방법은 화살이나 원거리 스킬을 사용하는 것인데, 이번에 던전에 온 이들은 그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었다.

이 또한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원을 보낼 수 없는 헌터청의 인력 부족을 보여주고 있었다.

결국, 이런 몬스터를 상대하려면 지상 근처로 내려왔을 때 싸우는 수밖에 없는데 그 순간 주도권은 몬스터에게 있다.

이런 페널티가 있다 보니 No. 135 던전은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무원 헌터 삼인방은 이번 던전이 보통 D급 던전에 비해 많은 시간을 잡아먹을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레이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에 처음 투입된,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용병이 상상 이상으로 능숙하게 몬스터를 처치했기 때문이다.

던전에 입장해 세 명이 잡은 몬스터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를 혼자서 처치했으니, 상당한 속도였다.

투박한 검을 이용해 능숙하게 방어하고, 기회가 오는 순간 일격에 처치하는 방식은 상당히 효율적이었다.

그 모습에 안진수가 턱을 쓰다듬으며 서춘복에게 말했다.

“한 사람 몫은 하는 것 같네요.”

“한 사람 몫? 최소 2.5인분은 하는 것 같구만. 남일아, 가서 육포 좀 나눠줘라.”

“예? 제가요?”

“그럼 네가 가지, 내가 가랴? 고생도 같이 했으니까 먹는 것도 같이 먹어야지.”

퉁명스럽게 말하는 서춘복이었지만, 처음에 짐이라고 생각했던 용병의 도움을 받은 게 적지 않았기 때문에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시간이 훨씬 단축됐음은 물론이고, 그가 틈틈이 사각에서 오는 공격을 막아주거나 몬스터를 제압해 준 것이다.

그건 박남일 또한 마찬가지였기에, 박남일은 간식으로 가져온 육포 몇 조각을 들고 쭈뼛거리며 용병에게 다가갔다.

“이거… 드세요. 쫄깃하니 맛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천천히 다가오던 박남일은 슬쩍 육포를 건네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

용병 헌터는 잠시 육포를 바라보다, 조용히 한 입 베어 물었다.

공무원 헌터들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고맙습니다. 맛있네요.”

“휴우.”

삼인방은 큰일이라도 치른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함께 있다 보니 왠지 근처에서 묘한 위압감 같은 것이 풍겨 말 한 번 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도 사람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들판에서 울리는 육포 뜯는 소리와 함께 네 사람은 잠깐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레이드에 나섰다.

사냥은 이전과 같이 세 명과 한 명이 나누어 진행됐다.

그렇게 반나절 가까이 쉴 새 없이 싸우다 보니 네 사람은 어느새 보스 몬스터가 있는 저택 앞에 당도했다.

“자, 보스 잡으러 들어가자고! 각자 뭘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

“넵, 저는 들어가자마자 소리치면서 어그로를 끌겠습니다!”

“저는 놈이 내려오면 창으로 찔러 버리겠습니다!”

공무원은 계획과 보고 빼면 시체라고 했던가.

“…….”

용병은 딱히 말하진 않았지만, 굳은 눈빛이 믿음직스러웠다.

이미 앞에 보여준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도 되지 않았다.

그가 눈빛으로 호응을 했다고 생각한 서춘복은, 마음에 드는 듯 씩 미소지었다.

“좋아, 진입한다!”

이윽고 시작된 보스 레이드.

공무원 헌터들과 용병은 높다란 수풀과 철문을 지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으잉? 이놈 어디 갔냐…?”

원래대로라면 부서진 분수대 위에 있어야 할 보스 몬스터가 어디에 보이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까득- 까드득-!

예전에 클리어할 땐 듣지 못했던 소리도 들려왔다.

네 사람의 시선이 자동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위로 향했다.

그리고 할 말을 잃었다.

“저, 저게 무슨…?”

소리의 진원지는 저택 지붕.

원래 그 위치에는 보스 몬스터인 D급의 거대 청동 까마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거기 있던 것은 그 보스를 뜯어먹고 있는, 날개 달린 악마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캬아아아악!!”

후우우우웅-!!

녀석은 문이 열리자 저택 지붕을 뜯어 그대로 공무원 헌터들을 향해 투척했다.

“……!”

피하기엔 너무 빠르고 갑작스러운 공격.

“으, 으악!!”

죽음을 직감하고 몸이 굳은 공무원 헌터들은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러나.

쩌적-! 쿠우우우웅-!!

그들의 목숨은 멀쩡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용병 헌터가 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지붕을 반으로 쪼개버린 것이다.

“어, 어떻게…?”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의 속도.

공무원 헌터들은 입을 쩍 벌렸으나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싸울 준비 하세요.”

용병 헌터, 한상우가 저택 지붕의 가고일을 노려보며 말했다.

“던전 중첩 현상입니다.”

* * *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레이드.

신대훈과의 거래에 따라 나는 D급 No. 135 던전에 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빨리 도착한 상태였다.

그렇게 만난 헌터청의 공무원 헌터들은, 다행히도 순박하고 좋은 사람들로 보였다.

신원을 밝혔다가 신대훈 때처럼 귀찮은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에 랭크는 물론이고 이름까지 숨기는 게 조금 걸렸지만, 다행히 예의상 한두 번 물어볼 뿐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는 않는 눈치였다.

물론, 이들이 내 이름을 안다고 해서 뒷조사를 할 가능성은 낮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인사과가 아닌, 던전을 클리어하는 현장팀이라 해도 헌터청 직원인 건 변함없으니까.

내 생애 첫 파티 플레이는 그렇게 시작됐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조류 몬스터라 검으로 상대하기 까다로웠지만 레벨도 꽤 올린 상태였고, 제국 검술을 비롯한 신기술 덕분에 잡는 게 어렵진 않았다.

[거대 까마귀(D)를 처치했습니다.]

[군주의 특성, 독존이 발동합니다.]

[획득 경험치가 99% 감소합니다.]

비록 군주의 특성인 ‘독존’의 효과로 인해 경험치는 거의 획득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냥 경험 쌓는다고 생각하자.’

정체를 숨기려고 하다 보니, 호흡을 맞추기도 불편해서 사냥은 따로 진행했다.

대신 틈틈이, 그들이 위험할 때나 그들이 만든 기회가 있으면 도왔다. 땡길거야를 이용해 빠르게 사냥할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나를 불편하게 느낄 거라고 생각했는데, 휴식 시간에는 간식까지 나눠주니 은근한 내적 친밀감도 생겼다.

즉, 첫 파티 사냥은 제법 즐거웠다.

그래서인지 파티원의 위기 순간이 다가오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싸울 준비 하세요. 던전 중첩 현상입니다.”

던전의 보스 방인 대저택 안.

나는 날아오는 지붕을 베어버린 후, 새로운 보스 몬스터를 노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던전 중첩 현상? 그게 뭣이여!”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막내야, 그게 뭐냐?”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공무원 헌터들은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나는 지붕 위에서 청동 까마귀를 뜯으며 다른 투척물을 찾는 악마를 보며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던전 중첩. 기존의 던전과 새로운 던전이 겹치는 현상입니다.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헌터가 던전 안에 들어갈 때, 아주 희박한 확률로 일어나는 일이죠. 혹시 들어올 때 포탈 색깔 바뀐 거 보신 분 있으십니까?”

“그, 글쎄요. 색깔까지 체크는 못 했습니다만….”

“이야, 형씨는 그걸 어떻게 아쇼? 돌로 된 저택 지붕을 잘라버린 것도 그렇고 진짜 대단하시네!”

내 말에 안진수는 말끝을 흐리며 머리를 긁적였고, 서춘복은 감탄과 함께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던전 보초를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게 많다.

오랜 시간 가만히 서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규정집과 몬스터 정보 등을 보고 듣게 되는데, 덕분에 잡다한 지식을 알게 된 것이다.

그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했던 행동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오히려 실전적으로 늘 던전 공략에 나서는 공무원 헌터들이기에, 실전에서 잘 보이지 않는 현상은 잊은 것일 수도 있다.

이건 보스 몬스터 판별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나는 검을 고쳐 쥐며 말을 이었다.

“지옥의 가고일, C급 보스 몬스터입니다. 레어 타이틀도 붙었네요. 다행입니다, B급이나 A급 던전과 중첩이 일어난 게 아니라.”

“미친! C급 보스 몬스터가 여기 왜 나와?”

“다, 다행이라고 봐야 하나?”

“C급 보스라니! 그럼 D급 헌터가 최소 여섯 명은 필요할 텐데…!”

공무원 헌터들은 경악했지만 이제 그들의 얘기를 들어줄 여유는 없었다.

나는 땅을 박차고 나가며 외쳤다.

“옵니다, 지형지물 잘 활용해서 싸우세요!”

“키에에에엑!!”

지옥의 가고일은 식사를 마친 듯 청동 까마귀를 버리고 포효하더니 또다시 지붕을 뜯어 던져대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달려들기보다는 지형상 이점을 활용한 전술적으로 훌륭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나는 지붕을 피하는 동시에 저택의 벽을 밟고 뛰어올라 녀석에게 검을 휘둘렀다.

쉬이이익-!!

공기를 가르며 가고일과 가까워지는 칼날.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목을 베려던 순간, 가고일이 위로 날아올라 검을 피해버렸다.

“형씨, 무리야! 혼자서 어떻게 C급 보스랑 싸워!!”

“저희랑 같이 공격해요!!”

회심의 일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공무원 헌터들이 협공하자고 소리쳤다.

확실히 무리인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D급 던전을 클리어하려고 들어온 네 명 중 한 명이 혼자서 C급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으니까.

“키케케케켁!!”

가고일도 가소롭다는 듯 날개를 펄럭이며 웃어젖혔다.

그러나 나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느꼈다.

임시 특급 헌터증을 기다리는 동안 던전을 돌아 레벨을 34로 만들기도 했거니와.

[타인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발현됐습니다.]

[수호의 의지]

[5분 동안 모든 스탯의 수치가 5% 상승합니다.]

공무원 헌터들을 지키려 했던 순간, [수호의 의지]가 발동해 스탯이 전체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또 결정적으로 진짜 힘은 아직 반도 보여주지 않았다.

한 차례 공격에 실패하고 착지한 저택 지붕에서, 나는 다시 한번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반월베기]

이전과 다르게 검 끝에 오러를 만들어내 휘둘렀다.

서걱-!

가고일의 한쪽 날개가 잘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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