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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15화 (15/169)

제15화

2장 행운도 만드는 것이다(8)

“괜찮으십니까, 다들? 던전 중첩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멀쩡한 모습.

신대훈은 커진 눈으로 여기저기 살펴봤지만 다들 자잘한 상처만 있을 뿐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예, 맞습니다. C급 던전과 중첩이 있었지만 무사히 클리어했습니다.”

“네? C급 던전을 네 분이…. 아, 금발 헌터분도 오셨나 보군요. 다행입니다!”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던전 중첩이 일어났는데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선뜻 이해되지 않았기에 잠깐 놀라워하던 신대훈이 이내 깨달았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사전에 금발 헌터는 이번 레이드에 참가하지 못하지만, 긴급 상황에는 도와줄 거라는 말을 들었기에 당연히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한상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친구는 오지 못했습니다. 다른 일이 있어서요.”

“예? 그럼 설마 네 분이 클리어하신 겁니까?”

신대훈의 눈이 한층 더 휘둥그레졌다.

그가 보기에 지금 네 명의 전력으로는 절대 C급 보스 몬스터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D급 세 명과 F급 한 명.

신대훈은 임시 특급 헌터증을 발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상우의 등급과 이름을 알게 됐다.

특급 헌터증을 발급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인적사항은 필요했고, 헌터청 인사과장의 위치라면 그 정도의 정보만으로도 국내 헌터의 등급은 알 수 있었으니까.

한상우의 등급은 가장 낮은 F급이며, 각성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초보였다.

그래서.

‘던전팀이 해결했나 보네. 고등급 헌터가 없었는데, 운이 좋았나 보군.’

당연히 공무원 헌터들이 해결했다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F급 헌터가 C급 몬스터를 잡는 데 도움이 될 리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렇게 멀쩡히 돌아온 것만 해도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때, 서춘복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던전 중첩을 클리어하긴 했지만, 네 명이 했다기보단 이 용병님 덕분이었죠. 보스로 나온 가고일도 혼자 잡으셨으니까요!”

“예…?”

사실은 신대훈의 생각과 완전히 달랐다.

‘F급 혼자서 C급 보스를 처치했다고?’

순간, 신대훈은 공무원 헌터들이 농담을 하는 건가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박남일과 안진수가 다가와 신대훈의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오늘 용병 헌터님 보내주신 거,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인사과장님도 같이 가시죠! 이렇게 훌륭한 헌터님을 파견 보내주신 덕분에 살았으니 저희가 한턱 내겠습니다!”

“아, 하하….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낯 뜨거울 정도로 쏟아지는 칭찬에 신대훈은 멋쩍게 웃었다.

‘고생 없이 콩고물만 챙기려고 온 게 아니었나?’

금발 헌터가 오지 않는다는 말에 한상우 혼자 공무원 헌터들의 도움을 받아 던전 클리어비만 챙기러 온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각성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C급 보스 몬스터를 혼자 잡다니.

전투 장면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한상우 역시 확실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신대훈은 던전팀과 함께 한상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혹시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시간이 되시면 식사라도 함께하고 가시죠.”

“죄송합니다만 저는 할 일이 있어서요. 오늘 레이드 고생하셨습니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한상우는 짧게 목례하더니 그대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어, 헌터님! 헌터님!”

“오늘 감사했습니다!”

박남일과 안진수는 내려가는 한상우에게 급하게 외쳤고, 한상우는 가볍게 손을 들어 회답을 했다.

그 모습을 보던 서춘복이 신대훈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저 용병 헌터, 일일 계약입니까?”

“네? 아뇨. 일단 기간제이긴 합니다만….”

“실력이 엄청나던데. 꼭 장기 계약하시죠. 요즘 사람 없다더니 저런 인재를 어디서 구했습니까?”

“그 정도입니까?”

신대훈은 턱을 매만졌다.

한상우를 그저 금발 헌터와의 연결책으로만 생각했는데, 최근 알게 된 그에 대한 정보를 생각해 보니 헌터 자체로도 강점이 있었다.

하지만 과연 실제로 어느 정도의 실력일지가 의문이었는데, 서춘복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죠.”

* * *

“후우, 드디어 돌아왔네.”

해가 진 시각, 나는 원룸으로 돌아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새벽에 출발했는데 집에 돌아온 건 저녁 무렵이다.

만약 헌터청 던전팀의 회식에 따라갔다면?

아직도 집에 오지 못했겠지.

나는 빠르게 퇴근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던전 보초 시절에도 밥값을 아낄 수 있어 회식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가능한 외부와의 소통을 줄이고 단련에 힘쓸 필요가 있었다.

나로서도 첫 레이드였기에 식사 정도는 같이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우우웅-!

씻고 잠시 쉬고 있는 사이, 신대훈이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헌터청 신대훈 과장 -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회식에 참석하지 못하셔서 던전팀 헌터님들이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금일 아이템의 정산이 빠르게 끝나 안내드립니다. 분배금은 알려주셨던 계좌로 입금해 드리며 던전 클리어에 대한 수당은 2주 후에 지급될 예정임을 알려 드립니다. 던전 중첩에 대한 추가 수당, 기여도에 대한 차등 분배가 있으니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메시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오늘 던전팀의 식사가 끝나고, No.135 던전에서 얻은 아이템을 바로 정산한 것이다.

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약 3,000만 원.

확실히 D급 던전에 C급 던전도 중첩돼서 그런지 네 명이서 나눴음에도 적지 않은 금액의 돈이 정산됐다.

물론 던전 클리어에서 내 기여도도 있었고.

계약 당시 신대훈이 자랑하던 낮은 세금과 빠른 일 처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단 한 번의 레이드로 3천만 원을 넘게 벌다니.

지금까지 번 돈 중 가장 높은 금액이라 조금 기뻐해도 되지만 아쉽게도 현재 내게 돈은 뒷전이었다.

지금은 이것보다 더 가슴 뛰는 게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집에 빨리 돌아온 이유도 이것 때문이었다.

[세 번째 업적 - D급 던전을 클리어하세요(1/1)]

[세 번째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메시지를 터치할 시, 보상이 지급됩니다.]

바로 세 번째 업적의 클리어 보상이었다.

지옥의 가고일을 처치한 직후에 뜬 메시지.

보상은 바로 지급받을 수 있었다.

안내대로 메시지를 클릭만 하면 이전처럼 보상이 수여될 것이었다.

하지만 아까는 보는 눈이 많아 차마 수령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패턴을 봤을 때, 보상이 어떤 것일지 예상하는 게 힘든 탓이었다.

만약 허공에서 아이템이라도 떨어진다면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빠르게 집으로 왔다.

마음 편하게 회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도 하거니와, 여긴 아무도 없어 마음 편하게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으니까.

“그럼 보상을 수령해볼까?”

과연 어떤 보상을 줄 것인가.

나는 천천히 메시지에다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세 번째 히든 퀘스트의 보상을 획득합니다.]

[캐릭터 소환의 스킬 레벨이 2에서 3으로 증가합니다.]

[유일 스킬 : Lv 3. 캐릭터 소환]

[캐릭터 소환의 스킬 레벨이 증가함에 따라 선출 가능 횟수가 1회 충전됩니다.]

[현재 소환 캐릭터 : (0/1)]

[보유 캐릭터 : 1]

[선출 가능 횟수 : 1]

‘떴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세 번째 업적의 보상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 번째 캐릭터 소환이었다.

“드디어 다른 캐릭터도 소환할 수 있게 됐군.”

[캐릭터 소환]은 땡길거야만이 아니라, 내가 가진 다른 캐릭터도 소환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땡길거야를 소환했을 때도 그렇게 말했고, 스킬 이름 자체도 땡길거야 소환이 아닌 [캐릭터 소환]이었으니까.

마침내 얻게 된 선출 기회.

나는 주저하지 않고 두 번째 캐릭터 선출을 사용했다.

[두 번째 캐릭터를 소환합니다.]

[선출되는 캐릭터는 무작위입니다.]

‘무작위였어? 아쉽네.’

첫 번째 소환은 위기 상황이었으니 자동으로 소환됐다고 쳐도 두 번째부터는 직접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래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내가 키운 캐릭터 중 대부분은 만렙이니 뭐가 나오든 상관없었다.

그런데.

번쩍-!

섬광이 점멸하고 두 번째 캐릭터가 눈앞에 나타난 순간, 나는 방금 했던 생각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 이름은 제장이! 의지를 제련하는 화산의 대장장이죠. 당신인가요, 제가 모셔야 할 군주님이!”

짧은 키에 초롱초롱한 눈, 그리고 한 손에 든 짤막한 망치가 인상적인 이 남자 꼬마 캐릭터는.

[캐릭터 명 - 제장이]

[레벨 - 10]

[직업 - 대장장이]

<스탯>

[힘 : 35] [민첩 : 14] [지력 : 18] [체력 : 26] [마력 : 11]

<스킬>

[내려찍기] [제련] [거래]

[충성도 : 110 / 999]

이벤트용 창고 캐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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