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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17화 (17/169)

제17화

2장 행운도 만드는 것이다(10)

‘어떤 보상이지.’

충성도 상승 뒤로 연계 퀘스트가 클리어되며 보상이 따라왔다.

과연 어떤 걸 줄 것인가.

나는 떠오르는 메시지를 조용히 관찰했다.

[보상을 습득합니다.]

[꼬마 대장장이의 축복을 습득합니다.]

[패시브 스킬 : Lv 1. 꼬마 대장장이의 축복 - 꼬마 대장장이를 소환할 시, 각인된 아이템의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이번에도 스킬인가?’

비록 연계 퀘스트로 명칭은 다르지만 두 번째 히든 퀘스트와 비슷한 진행과 보상이었다.

그런데.

‘꼬마 대장장이의 축복? 각인 아이템?’

스킬의 설명을 단번에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나한테 득이 되는 스킬인 건 맞는데, 각인된 아이템이라는 처음 보는 용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번쩍-! 덜컹-!

[추가 보상 : 꼬마 대장장이의 복귀 선물이 수여됩니다.]

스킬 설명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섬광이 번쩍이더니 웬 커다란 보물 상자가 방 한가운데 나타났다.

뜬금없이 등장한 추가 보상이었는데 제장이가 상자에 관해 설명해줬다.

“어라? 이건…?”

“아는 거니?”

“네! 제가 군주님을 만나면 드리려고 준비한 선물이에요. 얼른 열어보세요!”

제장이의 재촉에 나는 커다란 나무 궤짝 앞으로 다가갔다.

과연, 설명대로였다.

[꼬마 대장장이의 복귀 선물]

[등급 : 알 수 없음]

[특징 : 꼬마 대장장이가 위대한 존재와의 재회를 기대하며 오랜 기간 걸쳐 만든 선물입니다.]

상자 안에는 빙의했을 때 봤던, 제장이가 만든 아이템이 들어 있는 듯했다.

‘복귀 계정 선물 같은 건가.’

보통 게임에는 그런 이벤트가 있다.

오랫동안 플레이하지 않은 유저가 다시 접속하면 게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특별한 버프나 아이템을 주는 것이다.

제장이의 선물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면 될 듯했다.

캐릭터에게 주는 선물이 캐릭터가 주는 선물로 바뀌었고, 나는 복귀보단 신규 유저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나는 보물 상자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덮개를 열어젖혔다.

안에는 흑색 검과 방패가 들어 있었다.

세트 아이템처럼 통일된 색감과 디자인.

나는 검과 방패를 차례대로 들어 능력치를 살펴봤다.

[꼬마 대장장이의 화산검]

[등급 : 전승]

[효과 : 공격력 +135]

[스킬 : Lv 1. 분화]

[각인 : 꼬마 대장장이의 각인 - 꼬마 대장장이가 각인한 아이템입니다. 차원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꼬마 대장장이의 소환이 해제되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꼬마 대장장이의 화산방패]

[등급 : 전승]

[효과 : 방어력 +80]

[스킬 : Lv 1. 용암 전개]

[각인 : 꼬마 대장장이의 각인 - 꼬마 대장장이가 각인한 아이템입니다. 차원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꼬마 대장장이의 소환이 해제되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전승 아이템이잖아? 그것도 두 개씩이나…!’

아이템을 확인한 순간, 나는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제장이가 만든 무구가 희소 등급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전승 등급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복귀 아이템이 실제 등급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전승이라는 등급은 쉽게 볼 수 없었다.

전승 등급은 A급 헌터 정도 돼야 한두 개씩 장만한다고 하는 아이템이니까.

“혹시… 마음에 안 드세요? 다른 거 만들어 올까요?”

아무 말 없이 아이템을 바라보자 좋아하지 않는 줄 안 것일까?

제장이가 손끝을 만지작거리며 내 눈치를 봤다.

“아니, 마음에 들어. 엄청.”

나는 제장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녀석을 안심시켰다.

위로 차원의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그간 다른 캐릭터를 키우느라 접속도 못 했는데 이렇게 좋은 선물을 받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그러자 내 마음을 느꼈는지 제장이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와, 기뻐요! 군주님 마음에 드시다니!”

“고맙다, 제장아. 이 아이템들, 잘 쓸게.”

“정말요? 그럼 엄청난 영광일 거 같아요!”

“이렇게 좋은 장비를 쓸 수 있는 내가 더 영광이지.”

나도 제장이에게 미소로 화답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때였다.

[마나가 10% 남았습니다.]

허공에 메시지가 뜨면서 마나가 거의 다 떨어졌음을 알려왔다.

마나 포션을 챙겨오긴 했지만, [캐릭터 소환]을 많이 사용하진 않은 터라 포션을 먹을 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제장이의 소환 시간은 제법 길었다.

땡길거야와 레벨 차이가 있기 때문인지, 제장이의 소환을 유지하는 데에는 마나 소비가 훨씬 적었던 것이다.

‘다행히 마나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소환할 수 있는 캐릭터도 생겼군.’

제장이도 내 마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아는 듯했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네요.”

“너무 아쉬워하지 마. 또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진짜요? 감사합니다, 군주님! 언제든 불러주세요!”

“그래, 선물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다. 쉬고 있어.”

휘익-!

[캐릭터 : 제장이의 소환을 해제합니다.]

나는 제장이의 소환을 해제한 뒤, 다시 한번 검과 방패를 바라봤다.

땡길거야의 경우엔 녀석의 아이템도 소환 해제와 동시에 하이어로 돌아갔지만 제장이가 만든 아이템은 달랐다.

제장이의 소환이 해제됐음에도 여전히 내 손에 남아 있었다.

이번 아이템의 경우 ‘각인’의 효과로 하이어의 아이템을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게 각인의 효과라면, 다른 아이템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몰라.’

나는 검과 방패를 한쪽에 잘 보관하고, 다음 업적에 대해 생각했다.

‘이번에도 엄청 강해졌네. 다음은 50레벨 달성인가?’

각성한 이후, 하루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다 보니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게 절로 즐거웠다.

다음 업적은 50레벨을 달성해야 개방되는 상태.

내일부터 50레벨까지 던전을 돌려면 지금부터 휴식을 취하는 게 좋았다. 피곤이 몰려오기도 했고.

하지만.

‘아직 쉴 순 없지.’

나는 폰을 꺼내 하이어에 접속했다.

다른 헌터들이 본다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성장했지만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

이것이 나를 게임에서 최고로 만들어준 신조다.

그리고 이제는 게임 캐릭터의 강함이 곧 나의 무력이기도 하다.

비록 비인기 직업인 대장장이라고 해도 반드시 만렙으로 키워야 하는 것이다.

“질리도록 달려보자, 제장아.”

나는 하이어 속에서 아장아장 뛰는 제장이를 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 * *

“흠, F급이라….”

헌터청 인사과 사무실, 신대훈은 모니터에 뜬 헌터 정보를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F급 헌터 한상우.

그의 시선이 꽂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한상우의 헌터증 이미지였다.

헌터에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짜.

신대훈은 한상우의 헌터증을 살펴보다가 바탕화면의 동영상을 더블 클릭했다.

그러자.

툭툭툭-! 서걱-!

-키에에에에엑!!

한상우가 저택의 벽을 타고 올라가 지옥의 가고일의 날개를 베어버리는 장면이 재생됐다.

제14 던전팀의 바디캠에 녹화된 영상이었다.

D급 던전에 C급 던전이 중첩되어 상대하게 된 보스 몬스터.

헌터청에 등록된 정보에 따르면 지옥의 가고일은 중거리에서의 화염구, 비행 능력, 소환수 소환 등 귀찮은 능력이 많아 처치하기 까다로운 몬스터다.

일반적으로 D급 헌터라면 여섯 명, C급 헌터라면 세 명 이상이 돼야 수월하게 잡을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보통 C급 헌터 한 명이 D급 헌터 두 명의 전투력과 비슷하다고 하니 단순하게 계산해봐도 한상우는 C급 헌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혼자서 상대한 거나 다름없단 말이지….”

그렇다면 한상우는 B급이란 말인가? 각성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그건 말도 안 돼. SS급 헌터인 최대천 헌터청장님도 이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진 않았어. 뭔가 더 많은 자료가 있으면 좋을 텐데….’

지옥의 가고일과 한상우가 싸우는 모습이 찍힌 건 이게 다였다.

이후는 망령에 둘러싸여 한상우가 가고일과 싸우는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전 까마귀들과의 전투에서는 잘 싸우긴 했으나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고.

‘금발의 헌터도 그렇고, 완전 미스터리가 따로 없네.’

스킬 검증실의 샌드백을 터트린 금발 헌터도 그랬지만 그 친구인 한상우도 이상하리만치 강했다.

도저히 견적이 나오지 않는 헌터들.

얼마나 강한지 정확히 알아야 계약금이라도 제시하며 영입을 할 텐데 정확한 실력을 알지 못하고, 또 숨기고 있으니 신대훈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한창 고민하는 신대훈의 옆으로 서상재 대리가 다가왔다.

“과장님, 아신 길드에서 지원 요청이 왔는데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

“지원 요청? 그 대길드에서 왜?”

아신 길드.

대한민국 5대 길드로 손꼽히는 대길드 중 하나다.

평소엔 콧대가 높아 헌터청의 요청에도 잘 움직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 요청이라니.

신대훈이 의자에 앉은 채 미간을 찌푸리자 서상재 대리가 서류 하나를 건네며 설명했다.

“얼마 전 사상자가 나왔던 C급 No. 223 던전, 별칭 얼음 요새 클리어 협업 때문입니다.”

“얼음 요새? 벌써 거기 클리어할 시간 됐어? 거기 위험 던전 맞지?”

“네. 지난 1년 동안 그곳에서만 열 명이 목숨을 잃었죠. 그래서 이번에 아신 길드에서는 B급 한 명, C급 두 명을 파견한다고 합니다. 저희 쪽에서도 비슷한 등급과 인원을 보내주길 바라고 있고요.”

위험 던전.

인명 사고가 많이 나는 던전을 부르는 명칭으로, 이런 던전은 실력 있는 대길드와 헌터청이 협업해서 클리어하는 경우가 많다.

한 달 동안 던전을 클리어하지 않으면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니, 투입 인원을 늘려서 최대한 안전하게 클리어하는 것이다.

서상재 대리의 설명에 신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C급 던전을 클리어하기엔 과하지만, 위험 던전이니 확실히 제대로 가는 게 좋겠지. 그런데 지금 우리 던전팀 중에 갈 수 있는 팀이 있나?”

“없습니다. 다들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비교적 널널한 건 D급과 E급 공무원 헌터고요.”

“하아, 난감하네….”

신대훈이 관자놀이를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근래 점점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었다.

던전 클리어부터 헌터 범죄자 체포 등 공무원 헌터가 필요한 곳은 많은데, 유능한 헌터들은 거액을 제시하는 대길드나 전망 있는 중견길드 등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상재 대리도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냥 사실대로 인원이 없다고 얘기하고, 사흘 뒤에 클리어하자고 할까요? 알아보니 사흘 뒤에는 한 팀 스케줄 되더라고요. 던전 브레이크가 간당간당하지만,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흘까지 못 버틸걸. 얼음 요새면 당장 던전 브레이크가 터져도 안 이상해.”

“그럼 방법이…. 요즘에 C급 이상은 용병도 잘 안 하려고 해요. 만약 하더라도 최소 일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하고요.”

“후우, 내가 알아볼게. 간만에 인맥 발휘 좀 해야겠구만.”

신대훈은 의자에서 일어나 뭔가 대단한 걸 준비하기로 하듯 목과 손을 풀며 거창한 말투로 말했다.

암울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과장된 행동을 한 것이었는데, 그 모습에 서상재 대리가 작게 웃으며 화답했다.

“큭큭, 아는 분이라도 있으세요? 헌터청에 있던 고등급 헌터들은 과장님 재미없다고 싫어하잖아요.”

“있어, 럭키 박스처럼 속은 알 수 없는데 결과는 환상적인 사람.”

신대훈은 슬쩍 모니터를 쳐다본 뒤, 핸드폰으로 문자 작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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