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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25화 (25/169)

제25화

3장 피할 수 없는 싸움(8)

이규진이 몬스터가 됐을 때 생성됐던 긴급 퀘스트.

녀석을 처치했으니 이제 그 보상을 받을 차례였다.

과연 어떤 게 나올 것인가.

나는 손가락으로 긴급 퀘스트 완료 메시지를 눌렀다.

그런데.

[긴급 퀘스트 완료 보상이 수여됩니다.]

[이규진의 스킬을 하나 습득할 수 있습니다.]

[스킬이 담긴 카드가 나열됩니다.]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촤르르륵-!

보상 수여 방식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랐다.

허공에 나열된 여섯 개의 은빛 카드.

무작위로 정해지거나 강제적으로 수여되던 것과 다르게 내가 선택하게끔 바뀌었다.

‘이규진이 가지고 있던 여섯 개의 스킬 중 하나를 습득할 수 있나 보네. 그런데 뭘 골라야 하지?’

나는 턱을 매만지며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카드를 바라봤는데….

사실 살펴보는 게 의미 없는 짓이었다.

카드 색깔은 모두 같고, 설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한가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잠깐, 혹시….’

나는 서둘러 실행에 옮겼다.

[캐릭터 소환 : 제장이]

“안녕하세요, 군주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제장아. 여기 카드 보이지? 내 앞으로 가서 카드에 뭐 적혀 있나 봐 줄래?”

“네, 군주님!”

현재 내 시야에선 카드 뒷면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캐릭터를 이용해서 앞면을 본다면?

어쩌면 스킬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캐릭터 소환]을 이용해 보상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려 한 것이다.

그러나.

“없어요, 군주님! 그냥 은색으로 빛나기만 하는데요?”

“역시 안 되네. 도와줘서 고맙다. 들어가서 쉬어.”

“도움이 못 되어 죄송해요, 군주님.”

“아니야,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뭐.”

“네…. 또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군주님.”

내 위로에도 제장이는 약간 시무룩해져서 돌아갔다.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게 어지간히도 섭섭했나 보다.

나름 머리를 굴려 아이디어를 내봤으나, 아쉽게도 꼼수는 통하지 않았다.

‘정석대로 하는 수밖에 없겠네.’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정공법.

운에 맡기는 것이긴 하지만, 나는 정면 돌파를 택해 나열된 카드 중 가운데에 있는 걸 골랐다.

그 순간.

번쩍-!

[이규진의 스킬 중 하나를 습득합니다.]

[스킬 : 침투를 습득했습니다.]

[스킬 : Lv 1. 침투 - 시전 대상의 사각지대로 파고듭니다. 마나 5 소모.]

섬광이 일더니 빛이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침투? 그때 그거인가 보네.”

내가 선택한 이규진의 스킬은 [침투]였다.

그리고 스킬 설명이 뜬 순간, 나는 어떤 것인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상대방의 시야에서 사라져 옆이나 뒤로 빠르게 이동하는 기술.

생각해보면 녀석이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지며 단검을 휘두른 탓에 목숨이 위험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실제로 전투 막바지에는 독이 묻은 단검에 베이기도 했고.

‘뭐, 나쁘지 않네.’

[캐릭터 소환]이나 [제국기사단의 검술] 같은 사기급 스킬에 익숙해져서 그렇지 [침투]도 굉장히 좋은 스킬이다.

직접 상대했을 때 까다롭기도 했고, B급 헌터가 가지고 있던 스킬이니까.

‘이제 해야 할 일은… 레벨업인가?’

보상을 수령한 후, 나는 퀘스트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업적 보상 수령 후, 새롭게 바뀐 메시지들이 떠 있었다.

[네 번째 업적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다섯 번째 업적은 선행 조건을 달성할 시 개방됩니다.]

[선행 조건 - 레벨 75 달성(50/75)]

[히든 퀘스트 : 군주의 업적(4/10)]

[모든 업적 달성 시, 히든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레벨 75 달성.

네 번째 업적의 선행 조건은 레벨 50 달성이었는데 이번엔 75였다.

바로 다섯 번째 업적이 열리지 않은 게 아쉬웠지만, 어떻게 보면 지금 내 목적에 딱 부합하는 것이었다.

이번 일로 인해 대형 길드와도 엮이게 됐고, 외부에 얼굴도 알려지게 됐다. 예전처럼 혼자서 조용히 레벨업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니 주목을 받고 시끄러워지기 전에 최대한 레벨을 많이 올려둘 필요가 있었다.

나는 상태창을 열어봤다.

[상태창]

[이름 - 한상우]

[레벨 - 50]

[고유 특성 - 하이어의 군주]

<스탯>

[힘 : 86] [민첩 : 75] [지력 : 58] [체력 : 78] [마력 : 83]

<스킬>

[유일 스킬 - Lv 4. 캐릭터 소환] [Lv 1. 제국기사단의 검술] [Lv 1. 수호의 의지] [Lv 1. 꼬마 대장장이의 축복] [Lv 1. 분화] [Lv 1. 용암 전개] [Lv 1. 침투]

<특성창 열기>

<장비>

현재 내 레벨은 50.

얼음 요새를 다녀왔지만 고등급과의 파티로 인해 [독존]의 페널티, 경험치 99% 감소를 겪다 보니 레벨업이 되지는 않았다.

그 고생을 했는데 1레벨도 올리지 못하다니.

확실히 [독존]의 페널티를 생각하면 앞으로 레이드는 혼자서 진행하는 게 좋을 듯했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하면 좋으려나.’

보상 수령 후, 다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문득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떠올랐다.

나는 제장이의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하나 꺼냈다.

[다섯 번째 열쇠 조각]

[등급 : 일반]

[특징 : 다섯 번째 열쇠 조각입니다.]

황금색의 작은 쇠붙이.

몬스터 이규진이 유일하게 드랍한 아이템이었다.

단검과 갑옷 등 인간 이규진이 착용하고 있던 아이템은 몬스터 이규진이 죽으면서 함께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열쇠는 이규진이 죽은 뒤에 몬스터의 아이템처럼 드랍됐다.

이규진이 들고 있던 것인지, 아니면 몬스터가 되면서 드랍한 것인지 알 순 없지만 어쨌든 전리품으로 떨어진 것이다.

등급도 일반으로 최하인 데다 사용처도, 효과도 알 수 없는 열쇠 조각.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버릴 수는 없었다.

다섯 번째라는 건 첫 번째부터 네 번째도 있다는 거니까.

그리고 수없이 많은 게임을 한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보통 이런 아이템은 모두 모으면 좋은 보상을 주는 경우가 많다.

‘우선 들고 있어 보자. 언젠간 단서가 보일 날이 있겠지.’

나는 열쇠 조각을 다시 제장이의 인벤토리에 보관한 후,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 * *

밤이 깊은 시각, 서울 성북동의 한 대저택.

한쪽에 20명은 족히 앉을 법한 기다란 식탁 주변으로 다섯 명의 신형이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거실에 내려앉은 적막.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식탁 한가운데 앉아 있던 덩치 큰 신형이 마침내 입을 뗐다.

“제14 진행팀의 팀장 이규진과 강두식이 죽었다고?”

“예, 지부장님. 얼음 요새에서 희생됐다고 합니다.”

식탁 한가운데에 앉은 신형, 지부장의 물음에 안경을 쓴 실루엣의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에 지부장이 팔짱을 끼며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업의 진행률은 얼마나 됐지?”

“두 사람에게 내렸던 임무가 완수되면 85%가 되는 상황이었는데 현재 75%로 떨어졌습니다.”

“성공하기 직전에 미끄러졌군. 이규진이 가지고 있던 열쇠 조각의 행방은 찾았나?”

“그게…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보안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열쇠 조각을 나눠 보관하는 게 아니었는데….”

안경을 쓴 여인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러자 지부장이 괜찮다는 듯 손을 들며 말했다.

“자책할 필요 없다. 윤 비서, 네 전략은 훌륭했으니까. 다만 이규진이 약했을 뿐이지. 부지부장, 열쇠 조각은?”

지부장의 질문에 윤 비서의 맞은편에 앉은 신형이 대답했다.

“나침반이 작동하지 않는 걸 봤을 때, 누군가 가져간 것 같아.”

“이규진을 죽인 녀석이 획득했단 말이로군. 누가 둘을 처치한 거지?”

“아직 거기까진 밝혀내지 못했어. 다만 두 사람과 함께 들어간 헌터들의 등급은 알아냈는데 C급 한 명에 D급 네 명, 등급 비공개 용병 한 명이었어. 그리고 C급과 D급들은 상황 종료 직후 병원으로 갔지만, 용병은 치료도 받지 않고 귀가했다고 해.”

“정황상 그 등급 비공개라는 용병이 획득했을 가능성이 크군.”

부지부장의 보고에 지부장이 빠르게 결론을 유추해냈다.

그러자.

“당장 정보요원들을 풀까요?”

“그 용병의 정체만 밝혀지면 바로 습격해서 찾아올 수 있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지금껏 입도 뻥긋하지 않던, 지팡이를 쥔 신형과 등 뒤로 대검을 멘 인물이 차례대로 말했다.

윤 비서도 힘을 더했다.

“제1 지원팀장과 제1 진행팀장의 의견이 제일 빠른 성과를 낼 것 같습니다.”

유력한 용의자를 즉각 추적하고, 원하는 것을 되찾는 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지부장은 고개를 가로저을 따름이었다.

“급하게 할 필요 없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칠 뿐이야.”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지부장의 말에 부지부장이 질문했다. 지부장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아신 길드와 헌터청에서 우릴 찾으려고 혈안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괜히 나섰다가 꼬리만 밟힐 수 있지.”

“가만히 있자는 거야? 그럼 열쇠 조각을 못 찾을 텐데?”

“그럴 리가. 용병의 정체가 드러나면 습격해서 열쇠 조각을 찾아와야지.”

“그러니까 어떻게? 가만히 있으면 누가 정보를 물어다 주기라도 해?”

“정답이다.”

“엥…?”

지부장의 대답에 부지부장이 볼을 긁적였다.

알아듣지 못한 건 나머지 신형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다들 말없이 지부장의 말을 경청했고.

“녀석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게 우리뿐일 것 같나?”

“아…!”

이내 그 뜻을 깨달았다.

지부장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루미나스 두 명을 처치하고, 무고한 헌터들을 구해낸 등급 미상의 용병. 아마 대부분의 길드가 탐낼 것이다.”

“그렇네요. 정보를 비공개로 하는 용병들은 귀찮은 걸 싫어해서 길드 활동을 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니까요. 아직 소속이 없을 가능성이 높죠.”

“헌터청이 막아준다고 해도, 수많은 길드 중 인맥이 있는 한 명만 발설해도 금방 퍼지겠어요.”

윤 비서와 지원팀장이 지부장의 말에 동의했다.

물론, 등에 대검을 멘 제1 진행팀장은 몸이 근질거린다는 듯 어깨를 들썩일 뿐이었다.

“쳇, 누군지 알기만 하면 바로 때려잡을 텐데요.”

“조금만 참도록.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저절로 정체가 드러날 거다. 그리고 그때….”

짙은 어둠 속, 지부장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루미나스의 힘을 보여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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