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44화 (44/169)

제44화

5장 보너스 타임(2)

[세 번째 열쇠 조각]

[등급 : 일반]

[특징 : 세 번째 열쇠 조각입니다.]

[효과 : 모든 열쇠 조각을 모으면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3/5)]

손바닥 위에 놓인 황금색 열쇠 조각.

몬스터 홍진성을 처치한 후, 얻은 유일한 아이템이었다.

다른 건 나오지 않았다.

SS급 몬스터를 처치하고 획득한 것치고는 다소 부실해 보이는 보상.

그러나 실망할 일은 아니었다.

“뭔가 점점 형태가 완성되어 가네.”

[세 번째 열쇠 조각]

[네 번째 열쇠 조각]

[다섯 번째 열쇠 조각]

다 모으면 좋은 보상을 줄 거 같은 열쇠 조각을 세 개나 모으기도 했거니와 이번 사건을 통해 사막 던전의 아이템들과 폭렙업, 세 번째 캐릭터 소환 등 다양한 보상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다음 업적을 받기도 했고.

[다섯 번째 업적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여섯 번째 업적은 선행 조건을 달성할 시 개방됩니다.]

[선행 조건 – 레벨 100 달성(96/100)]

[히든 퀘스트 : 군주의 업적(5/10)]

[모든 업적 달성 시, 히든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여섯 번째 업적은 앞선 것들과 마찬가지로 100레벨이 돼야 도전할 수 있는 선행 조건이 있었다.

다만 난도가 그리 높진 않았다.

루미나스 헌터들을 상대하고 보니 이미 레벨이 96이 되어 있었다.

남은 레벨은 4.

지금까지의 속도로 볼 때 C급 이상 던전을 혼자서 두세 번 돌면 100레벨을 달성할 수 있을 듯했다.

시도만 하면 금방 할 수 있으니 지금은 휴식을 취해도 괜찮았다.

‘오랜만에 쉬는 거니까 이쪽으론 신경 쓰지 말자.’

나는 열쇠 조각을 땡길거야의 인벤토리에 넣은 후, 다시 매트리스로 돌아와 누웠다.

정산도 끝냈으니 본격적으로 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던전 레이드와 게임을 빼면 딱히 할 게 없는 건 여전했다.

궁여지책으로 영상 사이트에 들어가거나 웹소설, 웹툰 어플 등에도 접속해 봤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할 건 게임밖에 없나.’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많이 먹는다고 막상 휴식 시간을 가져도 자연스레 게임 쪽으로 관심이 갔다.

‘제장이 레벨업이나 하자. 다크어둠 아이템도 한번 정비하고.’

나는 하는 수 없이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그래도 집에 왔으니 핸드폰으로 하는 것보단 PC로 접속하는 게 좀 더 편하고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컴퓨터로 하이어에 접속한 순간.

<축하합니다!>

<캐릭터 육성 퀘스트 완료>

<대장장이 레벨 100 돌파>

<보상으로 현실의 아이템 중 하나가 업그레이드 가능한 상태로 바뀝니다.>

뜬금없이 모니터에 메시지가 떴다.

“뭐지? 업그레이드?”

난생처음 보는 문구였다.

대장장이 캐릭터한테 이런 퀘스트가 있다는 건 들어 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현실의 아이템 중 하나가 업그레이드 가능한 상태로 바뀐다니.

우선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제장이 캐릭터로 하이어에 접속해봤다.

<스킬 : 격상 조건 달성!>

<대장장이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군주의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격상 퀘스트>

<아이템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재료를 모으세요.>

<최고급 철광석(0/20)>

<결속의 결정(0/5)>

<새벽의 보석(0/1)>

‘격상? 아이템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건가?’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

게다가 군주의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니.

정확하게 어떤 걸 얘기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확인을 위해 나는 우선 퀘스트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하이어 내에서 제장이를 플레이해 철광석을 캐고, 잡몹한테 나온 결속의 가루를 결정으로 만들었다.

마지막엔 100레벨에는 버거운 보스 몬스터도 컨트롤로 잡아 새벽의 보석을 얻었다.

그러자.

<하이어의 재료는 모두 모았습니다.>

<현실에서 아이템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재료를 수급하세요.>

<정화의 샘물(0/1)>

연계 퀘스트가 떠올랐다.

다만 특이하게도 다음 재료는 현실에서 구하라고 되어 있었는데, 나는 곧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정화의 샘물.

몬스터 물의 정령이 주로 등장하는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물의 정령이 출현하는 던전들은 풍경이 아름다워 헌터들의 인기 포토 스팟이기도 했다.

그 던전들의 등급은 대부분 C급이고 우리나라에서 형성된 곳은 부산과 여수 등 바다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통칭, 물의 던전.

‘멀다….’

서울에는 형성된 곳이 없었고, 그나마 가까운 인천은 인기가 많아서인지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입찰이 매진이었다.

빠르게 입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부산 No. 389 던전의 입찰이 완료되었습니다.>

습관이 무섭다고, 방금 검색하던 도중 부산에서 취소 표가 떠 물의 던전 진입권을 입찰받게 된 것이다.

이제 이대로 몸만 내려가면 되는데, 차도 없이 아랫지방으로 내려간다는 게 여러모로 부담이 됐다.

‘취소할까. 아니면 그냥 갈까.’

최근 워낙 정신없이 달리고, 큰 사건에도 휘말려서 그런지 오늘은 푹 쉬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갈팡질팡하고 있던 찰나.

<격상 퀘스트 완료 보상 미리보기 : 찬란한 현자의 팔찌가 전승 등급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퀘스트 완료 보상을 미리 볼 수 있었다.

‘찬란한 현자의 팔찌가 전승 등급으로 업그레이드 된다고? 꽤 큰 보상이잖아?’

첫 퀘스트 완료 보상.

원래 현자의 팔찌는 고급 등급이었는데, 업적 보상으로 수식언인 ‘찬란한’이 붙으며 희소 등급이 되었다.

덕분에 마나의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마법 저항까지 생겨 홍진성을 상대할 때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아이템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다니.

“전승 등급은 못 참지.”

성공적으로 No. 389 던전 입찰을 마친 뒤, 나는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쉬기로 하지 않았냐고?

내게 최고의 휴식은 득템이다.

* * *

“부지부장이… 어떻게 됐다고?”

성북동 대저택의 지하실.

루미나스 한국 지부장, 마강진은 비서의 보고에 수건으로 땀을 닦던 걸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막 폐관 수련을 끝내고 올라온 터라 귀가 어떻게 된 줄 알았다.

그러나 비서가 반복하는 보고의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한상우 기습 작전이 실패했습니다. 부지부장, 제1 진행팀장, 제1 지원팀장, 일반 단원 135명 등 총 138명이 사망했습니다. 부상자는 없습니다. 전멸…입니다.”

팔락-.

비서가 침울한 표정으로 사망자 명단을 지부장에게 건넸다.

마강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명단을 훑어봤다.

멀리서 찍은 사건 현장의 사진과 함께 수많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비서의 보고는 사실이었다.

그때, 익숙한 배경이 마강진의 눈을 사로잡았다.

“여긴 제3 실험실 아닌가?”

“예, 작전 도중 후퇴해서 실험실에 함정을 팠는데 오히려 역으로 당한 것 같습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 용병은 B급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게… 한상우와 함께 던전을 돌던 헌터가 강철만이었다고 합니다. 부지부장님은 보고를 듣고, 지원을 나갔다가 참변을 당했고요.”

“강철만이…?”

“아무래도 앞에 있었던 사건으로 친분이 생겨 같이 레이드를 돈 것으로 추측됩니다. 타이밍이 안 좋았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군. 아무리 강철만이라도 이렇게 많은 인원을 혼자 처치할 순 없을 텐데.”

비서의 보고에 마강진은 다시 사건 현장의 사진을 주시했다.

제3 실험실이 있던 폐공장이 분화구처럼 푹 파여 있었고, 잔해들의 상태를 봤을 때 이 정도 힘을 내려면 최소한 SS급은 되어야 할 것이었다.

게다가 잔해들이 찌그러져 있는 모양을 보니 검격이 아닌 염력으로 뭉갠 것에 가까워 보였는데, S급인 홍진성의 염력으로는 이 정도의 위력을 낼 수 없다.

마강진이 사진을 보며 물었다.

“출동 인원들은 강화 포션을 들고 갔나?”

“예, 규정대로 모두 세 개씩 지참해 갔습니다. 안전성 테스트를 통해 그 정도 용량은 무리가 없다고 판명됐거든요.”

“그럼 더더욱 이상하군. 사진으로 봐도 홍진성이 강화 포션을 마셔서 강철만과 맞먹는 SS급 힘을 낸 것 같은데 전멸이라니….”

“확실히 그렇네요. 추가 조사를 지시해 보겠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군. 그리고 강철만과 그 한상우라는 용병의 상태는 어떻지?”

“그게…. 헌터청의 정보원에 따르면 병원에 실려 가긴 했지만, 경상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허, 어처구니가 없군.”

목숨까지 잃어가며 싸웠는데 중상도 입히지 못하다니.

마강진은 헛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홍진성, 그 녀석이 결국….’

학창 시절부터 함께 해왔던 친구.

눈물은 나지 않았다.

헌터들의 세상에서, 특히 강자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루미나스에게 죽음이란 언제 어디서든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니까.

홍진성과 오랜 시간을 보낸 만큼 언제든 사별할 수 있다는 각오를 했기에 생각했던 것만큼 슬프진 않았다.

오히려 슬픔보다는 분노가 치밀었다.

마강진이 손을 내리자 독기가 가득 찬 눈빛이 비서를 향했다.

“남은 병력은 얼마나 되지?”

“제2 팀부터 제20 팀까지, 전투 병력은 70% 정도 남았습니다. 혹시 직접 나서실 생각이신가요?”

“아니, 강철만과 용병 녀석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는데 막무가내로 들이댈 순 없지.”

비서의 물음에 마강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홍진성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사태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는 것.

부지부장을 비롯한 루미나스 100여 명이 단 두 명의 헌터에게 전멸당했는데 무턱대고 덤벼들 순 없었다.

분명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

그걸 먼저 찾아야 했다.

“지금부터 봉인해뒀던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한다. 전국의 모든 루미나스에게 알려라.”

마강진은 한 손으로 보고서를 구기며 말을 이었다.

“전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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