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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75화 (75/169)

제75화

8장 높은 곳으로 한 걸음(10)

버선발로 맞이한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일까.

강철만은 한상우를 보자마자 단숨에 뛰어가 두 손을 맞잡았다.

대한민국 대표 SS급 헌터에게 받는 극진한 대접.

다른 헌터라면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몰랐을 테지만, 한상우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남사스럽습니다, 길드장님.”

격하게 환영해주는 건 고마웠지만, 부담스러움을 느껴 악수한 손을 뺀 것이다.

강철만도 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하핫, 죄송합니다. 너무 반가워서 그만. 그런데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건 어떻게 알고 오신 겁니까? 악몽의 던전 레이드는 내일로 예정되어 있는데요.”

타이밍에 맞게 와준 건 고마웠지만 자신처럼 사전 준비를 위해 주변에 와 있었을 리는 없었기에 강철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남희건 비서실장님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다더군요. 그걸 듣자마자 바로 온 것이고요.”

아신 길드의 비서실장, 남희건이 빠르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리고 연락을 돌린 건 한상우뿐만이 아니었다.

“어이없네. 갑자기 웬 던전 브레이크야? 시간 많이 남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야.”

붉은색 자수가 새겨진 길드복을 입고, 직도 형태의 세이버를 든 여인.

매화 길드의 길드장, 지소영도 빠른 속도로 다가와 합류했다.

한상우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때에 맞춰 온 지원.

하지만 강철만은 그녀를 한상우만큼 반기지는 않았다.

“뭐야? 지소영, 너도 우리 비서실장한테 연락받고 온 거야?”

“맞아, 근데 왜 이렇게 시큰둥해? 저 헌터는 멀리서 봐도 티가 날 정도로 엄청 반갑게 맞이하더니.”

“푸하핫, 1등한테 주는 특혜야. 억울하면 좀 더 일찍 왔어야지. 인사드려. 디바인 실드 추천 시험에 응시하기로 했던 한상우 헌터님이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툴툴거리는 지소영의 반응이 웃겼던 것일까.

강철만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더니 지소영에게 한상우를 소개했다. 그러자 지소영도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

“알고 있어. 요즘 제일 핫한 인물이잖아? 반가워요, 매화 길드의 길드장, 지소영이에요.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네요.”

지소영은 한상우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강철만과 마찬가지로 SS급 헌터로서 유명세를 떨치는 지소영이기에 누군가에겐 인사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영광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한상우는 그녀의 악수를 받지 않았으니.

깡-!!

통성명을 하려는 순간, 웬 창이 날아온 탓이었다.

“키케케켁!!”

[악랄한 밤의 도굴꾼(S)]

저 멀리, 던전 포탈에서 나온 몬스터가 세 사람을 향해 창을 투척하며 괴성을 질러댔다.

“…한상우입니다. 인사는 나중에 마저 하도록 하죠.”

한상우는 짤막하게 답한 뒤, 땅을 박찼다.

고등급 던전 브레이크는 총 세 차례에 걸쳐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첫 번째 웨이브가 끝나고 이제 두 번째 웨이브가 시작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소영과 강철만은 한상우의 뒷모습을 보며 나직이 웃었다.

“후훗, 칼 같은 성격이네. 신인답지 않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지. 내가 왜 추천하는지 알겠지?”

“인정할게. 하지만 중요한 건 실력이야. 던전 브레이크 해결하면서 얼마나 잘하나 보겠어. 악몽의 던전은 초보자한테 힘들겠지만, 인생은 실전이니까 말이야.”

“좋아, 우리도 얼른 가자고. 테스트도 중요하지만 피해 없이 던전 브레이크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니까.”

두 사람도 세이버와 대검 등 각자의 무기를 고쳐 쥔 뒤, 악몽의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 무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사냥이 시작됐다.

포탈에서 나온 수십 마리의 몬스터 틈으로 한상우가 정면으로 파고들자 강철만과 지소영이 양옆에서 협공을 펼친 것이다.

“하아아아앗!!”

“키에에엑!!”

[악랄한 밤의 도굴꾼(S)을 처치했습니다.]

강철만은 대검을 휘둘러 창을 든 도굴꾼의 몸을 갈랐다.

전투 양상이 처음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아까보다 편해.’

강철만은 대검을 휘두르며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진 것을 느꼈다.

이건 지소영도 마찬가지였다.

‘엄청 널널해. 아군이 열 명은 더 있는 느낌이야.’

전투 인원이 비록 세 명밖에 되지 않지만 최소 열 명은 되는 인원들과 함께 싸우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흐읍…!”

“키에에에엑!!”

한상우 혼자서 S급 몬스터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고 우위를 점하며 썰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흡사 악몽의 던전 몬스터들에게 원한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열성적인 모습이었는데,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악랄한 밤의 도굴꾼(S)을 처치했습니다.]

[악랄한 밤의 도굴꾼(S)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20배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힘 +1, 민첩 +1을 획득합니다.]

대략 다섯 마리에 1레벨씩.

몬스터를 처치할 때마다 레벨이 쑥쑥 오르니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짜 노다지가 따로 없네. 레이드도 나름 할 만하고.’

한상우는 화산검으로 도굴꾼의 목을 베고 심장을 꿰뚫으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조금 전 던전 브레이크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한상우는 반신반의했었다.

일전에 황대건과 홍진성 등 S급과 SS급으로 분류된 몬스터를 상대해 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이 몬스터가 된 경우였고, 순수한(?) S급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긴장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그동안 꾸준히 레벨업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잡몹이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악몽의 던전 몬스터들은 의외로 쉽게 죽었다.

일격은 아니어도 [침투]로 접근해 [급소 찌르기]나 [반월 베기] 등을 네다섯 번 먹이면 소멸한 것이다.

그리고 한상우의 무기는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캐릭터 : 땡길거야가 악랄한 밤의 도굴꾼(S)을 처치했습니다.]

[캐릭터 : 다크어둠이 악랄한 밤의 도굴꾼(S)을 처치했습니다.]

순간 소환을 이용해 땡길거야나 다크어둠으로 적들을 처치하기도 했다.

이제 순간 소환도 완전히 손에 익은 덕분에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SS급 헌터인 지소영과 강철만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뭐야, 엄청… 잘 싸우잖아? 정말 B급 맞아?”

“전에 말했지? 보면 분명 반하게 될 거라고.”

전투 도중 지소영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자, 강철만이 뿌듯하다는 듯이 한마디를 남기곤 다시 전장으로 향했다.

한상우의 활약에 대체 왜 강철만이 으스대는 건지 지소영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반박할 수도 없었다.

강철만의 말마따나 점점 끌리는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한상우에 대해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그냥 조금 뛰어난 헌터인 줄 알았다.

신예로 떠오르는 건 사실이고, F급에서 B급으로 성장한 속도 역시 빨랐지만 어디까지나 S급도 되지 않는 헌터였으니까.

사실 SS급 헌터 정도 되면 실력자는 하루에도 십수 명씩 본다. 해외로 나가 보면 불세출의 천재라 일컬어지는 헌터는 더 많이 마주하고.

그래서 한상우도 그들과 비슷한 수준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직접 보니 천재라 불리는 이들과 비교해도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지금 전투만 해도 그렇다.

B급 헌터가 몇 번 안 되는 합에 S급 몬스터를 처치하는 건 다른 천재 헌터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악랄한 밤의 존재를 마주해 악몽의 영향을 받습니다.]

[두려움을 느낍니다.]

[일시적으로 스탯의 수치가 5% 감소합니다.]

[움직임이 10% 둔화됩니다.]

[스킬의 위력이 5% 감소합니다.]

악몽의 영향에서 저렇게 활약하는 건 또 다른 얘기였다.

S급 No. 510 던전이 악몽의 던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저주의 효과인 악몽 때문이다.

No. 510 던전의 몬스터들은 잡몹이라 할지라도, 해독하거나 저항하기 힘든 저주를 내뿜어 헌터의 전투력을 떨어트린다.

이건 던전 브레이크 때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문제다.

실제로 자신만 해도 스탯과 스킬, 움직임 등 각종 전투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는데 한상우는 그런 것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뭐지? 저주에 대응하려면, 신화급 아이템이나 상당한 마법 저항력이 필요할 텐데? 아니면 악몽 대항용 전용 아이템이라도 있는 건가?’

“끼에에엑!!”

[악랄한 밤의 도굴꾼(S)을 처치했습니다.]

지소영은 등 뒤에서 기습해오는 도굴꾼의 목을 세이버로 날려버리며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자신은 급하게 오느라 악몽 던전용 장비를 착용하지 못했지만, 미리 철저하게 대비한 한상우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것이라 여긴 것이다.

물론.

[군주의 특성, 평정이 발동합니다.]

[악몽에 저항합니다.]

진실은 그게 아니었지만, 지소영으로선 그렇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준비성이 뛰어나니 가산점은 줘야겠어.’

레벨이 권장에 못 미치는 만큼 장비 면에서 철저하게 대비를 했던 것이겠지.

지소영은 관찰을 마친 후, 다시 세이버를 휘둘러 S급 잡몹들과 전투를 시작했다.

그런데 한 녀석을 처치하고 본격적으로 레이드를 하려던 그때.

‘응? 저게 뭐지…?’

뭔가 이질적인 게 시야에 잡혔다.

한상우에게서 시선을 거두려던 찰나, 뭔가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순간 소환.

강철만도 눈치채지 못한 한상우의 기술을, 지소영은 순간 조금이나마 포착했다. SS급 헌터 중에서도 민첩함과 반사 신경 속도가 강점인 지소영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순간 소환을 완전히 파악한 건 아니었다.

‘갑옷…? 복면…? 내가 잘못 본 건가?’

전투를 멈추고 한상우에게만 시선을 집중해도, 소환의 속도가 워낙 빠르고 주변에 몬스터까지 포진해 있어 소환 캐릭터의 일부분밖에 포착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관찰을 방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으니.

퍼어어엉-!!

“꺄악…!”

한상우에게 온 신경을 집중한 순간, 갑자기 웬 검은 마력 덩어리가 날아와 지소영 앞에서 폭발했다.

“지소영…!!”

강철만이 서둘러 그녀에게 달려갔다.

“으윽, 망할. 어제 피부과 다녀왔는데 얼굴에 상처 났잖아.”

“…부끄럽지 않냐? S급한테 맞기나 하고.”

“야, 잠깐 한눈팔아서 그런 거거든?”

“그러게, 누가 방심하래?”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마력 폭탄이 날아오긴 했어도 폭발이 일어나는 찰나에 거리를 벌리고, 길드복에 탑재된 방어 스킬이 작동해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다.

다만 호재는 아니었으니 두 번째 페이즈의 몬스터를 모두 정리하기도 전이건만.

[악랄한 밤의 지배자(S)]

악몽 던전의 주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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