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78화 (78/169)

제78화

9장 화려한 축제(3)

“……!”

강철만과 지소영이 동시에 눈살을 찌푸렸다.

부산에서부터 시작된 동시다발적인 던전 브레이크 현상.

그리고 남희건에게 들은, 인위적으로 던전 브레이크를 발생시킨 듯한 신원 미상의 인물.

하나하나 퍼즐 조각이 맞춰지며 큰 그림이 보이고 있었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짓을 꾸밀 놈들이라면….”

“루미나스를 말하는 거지?”

지소영의 물음에 강철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 던전 브레이크 사태에도 루미나스가 연루되어 있다는 증거를 디바인 실드 내부에서도 하나하나 찾아가고 있던 터였다.

크든 작든, 루미나스가 엮여 있을 거라는 건 거의 확실해진 상황.

“중요한 건 ‘왜’ 그랬냐는 건데.”

“그러게. 루미나스가 극단적이긴 하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을 하지는 않는데….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인위적으로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켜서 뭘 얻으려는 거지?”

“테러 행위로 힘을 과시하려는 거 아닐까? 얼마 전에 강철만 네가 피해를 준 것도 있으니까.”

지소영의 말대로 강철만 한 명에게 본거지 하나가 통째로 날아갔으니 체면을 상당히 구겼을 것이다. 그에 대한 보복 및 위신 세우기라고 생각하면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나는 가만히 옆에서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면요?”

“…무슨 의미죠, 한상우 헌터?”

“말 그대로입니다.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는 것 자체가 목적, 즉 브레이크를 일으키는 것만으로 얻는 게 있다면 저번 부산 사건 때 이미 달성했겠죠. 그런데 이번에 녀석들은 다시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켰습니다.”

“……!”

“던전 브레이크를 통한 헌터 인력의 소모와 사회 혼란…. 그 속에서 뭔가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건 아닐까요?”

그때였다.

우우우웅-!

남희건의 핸드폰이 진동하면서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길드장님, 몬스터 연구소가 습격당했다고 합니다. 최대천 헌터청장의 지원 요청이 왔습니다.”

“…한상우 헌터의 말이 정확히 맞았군요.”

“그럼 저것도 속임수일 수 있는 거 아냐? 노리는 걸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계속 끌려다니기만 할 뿐이야.”

“하지만 몬스터 연구소를 버릴 수는 없는데….”

강철만이 평소 성격과 다르게 말끝을 흐렸다. 어느 정도 단서를 풀어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지소영의 말마따나 정확한 목적을 파악하지는 못해서인 듯했다.

무엇보다 의도를 파악했다고 해도, 던전 브레이크에 대응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에 병력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분위기가 심각해지며 주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다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내려고 아이디어를 쥐어 짜내려는 모습이었는데 반대로 나는 태연할 뿐이었다.

“그 부분은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예?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요?”

강철만의 물음에 나는 가볍게 대답했다.

“무슨 일이 터지든 바로 움직일 수 있게 대기하고 있는 분이 계시거든요.”

* * *

위이이이잉-!!

“이쪽으로 인원 더 보내 주십시오! 한 명만 더 오면 출발하겠습니다!”

“얼른 타! 몬스터 연구소도 습격받았대!!”

“젠장, 이게 무슨 난리야?”

긴급 사이렌이 울리는 헌터청 본청.

인사과장 신대훈은 난장판이 된 헌터청 로비를 보며 이마를 짚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한 시간 전만 해도 헌터청은 조용했다.

불금을 맞이해 여러 길드의 스카우터도 출근하지 않았고, 오늘따라 심사를 받으러 온 사람도 적어 헌터청 본청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느낀 건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우와, 오늘은 엄청 한가하네요. 여유 있게 정시에 퇴근할 수 있겠는데요?’

서상재 대리도 로비로 나와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그러나.

응급실이나 소방서와 같이 평소에 바쁜 곳에서 한가하다는 말은 금기어라고 했던가.

여유로움을 만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헌터청은 전례 없는 업무 폭증에 시달렸다.

“안녕하세요, 헌터청 본청입니다. 예? No. 510 S급 던전에서 브레이크가 일어났다고요?”

“No. 420 A급 던전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다고요? 당장 병력 보내겠습니다.”

던전 종합 통제 센터로 수많은 신고가 접수됐을 뿐만 아니라.

-1급 비상사태 발령, 실제 상황입니다.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스무 개 이상의 던전에서 동시에 브레이크가 일어났습니다. 헌터청 소속 헌터 분들께선 모두 출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쟁이나 심각한 몬스터 침공에만 발령된다는 비상사태 1급도 선포됐다.

“미친, 갑자기 무슨 일이야!”

“1급 비상사태? 저거 10년 전, 대변혁 이후로 처음 발령되는 거잖아! 부산 던전 브레이크 때도 2급이었는데…!”

“전부 비상 연락망 가동하고, 로비로 집결하세요! 팀원이 모두 모인 팀은 주차장으로 가서 신속하게 이동하고!!”

헌터청 로비가 시장통으로 변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신대훈과 서상재도 비상사태 매뉴얼에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최대천 헌터청장에게 곧바로 보고하고서 신고 내용에 따라 급파가 필요한 인원을 조정했다. 비번인 공무원 헌터들도 비상 출동할 수 있도록 연락까지 돌린 것이다.

그런데 분명 발 빠르게 대처했건만 상황은 나아질 줄을 몰랐다.

“범죄 신고입니다! 신원 미상의 헌터 이십여 명이 몬스터 연구소를 습격했다고 합니다…!”

서울 지역 던전 브레이크에 이어 종합 통제 센터로 범죄 신고가 들어왔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해야 할까.

던전 브레이크에 대부분의 인원이 투입되다 보니 파견할 수 있는 병력이 없었다.

게다가 몬스터 연구소는 온갖 몬스터의 표본과 시체, 연구 결과 등 헌터들의 싸움을 위해 중요한 정보들이 쌓여 있는 장소라 절대로 버릴 수 없는 곳이었다.

결국.

“역시 배후가 있었던 모양이군. 몬스터 연구소는 내가 직접 가겠네.”

헌터청장 최대천이 직속 부대를 데리고 출동했다.

서울 전역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고, 때맞춰 몬스터 연구소까지 습격당하자 누군가의 계략이라는 걸 눈치챈 것이다.

“제길, 금방 해결되어야 할 텐데….”

비상사태 1급 발동 후, 헌터청 로비의 창고에서 비축해 놓은 아이템들을 받아 가는 헌터들을 보며 신대훈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걱정하지 마세요, 과장님. 헌터청뿐만 아니라 대형 길드와 중소형 길드에서도 헌터들이 출동했다고 하니 금방 해결될 겁니다.”

서상재 대리가 옆으로 다가와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그런데 아까의 징크스가 반복되는 것일까.

서상재가 한숨 돌리는 발언을 하자마자 사건이 발생했다.

콰아아아아앙-!!

점점 한산해지고 있던 헌터청 입구에서 별안간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콜록, 콜록! 무, 무슨…!”

강력한 후폭풍과 함께 로비에 퍼지는 자욱한 연기.

바닥에 넘어졌던 신대훈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정면을 주시했다.

던전 브레이크나 유독성 물질 폭발과 같은 사고는 아니었다.

타닷-! 챙-! 챙그랑-!!

“누, 누구냐! 크헉!”

“습격이다! 끄아아악…!!”

로비에 퍼진 연기 너머로 쇠가 맞부딪치는 소리와 공무원 헌터들의 비명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서상재도 심상찮음을 느끼고 신대훈을 바라봤다.

“과, 과장님 이건…!”

“설마, 진짜로 노리고 있던 건 헌터청이었나!”

반복되는 격철음이 점점 멎어 들어가며, 하나하나 연기에서 빠져나온 습격자들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은 팔과 목, 가면에 스페이드 무늬를 보란 듯이 드러내고 있었다.

“루미나스…!”

역시나, 의심했던 대로 지금까지 사태를 벌인 범인은 바로 인류의 적, 루미나스였다.

신대훈은 최대천 청장에게 연락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서비스 지역이 아닙니다.>

화면엔 통신사와 연결이 끊겼다는 표시만 나오고 있었다.

전화를 해도 먹통이었다.

신대훈이 이를 갈며 말했다.

“빌어먹을, 전파 차단이라니. 완전히 작정했군. 서 대리, 지금 당장 개폐 장치로 달려가서 특별관 지하와 연결된 출입문 폐쇄해.”

“예, 알겠습니다!”

루미나스가 헌터청을 습격할 이유가 무엇인가.

과장이란 직급 덕에 어느 정도 내부적인 정보를 알고 있는 신대훈은 그들이 원하는 걸 단박에 눈치채고 명령을 내렸다.

서상재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신대훈의 명령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특별관으로 뛰어간 것이다.

그사이, 신대훈은 비상 상황일 때만 개방하는 로비의 창고로 이동해 검과 방패를 빼 들었다.

‘후, 얼마 만에 다시 검을 잡는 건지 모르겠네.’

신대훈의 헌터 등급은 D급.

8년 전에 레이드 도중 동료들을 잃고 다시는 헌터 생활을 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신대훈은 검과 방패를 들고 흙먼지가 가라앉은 로비로 다시 나왔다.

과연, 사태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안 좋았다.

푹-! 푹-!

“끄악…!!”

로비 입구가 아수라장이 된 건 물론이거니와, 출동을 준비하던 공무원 헌터들도 가면을 쓴 신원 미상자들의 검에 베여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던 것이다.

“루미나스, 이 개자식들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동료를 잃었던 트라우마에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물어 피까지 났던 신대훈이다.

하지만 함께 웃고 떠들던 동료들이 당하는 참극을 목격하자 저절로 몸이 움직였다.

공무원 헌터와의 전투 도중, 등을 보인 채 우두커니 서 있는 신형을 향해 검을 내지른 것이다.

스킬을 쓰진 않았지만, 몸에 남은 옛 기억에 따라 속검이 절로 구사됐다.

하지만.

신대훈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으니.

화아아아악-!

분명 선공을 날린 건 자신이건만, 신형이 손을 한 번 휘젓자 돌연 자신의 몸이 붕 떠오르더니 옆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크헉…!!”

챙그랑-!

전신을 강타하는 통증.

검과 방패를 놓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대체 얼마나 강하기에 이 정도로 전력 차이가 난단 말인가.

힘겹게 몸을 일으킨 신대훈이 망토를 휘날리며 서 있는 신형을 노려봤다. 그리고 녀석의 정체를 단번에 파악했다.

“네, 네놈은…!”

적색 자수로 장식이 된 검은 망토를 두르고, 시커먼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

이목구비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실루엣과 양손에 착용한 건틀릿, 그리고 목에 드러난 스페이드 문양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가 바로 위험도 1급의 수배자, 루미나스 한국 지부장 마강진이라는 것을.

“이 개자식…!!”

마강진의 추정 등급은 최대천과 같은 SS급.

몇 년간 검도 잡지 않은 D급 헌터에 불과하지만, 신대훈은 검을 집어 다시 마강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무리 이길 수 없다고 해도 지난 몇 년간 마강진에게 목숨을 잃은 공무원 헌터들의 수가 두 자릿수에 달했기에 울분이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전력을 다한 찌르기.

그러나 신대훈의 검은 마강진에게 닿기도 전에 튕겨 나가고 말았으니.

깡-!!

“커헉…!!”

“불경하구나. 감히 지부장님을 저속하게 칭하다니.”

마강진과 마찬가지로 가면을 쓴 루미나스 일반 단원이 신대훈의 검을 쳐내고 발로 복부를 걷어찼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지부장님.”

“그래, 먼저 가도록 하지.”

짧은 대화 뒤로 마강진은 특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대훈이 예상하던 대로였다.

막아야 했다.

그러나 신대훈에겐 저지할 힘이 없었다.

“멈춰, 개자식아…!”

극악의 복통을 참고, 검을 들어 재차 달려들었지만, 루미나스 단원에게 다시 한번 걷어차인 것이다.

퍽-!

“아직 덜 맞았나 보네.”

“쿨럭…!”

더는 기회가 없는 듯했다.

스릉-!!

연이은 타격에 온몸의 힘이 쭉 빠졌을 뿐만 아니라 루미나스 단원이 검을 들어 그의 목을 내려칠 준비를 했다.

‘여기까지인가….’

신대훈은 먼저 떠났던 옛 동료들을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카앙-!!

“크악!!”

비명은 도리어 루미나스 단원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신대훈이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 헌터청 제복을 입은 신형이 눈 깜짝할 속도로 쇄도해 검을 내리치던 단원의 몸을 베어버린 것이다.

“설마 했는데 한상우 헌터님 말이 맞을 줄은 몰랐네.”

그 뒤로 이어지는 아리따운 음성.

신대훈은 고개를 들었다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이, 이은하 헌터님…!”

그야말로 적절한 백업이 아닐 수 없었다.

신대훈의 목숨이 경각이 달린 순간, 쏜살같이 다가온 이은하가 루미나스 단원의 목숨을 거둬갔다.

그리고 지원을 온 건 이은하뿐만이 아니었다.

“루미나스 자식들, 전부 쓸어버려!!”

촤악-!!

“크헉…!!”

“한 놈도 살려두지 마! 비상사태인 만큼 사살해도 상관없다!!”

이은하가 팀장으로 있는 제1 던전팀의 헌터 15명도 전투에 합류해 루미나스 헌터들을 제거해 나갔다.

신대훈은 몸을 일으킨 후, 통증이 올라오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이은하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이은하 팀장님.”

“인사는 나중에요!”

신대훈이 감사 인사를 했지만, 이은하는 대화할 여유가 없었다.

루미나스 단원 하나를 처치하긴 했지만, 아직 남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은하는 신대훈을 뒤로한 채 팀원들에게 합류, 공무원 헌터들과 함께 수십 명에 달하는 루미나스 헌터들을 상대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루미나스가 작정하고 쳐들어오기도 했거니와 인원 역시 수십 명으로 제법 많았으니까.

쾅-! 콰광-! 콰과과과광-!!

전투도 얼마나 격렬한지 헌터청 입구에서부터 주차장, 로비에 이르기까지 폭발이 끊이지 않았다.

창문과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렸고, 헌터청 바깥에선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비명도 질러댔다.

테러를 넘어 전쟁을 연상시킬 정도로 격렬한 전투.

처음엔 분명 루미나스 헌터들이 우세한 모양새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은하를 비롯한 헌터청의 헌터들이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었다.

결국엔.

“크윽! 퇴각! 전원 퇴각하라!!”

루미나스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가면을 쓴 루미나스 헌터들은 곳곳에 연막탄을 투척하더니 사상자도 내버려 둔 채 그대로 줄행랑쳤다.

이에 옆구리를 감싸 쥔 신대훈이 이은하의 옆으로 다가와서 엄지를 치켜들었다.

“대단하십니다. 역시 이은하 헌터님이시군요!”

“아니에요. 팀원들이 잘 싸워준 덕분이에요. 다친 덴 없으시죠?”

“예, 덕분에 멀쩡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오신 겁니까? 던전 브레이크나 몬스터 연구소 쪽에 파견 가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목숨을 건지고 루미나스 부대를 퇴각시킨 건 다행이었지만 선뜻 이해되진 않았다.

헌터청장 최대천을 비롯해 고등급 공무원 헌터 대부분은 S급 던전 브레이크나 몬스터 연구소 등에 지원을 나갔으니까.

그래서 던전 1팀도 당연히 현장에 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은하와 그녀의 팀원들은 어째서인지 헌터청에 있었다.

신대훈의 물음에 이은하가 주변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한상우 헌터님이 의견을 주셨어요. 던전 브레이크가 어쩌면 함정일지도 모른다고요.”

“네? 한상우 헌터님이요?”

뜬금없이 한상우 헌터라니 무슨 말인 걸까?

인과 관계를 유추하기 힘든 얘기에 신대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신대훈의 물음에 이은하는 조금 전, 한상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뜬금없이 던전 브레이크라…. 뭔가 수상하네요.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S급 던전의 브레이크 소식을 들은 직후, 한상우는 그렇게 사태를 파악했다.

단순한 던전 브레이크라기엔, 부산에 이어 우연이 겹치는 것도 의심스러웠고 그때와 패턴 또한 비슷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게다가 인위적으로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는 배후가 루미나스라는 소문도 신빙성을 더해줬다.

하지만 이은하는 한상우를 믿기로 했다.

그의 조카인 제장이를 헌터청으로 데리고 와서 하누이트의 꼬리를 주는 한편, 혹시 모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팀원들을 소집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한상우의 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헌터청으로 와서 제장이에게 하누이트의 꼬리를 건네줄 땐 서울 전역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고, 팀원들을 거의 다 소집했을 땐 몬스터 연구소가 습격당했다.

이은하는 팀원들이 모이는 대로 최대천을 지원할 계획이었는데.

어느 순간, 헌터청 본관에서 폭발음이 들려오면서 루미나스 헌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던전 브레이크의 배후는 정말로 루미나스였고, 그들의 진짜 목적은 헌터청이었던 것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감도 뛰어나. 던전 브레이크만 보고 어떻게 여기까지 내다본 건지….’

이은하는 신대훈에게 한상우와의 일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얘기하자니 추론 과정뿐만 아니라 한상우의 길드 창설을 축하하러 간 것부터 그의 조카를 헌터청에 데리고 온 것까지 설명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 탓이었다.

게다가.

쿠우우우웅-!!

엄밀히 따지자면 아직 전투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었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들려 드릴게요. 우선은 상대한테 집중하죠.”

이은하가 특별관 지하실로 이어지는 통로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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