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화
9장 화려한 축제(4)
지직-! 지지지직-!
헌터청 특별관, 지하 깊숙한 곳에 설치된 감옥.
한 사내가 침대에 누워 깜빡이는 전등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벌써 몇 달째던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눈이 휘몰아치는 던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휘황찬란한 방패를 본 것을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여기였고.
“망할…. 오늘은 밥도 늦게 주네.”
사내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보다가 욕지거릴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강두식>
죄수복에 박힌 명찰이 빛에 반사되며 반짝였다.
얼음 요새에서 유상준과 한상우를 암살하려다가 땡길거야의 방패에 맞고 기절했던 강두식은 정밀 검사에서 루미나스로 판명된 이후, 이렇게 좁고 낯선 공간에 수감되었다.
강두식의 입장에서 보자면 얼음 요새에서 눈을 감았다가 떠보니 독방에 갇힌 것이었는데, 갑자기 환경이 변했음에도 그는 큰 무리 없이 적응했다.
비록 뜬금없이 갇히긴 했지만, 시간을 보내며 이곳이 어딘지 알게 된 탓이었다.
헌터청 본청의 지하 감옥.
이곳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악랄한 범죄를 저지른 헌터들이 수감되는 곳이었다.
루미나스에서 여러 번 교육을 받은 탓에 강두식은 자신이 갇혀 있는 곳을 잘 알고 있었고, 지하 감옥의 교도관들의 회유와 협박에도 그 어떤 정보도 유출하지 않았다.
무에 대한 숭상, 그리고 각성자로서 맞이할 신인류에 대한 기대감으로 막막한 현실을 버텨냈다.
그리고.
쿵쿵-!
“밥 내놔, 이 새끼들아…!”
음식에 집착했다.
TV와 스마트폰, 라디오 등 독방 안에 외부와 소통할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 보니 유일하게 충족할 수 있는 욕구인 식욕에 사활을 걸게 된 것이다.
강두식은 문 중앙의 네모난 쇠창살에 얼굴을 갖다 붙이며 식사를 요구했다.
평소 밥만큼은 제때 맞춰 정확하게 나왔는데, 조금 전 뜬금없이 사이렌이 울린 이후로 교도관들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 새끼들이 빠져가지고! 감히 밥을 안 줘? 인권위에 신고해버릴 거야, 개자식들아…!”
범죄조직 가담 및 활동과 살인미수, 헌터특별법 위반 등 온갖 악행으로 수감된 루미나스가 하는 소리치곤 꽤 아이러니했으나 어쨌든 강두식은 밥을 달라며 온갖 소란을 일으켰다.
물론, 큰 효과는 없었다.
복도엔 다른 수감자와 대화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복도의 각 문 앞에 방음 마법이 걸려 있는 탓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쿵-!!
분명 평소대로라면 교도관이 다가와 문 옆의 스위치를 눌리기 전까진 소리가 들리지 않아야 하건만 복도 끝에서 큰 진동이 느껴진 뒤로,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저벅- 저벅-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구두 소리.
강두식은 쇠창살에 얼굴을 바짝 붙인 채 다가오는 신형을 주시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좀 더 격하게 욕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신형이 시야에 잡힌 순간.
“이 개…. 헙!”
턱 끝에 말이 걸리고 말았다.
복도에 나타난 이가 간수가 아닌 낯익은 존재였던 탓이었다.
“지, 지부장님…!”
루미나스 한국 지부의 수장, 마강진.
그가 망토 자락을 휘날리며 지하 감옥 복도를 걷고 있었다.
설마 잡혀 온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잠시 후, 그의 뒤로 10명이 넘는 정예 부대도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부장님! 구하러 와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수장과 동료들을 보며, 강두식이 감동한 표정으로 울먹였다.
약자는 폐기 처분하는 것이 루미나스의 관례이기에 조직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료가, 그것도 지부장이 친히 자신을 구하러 와줄 줄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일까?
저벅- 저벅-
마강진은 문 앞까지 왔음에도 자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칠 따름이었다.
“지부장님…?”
강두식은 자신을 지나쳐가는 마강진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순간.
우우우웅- 콰지지직-!!
독방 안의 공간과 함께 강두식의 육신이 그대로 짓이겨졌다.
마강진이 주력 스킬, [공간 왜곡]으로 강두식을 으깨버린 것이다.
수감 된 부하를 임무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제거하다니.
그런데 실패한 부하를 처단하는 건 강두식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었다.
“지부장님, 구하러 와주셨군요!”
“오오, 구세주가 등장하셨도다…!”
강두식 말고도 지하 감옥 곳곳엔 붙잡힌 루미나스 헌터들이 있었지만.
우우웅-! 콰득-! 콰득-! 콰드드득-!!
모두 마강진의 [공간 왜곡]에 명을 달리할 따름이었다.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행보.
열 명이 넘는 부하들을 삽시간에 처단했음에도 마강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기나긴 복도를 걸을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강진은 정예 부대와 함께 복도 끝에 도달했다.
그리고 거대한 철문과 마주했다.
<위험도 1급. 담당자 외 접근 금지.>
다른 제소자의 방들과 다르게 쇠창살조차 존재하지 않고, 경고문까지 부착된 문.
이곳에 근무하던 교도관들도 오랫동안 근처에 가지 않은 듯 문 근처의 바닥엔 뽀얗게 먼지가 쌓여 있었다.
마강진도 먼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나 그건.
두려움이나 경고문에 따른 행동이 아니었다.
그저.
끼기기긱-!
[공간 왜곡]으로 철문을 뜯어버리기 위해 멈춘 것일 뿐이었다.
쩌어어어엉-! 쿵-!!
거대한 철문이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그 뒤로.
후우우우우웅-!
냉기를 머금은 바람이 밖으로 불어 나오며 방 안의 풍경이 드러났다.
복도 끝의 벽면을 차지해 제법 넓음에도 가구 하나, 전등 불빛 하나 존재하지 않는 공간.
그 안엔 양팔이 쇠사슬에 묶여 축 늘어져 있는 청년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저분한 머리와 삐쩍 마른 몸.
언뜻 보면 죽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앙상한 모습이었지만 숨은 붙어 있는 듯했다.
저벅- 저벅-
마강진이 바닥에 쌓인 먼지를 밟고 방 안으로 들어서자.
“큭큭…! 일이 잘 안 풀리나 봐?”
청년의 입에서 비아냥거림이 새어 나온 것이다.
조롱과 멸시가 섞인 냉소.
지금까지의 마강진의 행보를 봤을 때, 청년의 목숨도 달아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앞선 부하들과 달리 마강진은 쇠사슬에 묶인 청년을 처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방 안으로 들어와 청년의 앞에선 그는.
“모시러 왔습니다, 고귀한 존재이시여. 늦어서 죄송합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추었다.
고개를 조아리는 것은 뒤에 도열해있는 루미나스 정예 부대도 마찬가지였다.
왕을 알현하듯 최선을 다해 예를 갖추는 모습이었다.
“킥킥…! 꼴값 떨고 있네.”
물론, 그럼에도 청년의 냉소는 멈추지 않았지만.
“…부축해 드려라. 오랫동안 묶여 있어 기력이 쇠진하셨을 테니.”
“예, 지부장님.”
마강진과 루미나스 헌터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청년의 비아냥거림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마강진은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고, 비서 윤채연은 부하들과 함께 쇠사슬을 자른 뒤 청년을 성의껏 부축해 그 뒤를 따랐다.
쩌벅- 쩌벅-
들어왔을 때와 다르게 곳곳에 핏물이 흥건한 복도.
“흐흐, 얼마 만에 바깥 공기 쐬는 건지 모르겠네.”
처음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막상 탈출하게 되자 기쁜 것일까.
청년은 루미나스 헌터들에게 부축받으면서 실실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출입구인 고속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순간, 청년의 표정이 바뀌었다.
지지직-! 팟-!
지하 감옥은 워낙 깊은 곳에 있어 오직 엘리베이터로만 이동할 수 있건만 갑자기 전등과 함께 전력이 나간 것이다.
복도가 순식간에 암흑천지로 변했다.
아무래도 헌터청에서 지하 감옥의 사태를 파악하고 전력을 차단한 것 같았는데, 마강진은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허튼짓을 하는군.”
마강진이 위를 바라보며 건틀릿을 낀 손을 휘젓자.
촤아아아악-!!
어두워진 복도 한복판에 성인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보라색 포탈이 생겨났다.
시야가 닿는 지점 근처의 좌표로 단숨에 이동할 수 있는 스킬, [공간 이동 포탈]을 사용한 것이다.
마나 소모가 크고 이동 거리도 짧아 좀처럼 쓰지 않는 스킬이지만, 지금처럼 탈출구가 사라졌을 때는 그야말로 최고의 스킬이었다.
“지상으로 모시겠습니다. 따라오시죠.”
마강진은 짧은 말을 남긴 후, 벽 너머로 갈 수 있도록 생성한 포탈을 통과했다.
직접적으로 보이는 곳이 아니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조금의 망설임조차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화아아악-!!
포탈을 통과하자마자 어두컴컴하던 복도에서 밝은 헌터청 특별관 입구로 풍경이 바뀌었다.
동시에 주변을 에워싼 인물들도 바뀌었다.
루미나스에서 공무원 헌터로.
“전원 공격!!”
헌터청 특별관 근처에 이은하를 비롯한 헌터청의 헌터들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
마강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지하 감옥에 있는 동안 부하들이 헌터청을 점령했을 거라 예상했는데, 지상으로 올라와 보니 루미나스 대신 공무원 헌터들이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건 루미나스 정예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무, 무슨…!”
마강진을 따라 포탈을 통과해 밖으로 나오자마자 공무원 헌터들의 무수한 스킬 세례가 쏟아졌다.
콰광-! 콰과과과과광-!!
마강진과 루미나스 정예 헌터들에게 스킬들이 쏟아지며 막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들 중 피해를 입은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
우우우웅-!
마강진이 손바닥을 펼쳐 상대방의 공격을 공간 왜곡의 힘으로 막아내는 방어 스킬, [왜곡의 방패]를 시전한 탓이었다.
“와우, 출소 파티가 참 화려한데?”
청년이 재미있다는 듯 낄낄거렸다.
긴장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그건 마강진과 비서 윤채연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모시고 이동하도록.”
“알겠습니다, 지부장님.”
포탈을 통과한 즉시 스킬이 날아와 잠시 주춤하긴 했으나 태연하게 대처한 것이다.
마강진은 다시 한번 포탈을 생성했고, 윤채연은 비쩍 마른 청년을 부축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작전을 통솔하던 이은하가 앞으로 치고 나가며 급하게 소리쳤다.
비쩍 마른 청년을 본 순간, 얼굴은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창백해졌다.
“방시현이 탈출한다! 막아…!”
“예…!”
이은하의 지시에 원거리 스킬을 날리던 공무원 헌터들도 하나둘씩 땅을 박차고 달려 나왔다.
그러나 헌터청의 헌터들은 지하 감옥의 청년, 방시현이 포탈로 사라지는 걸 막지 못했다.
“전투 개시.”
“예…!”
방패와 각종 스킬로 방어만 하던 루미나스 정예 헌터들이 공무원 헌터들에게 반격을 가하기 시작한 탓이었다.
게다가.
우우우우웅-!!
“크헉…!”
“끄아아아악!!”
공무원 헌터들이 방시현과 비서 윤채연에게 접근한 순간, 일그러진 공간이 생성되면서 곳곳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마강진…!”
사건의 원흉은 루미나스 지부장이었다.
이은하는 공무원 헌터들과 합을 맞춰 마강진에게 달려들었으나.
쿵-! 쿵-! 쩌어어엉-!!
“으악!!”
“꺄악…!”
역부족이었다.
[공간 왜곡] 스킬이 곳곳에 발생해서 접근에 어려움이 생기기도 했거니와, 겨우겨우 거리를 좁혀도 근접 전투에서 상대가 안 됐다.
마강진은 격투술 또한 뛰어나 건틀릿을 몇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달려드는 헌터들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이은하는 S급이라는 랭크가 무색하지 않게 대항했으나, 그녀조차 결국 오래 버티지 못했다.
마강진이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이은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약자는 용기와 만용을 구분하지 못하는 법이지. 저승에서 네놈의 나약함을 반성하도록.”
마강진은 건틀릿을 머리 위로 들었고, 이은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젠장, 이 정도일 줄이야….’
계획은 완벽했다.
루미나스가 지하 감옥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특별관의 전력을 차단해 유일한 출입구인 고속 엘리베이터를 봉쇄하는 한편, 헌터청에 남은 공무원 헌터들을 모두 소집해 작전을 세웠다.
루미나스가 엘리베이터가 아닌 다른 루트로 지하 감옥을 탈출하더라도 다시 체포하기 위함이었다.
그녀의 작전은 성공이었다.
그러나 전력에서 밀렸다.
신대훈의 보고로 루미나스의 한국 지부장, 마강진이 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제길, 내가 조금만 더 강했어도….’
이은하는 아랫입술에 피가 날 정도로 짙은 아쉬움을 느꼈지만 지금은 어쩔 방법이 없었다.
후우우우웅-!!
마강진의 건틀릿이 공기를 가르며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죽음이 목전에 다가왔지만, 이은하는 분노가 서린 눈을 부릅뜬 채 정면을 주시했다.
한데 마강진의 건틀릿이 가까워지던 그때, 이변이 발생했다.
분명 도와줄 이가 없다고 생각했건만, 웬 신형이 커다란 방패를 들고 뛰어들어 앞을 막아선 것이다.
쿠우우우우웅-!!
헌터청에 울려 퍼지는 파공음.
이은하의 앞에서 공격을 막아낸 인물은 다름 아닌.
“너는…?”
“괜찮으세요, 누나?”
제장이였다.
한상우의 방패 수리 재료로 하누이트의 꼬리를 주기 위해 함께 헌터청에 왔었는데,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나타난 듯했다.
아까 다시 찾았을 땐 없더니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이은하로선 의아할 수밖에 없었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건 마강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꼬마? 음…?”
아직 소년티가 많이 남아 있는 꼬마가 자신의 공격을 막은 것도 그랬지만 별안간.
콰아아아앙-!!
방패에서 막대한 충격파가 발사되어 자신을 밀어낸 것이다.
마강진이 양팔을 교차시켜 제장이의 반격을 막아내며 말했다.
“어리다고는 해도, 너 또한 헌터라는 거군. 그래, 전장에서 나이는 없는 법이지.”
마강진은 손바닥을 펼쳐 [공간 왜곡]을 시전했다.
그러나.
제장이도 마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현재 제장이는 끊임없는 성장으로 레벨 300을 달성했다.
헌터로 치면 무려 S급에 달하는 수준.
제장이는 일그러지는 공간을 방패로 쳐내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리고 망치를 들어.
“하아아아앗…!”
그대로 마강진을 향해 내리찍었다.
쿠궁-! 쩌정-!!
헌터청에 울려 퍼지는 굉음.
전격을 머금은 망치가 마강진을 향해 쏟아졌다.
“세, 세잖아…?”
그 위력에 이은하의 눈도 휘둥그레졌는데, 아쉽게도 마강진에게 피해를 입힐 정도는 아니었다.
마강진은 건틀릿으로 망치를 막아낸 후, 여러 차례 주먹을 휘둘러 제장이를 저 멀리 날려버렸다.
쿵-! 쿠구구궁-!!
“크윽…!”
몇 바퀴나 굴렀을까.
몸 곳곳에 생채기가 나고, 입에서 피도 흘러내렸지만 제장이는 쓰러지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마강진이 재밌다는 듯 웃어 보였다.
“어린애치곤 제법이구나. 방패도 꽤 튼튼한 것 같고.”
“으윽…! 아저씨는 엄청나게 약하네요. 도망치는 게 좋을 거예요. 우리 군주님 오면 아저씨는 끝이니까.”
“군주? 우습구나. 소꿉놀이는 저승에서나 해라, 꼬마야.”
어리다고 봐줄 생각은 없는 듯했다.
마강진은 건틀렛에 마나를 집중시킨 뒤, 제장이를 향해 날릴 준비를 했다.
“머, 멈춰…!”
사태가 심상찮다는 걸 느낀 이은하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제장이에게 도움을 줄 순 없었다.
루미나스 정예 헌터가 그녀에게 달려든 탓이었다.
그런데 마강진이 막 스킬을 날리려던 그때.
쉬이이이익-!
제장이의 망치 공격과는 차원이 다른 오러가 날아들었다.
“무슨…!”
마강진은 서둘러 [왜곡의 방패]를 사용했다.
그러나.
서걱-! 콰아아아아앙-!!
갑작스럽게 쇄도한 오러는 [왜곡의 방패]를 절단내더니 마강진의 앞까지 날아와 폭발을 일으켰다.
“이, 이건…?”
루미나스 정예 헌터를 제압한 이은하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부산 던전 브레이크 사태 때 수없이 봤던, 낯익은 스킬.
과연, 그녀의 예상대로였다.
“너냐? 우리 제장이 괴롭힌 녀석이.”
자욱한 흙먼지 사이로 한상우가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