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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81화 (81/169)

제81화

9장 화려한 축제(6)

“하, 한상우 헌터님…!”

헌터청 특별관 입구.

이은하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SS급인 마강진과 루미나스 정예 헌터 수십이 포진한 적진에 혼자 들어가다니.

너무 위험해 보였다.

“큭큭, 단신으로 덤비겠다고? 제법이기는 하지만 만용이 넘치는구나. 전원 공격! 오만한 애송이에게 현실을 깨우쳐 주어라!”

“예, 지부장님!!”

마강진도 제 발로 들어오는 먹이를 보듯 헛웃음을 흘리며 루미나스 정예 헌터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한상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땅을 박찼다.

B급 헌터가 혼자서 루미나스의 지부장과 정예 헌터 십수 명에게 달려들다니.

“미, 미친! 혼자 달려들고 있어…!”

공무원 헌터들은 아연실색했으나, 한상우의 움직임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지부장이 SS급이라고는 하나 마찬가지로 SS급이었던 몬스터 홍진성을 상대했던 적이 있고, 십수 명의 정예 헌터들도 S급 던전의 몬스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에겐.

‘제장아, 넌 더 다치면 안 되니까 뒤에서 지원만 해줘.’

-예, 군주님!

[캐릭터 : 제장이가 꼬마 대장장이의 용기를 사용합니다.]

뒤에서 버프를 걸어주고 있는 제장이와 언제든 순간 소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있으니 거리낄 게 없었다.

한상우의 판단은 철저한 경험에 근거한 것이었다.

오히려 만용을 부리는 쪽은 루미나스 헌터들이었다.

만약 상대를 지부장급 실력자라고 판단했다면 조심스럽게 진형을 구축하면서 다가왔을 테지만, 한상우를 얕잡아 보고 대열도 맞추지 않은 채 돌격한 것이다.

마침 한상우에겐 다수를 상대하는 데 특화된 특성도 있었다.

한상우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군주의 특성, [압도]를 개방했다.

[압도]

[군주의 위용에 압도당한 적의 전투력이 일시적으로 30% 감소합니다.]

[군주의 위용에 압도당한 적의 전투 의지가 30% 꺾입니다.]

그 결과.

촤아아아악-!

“크헉…!”

“끄아아악!!”

하나둘씩 각개격파 당하는 그림이 나오고 말았다.

루미나스의 정예 헌터들이 나름 스킬을 쓰면서 위협했지만, 한상우는 화산방패로 막은 다음 [제국기사단의 검술]로 반격했다.

일격.

많이 휘두를 필요도 없었다.

목과 심장, 복부 등 한상우는 급소만 공략했고, 일격을 허락한 루미나스 헌터들은 다음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바닥에 널브러졌다.

혼자라고 얕보기엔 너무나도 탄탄한 실력.

“무, 무슨…!”

위기를 느낀 루미나스 정예 헌터 몇몇이 뒤늦게 속도를 늦췄으나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한상우는 순간 소환으로 땡길거야의 [끌어오기]를 사용해 놈들을 가까이 데려왔다.

그리고.

서걱-! 촤아아악-!!

[만월 가르기]로 녀석들을 양단하는 동시에 뒤에 서 있는 마강진을 노렸다.

격전 속에 노린 일타쌍피.

그러나 확실히 루미나스의 지부장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감히 잔재주를…!”

우우우우웅-!!

마강진은 건틀릿을 휘둘러 소형 포탈을 생성, [만월 가르기]의 방향을 하늘로 바꿔버리고 반격을 가했다.

[공간 왜곡]을 시전해 주변 공간을 일그러트린 것이다.

한상우도 빠르게 대응했다.

마강진이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땅을 박차 거리를 좁혔다.

[공간 왜곡]의 사정거리에 근접하면서 돌진을 방해받긴 했으나.

끼긱-! 끼기기긱-!!

화산방패를 들어 팽이처럼 회전하는 공간을 막아낸 후, 마강진의 앞까지 쇄도했다.

그러자.

“네 녀석, 어떻게 내 공격을 모두 막아내는 것이지?”

마강진의 동공이 흔들렸다.

[공간 왜곡]은 단순히 공간만 일그러트리는 게 아니었다.

오랜 수련과 실전 경험으로 스킬 레벨을 올렸기에 물체를 찌그러트리는 건 물론이고, 마법 데미지와 공포 효과까지 심었다.

때문에 [공간 왜곡]을 마주하면 대응할 수 없다는 공포심에 움직임이 무거워질 뿐만 아니라, 막더라도 마법 데미지가 있어서 완전히 방어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B급 헌터라고 알려진 한상우는 [공간 왜곡]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마강진의 말에 한상우는 슬쩍 화산방패로 시선을 돌렸다.

[강인한 꼬마 대장장이의 화산방패]

[등급 : 영웅]

[효과 : 방어력 +180, 마법 저항 +4]

[스킬 : Lv 2. 용암 전개]

[스킬 : Lv 1. 기폭]

[각인: 꼬마 대장장이의 각인 – 꼬마 대장장이가 각인한 아이템입니다. 차원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꼬마 대장장이의 소환이 해제되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강진의 [공간 왜곡]을 막아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격상]으로 업그레이드한 화산방패 덕분이었다.

S급 던전 브레이크를 해결하러 간 사이, 제장이는 이은하한테서 받은 하누이트의 꼬리로 [격상]을 완성했다.

그 결과, 화산방패의 등급이 전승에서 영웅으로 한 단계 상승했고, ‘강인한’이라는 타이틀도 붙었다.

게다가 방어력이 80에서 180으로 두 배 넘게 상승하고 마법 저항도 4씩이나 붙었다.

[용암 전개]의 스킬 레벨이 올라가고, 방패 앞으로 충격파를 발산하는 스킬, [기폭]이 추가된 건 보너스.

그야말로 [격상]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업그레이드가 아닐 수 없었는데, 덕분에 한상우는 마강진의 스킬을 수월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공간 왜곡]에 붙은 공포 효과는 [평정]으로 중화시키고, 마법 데미지는 화산방패와 대현자의 팔찌에 붙은 마법 저항으로 튕겨내니 충분히 막을 만했던 것이다.

마강진의 입장에선 감히 짐작도 하지 못할 이유.

그걸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글쎄. 그건 지옥에나 가서 알아봐.”

한상우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화산검을 휘두르는 동시에 순간 소환으로 [배후 강타]를 사용했다.

깡-! 콰직-!!

“크윽…!”

마강진의 등에서 피가 솟구쳤다.

화산검은 건틀릿으로 막아냈지만 다크어둠이 잠깐 나와서 내리찍는 공격엔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SS급이라 그런지 결정적인 순간 몸을 틀어 치명상을 피하고, [공간 왜곡]을 사용해 한상우를 밀어냈는데 그걸 호재라고 볼 수는 없었다.

“지, 지부장님…!!”

루미나스의 정예 헌터들이 몇 명 더 달려들었으나, 한상우는 뒤로 훌쩍 뛰어 협공을 피하는 동시에 [분화]로 대응하며 거리를 벌렸다.

콰아아아앙-!!

자욱한 연기 속, 마강진이 피를 토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쿨럭! 저게 B급이라니 믿을 수가 없군. SS급은 될 것 같은데….”

“지부장님, 공터로 이동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전파 차단을 해제하고 연락을 넣어 놨습니다.”

“…그래, 여긴 너희에게 잠시 맡기겠다.”

갑옷이 녹아내리고 등에 부상을 입어서 그런 것일까.

마강진은 루미나스 정예 헌터들의 부축을 받으며 널찍한 주차장 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주변에서 숨을 고르며 포진하고 있던 공무원 헌터들이 소리쳤다.

“엇! 마강진이 도망친다!”

“모두 포위망 구축해요! 절대 빠져나가게 둬선 안 됩니다…!”

이은하도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공무원 헌터들에게 출입구를 봉쇄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한상우를 압박하는 루미나스 정예 헌터들에게 수십 갈래의 검격을 난사하는 스킬, [낙화난무]를 시전하며 말했다.

“여긴 제가 맡을게요! 마강진을 쫓아가 주세요!”

“알겠습니다. 부탁드리죠.”

선뜻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방금 벌어졌던 전투를 봤을 때, 마강진은 한상우가 전담하는 게 맞았다.

B급 헌터가 어떻게 SS급으로 추정되는 루미나스 지부장을 압도하는지는 몰라도 한상우의 등장으로 전황이 완전히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이건 공무원 헌터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쳤다.

마강진의 스킬에 많은 이들이 희생되어 머뭇거릴 법도 하건만 공무원 헌터들은 앞다투어 헌터청 출입구를 봉쇄했다.

“전원 공격 대기! 좀 더 가까워지면 일제히 돌격한다…!”

대부분의 차량이 출동하여 널찍해진 주차장에, 동그랗게 포위망을 구축해 마강진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덕분에 한상우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도망가려고? 여기가 헌터청 본부라는 걸 잊으면 안 되지.”

얼마 안 되는 거리였기에 추격은 금방이었다.

한상우는 루미나스 정예 헌터들에게 부축받고 있는 마강진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큭큭, 도망? 내가? 뭔가 착각하고 있군.”

분명 밀리고 있는 상황임에도 마강진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되려 비웃음을 날리며 말을 이었다.

“나는 도망친 것이 아니다. 여길 쑥대밭으로 만들기 위해 좀 더 넓은 공간을 찾은 것일 뿐이지.”

딱-!

마강진이 비릿한 웃음과 함께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우우우웅-! 파앗-! 파앗-! 촤아아악-!!

주차장 외곽과 공중, 헌터청 입구 등 주변에서 무수히 많은 포탈이 생성되더니.

“경상도 거점 루미나스, 지부장님의 명에 따라 전원 출격했습니다.”

“강원도 거점 루미나스, 지부장님의 명에 따라 전원 출격했습니다.”

“전라도 거점 루미나스, 지부장님의 명에 따라 전원 출격했습니다.”

천 명은 족히 넘을 법한 인원이 쏟아져 나왔다.

검과 창, 활 등 다양한 무기를 들고 몸 곳곳에 스페이드 문양을 띄운 헌터들.

“미, 미친….”

“이, 이렇나 많았다고…?”

공무원 헌터들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방금까진 자신들이 루미나스 헌터들을 포위하고 있었는데 이젠 반대로 포위당하는 형국이 됐다.

평균 개인의 실력으로는 루미나스를 압도하기 힘든데, 수에서도 압도적으로 밀리게 된 것이다.

“하, 한상우 헌터님! 이건…!”

뒤늦게 따라온 이은하도 말을 잇지 못했다.

전투 도중, 루미나스 정예 헌터들이 후퇴하길래 추격했는데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루미나스 헌터들이 포진해 있는 탓이었다.

반면, 마강진은 기고만장하게 웃어젖혔다.

“으하하핫! 이것이 바로 나의 힘이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힘! 자아, 어떡할 테냐. 네 녀석의 실력은 제법이지만, 이 정도의 수적 열세는 극복할 수는 없겠지. 안타깝게도 여기까지다!”

“…….”

한상우는 우두커니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확실히 상황이 좋지는 않았다.

얼핏 봐도 천 명은 넘어 보이는 수.

착용한 아이템이나 풍기는 분위기로 봤을 때, 대다수가 최소 B급은 넘어 보였다. A급도 다수 있는 데다 S급까지 조금 있고.

이 정도 병력이면 선진국 도시 하나쯤은 정복하고도 남을 수준이었다.

헌터의 무력은 일반 병기를 훨씬 상회하므로.

‘강철만이나 지소영, 최대천이 오면 이길 수 있겠지만…. 그전에 정리되겠지.’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SS급 헌터나 몬스터 연구소로 향한 인원들이 복귀한다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이대로는 지원 병력이 오기 전에 전투가 끝날 게 뻔했다.

공무원 헌터들와 비교했을 때, 루미나스 헌터들은 열 배는 더 많을 뿐만 아니라 마강진까지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헌터들이 [공간 왜곡]을 막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전투는 더 빨리 끝날 수도 있었다.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 것인가.

쉽지는 않아 보였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제장아, 내 옆으로 와라.’

-네, 군주님!

한상우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상처투성이인 제장이를 불러 옆에 세웠다.

그리고.

“유세 떨지 마. 친구는 나도 있으니까.”

[캐릭터 소환 : 땡길거야]

[캐릭터 소환 : 다크어둠]

남은 두 캐릭터도 모두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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