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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82화 (82/169)

제82화

9장 화려한 축제(7)

화아아악-!!

돌풍처럼 검은 연기가 휘몰아치면서 두 신형이 나타났다.

스킬이라 해도 너무나 감쪽같은 현상.

“뭐, 뭐지? 갑자기 사람이 나타났어! 그것도 두 명이나!”

“옆에는 웬 꼬마도 있는데?”

루미나스 헌터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란 것은 공무원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는데.

“어, 어디서 온 거지? 출입구는 봉쇄돼서 들어올 틈이 없는데?”

“텔레포트를 사용한 건가? 그래도 이 정도로 깔끔하게 이동하지 못하는데?”

다들 땡길거야와 다크어둠을 알아보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반면, 마강진은 단번에 눈치챘다.

금발 헌터와 복면 헌터.

둘의 인상착의가 부산 던전 브레이크 사태 때 보고받았던 신원 미상 헌터들의 복장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마강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재밌는 친구들을 불렀군. 부산에서 데려오느라 힘들었겠어.”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자꾸 사고를 쳐서 말이지. 오늘 그냥 아예 뿌리를 뽑아 버리려고.”

그래도 명색이 루미나스 지부장이라는 걸까.

땡길거야와 다크어둠의 활약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발언에 놀랄 법도 하건만 한상우는 무덤덤할 따름이었다.

이제 슬슬 다른 사람들도 알아챌 거라 예상하기도 했고, 그럴 것을 각오하고 한 일이었다.

그리고 둘을 알아보는 건 마강진만이 아니었다.

이은하도 한상우의 옆으로 다가와서 말문을 열었다.

“부산에서도 느꼈지만, 친구분들의 실력이 엄청나네요.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올 수 있다니 놀라워요.”

“앞으로 더 대단한 걸 볼 겁니다. 공무원 헌터분들을 데리고 물러나 계시겠어요?”

“괜찮으시겠어요? 루미나스 헌터들이 너무 많아 보이는데요.”

“자유롭게 싸우는 게 훨씬 편해요. 무리인 것 같으면 알아서 빠질 겁니다.”

“하지만…. 알겠어요. 대신 한상우 헌터님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지원할게요.”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비상사태일 때 최고 권한을 갖는 헌터청의 지휘관이 소속도 없는 B급 헌터에게 전투를 맡기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이은하는 순순히 한상우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논리적으로 이상하긴 하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 탓이었다.

어쩌면 한상우 헌터라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설득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모두 제 뒤로 집결하세요!”

“이은하 헌터님, 저분들에게 맡겨도 괜찮을까요?”

“강한 건 알지만 저 인원으로 루미나스 헌터 전체를 상대하긴 힘들어 보이는데요.”

“만약 앞에 있는 저분들이 무너지면 저희는 더 큰 위험에 처할 겁니다.”

이은하의 명령에 공무원 헌터들이 포위망을 풀고 사주를 경계하며 집결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은하는 달랐다. 그녀는 정면을 주시하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을 거예요. 믿고 지켜보죠.”

무한한 신뢰.

개인적인 호감을 떠나 부산 던전 브레이크 때도 경험했던 일이기에 이은하는 한상우를 지지했다.

반대로 비웃는 이도 있었다.

“정말 오만하기 짝이 없군. 루미나스 전원, 공격하라!”

“전원 돌격!!”

마강진은 공무원 헌터들을 뒤로 배치하는 한상우의 판단에 코웃음을 치더니 돌격 명령을 내리고 치료에 전념했다.

한상우와 그의 친구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천 명이 넘는 루미나스 헌터들을 이기진 못할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엇갈리는 기대와 평가.

그 속에서 한상우는.

“얘들아.”

“부르셨습니까, 주군.”

“말씀하세요, 마스터.”

“네! 군주님!”

여유롭게 마나 포션을 마신 후, 명령을 내렸다.

“전부 쓸어버려.”

“예!”

쿵-!

한상우의 명령에 세 캐릭터가 일제히 앞으로 치고 나갔다.

딛고 있던 아스팔트가 움푹 파일 정도로 강한 도약.

이어지는 전투는 더욱 격렬했다.

“으아아아아…!”

“죽어…!!”

천 명이 넘는 루미나스 헌터들이 거리를 좁히며 각자 무기를 휘둘렀다.

헌터청 주차장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스킬.

공중으로는 불꽃과 전격, 얼음 칼날 등이 쇄도했고, 땅으로는 시커먼 돌무더기가 날아들었다.

모두 스치는 것만으로도 치명상을 입힐 강력한 스킬이었지만.

[캐릭터 : 땡길거야가 수호의 방패를 사용합니다.]

쿠웅-! 화악-!!

땡길거야의 스킬 하나에 막혔다.

전방에 거대한 오러 방패를 생성하는 [수호의 방패]를 뚫지 못하고 그대로 증발해버린 것이다.

“어…?”

“무, 무슨…?”

당황한 루미나스 헌터들은 돌격하다 말고 눈을 휘둥그렇게 떴지만, 진짜 놀랄 일은 따로 있었다.

한꺼번에 쏟아부은 스킬이 사라지자.

“지금이다, 암살자.”

“나도 알아, 깡통 기사.”

기사의 뒤에 숨어 있던 암살자가 칠흑의 쌍단검을 번뜩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뒤로.

샤샥-!

신형이 일순간에 사라지더니 돌격하던 루미나스 선발대의 뒤편에서 나타났다.

“어, 어느 틈에…?!”

몇몇이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암살자의 행적을 좇았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캐릭터 : 다크어둠이 그림자 긋기를 사용합니다.]

서걱- 서걱-! 촤아아악-!!

“커헉…!”

“끄아악!!”

그림자에서 솟아난 검은 분신들이 루미나스 헌터들의 목을 단검으로 그었다.

주차장 위로 수십 줄기의 핏줄기가 흩날렸다.

그들이 약한 건 아니었다.

선발대의 등급은 대부분 B급으로 전혀 낮지 않았으나 999레벨, 하이어로 치자면 만렙인 다크어둠 앞에서는 한낱 피라미일 뿐이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 차이.

“미, 미친…!”

“으어어…. 도, 도망쳐!”

운 좋게 살아남은 몇몇은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왔던 길 그대로 주차장 바깥에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는 동료들을 향해 달려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 몇 발짝 가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으니.

“전장에서 검사가 등을 보이다니. 죽여달라는 뜻인가.”

[캐릭터 : 땡길거야가 끌어오기를 사용합니다.]

파지지직-!

“뭐, 뭐야! 으아아아악!!”

땡길거야의 칼끝에서 시작된 오러 사슬이 도망치는 루미나스 헌터들을 휘감아 끌고 온 탓이었다.

거기다 제장이도 한몫 보탰다.

“도와드릴게요, 수호 기사님!”

[캐릭터 : 제장이가 철의 분노를 사용합니다.]

[캐릭터 : 제장이가 강철 전격을 사용합니다.]

땡길거야가 루미나스 헌터들을 당겨오자 제장이가 전격이 흐르는 꼬마 망치로 놈들의 머리를 내리쳤다.

쩌어어엉-!!

“켁…!!”

굉음 뒤로 이어지는 단말마.

땡길거야가 바닥에 쓰러지는 적들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적절한 지원이다, 꼬마 대장장이. 그래도 무리하진 말도록. 몸에 난 상처가 덧날 수 있으니.”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수호 기사님! 하지만 이 정도는 거뜬해요!”

마강진에게 당한 상처로 몸 곳곳에 피가 묻어 있었지만, 제장이는 괜찮다는 듯 어깨를 빙빙 돌리며 씩 웃어 보였다.

그리고 루미나스 헌터들을 상대하는 다크어둠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암살자님도 열심히 싸우시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확실히 다크어둠의 활약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흐읍…!”

[캐릭터 : 다크어둠이 은신을 사용합니다.]

[캐릭터 : 다크어둠이 배후 강타를 사용합니다.]

“우, 움직임이 안 보여! 너무 빨라!”

“뭉쳐! 보이면 바로 검을…! 크악!!”

수백 명이 밀집해 있는 진영 한복판에 들어가 쌍단검을 휘두르며 종횡무진하고 있었다.

암살자답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적들을 교란하고 제거한 것이다.

그야말로 은빛 암살자라는 이명에 걸맞은 전술이 아닐 수 없었는데, 한 가지 불안한 게 있다면 적의 수가 워낙 많아 어딜 가든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작은 불안은 어느 순간, 적에게 파악되어 약점이 되고 말았다.

“여기다…!”

[쾌속 이동]을 이용해 적들의 틈을 파고들던 도중, 기척을 읽은 루미나스 헌터에게 등을 보이고 만 것이다.

루미나스 헌터는 곧장 검을 내질렀고, 다크어둠은 등을 꿰뚫릴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우려하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으니.

[캐릭터 : 땡길거야가 동료 보호를 사용합니다.]

검 끝이 가까워지는 순간, 땡길거야가 다크어둠의 몸에 방어막을 감싸는 스킬 [동료 보호]를 시전한 덕분이었다.

팅-! 서걱-!

전장에 울려 퍼지는 맑고 청아한 소리.

그리고 그 뒤로 섬뜩한 파찰음이 따라왔다.

등에 검이 닿으려던 찰나, 다크어둠이 재빠르게 몸을 돌리며 녀석의 가슴을 갈라버린 것이다.

가까스로 넘긴 위기.

그 모습에 땡길거야가 혀를 차며 말했다.

“무식해서 그런지 뒤가 없구나, 아둔한 암살자여.”

“흥! 쓸데없는 짓을.”

위기를 넘긴 다크어둠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이를 갈더니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땡길거야 쪽으로 투척했다.

언뜻 봤을 땐 땡길거야의 핀잔에 기분이 상해 보복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쉬이이익-! 퍽-!!

“컥…!”

다크어둠이 던진 단검이 땡길거야의 볼을 스쳐 지나가며 뒤에서 몰래 다가오던 루미나스 헌터의 이마에 꽂혔다.

“등 뒤는 너나 조심해라, 깡통 기사.”

다크어둠은 땡길거야와 마찬가지로 짧게 핀잔을 남기더니 다시 전장을 파고들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그 모습에.

“오오, 두 분 호흡이 척척이네요! 너무 멋져요!!”

제장이는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환호했고.

“와…. 우리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엄청 잘 싸우잖아? 어디서 저런 괴물들이…?”

공무원 헌터들은 넋을 잃은 듯 멍하니 바라보며 감탄했다.

놀란 건 이은하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에서 봤을 때보다도 강하잖아? 혹시 힘을 숨기고 있던 건가?’

부산 던전 브레이크 사태 때 활약상을 봤기에 두 사람의 실력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A급 몬스터였고, 지금은 루미나스 헌터 천여 명이다.

난이도로 따지면 지금이 더 높은데, 둘은 저번보다 수월하게 싸우고 있었다.

헌터청 진영엔 어느새 희망의 기운이 싹트고 있었는데, 반대편에는 분노를 터트리는 이도 존재했다.

“고작 세 명에게 저게 무슨…!”

루미나스 정예 헌터들에게 등의 상처를 치료받던 마강진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울분을 토해냈다.

단 세 명, 그것도 꼬마가 포함된 무리에게 천여 명의 병력이 일방적으로 밀리다니.

마음만 같아선 [공간 왜곡]과 같은 스킬을 써서 당장 지원해주고 싶었지만.

마강진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등에 회복 포션을 들이붓고 붕대를 감으며 치료를 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한상우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나 포션을 마시면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지원 요청을 한 병력끼리 싸우고 있는데 거기서 먼저 움직인다?

그건 곧 자신이 불러온 지원군의 수준이 더 낮다는 걸 의미했고, 상대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수적 열세인 한상우가 움직이지 않는 모습에 마강진은 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한상우는 전투를 벌이면서 세 명의 소환을 유지할 마나 포션을 마시는 게 쉽지 않아 가만히 있는 것이지만, 적어도 마강진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 것이다.

그러나 자존심 싸움도 잠시, 마강진은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전멸이다.’

시간이 지나고 금발 헌터와 복면 헌터의 힘이 떨어지면 전황이 역전될 거라 봤지만, 그들이 지치는 속도보다 루미나스 헌터의 수가 줄어드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랐다.

“답답해서 차마 두고 볼 수 없군. 비켜라…!”

마강진은 양옆에서 자신을 치료하던 루미나스 정예 헌터들을 뿌리친 후, 앞으로 걸어 나가 [공간 왜곡]을 사용하려 했다.

그런데 건틀릿을 들어 스킬을 시전하는 그때.

“뭐 하려고? 넌 나랑 싸워야지.”

한상우가 [침투]로 다가와 화산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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