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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90화 (90/169)

제90화

10장 일취월장(3)

콰아아아아앙-!!

매직킹의 백금 지팡이에서 방출된 화염이 광산 입구를 지나 동굴 안쪽까지 뻗어나갔다.

단 한 번의 격발.

그러나 화력은 충분했다.

“크워억…!”

“카아악!!”

[캐릭터 : 매직킹이 정예 용족 군단 창병(S)을 처치했습니다.]

[캐릭터 : 매직킹이 정예 용족 군단 기사(S)를 처치했습니다.]

[캐릭터 : 매직킹이 정예 용족 군단 궁수(S)를 처치했습니다.]

999레벨의 마법사가 선사하는 불꽃에 S급 몬스터들이 한 방에 소멸했다.

보상도 화끈했다.

[군주의 특성, 독존이 발동합니다.]

[경험치 20배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힘 +3, 체력 +1을 획득합니다.]

강화된 [독존] 덕분에 20배의 경험치를 연달아 먹어 바로 레벨이 상승한 것이다.

물론, 효과가 강한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었다.

“으, 으악! 엄마…!”

갑작스러운 폭발에 하센이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다가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나는 하센을 부축해 일으켜주며 말했다.

“진정하렴. 네가 다치는 일은 없을 테니.”

“아…. 네! 감사합니다, 용병님!”

하센이 덜덜 떨면서 인사했다.

나름 안심시키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어. 내가 계속 케어할 수도 없고.’

이대로는 하센에게 발이 묶여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 것 같았다.

소년을 돌봐줄 지원군이 필요했다. 마침 적격인 인물이 떠올랐다.

[캐릭터 : 제장이를 소환합니다.]

번쩍-!

“차갑게 식은 광석에 뜨거운 생명의 기운을! 부르셨나요, 군주님!”

“그래, 제장아. 이 소년을 좀 지켜줘. 다치지 않게.”

“알겠습니다, 군주님!”

섬광과 함께 나타난 제장이가 작은 망치를 들고 폴짝 뛰며 소년 옆에 섰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 제장이의 등장에 하센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물었다.

“헉! 너, 넌 누구니? 어디서 나타난 거야?”

“어? 나, 나는, 음… 그러니까….”

‘…요정이라고 해.’

“요, 요정! 군주님의 수호 요정이야! 군주님의 부탁을 받아서 널 지켜주러 왔어!”

“요, 요정? 엘프라는 거야? 와, 신기하다! 전설로만 들었지, 태어나서 처음 봐! 너 되게 멋지다!”

“고마워, 내 뒤에 딱 붙어 있어! 내가 지켜줄게!”

나이답지 않게 의젓한 면모가 있긴 하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 걸까.

하센은 제장이의 어설픈 대답에 홀라당 넘어갔다.

요정이라니.

내가 별생각 없이 시켰음에도, 가만히 듣고 있자니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다행히 꾹 참을 수 있었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려던 찰나,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쩌어어어어어엉-!!

“으하하하핫! 몽땅 뒈져라, 이 닭대가리 쉐리들아…!”

동굴 안쪽에서 나온 굉음 뒤로 광기에 찬 웃음소리가 따라왔다.

잠깐 제장이를 소환한 사이, 어느새 매직킹이 안쪽까지 들어가 광산을 휘젓고 있었다.

“와, 공방에선 몰랐는데 광기의 마법사라는 이명이 딱이시네요! 마법을 시험할 무대가 생겨서 눈이 회까닥 도신 것 같아요!”

“광기의 마법사?”

“네! 안식처에서 사람들이 마법사님을 부르는 별명이에요! 평소엔 온화하신데 싸움만 일어나면 완전히 바뀌어서 광기의 마법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욕쟁이 마법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거기까지 소문이 퍼졌구나.”

하이어의 유저들이나 마법사 에피소드에 연관된 캐릭터 몇몇만 아는 줄 알았는데, 매직킹의 광기는 대장장이들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확실히 소문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유별난 성격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장이와 매직킹의 사이가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두 캐릭터를 동시에 소환했습니다.]

[캐릭터 간의 상성에 따라 동시 소환 효과가 발생합니다.]

[마법사 – 대장장이]

[동시 소환 효과 – 상생 : 마법사와 대장장이는 상생하는 관계입니다. 동시 소환으로 마법사가 착용한 장비의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대장장이는 자긍심을 얻어 모든 스탯이 5% 상승합니다.]

대장장이와 마법사의 동시 소환 효과는 상생이었다.

다만 상생이라는 관계가 곧 친밀도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으니.

“케에에엑!”

“으하핫! 용도 태우면 닭고기 같은 냄새가 나는구나, 아하핫!”

쿠구구궁-!

“앗, 군주님! 광산은 다른 분들한테 맡기는 게 어떨까요? 잘못하다간 폭발로 갱도가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광산 안쪽에서 폭음과 스산한 혼잣말이 들려오자 제장이가 전투 인원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사실 나도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이었다.

마법으로 몬스터를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건 좋지만, 파괴력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자칫 잘못했다간 광산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고민하고 있던 차였는데, 제장이가 의견을 더해주니 한결 결정을 내리기 수월해졌다.

“그래, 그게 좋겠네.”

나는 곧장 실행에 옮겼다.

“호기롭게 기어 나올 땐 언제고 꽁무니 빼냐, 이 닭 대가리….”

[캐릭터 : 매직킹의 소환을 해제합니다.]

[캐릭터 : 다크어둠을 소환합니다.]

야생마처럼 날뛰는 매직킹의 소환을 해제한 뒤, 광산 안쪽으로 다크어둠을 소환한 것이다.

-조용히 처리하겠습니다, 마스터.

‘광산이 안 무너지게 조심하도록.’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개념 없는 미친 마법사와는 다르니까요.

‘그래….’

암살자와 마법사의 동시 소환 효과를 본 것도 아니건만, 다크어둠의 전언만 들어도 둘의 관계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지끈거리는 머리.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고, 지금 당장 문제가 되는 일은 아니었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캐릭터 : 다크어둠이 그림자 긋기를 사용합니다.]

[캐릭터 : 다크어둠이 정예 용족 군단 궁수(S)를 처치했습니다.]

[캐릭터 : 다크어둠이 정예 용족 군단 창병(S)을 처치했습니다.]

[군주의 특성, 독존이 발동합니다.]

[경험치 20배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민첩 +2, 지력 +2를 획득합니다.]

“크워어어억…!”

폭발음이 연속해서 쏟아지던 이전과 다르게 갱도 안쪽에선 메시지와 함께 용족 몬스터들의 비명만 들려왔다.

당장 위험했던 것들은 어느 정도 처리된 듯했다.

나는 슬슬 동굴 입구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자, 그럼 안으로 들어가 볼까. 광산이 무너질 위험도 줄어들었으니.”

“예, 군주님! 제가 길을 밝혀 드리겠습니다!”

[캐릭터 : 제장이가 비전투 모드로 전환합니다.]

제장이는 인벤토리에서 비상용으로 들고 다니는 횃불을 꺼내더니 망치의 전격으로 불을 붙였다.

그 모습에 하센이 입을 쩍 벌리고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짝짝짝-!

“우와! 갑자기 횃불을 만들어내다니…! 너 진짜 요정이 맞구나!”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나중에 더 멋진 거 보여줄게!”

역시 어린아이인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제장이도 하센의 말에 으스댄 후, 광산 안으로 들어가 길을 밝혔다.

레이드는 순조로운 걸 넘어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광산을 점령했다는 용족 군단의 침투조는 다크어둠이 앞서 처치했고, 우리는 몬스터들의 시체로 즐비한 갱도를 걸으며 아이템만 주우면 그만이었다.

특히 나는 더더욱 할 일이 없었다.

“아이템 주워 오겠습니다, 군주님!”

“저도 도울게요, 용병님!”

아이템을 주우려 했지만 제장이와 하센이 먼저 달려가 가지고 왔다.

“그래, 고맙구나.”

나는 꼬마들의 머리를 한 차례 쓰다듬으며 칭찬했다.

그러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헤헤, 더 많이 가져와야지!”

“조심해, 하센! 넘어지면 안 돼!”

하센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더 많은 아이템을 주우려 애썼고, 제장이는 그 뒤를 따라다니며 혹시나 다칠까 케어하기 바빴다.

레이드보다는 광산 탐방 같은 분위기였는데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갱도에 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캐릭터 : 다크어둠이 비전투 모드로 전환합니다.]

-더 이상 안에 생명체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네요. 광산 내부의 몬스터를 모두 정리했습니다, 마스터. 출구가 보이는데 어떡할까요?

‘대기하고 있어. 같이 나가자.’

-알겠습니다, 마스터.

다크어둠이 갱도 안에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했음을 알려온 것이다.

그렇게 꼬마들과 함께 아이템을 주우며 어두컴컴한 동굴을 나아가자.

“엇! 출구가 보여요, 군주님!”

곧 환한 빛과 그 앞에 서 있는 다크어둠을 만날 수 있었다.

순조롭게 끝난 레이드.

“어라? 그런데 저 아저씨는 누구예요? 아까 그 입이 거친 마법사님은 어디 가시고요?”

다크어둠을 발견한 하센이 고개를 갸웃거리긴 했지만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어차피 던전 내부의 존재라 [캐릭터 소환]을 대놓고 써도 상관없기도 하거니와.

“저분은… 암흑의 요정이셔! 우린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할 수 있어서 교대 근무를 하거든!”

“와, 그렇구나! 요정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어!”

어린아이라 그런지 제장이가 대충 변명해도 철석같이 믿은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스터.”

“아니야. 네가 몬스터 잡느라 고생 많았지. 슬슬 밖으로 나가볼까?”

하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나타났다.

갱도를 지나 밖으로 나오자.

“…….”

광산 아래의 널따란 채굴장에 무수히 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기사와 용족 몬스터가 뒤섞인, 격렬한 전투의 흔적.

수천? 수만?

정확한 수는 헤아릴 수 없었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오직 한 명.

흑색 갑주와 대검을 장착한 기사만이 살아남았다는 것이었다.

시체로 가득한 채굴장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던 기사가 고개를 돌려 우리를 쳐다봤다.

휘이이이잉-

피비린내 나는 바람에 섞인 날카로운 눈빛.

비록 흑색 투구에 가려져 이목구비는 볼 순 없었지만, 살기 가득한 눈빛만큼은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실하게 느껴지는 적의.

이건 비단 느낌만 그런 게 아니었다.

촤아아아아악-!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 속, 돌연 흑갑의 기사가 대검을 휘둘러 우리 쪽으로 오러를 날린 것이다.

치열한 전투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답게 맹렬한 기운.

나는 재빠르게 화산방패를 들어 [용암 전개]를 사용했다.

등 뒤에 하센이 있어 회피보다는 방어를 선택한 것이었다.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그저.

쿠웅-!

검기를 정통으로 막아내느라 몸이 약간 뒤로 밀렸을 뿐이었다.

대신 흑갑의 기사가 치러야 할 대가는 참혹했다.

“죽일까요, 마스터?”

다크어둠이 눈앞으로 쌍단검을 교차시키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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