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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97화 (97/169)

제97화

10장 일취월장(10)

“하아, 하아….”

숨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이마에서 시작된 땀은 볼을 타고 턱 끝에서 떨어졌다.

나는 랑데르크의 대검을 쥔 채 공중에 흩날리는 먼지를 바라봤다.

혹시 용족 군단장이 [대리 희생]이나 [동족 흡수] 말고 또 다른 능력으로 되살아나는 건 아닐까.

순간, 경계심이 들었으나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월광 폭발]에 당한 녀석이 먼지로 변해 흩날리기도 했거니와.

[용족 군단의 던전에 진입했습니다.]

[보스 몬스터를 조우하여 던전을 클리어하세요(1/1)]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보상이 수여됩니다.]

메시지가 뜨면서 던전이 완전히 클리어된 것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상도 주어졌다.

쿵-! 투두두둑-!

교활한 용족 군단장의 신형이 먼지로 사라진 후, 녀석이 서 있던 땅 위로 뭔가가 우수수 떨어졌다.

보상의 정체는 다름 아닌.

최상급 마정석 10여 개와 미리보기로 봤던 보상인 갑옷이었다.

나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보상품을 확인했다.

[용족 군단장의 갑옷]

[등급 : 신화]

[효과 : 방어력 +580, 마법 저항 +7]

[스킬 : Lv 1. 용기탱천 - 5분 동안 착용자의 스탯과 스킬 효과를 2배 증가시킵니다. 보유 마나 20% 소모. 쿨타임 24시간.]

[스킬 : Lv 1. 급속 회복 – 적을 처치할 때마다 생명력을 축적합니다. 축적된 생명력은 착용자의 체력 회복에 사용됩니다. 생명력 최대 축적 시, 체력이 모두 회복됩니다. 현재 축적된 생명력 0%]

[강골 – 드래곤의 뼈가 함유된 갑옷입니다. 물리 데미지를 20% 감소시킵니다.]

[체화 – 착용자의 체형에 맞춰 크기가 자동으로 조정되고, 체내로 흡수시켜 외형을 감출 수 있습니다. 외형을 감출 경우, 착용 효과가 20% 감소하고 갑옷의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검붉은 용족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전신 갑옷이었다.

외형만 봐도 고급스럽다는 게 절로 느껴졌는데, 능력치와 스킬은 그보다 더 뛰어났다.

나는 갑옷 위로 떠 오른 메시지들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미친…. 초대박이잖아?”

보상 미리보기를 통해 최상급인 신화 등급의 갑옷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몰랐다.

방어력은 500이 넘고, 마법 저항도 7이나 붙은 데다 5분 동안 스탯과 스킬 효과를 2배로 올려주는 스킬도 붙어 있었다.

특히 갑옷에 생명력이라는 걸 축적시켜 착용자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스킬, [급속 회복]은 가히 사기급이라 봐도 무방했다.

체력 스탯은 헌터에게 방어막과 같다.

체력은 헌터가 어떤 이유에서든 물리적, 마법적 충격을 받았을 때 버틸 수 있는 정도를 말했다.

체력이 높다면 절단이나 골절 등에 대한 저항성도 강해질뿐더러 회복도 빨라진다.

반면, 체력이 낮다면 크지 않은 충격에도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급속 회복]은 목숨을 하나 더 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근데 군단장 녀석이 쓰던 스킬이랑 비슷한 느낌이네. 아니, 오히려 더 좋은 건가?’

어떻게 보면 [용기탱천]과 [급속 회복]은 [동족 흡수], [대리 희생]과 비슷한 능력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희생할 인원 없이 혼자서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위 호환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게다가.

‘[강골]이랑 [체화] 효과도 마음에 들어.’

스킬 외에 부여된 옵션도 최상급이었다.

물리 데미지를 20%나 감소시켜줄 뿐만 아니라 게임 속 외형 감추기처럼 평소엔 드러나지 않게 만들 수도 있었다.

만약 이걸 국제 아이템 거래소에 올린다면?

수천억? 조 단위? 부르는 게 값일 테지만.

[용족 군단장의 갑옷을 장착했습니다.]

[체화 효과가 발동합니다.]

[갑옷의 외형을 감춥니다. 갑옷의 착용 효과가 20% 감소됩니다.]

[체화 해제 시, 갑옷의 효과가 원래대로 돌아오며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용족 군단장의 갑옷을 착용했다.

돈은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벌 수 있지만 이 아이템은 이곳에서밖에 구할 수 없고, 효과도 웬만한 종결템에 가까운 성능이었으니까.

그리고 보상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으윽….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용병님. 그 많던 용족 군단을 해치우고 저희를 구해 주시다니….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요.”

“정말 감사드려요, 용병님!”

용족 군단장의 갑옷 착용을 마치자, 카셀이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하센과 함께 다가왔다.

다리를 절뚝거리긴 했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듯했다.

나는 대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카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보상은 용족들이 드랍한 아이템으로 대신하면 되니까요. 여기 대검 받으시죠.”

“아닙니다. 그 대검은… 용병님께서 쓰시는 게 더 적절할 것 같군요.”

“제가요?”

“네. 그 대검은 저희 부자의 선조, 랑데르크 공작님이 나라를 건국할 때 쓰셨던 무기입니다. 사용자의 오러 블레이드를 극대화해 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저보다는 용병님께서 쓰시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방금 증명되기도 했고, 선조님도 그걸 더 바라실 테고요.”

용족 군단장을 처치한 게 인상적이었던 것일까.

나는 대검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좋은 검이라 탐나긴 하지만, 한 나라의 보물을 가져가는 것 같아 받아도 될지 모르겠군요.”

“용병님이 아니었다면 저희와 랑데르크 공국은 무사하지 못했을 겁니다. 감사의 의미로 드리고 싶으니 받아 주십시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네요.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체면상 손을 내젓긴 했지만, 사실 갖고 싶긴 했다.

무려 영웅 등급 무기다.

내가 쓰고 있는 화산검이 전승 등급인데, 랑데르크의 대검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영웅 등급이었다.

고위 아이템에 있어, 한 단계의 차이는 일반적인 거래가에서 몇 배에 달하는 차이가 있다.

물론 아이템의 특성, 성능, 사용자와의 조합에 따라 가치는 얼마든지 달라지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화산검보다 고성능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대검을 들면 화산방패를 같이 운용할 수 없어 쓸 기회는 많이 없을 테지만, 오늘처럼 등급이 높은 이들을 상대할 때나 강력한 일격이 필요할 경우 꽤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듯했다.

나는 인벤토리에 랑데르크의 대검을 넣은 후, 슬슬 던전을 빠져나갈 준비를 했다.

그러자 카셀이 아쉽다는 투로 말문을 열었다.

“가시는 겁니까? 이대로 보내드리자니 너무 아쉽군요. 저희와 수도성으로 가서 연회를 즐기시죠.”

“아뇨, 괜찮습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용족 군단의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출입구 포탈이 개방되었습니다.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세요.]

던전 클리어 후에 뜬 메시지로 봤을 때 추가 퀘스트가 있을 확률은 적었기 때문이다.

뭔가 좋은 보상이 있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굳이 갈 카셀을 따라갈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여덟 번째 업적이 개방됩니다.]

[여덟 번째 – 레벨 350 달성297/350)]

[히든 퀘스트 : 군주의 업적(7/10)]

[모든 업적 달성 시, 히든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할 일이 또 생겼다.

선행 조건이었던 레벨 250 달성 이후, 여덟 번째 업적이 뜬 것이다.

내용은 던전 클리어가 아닌 350레벨 달성.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봤을 때, 특정 레벨 달성은 선행 조건으로만 나왔었는데 이번엔 업적으로 나왔다.

내 입장에선 개꿀이었다.

히든 보상으로 가는 일이 하나 줄었다고 볼 수 있는데, 퀘스트 완료까지 남은 레벨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이름 - 한상우]

[레벨 - 297]

250레벨을 달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용족 군단을 모두 잡고 나니 어느덧 297레벨이었다.

이곳에 입장할 때 194레벨이었으니 무려 103레벨이 오른 것이다.

던전 하나에 103레벨업이라니.

이게 가능한 수치인가 싶긴 한데, 생각해보면 이렇게 오르지 않는 게 이상했다.

혼자서 수천 마리의 S급과 SS급 몬스터를, 그것도 20배의 경험치로 독식했으니까.

어쨌든 한 번 이렇게 폭렙을 하고 나니 자신감이 붙어 350레벨까지는 금방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카셀의 초대를 거절했다.

“일이 많아서요. 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혹시 존함이라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제 이름을요?”

“예, 수도성에 용병님을 기리는 동상을 세우겠습니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만….”

아직 멀쩡히 살아 있는데 동상이라니.

낯부끄럽고 거부감도 들어 가르쳐주고 싶지 않았지만, 그런 나에게 하센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부탁드려요, 용병님! 용병님의 활약을 잊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요!”

내게는 레벨업을 위해 들어온 던전에 불과했지만.

그 말을 들으니 이들이 단순한 던전의 NPC라는 생각이 희석되었다.

“…한상우입니다. 그렇게 기억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한상우 용병님. 한상우 용병님을 기리는 동상은 반드시 설치하겠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보단 피해 입은 백성들을 좀 더 보살피고, 복구에 힘쓰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만.”

말리자면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기에 나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남은 마나 – 1%]

[캐릭터 소환 : 매직킹]

마침 마나가 일부 회복되었기에 매직킹을 소환해서 빠르게 탈출할 마음을 먹은 것이다.

“출입구 포탈로 가자.”

“예. 출구까지 빠르게 모시겠습니다, 로드.”

매직킹은 소환되자마자 고개를 숙여 인사하더니 지팡이를 휘둘러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잊지 않겠습니다, 한상우 용병님. 조심해서 가십시오.”

“감사했어요, 한상우 용병님!”

랑데르크 부자의 작별 인사 뒤로.

[캐릭터 : 매직킹이 매스 텔레포트를 사용합니다.]

화아아아악-!!

시야가 바뀌었다.

폐허가 된 채굴장에서 던전의 시작 지점인 동굴 안으로 돌아온 것이다.

“후우, 드디어 끝났네.”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로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매직킹은 내 옆으로 다가와 부축하려 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SSS급 보스 몬스터와 싸우느라 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

“힘든 싸움이었어. 가서 좀 쉬자.”

“예. 개버러지 같은 놈들 상대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로드.”

레벨업도 좋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조금은 휴식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매직킹의 부축을 받으며 포탈로 나가려던 그때.

[마법사의 히든 연계 퀘스트 발생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마법사의 히든 연계 퀘스트 발생 조건]

[매직킹의 욕 108개 구사(108/108)]

[조건을 달성하여 마법사의 히든 연계 퀘스트가 부여됩니다.]

메시지가 떠오르며 새로운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무슨 짓을 해도 뜨지 않던 연계 퀘스트가 뜬 것이다.

그런데 숨겨져 있던 퀘스트의 내용이 다소 황당했다.

욕 108개 구사라니.

헛웃음이 절로 나올 조건이었지만 반응할 수는 없었다.

[마법사의 히든 연계 퀘스트]

[매직킹의 로브를 만지기(0/1)]

뭐라 말하기도 전에 메시지가 연이어 떠올랐다.

[매직킹의 로브를 만지기(1/1)]

[캐릭터 : 매직킹의 기억 일부가 재현됩니다.]

부축 때문에 매직킹과 붙어 있던 터라 마법사의 히든 연계 퀘스트도 곧바로 클리어된 것이다.

번쩍-! 화아아아악-!!

매직킹의 지팡이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섬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의식.

그리고 그 뒤로.

매직킹의 기억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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