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123화 (123/169)

제123화

13장 기지개(11)

* * *

<[긴급] 서울 논현동에 SSS급 던전 출현>

<[속보] 대통령, SSS급 던전 출현에 긴급 비상 회의 소집>

<[1보] 최대천 헌터청장, 경위 파악 중>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SSS급 던전.

세상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뉴스부터 SNS, 동영상 플랫폼, 메신저와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매체라면 어디든 서울의 SSS급 던전 출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속보로 이 소식을 다루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SSS급 던전은 세계 최고 헌터들조차 클리어하지 못한, 난공불락의 등급이다.

그런데 그게 수도인 서울 한복판, 그것도 중심지 중의 중심지인 강남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클리어하지 못하고 브레이크가 발생했을 때, 봉쇄되는 영역을 생각하면 강남권은 회생 불가였다.

하여 세간의 관심은 당연히 SSS급 던전에 쏠릴 수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현장의 영상 중심에 바로 한상우와 땡길거야가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시민들이 포탈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몇몇 사람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기에 땡길거야가 헌터들을 [끌어오기]로 끌고 나오고, 한상우가 이은하를 안고 나오는 장면도 고스란히 찍혔다.

특히 몇몇 언론사는 이은하가 안겨 있는 걸 집중 조명 했는데.

<댓글(999+)>

<…….>

사람들도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였다.

맨 처음엔 SSS급 던전 등에 모든 관심을 집중했지만 속속 올라오는 여러 영상들을 보다 보니 자연스레 한상우 쪽으로도 시선이 옮겨간 것이다.

만약 언론사에서 올린 영상이었다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헌터청에서 곧바로 조치를 취했을 테니까.

하지만 영상은 일반인들이 SNS와 동영상 플랫폼으로 올린 것이었기에 빠르게 퍼져나갔고, 헌터청에서 기업에 삭제 요청을 하기도 전에 자료화면으로 이용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세간의 화제는 점점 SSS급 던전에서 한상우와 이은하, 그리고 금발의 헌터인 땡길거야에게로까지 옮겨가며 점점 뜨거워졌는데.

정작 당사자인 한상우는.

쏴아아아아-

“후우….”

태연하게 샤워를 하고 있었다.

해가 중천에 뜬 점심, 온몸에 쌓인 피로를 따뜻한 물로 씻어내는 것이다.

그것도 원룸이 아닌, 넓고 쾌적한 고급 아파트에서.

누가 본다면 난리통 속에서 어떻게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있냐고도 할 테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한상우는 밤새 SSS급 던전 현장을 수습하다가 이제 막 숨을 돌린 차였다.

조금 전까지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빴다.

구조한 헌터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중첩된 던전이 3일 후에 SSS급이 된다는 사실을 최대천에게 알렸다. 뿐만 아니라 취재진과 공무원 헌터들로 북적이는 상황 속에서 혹시나 SSS급 던전이 열리진 않을까 계속해서 포탈을 살펴봤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은 최대천이 고개를 숙이고 휴식을 권할 정도였다.

-감사합니다, 한상우 헌터님. 헌터님께서 나서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군요. 이번에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에는 뭔가를 바라고 한 건 아니라서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감사하면서도 죄송스럽군요. 마침 이 근처에 헌터님께 제공해드렸던 사택이 있으니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후의 일들은 저희가 맡을 거고, 혹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바로 오실 수 있는 위치입니다.

사실 이은하를 구한 건 긴급 퀘스트 때문이고, SSS급 던전을 살펴보는 것도 일이 더 커지면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니 당장 들어갈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었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한상우는 최대천의 말대로 잠깐 쉬어도 될 듯했다.

[던전 중첩이 계속됩니다.]

[던전의 등급이 SS급에서 SSS급으로 성장합니다.]

[SSS급 중첩 완성까지 남은 시간 - 3일]

[중첩이 완성될 때까지 던전 진입은 불가능합니다.]

자신의 눈에도 그렇지만 헌터청의 정밀 검사 결과, SSS급 던전은 다른 던전과 특이하게 던전 중첩으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3일 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설정됐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렇게 특이한 설정 때문에 던전에서 탈출하는 것이 긴급 퀘스트로 부여되었던 것 같았다.

결국, 한상우는 현장을 뒤로한 채 이은하에게 받았던 카드키로 헌터청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에 들어왔다.

비록 빈손이었지만 호텔처럼 가구나 생활용품 등이 이미 전부 채워져 있었기에 불편한 건 없었다.

그렇게 한상우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샤워를 하고 나오자.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군.”

거실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던 땡길거야가 고개를 숙이며 반겼다.

전투가 끝나고 비전투 모드가 되었음에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

땡길거야는 항상 그랬지만 한상우는 왠지 모를 짠함이 느껴져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털어내며 물었다.

“땡길거야, 너도 잠깐 쉬는 게 어때? 눕는다거나 잠을 잔다거나.”

“괜찮습니다, 주군. 저는 이게 편합니다.”

“음, 그래. 편한 대로 해. 너무 무리하진 말고.”

“예. 바다와 같은 넓은 배려 감사드립니다, 주군.”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고 했던가.

싫다고 하는데 억지로 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상우는 거실 창가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감시하는 땡길거야를 내버려 둔 채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켰다.

‘난리 났네, 완전.’

메인 포탈부터 SNS와 자주 가던 커뮤니티까지.

몽땅 SSS급 던전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자신과 땡길거야를 궁금해하는 글들도 심심찮게 보였는데 아직 신상이 드러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활동한 적이 없고, 헌터청에서도 나름 보안에 신경을 써서 영상과 글들을 조금씩이라도 삭제하고 있기 때문인 듯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워낙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다 보니 모두 진화하기는 힘든 듯했다.

조금 더 정보가 풀렸다간 신상이 모두 드러날 수도 있지만.

한상우는 곧 휴대폰을 끄고 메시지 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차피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마음먹은지 꽤 되기도 했거니와 지금은 이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사실 숙소로 들어온 이유는 휴식도 있지만, 완료된 퀘스트를 정산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긴급 퀘스트 완료]

[메시지를 터치할 시, 보상이 지급됩니다.]

SS급 보스 몬스터를 처치했을 땐 완료되지 않았지만 중첩된 던전을 탈출하자 완료된 긴급 퀘스트.

과연 어떤 보상을 줄 것인가.

한상우는 기대감을 품은 채 메시지를 클릭했다.

그러자.

[보상이 수여됩니다.]

[보상 : 캐릭터 소환의 스킬 레벨이 9에서 10으로 증가합니다.]

[유일 스킬 : Lv 10. 캐릭터 소환]

[캐릭터 소환의 스킬 레벨이 증가함에 따라 동시 소환 가능한 캐릭터의 수가 증가합니다.]

[현재 소환 캐릭터 : (1/4)]

[보유 캐릭터 : 5]

[선출 가능 횟수 : 0]

예상치 못했던 보상이 따라왔다.

선출을 진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캐릭터 소환]의 레벨이 올라간 것이다.

‘벌써? 이렇게 빨리 스킬 레벨이 올라도 되나.’

이렇게 단기간에 [캐릭터 소환]의 스킬 레벨이 올라간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한상우는 오히려 미심쩍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기쁨 반, 당혹스러움 반으로 볼을 긁적이던 그때, 연이어 메시지가 올라왔다.

[한계 도달]

[아직 군주로서의 그릇이 크지 않아 동시 소환 수를 늘릴 수 없습니다.]

[동시 소환 가능한 캐릭터의 수를 늘리기 위해선 지휘 특성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지휘 특성 강화 시, 동시 소환 캐릭터 수가 자동적으로 다섯 명으로 늘어납니다.]

[그전까진 최대 네 명이 유지됩니다.]

‘지휘 특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처음 보는 내용에 한상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캐릭터 소환]의 설명을 다시 쳐다봤다.

[현재 소환 캐릭터 : (1/4)]

그러고 보니 캐릭터 소환의 스킬 레벨이 올랐지만 동시 소환 캐릭터의 수는 5가 아닌 4, 그대로였다.

“양아치가 따로 없네.”

진상을 확인한 한상우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원리는 이해했다.

동시 소환의 수를 늘리려면 그 전에 군주의 특성 중 하나인 [지휘]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력하고 직접적인 효과를 보여준 [평정]과 [독존]과 다르게도.

[특성 1 : 지휘 - 소환된 캐릭터를 명령으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

소환 캐릭터의 조종 설명 정도만 있어 신경쓰지 않고 있었던 [지휘].

그렇다 보니 특성 강화를 할 때에도 자연히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데 활용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설명은 저렇게만 해놓고, 이제 와서 [지휘]를 올렸어야 한다고 하니 한 방 맞은 기분이기도 했다.

나름 게임이라면 이골이 난 고인물인데, 이렇게 예상을 완전히 비껴가니 재밌기도 하고 찜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한상우의 마음은 땡길거야도 느끼는 듯했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십니까, 주군. 말씀하시면 바로 응징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거실 창가에 서서 도시를 감시하다가 칼자루에 손을 갖다 댔다.

생각해주는 마음은 고마웠지만 한상우는 곧바로 거절했다.

어차피 응징을 가할 수 없기도 하거니와, 그렇다고 보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이것 말고도 남은 게 더 있었다.

‘슬슬 끝날 때가 됐는데….’

한상우는 소파에 앉은 채 거실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그 순간.

[캐릭터 소환 24시간 유지하기 – 100%]

[충성도 업적 1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이 수여됩니다.]

[캐릭터 : 땡길거야의 충성도가 100 상승합니다.]

[캐릭터 : 땡길거야]

[현재 충성도 – 750 / 999]

[충성도가 750을 돌파하여 제국기사단의 검술의 스킬 레벨이 3에서 4로 상승합니다.]

[제국기사단의 검술 제1식과 제2식, 제3식의 파괴력이 증가합니다.]

[제국기사단의 검술 제4식이 개방됩니다.]

‘드디어 됐네.’

충성도 업적 1이 완료되며 보상이 들어왔다.

이번 보상은 땡길거야의 충성도 상승이었으며, 연쇄 효과로 제국기사단의 검술 제4식이 개방됐다.

그리고 이것 역시 땡길거야도 느끼는 듯했다.

“축하드립니다, 주군. 다음 경지를 깨달으셨군요.”

“고맙다, 오랜 시간 옆에 있으니 덕분에 나도 배우는 게 많아.”

“저는 한 것이 없습니다, 주군. 모든 경지는 주군께서 스스로 이룩하신 겁니다.”

“아냐, 많은 도움이 되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땡길거야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예를 갖추었고, 한상우도 미소를 지으며 공을 치하했다.

그러자 그 뒤로.

[충성도 업적 2가 개방됩니다.]

[충성도 업적 2]

[캐릭터 두 명 동시 소환 48시간 유지하기 - 0%]

두 번째 충성도 업적이 개방됐다.

이번 업적은 캐릭터 두 명의 동시 소환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방식은 똑같은 듯했다.

캐릭터를 소환 해제 없이 유지하는 것.

다만 소환 인원이 두 명으로 늘고 유지 시간도 48시간으로 증가했다.

‘이번엔 어떤 캐릭터들을 소환하는 게 좋으려나.’

난도가 조금 늘긴 했지만 어려울 건 없었다.

한상우는 메시지를 보며 소환할 캐릭터를 고민했다.

그런데 그때.

우우우웅-

<최대천 헌터청장>

휴대폰이 울리면서 최대천한테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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