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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130화 (130/169)

제130화

14장 선택의 끝(2)

“뭐, 뭐야? 탈출이 안 되잖아…?”

겁에 질린 헌터의 혼잣말.

무의식적으로 나온 말이었으나, 그 파급은 나비 효과처럼 점점 커졌다.

“뭐, 뭐…? 탈출이 안 된다고? 설마 탈출석이 안 먹힌다는 건가?”

“미친, 그럼 여기서 꼼짝없이 죽어야 한다는 소리야!?”

SSS급 던전 공략이 힘들 경우, 던전석으로 탈출할 걸 염두에 뒀던 헌터들이 하나둘씩 입구의 포탈로 달려간 것이다.

“악! 미, 밀지 마…!”

“비켜! 이런 데서 죽을 순 없어!!”

입구 포탈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처음엔 눈치만 보는 정도였지만, 하나둘 뛰쳐나가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혼란이 급속도로 커졌다.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SSS급 몬스터라도 합을 맞춘다면 큰 희생 없이 처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 황현성을 믿고 따라와 주십시오!”

예티의 시체가 먼지로 변해 사라진 뒤, 몬스터 아래에 깔려 있던 황현성이 뒤늦게 다가와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물론, 뛰쳐나간 수십의 헌터들 중 탈출에 성공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뭐, 뭐야! 진짜 안 되잖아!”

“탈출석의 등급이 낮아 해당 던전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알려진 적 없어 있는지도 몰랐던 탈출석의 등급.

그 때문에 탈출을 실패한 헌터들은 그저 좌절에 빠져 있을 뿐이었다.

전투 의지라곤 찾아보기 힘든 모습.

이에.

“아비규환이 따로 없네요. 진정 좀 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이대로는 레이드 진행이 어려울 것 같아요.”

“난감하군요. SSS급 몬스터가 강하다곤 해도 잡을 수 있다는 게 방금 증명됐는데 이렇게 시작부터 다들 마음이 꺾여서야 원….”

안지은과 황현성은 헌터들이 조금이라도 진정하길 바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었다.

쿵-! 쿵쿵-!!

“흐워어어어!!”

[설원의 예티(SSS)]

[설원의 예티(SSS)]

안개가 자욱한 설원 끝.

이번엔 20마리가 넘는 예티가 몰려온 것이다.

“저, 저게 다 몇 마리야…?”

“저걸 어떻게 다 잡아!!”

공략대의 헌터들이 패닉에 빠지는 건 당연했고.

“제길, 수가 너무 많은데요?”

“최대한 다른 헌터들과 힘을 합쳐서 싸워야죠. 저건 저희 둘만으로 처치하기엔 수가 너무 많아요.”

“칫, 어쩔 수 없네요. 모두 진형 갖추세요! 옵니다!!”

안지은과 황현성도 이전과 다르게 먼저 달려들지 않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하려는 순간.

그 속에서 나는.

-가서 처치할까요, 주군?

‘아니,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 돼. 확실히 위험해졌다 싶을 때 개입해도 늦지 않아.’

-알겠습니다, 마스터.

-예의주시하고 있겠습니다, 로드.

캐릭터들과 한발 물러서서 잠시 관망하는 걸 택했다.

조금 전, SS급 헌터 두 명이 SSS급 몬스터 한 마리를 처치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하긴 했지만 B급부터 S급에 이르는 공략대 헌터들의 실력은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엔 몬스터의 수가 워낙 많고, 입구 포탈 뒤쪽으로는 다리가 끊어진 낭떠러지라 도망칠 곳도 없었다.

패닉에 빠져 있던 공략대 헌터들도 직접적인 위험이 가까워지자 조금씩 정신을 다잡기 시작했다.

“젠장! 도망치다 죽거나, 싸우다 죽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면… 싸워야지!”

“다들 모여요! 한 마리당 최소 5명씩 붙어서 상대해봅시다!”

역시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

다들 도망칠 생각으로 SSS급 던전에 들어왔지만 퇴로가 차단되자 빠르게 전투로 태세를 전환했다.

겁이 많긴 해도 나름 최소 B급인 인원들인 만큼 기본적인 실력은 갖추고 있는 것이다.

공략대 헌터들은 검과 창, 도끼, 활 등 각자의 무기를 들고 두 명의 SS급 헌터와 함께 예티들을 상대했다.

쿵-! 쩌억-! 콰아아아앙-!!

B급부터 SS급까지.

다양한 헌터들이 구사하는 스킬들이 예티를 향해 쏟아졌다.

처음으로 합을 맞추는 전투.

비록 연습할 시간조차 없어 제대로 맞지는 않았지만 제법 괜찮은 모양이 나왔다.

“쿠어어엉!!”

[설원의 예티(SSS)를 처치했습니다.]

헌터들의 수많은 스킬이 선두에 있던 몬스터에게 집중되어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한 녀석을 처치한 것이다.

그러나 그 뒤가 문제였다.

“여섯 명이 한 조를 만들어서 싸우세요!”

“몬스터 처치한 조는 바로 옆의 파티에 합류해서 지원해주세요!”

황현성과 안지은의 지휘 아래, 전투가 시작됐지만.

“흐워어어어!!”

“크악! 이쪽 인원 충원해줘!”

“여기도 병력이 부족합니다! 으악!!”

예티들과의 근접전이 시작되자 순수 피지컬에서 압도적으로 밀려버렸다.

헌터들은 화염과 오러 소드 등 나름 유효할 듯한 스킬을 사용하며 대항해봤지만 예티의 가죽조차 뚫는 게 쉽지 않았다.

사냥을 당하는 건 오히려 헌터 쪽이었다.

“미친! 뭐 이렇게 힘이 세! 크헉!!”

예티가 주먹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헌터들의 방패와 방어구들이 무참히 깨져 나갔다.

고작 3분쯤 지났을까.

SS급과 S급 헌터들은 어느 정도 싸우는 모양새였지만 그마저도 겨우겨우 버티는 형국이었고, 나머지 A급과 B급 헌터들은 사실상 거의 뻗어 있는 상태였다.

더 두고 봤다간 공략대 전원이 몰살당할 것 같은 전황.

그 순간, 나는.

‘지금이다. 전원 출격.’

캐릭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반응은 즉각 이루어졌다.

쿵-! 쉬익-! 파앗-!

전투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던 캐릭터들이 가장 위험에 처한 헌터들부터 도와주기 시작한 것이다.

[캐릭터 : 다크어둠이 쾌속 이동을 사용합니다.]

[캐릭터 : 다크어둠이 배후 강타를 사용합니다.]

[캐릭터 : 땡길거야가 끌어오기를 사용합니다.]

[캐릭터 : 매직킹이 아이스 스피어를 사용합니다.]

다크어둠은 검은 연기를 흩날리며 사라진 뒤, 예티의 뒤통수 위에서 나타나 쌍단검을 내리찍었고.

땡길거야는 오러 사슬을 날려, 바닥에 쓰러진 공략대 헌터를 밟으려던 예티를 당겨왔으며.

매직킹은 얼음으로 이루어진 고드름 수십 개를 날려, 헌터들과 싸우고 있는 예티의 발목과 어깨 등에 정확히 꽂아버렸다.

일반적인 헌터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화려하고 강력한 스킬들.

효과는 확실했다.

[캐릭터 : 땡길거야가 설원의 예티(SSS)를 처치했습니다.]

[캐릭터 : 다크어둠이 설원의 예티(SSS)를 처치했습니다.]

[캐릭터 : 매직킹이 설원의 예티(SSS)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몇 번 스킬을 사용하지도 않았건만 예티의 수가 확연하게 줄어든 것이다.

전장의 분위기도 순식간에 바뀌었다.

“뭐, 뭐지? 갑자기 예티의 수가 줄었어.”

“저 헌터들 좀 봐! 완전 날아다니고 있어!”

“이, 이길 수 있어! 이대로만 가자!”

절망에 빠져 있던 헌터들은 세 캐릭터들의 활약에 환호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예티와 싸웠다.

그렇게 캐릭터들의 가세와 고무된 사기 덕분에 SSS급 몬스터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었고, 어느덧 한 마리만 남게 되었는데.

“하아아앗!!”

콰아아아아앙-!!

“흐어억…!”

[요새 뚫기]

[설원의 예티(SSS)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마지막 녀석은 내가 직접 처치했다.

검 위에 오러로 거대한 랜스를 만들어 내는 제국기사단의 검술 제4식, 강력한 돌진 관통 기술인 [요새 뚫기]로 마무리한 것이다.

예티의 몸에 난 거대한 구멍.

나는 검술을 마무리하며 화산검을 뺐고, 녀석은 단말마를 남기고 소멸했다.

그러자.

“누, 누구지? 이름 아는 사람 있어?”

“모르겠어…. 근데 SS급 헌터보다 훨씬 센 거 같은데? 저게 말이 되나?”

“해외에서 파견 온 헌터들인가?”

백여 명의 헌터들이 일제히 입을 쩍 벌린 채 수군거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SS급 헌터도 버거워하는 SSS급 몬스터들을 세 캐릭터와 내가 가세하자마자 5분도 안 돼서 쓸어버렸으니까.

곳곳에서 쏟아지는, 경외와 경악이 뒤섞인 시선.

그걸 보고 있자니 얼마 전, SS급 던전에서 최대천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이 능력…. 말씀하신 대로라면 SSS급 던전 클리어는 무리가 없겠군요.

-예, 맞습니다.

-하지만 SSS급 던전을 클리어하는 과정에서 한상우 헌터님이나 소환수분들의 힘이 반드시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소환수야 동료 길드원으로 위장한다고 해도, 클리어 과정에서의 활약으로 한상우 헌터님이 유명해지는 건 피할 수가 없습니다. 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미 각오한 일입니다. 애초에 스스로 보호할 수 있을 때까지만 정체를 숨기기로 마음먹었거든요. 이제 SS급 헌터와도 대적할 수 있으니, 굳이 숨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헌터청에서도 이제 한상우 헌터님을 숨겨야 할 대상보다는 새로운 스타로 생각하고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시, 나는 최대천과 대화를 나누며 더 이상 숨지 않을 것을 다짐했고 SSS급 던전에서 실행에 옮겼다.

땡길거야와 다크어둠, 그리고 매직킹이 소환수라는 건 밝히지 않겠지만, 우리가 SSS급 던전을 클리어할 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SSS급 던전에 들어온 헌터들 앞에서 화려하게 데뷔하는 셈이었는데, 그래서 일부러 조금 극적인 타이밍에 강력한 스킬로 인상을 남겼다.

전략적으로도 눈도장은 강하게 남기는 게 여러모로 좋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가진 힘을 모두 쏟아부은 건 아니다.

만렙 캐릭터 세 명이 전투 모드로 전환되어 스킬을 사용하고, 나도 제국기사단의 검술 제4식을 썼지만 보유하고 있는 마나가 크게 소모되지는 않았다.

420까지 레벨을 올리면서 마력 스탯이 제법 상승하기도 했거니와.

[캐릭터 두 명 동시 소환 48시간 유지하기 - 100%]

[충성도 업적 2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이 수여됩니다.]

[캐릭터 : 땡길거야의 충성도가 30 상승합니다.]

[캐릭터 : 땡길거야]

[충성도 – 780 / 999]

[캐릭터 : 매직킹의 충성도가 100 상승합니다.]

[캐릭터 : 매직킹]

[충성도 – 710 / 999]

[충성도가 700을 돌파하여 천재 마법사의 깨달음의 스킬 레벨이 1에서 2로 상승합니다.]

[천재 마법사의 깨달음 제2장이 개방됩니다.]

SS급 던전을 돌던 도중, 충성도 업적 2가 완료되어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땡길거야의 충성도는 앞서 100을 획득해서 그런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대신 매직킹의 충성도는 100이 올랐고, 그에 대한 여파로 천재 마법사의 깨달음 제2장을 획득했다.

[Lv 2. 천재 마법사의 깨달음]

[제1장 마법사의 지식]

[제2장 마법사의 고뇌]

[조건 미충족, 잠김]

[조건 미충족, 잠김]

[조건 미충족, 잠김]

[패시브 스킬 : Lv 1. 마법사의 고뇌 – 마나 운용법을 개선하여 스킬 사용에 필요한 마나의 소모량이 10% 감소합니다.]

[마법사의 고뇌]는 최대 마나를 늘려주는 [마법사의 지식]에 이어 스킬을 사용할 때 소모되는 마나량을 줄여주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어쨌든 지속적인 성장으로 SSS급 던전 안에서 세 캐릭터를 동시에 운용해도 큰 무리가 없게 되었는데 그 덕에 효과는 톡톡히 봤다.

세 명의 만렙 캐릭터를 동시에 활용, SSS급 몬스터 스무 마리를 삽시간에 처치하면서 헌터들에게 제대로 충격을 준 것이다.

황현성과 안지은도 다른 헌터들과 마찬가지로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하, 한상우 헌터님?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죠?”

“이분들, 대체 정체가 어떻게 되시는…?”

나는 황현성과 안지은, 그리고 공략대 헌터들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길게 말 안 하겠습니다. 저는 제 길드원들과 함께 SSS급 던전을 클리어할 겁니다. 따라올지 말지는 각자 알아서 결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헌터들을 돌아보며 짧게 얘기한 뒤, 설원을 걸어 던전 안쪽으로 향했다.

방금 전의 전투를 보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SSS급 던전의 클리어에, 이들의 힘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죽는 걸 바라는 건 아니다. 희생은 적을수록 좋다.

하지만 SSS급 던전에 들어온 이상 지켜줄 여유는 없었고, 각자의 안위는 스스로 챙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내가 자신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일까.

“따, 따라가는 게 낫겠지?”

“여기 있으면 또 언제 예티들이 나타날지 몰라. 차라리 저 헌터님들을 따라가는 게 훨씬 생존율이 높을 거야.”

공략대 헌터들은 나름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우르르 내 뒤를 쫓아왔다.

그건 황현성과 안지은도 마찬가지였다.

“이, 일단 따라가 볼까요?”

“그게 나을 거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네요. 어째서 최대천 청장님께서 한상우 헌터님과 그 길드원들을 믿고 따르라고 하셨는지.”

방금 보여준 압도적인 무력 덕분에 두 사람도 자존심을 접고 내 뒤를 따라왔다.

한순간에 넘어온 주도권.

어느새 공략대는 나와 세 캐릭터를 선두로 두고 진행되고 있었다.

나와 캐릭터들이 SSS급 몬스터를 손쉽게 처치할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으니, 자신들의 안위를 맡겨도 되겠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도망만 치던 공략대를 한데 뭉치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다.

안개가 자욱한 설원을 걷는 도중.

“아아, 숨겨진 길을 걷는 방랑자들이여.”

“헉! 뭐, 뭐야!”

“사람…인가?”

저 멀리, 갑자기 로브를 눌러 쓰고 지팡이를 든 인물이 나타났음에도 이전처럼 도망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재빠르게 주시하며 상황을 분석하는 모습이었다.

“모, 몬스터가 말을 했어?”

“아니, 저게 몬스터라고? 사람 아니야?”

“하지만 들어온 헌터 중에는 저런 사람이 없었어!”

“뭔가 이상해. 말을 하는 몬스터가 있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던전에서 언어를 구사하는 존재의 등장.

나는 몇 번 겪어 대수롭지 않았지만 공략대의 헌터들은 처음 보는 것이라 당황스러운 듯했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일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으니.

“고행에서의 선택은 생사를 좌우하는 법. 현명한 선택을 통해 끝에 도달해보게.”

정체불명의 존재가 알 수 없는 대사를 던진 순간.

[선택의 길]

[첫 번째 갈림길에 도착했습니다.]

[두 개의 포탈 중 한 곳으로 진입하십시오.]

메시지가 떠오르면서 본격적인 SSS급 던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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