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144화 (144/169)

제144화

15장 스타의 삶(6)

* * *

“EX급 던전이라….”

SS급의 두더지 던전에서 나온 후, 나는 매직킹의 [매스 텔레포트]를 이용해 헌터청에서 마련해준 고급 아파트로 이동했다.

그리고 거실에 설치된 컴퓨터로 검색을 시작했는데….

“역시 없네.”

EX급 던전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잠깐 검색한 것도 아니고,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검색해봤으나 EX급이라는 등급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아예 유추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업적의 난도는 클리어할수록 높아졌으니, EX급은 SSS급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일 가능성이 컸다.

인터넷에도 SSS급 이상의 등급에 관해 언급한 글들도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님들, 만약 SSS급보다 높은 등급의 던전 나오면 어떡할 거임?>

<어쩌긴 뭘 어째. X나 튀어야지.>

<튄다고 될까? SSS급이야 브레이크 터져도 일정 범위 이상 안 나와서 괜찮은 거지, 안 그러면 걍 멸망임ㅋㅋㅋ>

<알빠임? 위대한 헌터님들이 알아서 처리하시겠지ㅎㅎ>

모두 증거 하나 없는 가정이나 농담에 불과했다.

SSS급 이상의 던전이나 몬스터가 등장할 수 있다는 가정은 하지만 실재한다는 내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EX급 던전.

혹시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기밀 정보가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최대천에게 문의하려고 했지만.

“…이쪽으로는 하지 말자.”

나는 이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만약 최대천이나 신대훈에게 EX급 던전을 문의한다면 퀘스트에 관하여 어느 정도 눈치챌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대천에게 [캐릭터 소환]의 능력을 오픈하긴 했다.

그러나 공개한 건 어디까지나 스킬에 관해서였지, 군주의 업적이라든가 [독존], [평정]과 같은 특성까지 알려주지는 않았다.

괜히 EX급 던전이라는 게 있냐면서 문의했다간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헌터청장을 지내며 산전수전 다 겪은 최대천이라면 에둘러서 SSS급 이상의 던전이 있냐고 묻기만 해도 나한테 뭔가 있다는 걸 눈치챌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은 레벨업부터 하자.”

레벨을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모든 업적을 완수하면 주는 히든 보상이 무엇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단서조차 얻을 수 없으니 일단 레벨부터 올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만약 EX급 던전이 존재한다면, 당연히 SSS급보다 더 강할 것이다. 당장 SSS급만 해도 쉽지는 않았으니 레벨을 지금보다 더욱 높일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당장 해야 할 일도 있었다.

[캐릭터 : 제장이가 격상을 사용합니다.]

[격상 효과를 받은 아이템의 등급이 상향됩니다.]

[완성까지 남은 시간 – 22시간]

[시간 단축 재료 : 화산 지네의 다리]

[시간 단축 재료 1개당 제작 시간이 4시간 단축됩니다.]

EX급 던전에 대해 검색하느라 미뤄놨던 [격상]도 완성해야 했다.

재료를 구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아파트에 오기 전, 서울역 아이템 거래소에 들러 양병석에게 준비를 부탁했었으니까.

<양병석 매니저(3분 전) - 한상우 헌터님, 화산 지네의 다리 6개 모두 도착하여 연락드립니다.>

마침 필요 아이템이 모두 준비됐다는 문자도 왔다.

[캐릭터 소환 : 매직킹]

“눈을 가리는 무수한 거짓 속, 단 하나의 진실을. 부르셨습니까, 로드.”

“아이템 거래소로 가자, 매직킹.”

“예. 바로 모시겠습니다.”

나는 매직킹을 소환해 CCTV가 닿지 않는 아이템 거래소의 골목길로 순간 이동한 다음, 양병석이 있는 아이템 거래소의 매장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헛! 한상우 헌터님, 굉장히 빨리 오셨네요. 근처에 계셨나 봅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양병석이 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아무래도 문자를 보내자마자 도착해서 그런 듯했는데, 나는 적당히 둘러대어 얼버무렸다.

“아, 네. 뭐 빨리 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역시 한상우 헌터님이십니다!”

양병석도 언론에서 보도하는 SSS급 클리어 소식을 듣고 내 정체를 알게 되었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나는 품에서 카드를 꺼내며 양병석에게 건넸다.

“이걸로 계산 부탁드리겠습니다. 물건은….”

“아, 여기 있습니다! 가격은 총 12억 원입니다.”

양병석은 아래에서 커다란 나무 궤짝을 꺼내더니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그 안에는.

성인 팔뚝만 한 지네의 다리 6개가 들어 있었다.

화산 지대 던전에서만 나오는 몬스터로, 땅으로 숨는 특성이 있어 사냥이 쉽지 않아 개당 최소 2억을 호가하는 재료템이었다.

나는 품에서 카드를 건네주며 말했다.

“빠르게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한상우 헌터님께서 찾아주셔서 제가 더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필요한 게 있으면 또 찾아뵙겠습니다.”

나는 계산을 마친 후, 상자를 들고 골목길로 복귀해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매직킹의 [매스 텔레포트]를 이용했다.

다만 종착지는 아까와 같지 않았으니.

깡-! 깡-!

이번엔 아파트가 아니라 제장이가 망치질을 하고 있는 사무실로 이동했다.

아파트는 거주지라 망치질을 하면 소음 피해가 심각하니 제장이의 [격상] 작업을 사무실에서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나는 나무 궤짝을 안은 채 사무실 구석의 간이 대장간에서 망치질을 하고 있는 제장이에게 다가갔다.

“제장아, 재료 구해왔다.”

“오오, 감사합니다 군주님! 이번 재료도 저번처럼 바로 구해주셨네요!”

“아는 사람한테 부탁해서 금방 구할 수 있었어.”

“역시 군주님, 인복도 많으시군요! 그럼 바로 작업하겠습니다!”

옆에 나무 궤짝을 내려놓자 제장이는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망치로 재료템들을 툭툭 쳐서 빛으로 만들고 흡수하더니, 그 빛을 머금은 망치를 그대로 화산방패를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번쩍-!

[격상 완료]

[격상 효과를 받은 아이템의 등급이 상향됩니다.]

[‘강인한 꼬마 대장장이의 화산방패’가 ‘전설적인 꼬마 대장장이의 화산방패’로 승급합니다.]

섬광이 방출되면서 화산방패의 형태가 변했다.

“완성했습니다, 군주님! 한번 확인해 보시겠어요?”

이전보다 좀 더 커지고, 세련되게 바뀐 디자인.

나는 제장이가 건네는 방패를 받아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전설적인 꼬마 대장장이의 화산방패]

[등급 : 신화]

[효과 : 방어력 +480, 마법 저항 +6]

[스킬 : Lv 3. 용암 전개]

[스킬 : Lv 2. 기폭]

[스킬 : Lv 1. 융기]

[각인 : 꼬마 대장장이의 각인 – 꼬마 대장장이가 각인한 아이템입니다. 차원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꼬마 대장장이의 소환이 해제되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와… 최소 두 배는 더 좋아졌네.’

외형과 마찬가지로 능력치도 멋지게 변했다.

180이었던 방어력은 480이 되어 두 배 넘게 향상됐고, 마법 저항력도 4에서 6으로 늘어났으며, 스킬 역시 레벨이 한 단계씩 상승한 데다 [융기]라는 새로운 스킬도 탑재됐다.

전승 등급에서 영웅 등급이 됐을 때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매직킹도 감탄할 정도였다.

“이제 꼬마 대장장이라고 놀릴 수 없겠군요.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방패입니다, 로드.”

“고맙다, 제장아. 정말 훌륭한 방패야.”

“제가 더 감사 드립니다! 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모두 군주님께서 저를 이끌어주신 덕분이에요!”

“좋아, 새로운 방패도 얻었으니 다시 레이드 뛰러 가볼까? 매직킹, 두더지 던전 앞으로 간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로드.”

새로운 장비를 얻으니 사용하고픈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EX급 던전을 찾아야 한다는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어째서일까?

확실하진 않지만 레벨을 올리다 보면 자연스레 나타날 거란 예감이 들었다.

시스템과 퀘스트는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그래, 일단은 준비하면서 기다려 보자. 기회는 반드시 생길 테니까.’

기회는 준비된 자가 잡는 법.

나는 신화 등급이 된 화산방패를 들고 다시 두더지 던전으로 향했다.

* * *

“후우, 오늘도 겨우 끝났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한 청년이 스포츠카에서 내렸다.

그러자.

가슴팍에 수놓은 명찰이 뜨거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아랍어로 적힌 등급과 이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에 발을 내디딘 이는 다름 아닌 한국의 헌터, 유상준이었다.

오래전, C급 던전 레이드 도중 루미나스 강두식에게 습격당해 사경을 헤맸던 그는 아신 길드를 나온 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용병 활동을 시작했다.

강철만의 배려와 지원으로 한국에서 헌터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지만, 믿었던 동료에게 목을 꿰뚫렸던 트라우마 때문에 파티 레이드는 도저히 뛸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용병 활동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나, 자국 헌터의 수가 적어 주기적인 던전 클리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여 최근에는 해외에서 헌터들을 고용해 주요 도시 주변의 던전들을 클리어하게 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유상준이 거기에 지원한 것이다.

다행히 평균적인 던전의 난이도는 쉬운 편이라 크게 어렵지 않았다.

유상준은 혼자서 클리어할 수 있는 E급이나 F급 던전 위주로 클리어를 맡으며 홀로 생활했다.

다른 헌터들의 경우 레벨업과 높은 등급의 아이템 파밍을 노리다 보니 상급 던전으로 가길 바랐으나, 유상준은 혼자서 활동하길 원했기에 굳이 고등급 던전에 갈 필요가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 근처에 있는 E급과 F급 던전만 주기적으로 클리어하면 의식주가 해결될 뿐만 아니라 길드에 소속됐을 때보다 높은 보수도 들어왔다.

고등급 아이템을 살 정도는 아니지만 스포츠카를 끌고,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물건들을 사기엔 무리 없는 금액이었다.

유상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뒤, 리야드의 자랑인 킹덤 타워로 들어가 쇼핑을 시작했다.

들어갈 땐 빈손이었지만 나올 때는 수많은 쇼핑백 때문에 양손이 묵직했다.

‘내일도 오늘 같은 하루가 되길.’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유상준은 스포츠카를 운전하며 이 행복이 계속되길 희망했다.

그러나 불행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킹덤 타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려던 그 순간.

쿠구구구구궁-!!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더니 도로가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스포츠카가 그대로 뒤집혀서 찌그러질 정도로 강력한 융기.

이건 단순한 지진이 아니다.

그렇게 직감한 유상준은 차 문을 열고 내린 뒤, 재빠르게 탈출했다.

얼마 전에 뽑은 새 차를 등 뒤로 하니 눈물이 핑 돌았지만, 지금은 몸이 우선이었다.

쿠궁-! 쿠구구구궁-!!

지축을 울리며 솟아오르는 땅.

“꺄아아아악…!”

“사람 살려!!”

과연, 곳곳에선 비명도 들려왔는데 유상준은 곧 어째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지 깨달았다.

솟아오르는 땅에서 겨우겨우 탈출해 뒤를 돌아보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차들이 있던 도로 위로.

“저, 저게… 뭐지?”

피라미드처럼 생긴 거대한 던전이 솟아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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