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5화
15장 스타의 삶(7)
* * *
<[긴급]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EX급 던전 출현>
<[속보] 사우디 헌터청, EX급은 SSS급보다 상위 등급인 것으로 추정.>
“후우, 드디어 떴네.”
두더지 던전 포탈 앞.
레이드를 마친 후, 휴대폰을 보던 나는 EX급 던전 출현 소식을 확인하고 씩 웃었다.
열 번째 업적 개방 후.
두더지 던전에서 레이드를 반복한 지도 어언 일주일.
기다리고 있으면 기회가 온다는 믿음 아래 레벨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한복판에서 EX급 던전이 생성됐다는 기사가 떴다.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기회가 올 거라 믿고는 있었으나, 내심 기약 없는 기다림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나 싶었는데 마침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EX급 던전이 뜬 건 좋은데…. 레벨은 이 정도면 되려나?’
하지만 생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EX급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기에 성공을 장담하기는 힘들었다.
나는 휴대폰으로 기사를 확인한 후, 지난 레이드의 결과를 확인했다.
‘상태창 오픈.’
[상태창]
[이름 - 한상우]
[레벨 - 550]
[고유 특성 - 하이어의 군주]
<스탯>
[힘 : 508] [민첩 :490] [지력 : 463] [체력 : 535] [마력 : 620]
레벨은 500에서 550으로 상승했고.
[충성도 업적 4]
[충성도가 가장 낮은 캐릭터의 소환 일주일간 유지하기 – 100%]
[충성도 업적 4를 완료하셨습니다.]
새로 받은 충성도 업적 4도 레이드 도중 연진의 소환을 유지하여 달성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보상이 수여됩니다.]
[캐릭터 : 연진의 충성도가 100 상승합니다.]
[캐릭터 : 연진]
[충성도 – 650 / 999]
[충성도가 600을 돌파하여 연금술사의 비술의 스킬 레벨이 1에서 2로 상승합니다.]
[연금술사의 비술]의 스킬 레벨이 상승하여.
[Lv 2. 연금술사의 비술]
[제1진 극독 내성]
[제2진 효능 상승]
[조건 미충족, 잠김]
[조건 미충족, 잠김]
[조건 미충족, 잠김]
연금술사의 비술 제2진 효능 상승을 획득했다.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패시브 스킬 : Lv 1. 효능 상승 – 복용하는 포션의 효율이 10% 상승합니다.]
포션을 복용할 경우, 그 성능이 10% 상승되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마나에 대한 압박감은 더 줄어들었다.
같은 마나 포션을 마셔도 예전보다 10% 더 많은 양이 회복된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뒤로.
[충성도 업적 5]
[캐릭터 네 명 동시 소환 일주일 동안 유지하기 - 0%]
새로운 충성도 업적도 부여받았는데, 당장 완료하기는 어려울 거 같아 [캐릭터 소환]은 모두 해제한 상태였다.
어쨌든 지난 일주일 동안 열심히 레이드를 한 덕분에 레벨도 올리고, 새로운 패시브 스킬도 획득했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가느냐는 것인데….
다행히도, 굳이 방법을 찾지 않아도 저절로 해결되었다.
우우우웅-!
<헌터청 신대훈 과장>
기사가 뜬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대훈 과장한테서 먼저 연락이 왔다.
나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과장님.”
-안녕하세요, 한상우 헌터님. 혹시 기사 보셨습니까?
“EX급 던전 말씀이신가요?”
-오오, 보셨다면 얘기가 빠르겠군요. 그것 때문에 최대천 청장님께서 국내 SS급 헌터님들을 모아 긴급 회의를 주최하셨습니다. 그리고 한상우 헌터님도 꼭 불러달라고 말씀하셔서 연락드렸습니다. 조금 촉박하지만, 혹시 한 시간 내로 오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장소는 헌터청 본청입니다.
“예, 바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신대훈 과장의 연락을 받은 직후, 나는 매직킹의 [매스 텔레포트]를 이용해 잠시 집에 들렀다.
지난 일주일간 쉬지도 않고 레이드를 반복한 탓에 인벤토리가 꽉 찰 정도로 잡템이 넘치기도 했거니와 온몸이 땀범벅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차례 정비를 하고 [매스 텔레포트]로 헌터청으로 이동, 회의실로 들어가자.
“오셨습니까, 한상우 헌터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야! 이게 얼마 만인가요, 한상우 헌터!”
“늦었지만 SSS급 던전 클리어 정말 축하드려요, 한상우 헌터님.”
“난 처음부터 한상우 헌터님이 잘될 것 같았습니다, 하하핫!”
“감사합니다. 강철만 길드장님도 SSS급 헌터 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최대천을 비롯해 강철만, 지소영, 추성태 등 SS급 헌터들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물론, 죽상인 녀석도 있었다.
“…반갑습니다. 한상우 헌터.”
“오랜만이군요, 서지환 헌터. 그런데….”
“……?”
“말이 좀 짧지 않나요?”
“크윽! 오, 오랜만입니다, 형님….”
내게 대련을 패배하였던 서지환은 슬금슬금 시선을 피하는 듯했지만, 결국 분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약속을 지켰다.
그 뒤로.
“안녕하십니까, 한상우 헌터님. 성재경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한상우 헌터님! 잘 지내셨죠?”
처음 보는 SS급 헌터 성재경과, 함께 SSS급 던전을 클리어했던 안지은이 차례대로 악수를 청해왔다.
“예, 두 분 모두 반갑습니다. 그런데… 황현성 헌터는 보이지 않는군요.”
나는 두 사람의 인사를 받은 뒤,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자 최대천이 회의실 중앙의 의자에 앉으며 대답했다.
“황현성 헌터는 아직 병원에서 재활 중입니다. 한상우 헌터님께서 훌륭하게 대처해주신 덕분에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원래 컨디션이 돌아오려면 최소 한 달 정도는 더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렇군요.”
“예, 황현성 헌터는 당분간 활동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제 모두 오신 것 같으니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죠.”
짧은 인사 뒤로 회의는 곧바로 시작됐다.
회의장에 배치된 ㄷ자 테이블에 앉자 빔프로젝터가 가동되면서 스크린에 사진이 떠올랐다.
빌딩이 들어선 도시 한가운데, 거대한 포탈이 생성된 모습.
최대천의 설명이 이어졌다.
“다들 들으셨겠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세계 최초로 EX급 던전이 생성됐습니다. 그리고 사우디 왕실은 EX급 던전을 클리어할 연합을 꾸리기 위해 세계 각국의 헌터청에게 지원 요청을 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요청했습니다.”
“역시 레이드를 시도하는군요.”
최대천의 설명에 강철만이 나직이 살을 덧붙였다.
사실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헌터청에서 SS급 헌터들을 소집한 이유를.
최대천도 부정하지 않고, 강철만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어쩔 수 없을 걸세. 우리가 강남을 버리지 못했던 것처럼 저들도 리야드를 절대 버리지 못하는 것이지.”
그리고 다시 우리에게 시선을 돌려 전체 발언을 이어나갔다.
“하여… EX급 레이드에 참가할 헌터를 모집하기 위해 여러분들을 불렀습니다. 사우디 왕실에서 제시한 레이드 비용은 1인당 2조 원. 성공 시 3조 원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하는군요. 세금도 모두 왕실에서 부담한다고 하니 최종 수익은 5조 원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5조 원…!”
최대천의 말에 추성태를 비롯한 SS급 헌터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리 천문학적인 금액을 버는 SS급 헌터들이라 하더라도 5조 원은 한 번에 벌기 힘든 금액이었다.
특히 세후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는데, 경제적 보상이 후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다만 염두에 두셔야 할 게 있으니 사우디 자체 조사 결과, EX급의 난도가 SSS급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겁니다.”
“얼마나 높죠?”
“던전이 방출하는 에너지는 SSS급의 1.5배인데, 몬스터의 전투력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선발대로 몇몇 헌터들이 탈출석을 들고 진입했으나,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진입한 지 얼마되진 않았지만 정황상….”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군요.”
“예, 맞습니다.”
내 물음에 최대천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지소영이 손을 들며 물었다.
“갈 수 있는 건 몇 명인가요? 이번에 SSS급 던전 때를 생각하면, 모두가 해외로 나갈 수는 없을 듯한데요. 그리고 혹시라도, EX급 던전이 잘 안 풀리면 SS급 헌터를 모두 잃을 수도 있는 거구요.”
“그 부분도 함께 논의해봐야 하네. 기본적으로 참가 의사는 자율이지만, 치안 문제 때문이라도 SS급 헌터가 최소 세 명 이상 국내에 머물러 달라는 정부의 요청이 있었거든.”
“치안 문제요?”
최대천의 대답에 지소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삑-!
스크린에 띄워진 사진이 바뀌었다.
빌딩이 즐비한 도시에서 등 뒤로 산이 보이는 대저택으로 바뀐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풍경.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었다.
잔디가 깔린 정원에 수많은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던 것이다.
최대천이 사진을 보며 말문을 열었다.
“루미나스의 한국 지부 본부입니다. 방시현을 심문해 위치를 알아낸 후, 이은하 헌터가 팀을 이끌어 습격했는데 단원들이 모두 죽어 있더군요.”
삑-!
최대천의 설명 뒤로 다시 한번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엔 사진이 아닌 영상이었다.
시신이 널브러진 정원, 로브를 입은 신형이 뒤에 가면을 쓴 인원들을 대동한 채 돌계단을 내려갔다.
내겐 낯설기만 한 실루엣들이었는데.
“저, 저 녀석은…!”
강철만을 비롯한 몇몇은 익숙한 모양이었다.
최대천은 영상 속의 신형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루미나스의 수장, 카마트라입니다. 중동에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성북동 대저택에 나타나 부하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이외의 특이한 동향은 없으나…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정부에서 최소 두 명의 SS급 헌터를 남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루미나스의 수장이라니.
처음 보는 모습에 나는 유심히 녀석을 쳐다봤으나 로브에 달린 모자를 깊게 눌러 쓴 탓에 이목구비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때, 뿔테 안경을 낀 채 가만히 설명을 듣고 있던 성재경이 나직이 질문했다.
“잔류 인원은 어떻게 정하실 생각이십니까?”
“요청이 오긴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도 되네. 황현성 헌터는 아직 재활 중이라 포함하긴 어려울 것 같고, 나는 국내에 남아있을 테니 지금 모인 인원들 중 자율에 맡겨 한 명만 남아주면 되겠군.”
“제가 여기 남을게요. 부끄럽지만… SSS급에서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거든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EX급은 제 실력으로 무리일 것 같네요.”
최대천의 설명에 안지은이 국내에 잔류하기를 희망했다.
결정이 굉장히 빠른 모습이었는데 그건 강철만과 다른 SS급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예 미리 답을 정해둔 듯했다.
“저와 나머지 디바인 실드 헌터 네 명은 EX급 레이드에 참여하겠습니다. 사실 회의에 들어오기 전, 디바인 실드 본부로부터 EX급 레이드 작전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고, 국내 치안은 최대천 청장님과 헌터청에 맡기면 될 것 같으니까요.”
“잔류 인원은 모두 충족됐군요. 한상우 헌터님께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순식간에 내게 집중된 시선.
여러 설명을 듣긴 했지만 사실 나도 길은 이미 정해둔 상태였다.
“저는 가겠습니다. 군주 길드의 길드원도 전원 포함해서요.”
“다들 미리 마음을 먹고 오셨군요.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지요.”
최대천도 미리 예상했다는 듯 빠른 결정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런데 세상일은 예측할 수 없는 법이라고 하던가.
마지막 순간.
“아참, 그리고….”
최대천이 예상치 못한 말을 덧붙였다.
“이번 EX급 던전 한국 원정대의 대장은 한상우 헌터로 임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