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151화 (151/169)

제151화

16장 군계일학 낭중지추(1)

쐐애애액-!! 쿵-!!

그야말로 가공할 만한 파괴력이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넝쿨 채찍은 땅과 부딪칠 때마다 동굴이 진동할 정도로 강했고, 그 수 또한 열이 넘어갔다.

갑작스러우면서도 강력한 공격.

진상은 곧 밝혀졌다.

[잔혹한 마계 버섯(SSS)]

[잔혹한 마계 버섯(SSS)]

몸통에 넝쿨이 달린 버섯 몬스터 다섯 마리가 던전의 입구 포탈을 둘러싼 채 공격을 퍼부어대고 있었다.

던전 초입부터 펼쳐지는 난도 높은 기습.

그러나.

“전원 산개!”

“회피를 최우선으로! 방어는 피하지 못했을 때만!”

던전에 진입한 헌터들도 만만하지는 않았다.

시작부터 몰아치는 공격에 당황할 법도 하건만,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각자 몸을 움직여 넝쿨을 회피한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헉! 뭐, 뭐야!”

“미친…! 엥? 멀쩡하잖아?”

넝쿨이 내려오는 타이밍에 던전에 진입해 꼼짝없이 타격당한 헌터들도 있었으나.

퉁-!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캐릭터 : 땡길거야가 동료 보호를 사용합니다.]

넝쿨이 헌터들을 타격하기 전, 땡길거야가 스킬을 써서 보호막을 만들어준 탓이었다.

그 뒤로 폭풍처럼 몰아치던 마계 버섯의 공격도 금세 사그라들었다.

[캐릭터 : 매직킹이 아이스 스피어를 사용합니다.]

[캐릭터 : 다크어둠이 쾌속 이동을 사용합니다.]

[캐릭터 : 다크어둠이 배후 강타를 사용합니다.]

[캐릭터 : 연진이 결빙 플라스크를 사용합니다.]

던전 진입 직후, 빠르게 사태를 파악한 캐릭터들이 곧바로 적들을 제압하기 위한 스킬들을 사용한 것이다.

매직킹은 백금 지팡이를 휘둘러 마계 버섯들을 향해 날카로운 얼음들을 날렸고, 다크어둠은 몬스터의 등 뒤로 이동해 쌍단검을 내리찍었으며, 연진은 푸른 액체가 든 플라스크를 던져 마계 버섯을 그대로 얼려버렸다.

그사이, 한상우도 재빠르게 신형을 움직였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넝쿨 채찍들을 화산방패로 막은 뒤, 땅을 박차 마계 버섯과의 거리를 좁힌 것이다.

그리고.

[만월 가르기] [요새 뚫기]

단숨에 반격을 끝냈다.

연속해서 날아드는 넝쿨들을 초승달 형태의 오러로 잘라버리는 동시에, 화산검 위로 거대한 오러 랜스를 만들어 그대로 내질렀다.

그러자.

콰아아아아앙-!!

[캐릭터 : 매직킹이 잔혹한 마계 버섯(SSS)을 처치했습니다.]

[캐릭터 : 다크어둠이 잔혹한 마계 버섯(SSS)을 처치했습니다.]

[잔혹한 마계 버섯(SSS)을 처치했습니다.]

[군주의 특성, 독존이 발동합니다.]

[획득 경험치가 99% 감소합니다.]

몬스터들이 허물어지면서 한상우의 시야에 실로 오랜만에 보는 문구가 떠올랐다.

획득 경험치 99% 감소.

600레벨이 넘는 강철만, 700레벨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칼 제이스, 리 샤오펑 등과 파티를 맺다 보니 자신의 레벨보다 높은 사람과 파티를 할 경우 발동되는 [독존]의 페널티가 작동한 것이다.

‘쯧, 경험치는 기대해선 안 되겠네.’

EX급 던전이지만 [독존]의 페널티 탓에 큰 경험치는 얻기 어려울 듯했다.

한상우는 아쉬움에 혀를 차며 화산검에 묻은 마계 버섯의 체액을 털어냈다.

보상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EX급 던전에 들어왔는데 경험치를 충분히 얻지 못한다는 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어. 지금 중요한 건 던전 클리어니까.’

지금은 열 번째 업적 클리어가 최우선 과제였다.

당장 경험치는 얻지 못해도, 비슷하게 [독존]을 활용하지 못했던 SSS급 던전 클리어 후에 많은 보상을 획득했듯, 이번 EX급 던전도 클리어만 한다면 레벨업보다 더 큰 보상이 돌아올 것이었다.

특히 이번 EX급 던전을 클리어할 경우, 히든 보상을 얻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경험치는 사소한 것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은 던전을 클리어하는 데만 집중하자.’

그렇게 한상우가 [독존]의 페널티를 살펴보는 사이, 강철만이 다가와 감탄했다.

“와…! 역시, SSS급 던전을 일기당천으로 클리어하실 만한 실력이시군요. SSS급 몬스터를 순식간에 처치해버리네요. 정말 강해지셨습니다, 한상우 헌터.”

놀라움을 표하는 건 강철만뿐만이 아니었다.

“바, 방금 뭐지? SSS급 몬스터가 일격에 죽었어!”

“SSS급이 아니었던 건가? 저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는데…?”

세계 각국에서 모인 헌터 수백 명도 휘둥그레진 눈으로 한상우와 캐릭터들을 바라봤다.

물론, 모두가 찬사만을 보내는 건 아니었다.

“다행이군요. 잡몹이 SSS급인 걸 보면 역시 EX급은 SSS급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던전의 등급과 잡몹의 등급에 차이가 있을 경우, 보통 잡몹의 등급이 한 단계 낮은 경우가 많으니까요. EX급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등급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입니다. 다만… SSS급보다 상위인 건 확실하니 방심은 금물일 것 같습니다.”

미국의 SSS급 헌터 칼 제이스와 중국의 SSS급 헌터 리 샤오펑은 한상우에게 관심을 주는 대신, 먼지로 변해 소멸하는 마계 버섯들을 살펴보며 사태를 분석했다.

그때였다.

“잠시만요! 여기 시체들이 있습니다!”

던전 입구에 모인 헌터 연합 중 가장자리에서 주변을 정찰하던 이들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한상우와 SSS급 헌터들은 외침이 들려온 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눌린 흔적이 여럿 남아있었다.

참혹한 광경.

수많은 싸움으로 많은 죽음을 목격한 헌터들조차 인상을 찌푸릴 정도였는데, 리 샤오펑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다가가 흔적들을 살펴봤다.

“선발대로 진입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헌터들인 것 같습니다. 탈출석을 이용해 탈출하려고 했으나… 실패한 것 같군요. 입구 포탈에 몬스터가 있는 것도 이들 때문에 그런 것 같고요. 또한 시체가 남아 있는 걸로 봤을 때, 이 던전은 단 하나의 차원만 가지고 있는 일회성 던전인 것 같습니다.”

바닥이 파인 형태와 시신들의 장비, 그리고 손에 쥔 탈출석을 봤을 때 결론을 도출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더불어 몬스터가 입구 포탈까지 나와 있었던 이유도 얼추 추측할 수 있었다.

다만.

그것 외에 특별히 도움이 될 만한 건 찾을 수 없었다.

“더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는 것 같습니다. 출발하도록 하죠.”

리 샤오펑은 묵념 후, 몸을 일으켜 널따란 통로로 향했다.

나머지 레이드 연합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잠깐 고개를 숙여 명복을 빈 후, 각자의 무기를 쥐고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비록 사우디아라비아의 헌터들이 희생당한 광경과 탈출석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기가 꺾일 수 있었으나, 다들 세계 각국에서 모인 SS급 이상의 헌터들이라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무늬만 SS급은 아니라서 다행이네.’

한상우는 굳건한 헌터들의 모습에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뒤, 선두로 나서며 말했다.

“여기서부턴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한상우 헌터.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상우의 말에 강철만과 칼 제이스, 리 샤오펑 등이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비켜주었다.

작전 수립 당시, 한상우는 자신이 선두에 서서 연합을 이끌기를 희망했다.

SSS급 헌터들의 강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한상우는 그들조차 자신이 소환하는 만렙 캐릭터에 비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SSS급 던전 클리어 경험이 없는 그들로서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 능력에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여러 면에서 한상우는 자신이 연합을 이끄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제안했는데, 다른 이들은 그런 한상우를 완전히 신뢰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한상우가 SSS급 던전 클리어의 주역이라고는 하나, SS급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헌터 경력 자체도 길지 않아 선뜻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구심도 방금 있었던 전투로 모두 사라졌다.

던전 진입 후에 연합의 작전권을 결정하자던 SSS급 헌터들은 순순히 길을 비켜주었고, 한상우는 선두에서 연합을 이끌고 나아갔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은 여러 면에서 유용했다.

-마스터, 전방 200m 지점에 몬스터 30여 마리가 있습니다. 조금 전에 상대했던 녀석들입니다.

널따란 동굴을 걸으며 굳이 사주 경계를 하지 않아도 다크어둠이 적의 기척을 감지하고 알려준 것이다.

한상우는 한 손을 들어 연합에게 정지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전방 200m 지점에 아까 상대했던 마계 버섯 30여 마리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원한다면 군주 길드에서 해치울 수도 있습니다.”

“이번엔 저희 팀이 상대해봐도 되겠습니까? 군주 길드의 실력이 뛰어난 건 알지만, 저희도 레이드를 하러 온 만큼 몬스터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 저희 몫은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한상우의 물음에 칼 제이스가 의사를 드러냈다.

적극적인 건 리 샤오펑도 마찬가지였다.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EX급 던전인 만큼 추후 분명 EX급 몬스터도 나올 텐데 그 전에 잡몹이 어느 수준인지 정도는 체감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레이드에 앞서 몬스터의 수준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게 주요한 이유였다.

두 사람의 말에 한상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연합을 이끌게 된 대장으로서 헌터들의 수준을 알아야만 전략을 짜거나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강철만 길드장님이 이끄는 팀도 포함해서 각 팀당 10마리씩 상대하는 걸로 하시죠. 다만, 상황이 안 좋아진다고 생각되면 저도 참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한상우 헌터.”

이번 연합은 총 네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칼 제이스를 주축으로 한 미국팀.

리 샤오펑을 주축으로 한 중국팀.

강철만을 주축으로 한 한국팀.

마지막으로 한미중 세 팀을 통합해 이끌면서 별동대처럼 움직이는 한상우 팀.

군주 길드원으로 구성된 한상우 팀을 제외하고, 각 팀의 인원은 150명 내외로 국가별로 분대로 묶어 활동하도록 했다.

SSS급 헌터 세 사람이 명령을 내리면 각 국가별 분대 리더들이 자국의 헌터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도 한상우는 내심 우려스러웠다.

인원이 수백 명에 달하고, 언어가 달라 소통이 제한되다 보니 명령의 하달이나 작전의 수행 등이 비효율적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퀘에에에엑!!”

[잔혹한 마계 버섯(SSS)]

[잔혹한 마계 버섯(SSS)]

[…….]

[잔혹한 마계 버섯(SSS)]

기존 계획을 하달하기도 전, 인기척을 느낀 몬스터들이 어둠을 뚫고 달려들었는데.

“전원 전투 개시!!”

“전투 개시!!”

헌터들은 빠르게 반응했다.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시선을 끄는 방어조와 몬스터를 치는 공격조, 후방에서 지원형 스킬을 사용하는 지원조 등 알아서 역할을 분담해 몬스터를 상대한 것이다.

성과는 뛰어났다.

쿵-! 쿵-! 콰과과과과광-!!

수백 명의 헌터들이 합을 맞춰 스킬을 난사한 지 몇 분 정도 지나자.

“꿰에에에엑!!”

[잔혹한 마계 버섯(SSS)이 처치됐습니다.]

[잔혹한 마계 버섯(SSS)이 처치됐습니다.]

[군주의 특성, 독존이 발동합니다.]

[획득 경험치가 99% 감소합니다.]

하나둘씩 메시지가 뜨면서 몬스터들이 처치되기 시작했다.

예정보다 빠르게, 구체적인 작전도 없이 전투가 시작됐지만 각국의 최고 헌터들답게 알아서 제 역할을 한 것이다.

던전 입구에서 기습을 당했을 때와 180도 달라진 모습에, 캐릭터들도 전언으로 놀라움을 표했다.

-우왕, 아까랑은 많이 달라진 모습이에용, 사장님!

-예전에 얼음성에서 함께 했던 이들보다는 수준이 높은 것 같습니다, 로드.

-지금까지는 도와주지 않아도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주군.

그렇게 몬스터의 수는 한 자릿수까지 줄어들었고, 좀 더 시간이 지나자 단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됐다.

그러자.

“해냈다! EX급 던전의 몬스터를 처치했어!”

“별거 아니잖아? 이대로만 하면 EX급 던전도 클리어할 수 있겠는걸?”

헌터들의 사기도 올라갔다.

던전 입구에서는 기습 공격에 회피만 했었는데, 직접 부딪쳐서 몬스터를 처치하고 나니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피어난 것이다.

“후우, 무사히 이겼군요. 사상자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이긴 한데… 생각보다 쉽지 않군요. SS급 헌터 수백이 달려들었는데도 이렇게 오래 걸리다니.”

“희한하네요. 한상우 헌터와 군주 길드의 길드원들은 거의 일격에 처치했던 것 같은데…. 이따 비법 좀 물어봐야겠습니다, 하하.”

칼 제이스와 리 샤오펑, 강철만도 땀이 뚝뚝 흐르는 얼굴을 닦으며 EX급 던전에서 행한 첫 전투의 소회를 나누었다.

격한 전투 뒤로, 다시금 레이드 연합에 퍼지는 여유로움.

그러나 그중 한 사람만큼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으니.

-통로 양 끝에서 더 강한 몬스터들이 몬스터들이 오고 있습니다, 마스터.

“전원 전투 준비! 아직 안 끝났습니다!”

전투를 지켜보던 한상우는 다크어둠의 추가 보고를 듣고, 화산검과 화산방패를 들며 외쳤다.

그 순간.

철거덕-! 철거덕-!

희끄무레한 동굴의 통로 양 끝에서 여러 개의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훈련된 마계 코볼트(EX)]

[훈련된 마계 코볼트(EX)]

[…….]

[훈련된 마계 코볼트(EX)]

EX급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