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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152화 (152/169)

제152화

16장 군계일학 낭중지추(2)

2m에 달하는 신장.

동굴벽의 발광석이 내뿜는 희미한 빛 속에서도 반짝이는 고급스러운 갑옷.

수백 명의 헌터들에게 달려들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기세.

“EX급 몬스터…!”

“미친, 코볼트가 뭐 저렇게 커!!”

빠르게 가까워지는 몬스터들의 인식표 수십 개를 확인한 후, 연합의 헌터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각자의 무기를 치켜들었다.

EX급 몬스터는 여러모로 지금까지 봐왔던 몬스터들과 달랐다.

보통의 코볼트는 허접한 장비를 장비한 난쟁이로 하급 몬스터에 불과한데, 눈앞의 녀석들은 정예 기사가 입을 법한 갑주를 착용한 데다 키도 2m에 달했다.

게다가 놈들은 외형만 다른 게 아니었다.

“그라악…!”

“그라투악!!”

쐐에에에에엑-!!

연합 헌터들에게 접근하는 도중, 검과 창 등 여러 무기를 휘두르자 검은빛의 오러가 공기를 가르며 날아들었다.

“미친, 잡몹이 스킬까지 쓰다니!”

“전원, 맞대응 개시!!”

보스 몬스터가 아닌 잡몹이 스킬을 쓰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연합 헌터들은 빠르게 대응하고 반격했다.

마계 코볼트들의 오러에 맞서, 연합 헌터들 역시 무기를 휘둘러 화염과 냉기, 오러 등 각자의 원거리 스킬들을 난사한 것이다.

콰과과과광-!!

SS급 헌터의 것다운, 화려하고 강력한 스킬들이 마계 코볼트가 날린 검은 오러와 빠른 속도로 맞부딪쳤다.

그런데.

쐐애애애애액-!!

수많은 폭발 뒤로, 검은 오러가 화염을 뚫고 헌터들에게 쇄도했다.

공중에서 맞부딪힌 결과, 코볼트의 오러가 헌터들의 스킬을 뚫어낸 것이다.

“……!”

“미, 미친! 우리가 밀린다고…?!”

“전열에서 막아야 해! 앞에서 피하면 후열이 당한다!”

연합 헌터들은 경악하며 서둘러 방어 자세를 취했다.

회피하기엔 늦었고, 또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인원이 워낙 많아 앞사람이 피했다간 뒷사람이 고스란히 공격을 맞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패를 들거나 무기를 앞세우는 등 나름의 방어 수단을 사용했지만, 코볼트들의 공격을 피해 없이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때, 이변이 발생했다.

쿠궁-! 쿠구구구궁-!!

연합 헌터들 앞으로 돌연 거대한 오러 방패가 생성되어 날아오던 검은 오러들을 막아낸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쉬익-!

막대한 폭발 뒤로, 검은 도복을 입은 신형이 쏜살같이 튀어 나가 마계 코볼트 무리 사이로 침투했다.

그리고.

쉬익-!

“퀘엑!!”

“키에에엑!!”

쌍단검을 휘둘러 선두로 달려 나오던 마계 코볼트들에게 죽음을 선사했다.

[캐릭터 : 땡길거야가 수호의 방패를 사용합니다.]

[캐릭터 : 다크어둠이 그림자 긋기를 사용합니다.]

헌터 연합이 위기에 처하자 땡길거야와 다크어둠이 나서서 해결한 것이다.

더불어.

“마계의 피라미들이 나왔네? 통구이로 만들어주마, 코볼트 쉐리들아.”

“저도 도울게용!!”

매직킹과 연진, 그리고 한상우도 쉴 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먼저 연진이 [워터 플라스크]를 던져 다가오던 적들을 흠뻑 적신 뒤, 매직킹은 지팡이를 휘둘러 전격 마법인 [체인 라이트닝]을 이용한 연계 기술로 적들을 모두 감전시켰다.

직후, 한상우는 전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코볼트들에게 [만월 가르기]와 [분화] 등을 사용, 놈들을 전부 갈라버리거나 폭사시켰다.

그러자.

“뭐야, 저게…?”

“우리랑 같은 SS급 헌터들 맞나? 말이 안 되는 수준인데…?”

연합 헌터들의 넋이 나간 듯한 감탄이 돌아왔다.

SS급 헌터들의 스킬을 파훼할 정도로 EX급 몬스터가 보여주는 힘은 강력했다. 그럼에도 한상우와 군주 길드의 길드원들은 너무나도 쉽게 적들을 처치했다.

하지만 감탄하는 것도 잠시, 연합 헌터들은 다시 각자의 무기를 들 수밖에 없었으니.

“그라악!!”

어두컴컴한 동굴의 사방에서 마계 코볼트들이 추가로 쏟아져 나온 탓이었다.

최소 백은 넘어 보이는 수.

한상우가 캐릭터들과 함께 앞으로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다들 넋 놓지 말고, 전투 준비하세요! 다 막아줄 수는 없습니다!”

희생은 최소화로.

한상우는 기본적으로 전투가 벌어지면 헌터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EX급 던전이니, 병력은 가능한 손실 없이 유지하는 것이 유리했다. 그리고 지금의 경험으로 봤을 때는 다른 헌터들을 보호하면서 싸운다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어차피 그 또한 몬스터를 잡는 과정이기도 했고.

그러나.

아무리 자신이 강하다고 해도, 모든 걸 대신 싸워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EX급 몬스터들은 지금까지 봐왔던 몬스터들과는 달랐다.

한상우의 시선이 잠깐 다크어둠한테로 향했다.

쉬익-! 쉬익-! 촤악-!!

다크어둠은 쌍단검을 휘두르며 마계 코볼트 10여 마리가 있는 무리를 헤집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처치 속도가 약간 느리게 보였다.

SSS급까지는 몬스터들이 일격에 쓰러졌으나, EX급이 되자 치명타가 뜰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두 번째 타격에 쓰러졌다.

딜러가 아닌 다른 캐릭터들은 좀 더 많은 공격이 필요했다.

매직킹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땡길거야는 서너 번을 베고, 연진은 [결빙 플라스크]와 [화염 플라스크]를 예닐곱 병 가까이 던져야 마계 코볼트를 처치할 수 있었다.

SSS급 몬스터에 비해 약 1.5배 정도 늘어난 것 같은 피통.

사실 이 정도만 해도 기대했던 것 이상의 속도였지만, 뒤에 더 강한 적들이 나올 것을 생각하면 연합 헌터들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캐릭터들에게는 아직 필살기급 광역 스킬이 남아있었고, 그것을 사용하면 훨씬 빠르게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동굴이 무너지거나 다른 헌터들에게도 타격이 갈 수도 있었다.

게다가.

“키키케켁!!”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마계 코볼트의 수도 점점 늘어났다.

결국, 헌터 연합과 마계 코볼트 무리가 격돌하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는데.

연합 헌터들도 싸움을 피하지는 않았다.

“국가별로 편성한 분대 단위로 움직입시다! 협공해서 한 마리씩 차근차근 상대하세요!”

“방어조는 전방에! 지원조는 후방에 배치해서 보호해서 싸우세요!”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전원 전투 개시!”

“전투 개시!!”

자신들의 스킬이 마계 코볼트들에게 밀려 당황한 것도 잠시, 칼 제이스와 리 샤오펑, 강철만이 나서서 지시하자 빠르게 단결하며 코볼트 무리와의 전투를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챙-! 까앙-!!

헌터 연합과 마계 코볼트 무리가 격돌했다.

수백 명의 헌터와 백여 마리의 코볼트가 맞부딪치는 전장.

수에서는 헌터 연합이 압도적이었다.

기본적으로 한쪽 통로에서 오는 녀석들은 한상우와 캐릭터들이 막아줬으니 헌터 연합은 나머지 한쪽에서 오는 몬스터만 처치하면 됐다.

그러나.

“미, 미친! 뭐가 이렇게 세!?”

“공격이 잘 먹히지 않아! 으악!”

“젠장! 부상자는 뒤로 빼!!”

개별 전투력은 마계 코볼트들이 훨씬 강했다.

헌터들이 각자의 스킬을 사용해 마계 코볼트들을 공격해도, 녀석들은 큰 무리 없이 받아내며 반격했다.

[훈련된 마계 코볼트(EX)가 처치되었습니다.]

종종 몬스터를 처치했다는 메시지가 올라오긴 했으나 그 속도가 수에 비해 매우 느렸고, 중간중간 부상을 입는 헌터들도 속출했다.

전황을 살펴보니 처치하는 것은 주로 SSS급 헌터고, 나머지는 전선을 유지하는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냥 광역 스킬을 써야 하나?’

한상우는 화산검을 휘둘러 연진이 얼려놓은 마계 코볼트들을 정리한 후, 뒤를 돌아보며 고심했다.

조금씩이지만 헌터 연합이 야금야금 뒤로 밀리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전력 차이가 꽤 심했다.

SS급 헌터 열 명이 달려들어야 EX급인 마계 코볼트 한 마리를 겨우 잡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SSS급 헌터들은 단독으로 EX급 몬스터를 처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이대로라면 헌터 연합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한상우는 전장을 돌아보며 캐릭터들에게 광역 스킬을 명령할 준비를 했다.

그때였다.

마계 코볼트의 공격을 대검으로 막던 강철만이 칼 제이스 옆에 착지해 이를 갈자.

“제길! 이대로 가다간 전멸할 겁니다, 칼 제이스!”

“어쩔 수 없군요. 디바인 실드 전원, 신성력의 개방을 허가합니다!”

칼 제이스가 헌터 연합을 돌아보며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그 뒤로.

“알겠습니다!”

“디바인 실드 전원, 신성력 개방!

복명복창과 함께 헌터 연합에 큰 변화가 일었다.

번쩍-! 번쩍-! 번쩍-!

마계 코볼트와 싸우던 연합 헌터들의 신형에서 섬광이 점멸하더니 하얀색 갑주가 형성된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디, 디바인 실드!!”

정의를 수호한다는 신념 아래, 최고의 헌터들만 가입할 수 있다는 디바인 실드가 자신들의 힘인 신성력을 개방한 것이었다.

고풍스러운 순백의 갑주.

단순히 외관만 변한 게 아니었다.

하얀 갑주를 입은 헌터들은 개인의 무력 역시 이전과 비교했을 때 최소 두 배 이상은 상승했다.

전황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칼 제이스가 신성력의 개방을 허가한 이후, 헌터 연합 중 대다수의 디바인 실드 헌터들이 갑주를 착용했기 때문이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최소 두 배는 더 강력해진 전력.

물론 만렙 캐릭터들처럼 압도적인 파괴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하지만 최소 열 명은 있어야 상대할 수 있었던 마계 코볼트 한 마리를, 적은 경우 세 명만으로도 충분히 처치하고 있었다.

환골탈태라고 해야 할까.

헌터 연합의 개선된 모습은 정신없이 전투를 이어나가던 캐릭터들도 인상 깊게 볼 정도였다.

-우와! 사람들이 갑자기 강해졌어용, 사장님!

-쥐약 먹은 참새마냥 골골거리던 이들이 기운을 차렸습니다, 로드.

-마스터, 이제 생존을 위해 따로 도와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몬스터 앞에 내놓은 견습 기사 같았는데, 다행히 이제는 하급 기사 수준은 되는 것 같습니다, 주군.

‘그래, 적어도 한쪽 부분은 맡겨도 되겠어.’

마계 코볼트를 상대하는 비율로만 생각했을 땐 군주 길드의 비율이 여전히 훨씬 컸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했다.

지켜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고, 그 대상이 주도적으로 싸울 수 있게 되면 이전보다 훨씬 전투의 효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상우는 캐릭터들과 함께 부담감을 내려놓고 마음껏 마계 코볼트들을 학살했다.

그렇게 10분가량 흘렀을까.

통로에서 달려오는 몬스터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이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끄, 끝난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마계 코볼트가 몰려오지 않습니다!”

“이겼다! 우리가 EX급 몬스터들을 처치했다고!”

“해냈다! 헌터 연합 만세!! 디바인 실드 만세!!”

널찍한 동굴에 울려 퍼지는 환호.

헌터 연합은 무기를 높게 치켜들며 승리를 만끽했다.

한상우도 SSS급 헌터들 옆으로 다가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확실히 디바인 실드의 힘이 굉장하네요. 불리하던 전황이 그렇게 순식간에 뒤집힐지 몰랐습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숟가락만 얹은 것뿐입니다. 이번 전투는 군주 길드의 공이 가장 큽니다.”

“동의합니다. 한상우 헌터님뿐만 아니라 김수호 헌터님과 이암 헌터님, 마도성 헌터님, 하연진 헌터님께서 안 계셨다면 저희는 어떻게 됐을지 감도 안 잡히는군요.”

한상우의 칭찬에 하얀 갑주를 입은 칼 제이스와 강철만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공을 돌렸다.

그러자 리 샤오펑이 이마에 난 땀을 닦으며 말을 이어받았다.

“군주 길드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디바인 실드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 SS급 헌터 중 꽤 많은 인원이 디바인 실드 소속이었군요. 하얀 갑주를 입은 이가 7할은 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디바인 실드는 국제 조직이지만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어 중국의 헌터들은 내부적으로 가입이 금기시되어 있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는 형국이 헌터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었는데, 칼 제이스도 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 부분은 조금 불편하시겠지만… 지금은 EX급 던전 클리어에 집중하시는 게 어떨까 싶군요.”

“아닙니다, 불편하긴요. 오히려 흰색 갑주의 힘을 직접 보게 되니, 저도 나가면 몰래라도 가입할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핫,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리 샤오펑께서 오신다면 추천서는 제가 써드리겠습니다.”

강철만은 리 샤오펑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격한 전투 뒤로 피어나는 웃음꽃.

이건 다른 SS급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오! 로드리게스, 자네도 디바인 실드 소속이었나? 소문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군.”

“셀로, 너도 가입해. 디바인 실드의 힘, 이거 꽤 유용해.”

“와, 드랍템 등급이 최소 희소 등급이야! 이게 다 얼마지?”

“마정석도 등급이 높아! 이것만 다 팔아도 정산 금액이 꽤 되겠는걸?”

디바인 실드의 갑주를 보며 신기해하는 무리부터 드랍템들을 주우며 감탄하는 이들까지.

격한 전투 뒤로 남은 여러 결과들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한상우는 헌터 연합을 돌아보다가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정비는 이 정도면 된 것 같으니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시작점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할 수는 없으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기뻐하는 건 좋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마스터, 이쪽에 동굴 밖으로 향하는 출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살펴본 결과, 여기부터가 진짜인 것 같습니다.

헌터들이 환호하는 사이, 정찰을 나간 다크어둠의 말에 따르면 이건 시작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합 헌터들의 얼굴엔 큰 걱정이 없었다.

방금의 전투로 SSS급뿐만 아니라 EX급 몬스터도 잡을 수 있다는 걸 확인한 탓이었다.

‘희망이 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레이드의 경우, 인원 손실 없이 던전 초반부를 지나면 큰 무리 없이 던전을 클리어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자신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위축되고 말았으니.

휘이이이이잉-!

한상우와 군주 길드 길드원들을 따라 동굴 밖으로 나오자, 절벽 아래로 탁 트인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본격적인 EX급 던전의 무대는.

“열등한 종족에게 굴복을 가르쳐 주어라!”

쿵-! 쿵-! 쿠구구구궁-!

“전원 돌격!!”

“라크시아의 평화를 위하여…!”

잿빛 하늘 아래, 수만 명의 기사와 마족들이 맞부딪치는 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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