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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161화 (161/169)

제161화

16장 군계일학 낭중지추(11)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발.

고급스러운 사제복과 양손 굳게 쥔 지팡이.

2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사제가 한상우의 부름에 나타나 땅에 착지했다.

아리따운 걸 넘어 고귀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자태.

그녀가 등장하는 순간, 전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단순히 소환 캐릭터가 대장장이에서 사제로 바뀌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이, 급하니 대략적으로만 명령하겠다. 동료들에겐 힐과 버프를, 적에게는 디버프를 부탁한다.”

“네, 용사님.”

소환 직후, 한상우가 그녀를 게임상에서 정한 약칭으로 부르며 명령한 탓이었다.

몇 마디 되지 않는 짧은 명령.

하지만 그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근원의 존재이시여, 뜻을 잃은 어리석은 자들에게 확고한 가르침을 주소서.”

그녀가 눈을 감고 양손으로 지팡이를 꼭 쥔 채 기도를 올리자.

[캐릭터 : 세상에이런힐이가 단죄의 파동을 사용합니다.]

쿠우우우우웅-!!

“그야아악!!”

“캬아아아악…!”

사방에서 달려들던 헌터들은 충격파로 튕겨 나갔고.

[캐릭터 : 세상에이런힐이가 치유의 손길을 사용합니다.]

샤라아악-!

한상우와 캐릭터들 주변으로는 황금빛 가루가 내려앉더니, 몸 곳곳에 생겼던 상처들이 순식간에 치료됐다.

더불어.

[캐릭터 : 세상에이런힐이가 용맹의 축복을 사용합니다.]

[힘이 20% 상승합니다.]

[캐릭터 : 세상에이런힐이가 신속의 축복을 사용합니다.]

[민첩이 20% 상승합니다.]

치료와 함께 사제의 버프 효과도 부여됐다.

“우와, 사장님! 온몸에 힘이 넘쳐용!”

“좋아, 다시 시작해볼까.”

연진과 한상우의 몸놀림은 한층 빨라졌다.

반면, 세뇌 당한 디바인 실드와 몬스터가 된 루미나스 헌터들은 움직임이 멈추었다.

[캐릭터 : 세상에이런힐이가 빛의 속박을 사용합니다.]

촤르르르륵!

“그르르…?”

“캬륵?!”

사제가 주문을 외운 직후, 반투명한 빛의 손아귀가 놈들의 몸을 조였기 때문이다.

그 뒤로 시작된 반격.

콰아아아아아앙-! 화르르르륵-!!

한상우는 전장을 헤집으며 [만월 가르기]와 [요새 뚫기], [분화]를 사용했고, 연진은 [평작] 소환과 [결빙 플라스크] 투척 등으로 적들을 상대했다.

곳곳에서 폭음과 불똥이 튀어대고, 얼어붙은 적들을 소환된 골렘이 무차별하게 공격해 쓰러트렸다.

단 세 명의 인원으로 SS급 이상의 헌터 수백 명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 대체 어떻게…!”

하늘을 날아다니며 만렙 캐릭터들과 공중전을 펼치던 셀리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단순히 적은 인원으로 다수를 상대하는 것도 그랬지만, 한상우와 그의 소환수들이 헌터들의 [신성 순교]가 발동되지 않게끔 죽지 않을 정도의 강도로 공격해 기절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상대하는 전원이 그랬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다수를 상대로 죽지 않도록 힘 조절을 한다?

하물며 신성력과 강화 물약을 통해 이지를 잃은 헌터들 상대로는 불가능에 가까운이었다.

사실 이유는 간단했다.

[캐릭터 : 세상에이런힐이가 충격의 축복 사용합니다.]

[스킬 : Lv 1. 충격의 축복 – 무기에 속성을 부여, 상대방이 보유한 체력의 90% 이상에 달하는 피해를 줄 경우 죽이는 대신 잠시 기절시킵니다. 마나 100 소모.]

한상우와 연진이 사제로부터 [충격의 축복]을 부여받아 헌터들을 죽이지 않고 기절시킨 것이었다.

단 한 명의 소환수가 가져온 변화의 바람.

그런데 사제의 영향을 받은 건 한상우와 연진뿐만이 아니었다.

셀리나한테도 그 여파가 미쳤다.

그동안 만렙 캐릭터들의 공격을 이리저리 하늘을 날며 따돌리고 있었는데.

촤라라라락-!!

땅에서 [빛의 속박]이 솟아 그녀의 발목을 낚아채려 한 것이다.

“허튼짓을…!”

셀리나는 공중에서 몸을 틀어 [빛의 속박]을 피했다.

언뜻 봐서는 무위로 돌아간 사제의 속박 스킬.

하지만 결코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니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셀리나의 움직임을 둔화시킨 덕분에.

“다들 지금이다!”

“잡았다, 이 쥐새끼!”

“흐읍…!!”

만렙 캐릭터들이 그녀를 따라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땡길거야와 매직킹, 다크어둠은 각각 [끌어오기]와 [파훼의 창], [그림자 긋기]를 사용했고.

파지직-! 촤아아악-! 서걱-!!

“꺄아아아악!!”

셀리나는 오러 사슬에 묶인 뒤, [파훼의 창]과 [그림자 긋기]에 당해 스스로에게 잔뜩 걸어뒀던 버프 효과를 잃으며 땅으로 추락했다.

길고 길었던 공중 추격전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그사이, 지상의 전투도 슬슬 마무리되었다.

한상우와 연진, 그리고 [평작]이 사제의 기도에 힘입어 헌터들을 상당수 제압해낸 것이다.

물론, 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촤악-!

SSS급 헌터 칼 제이스는 다른 헌터들과 다르게 [빛의 속박]을 검으로 베어버리고 한상우에게 공격을 날렸다.

아래에서 위로, 검을 올려 치며 칼끝으로 지면을 베어버린 것이다.

그러자.

콰과과과과과-!!

지진이 일어나듯 땅이 갈라지면서 기다랗고 날카로운 오러가 솟구쳤다.

보이지 않는 지면 아래에서 빠르게 쇄도한 일격.

칼 제이스의 공격은 직선상에 있던 루미나스 헌터들도 피하지 못하고 당할 정도로 빠르고 광범위했다.

이에 한상우는.

타앗-!

“그래도 SSS급 헌터라는 건가? 파괴력 한번 무지막지하군.”

칼 제이스가 검을 휘두를 기색을 눈치채자마자, 몸을 움직여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

세뇌당한 상태임에도 칼 제이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휘둥그렇게 눈을 떴다.

그리고 이내, 한상우에게 돌진해 검을 휘두르며 여러 스킬을 사용했지만.

후웅-! 후웅-! 콰아아앙-!!

모두 허공을 가르거나 근처에 있는 루미나스나 디바인 실드 헌터들을 맞추는 등 공격을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크아아아악!!”

칼 제이스는 작금의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괴성을 지르며 속도를 더욱 높였다.

확실히 비현실적인 움직임이었다.

한상우가 얻은 능력을 모른다면 말이다.

[군주의 힘이 강화됩니다.]

[강화된 군주의 힘을 어디에 사용할지 결정하세요.]

[강화 / 개방]

[두 개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개방을 선택했습니다.]

[군주의 다섯 번째 특성, 통찰을 획득했습니다.]

조금 전 캐릭터 선출과 함께 두 번째 보상을 수령할 당시, 한상우는 개방과 강화 중 개방을 선택했다.

현재 처한 상황에서 이미 가진 특성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능력을 얻어 활용하는 게 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통찰]

[발동 시, 상대방이 사용하는 스킬과 예상 궤적을 파악합니다.]

[1일 1회, 최대 10분 사용 가능.]

군주의 다섯 번째 특성, 통찰은 상대방이 사용하는 스킬명과 예상 경로를 보여줬다.

가령 지금, 칼 제이스가 아까와 같이 아래에서 위로 검을 휘두르며 땅 밑에서 오러를 솟구치게 만들면.

[통찰 : 칼 제이스 – 대지 가르기]

칼 제이스의 머리 위로 인식표처럼 글자가 떠오르면서 공격 경로 위로 반투명한 붉은빛이 떠오른다.

게임에서 초보자에게 투척 경로나 공격 예상 범위를 알려주는 것과 같은 효과인 것이다.

발동 시점은 1초에서 10초까지 다양했는데, 아무래도 시전자가 공격할 마음을 먹으면 그걸 간파해 반영하는 듯했다.

특성 중 최초로 사용 제한 시간이 있을 정도로 통찰은 사기적이었다.

그렇게 한상우는 새로 얻은 특성과 사제의 버프로 칼 제이스를 상대했다.

레벨대로라면 밀렸을 테지만, 이번에 얻은 두 가지의 새로운 힘은 SSS급과 SS급이라는 전력의 차이를 메꿔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성이 희미해졌음에도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일까.

“그라악!!”

칼 제이스는 광분하며 검을 휘둘렀고, 한상우는 그 타이밍에 맞춰 [반월 베기]로 반격을 가했다.

콰아아아아앙-!!

한상우가 휘두른 화산검의 옆면은 그대로 칼 제이스의 안면을 강타했고.

전장에 굉음이 울려 퍼지며 칼 제이스는 그대로 기절해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러자.

“쿨럭! 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 어떻게 그런 힘을…!”

칼 제이스가 쓰러진 근처.

지상으로 추락한 셀리나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디바인 실드와 루미나스.

전 세계 최고의 헌터들로 구성된 두 집단이, 단 한 명의 헌터와 그 소환수들에 의해 제압당했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무력.

“…얕은수를 쓰는군. 시간을 끌려는 걸 모를 줄 아나?”

그러나 한상우는 그 비밀을 말해줄 생각도, 그녀와 대화를 나눌 생각도 없었다.

곧바로 땅을 박찼다.

[통찰 : 셀리나 – 강제 신성 순교 발동]

셀리나가 말문을 연 순간, 신형 위로 사용 스킬이 떠오른 탓이었다.

그렇게 의도를 간파당하자.

“…후후, 눈치 한번 빠르군요. 여길 무덤으로 만들어 드리죠!!”

셀리나는 곧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퍼어어엉-!!

찡그리던 얼굴로는 광기 어린 미소를 띠고, 웅크리고 있던 몸은 활짝 펴면서 전신으로 힘을 방출한 것이다.

셀리나가 무엇을 꾸미는지는 자명했다.

그녀가 힘을 방출하자.

우우우우우우웅-!!

“끄아아아악!!”

디바인 실드와 루미나스 헌터들의 몸이 빛을 방출하면서 부풀어 올랐다.

이판사판이라고 했던가.

믿었던 디바인 실드와 루미나스의 헌터들로도 상대가 되지 않자, 그들을 살아 있는 폭탄으로 사용하려고 한 것이다.

“하아아앗!!”

한상우는 셀리나의 계획을 막기 위해 캐릭터들과 함께 협공을 펼쳤으나.

까아아앙-! 쩌적-!!

보랏빛의 보호막에 막히고 말았다.

나름 피해를 줘서 금이 가긴 했지만 한 번에 깨부수진 못한 것이다.

“큭!”

이를 갈던 한상우는 셀리나 칸데바의 근처에 떨어진 유리병을 발견했다.

지상으로 추락하자마자, 강화 물약을 통해 능력을 강화해 보호막도 단단해진 듯했다.

그 사이, [신성 순교]는 완성 직전에 이르렀고.

“킥킥킥, 전부 폭발해라!!”

셀리나의 광기에 찬 음성과 함께, 헌터들의 몸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아까도 보았던, [신성 순교]의 전조.

그 파괴력을 생각해 보면 모든 이들이 폭발할 경우, 이 일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었다.

한상우와 그의 소환수들도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 폭발에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하리라.

셀리나는 곧 일어날 폭발을 기대하며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

하지만 어째선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디바인 실드와 루미나스 헌터들의 몸에서 뿜어지던 빛이 극에 달한 순간.

“근원의 존재이시여, 어리석은 자들에게 따스한 바람을.”

[캐릭터 : 세상에이런힐이가 정화의 물결을 사용합니다.]

[캐릭터 : 세상에이런힐이가 재생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하얀빛과 따스한 바람이 전장을 뒤덮었다.

그러자 그 뒤로.

우우우우우웅-!!

기적이 일어났다.

잔뜩 부풀어 올랐던 디바인 실드와 루미나스 헌터들은 원래대로 돌아왔고, 격한 전투에 중상을 입고 혼절했던 연합 헌터들은 상처가 치유되어 편안한 얼굴이 되었다.

온갖 디버프나 질병 등, 해로운 효과를 치유하는 [정화의 물결].

입었던 상처와 소모된 체력을 회복해 주는 [재생의 바람].

사제가 가진 두 가지의 광역 스킬로 [신성 순교]의 효과를 지워버린 것이다.

“이, 이게… 무슨…?”

“다 했나?”

셀리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멍한 얼굴로 멀쩡해진 헌터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안 돼. 안 돼!!”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게 이런 걸까.

셀리나는 무릎을 꿇은 채 절규했다.

그러다 돌연.

“감히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걸 방해하다니…. 용서 못 해…. 절대 용서 못 해!!”

다시 한번 폭주했다.

다만 힘을 방출하기만 하던 이전과는 그 양상이 반대였으니, 그녀는 양손을 높이 들어 올려 디바인 실드와 루미나스 헌터들한테 주입했던 신성력을 도로 빨아들였다.

셀리나의 신형 주위로 휘몰아치는 검은빛의 소용돌이.

이윽고 폭풍이 잠잠해진 자리에는.

[마신 추종자 양면의 셀리나(EX)]

등 뒤로 검은 날개를 펼친 셀리나가 떠 있었다.

펄럭- 펄럭-

그녀는 날갯짓을 하며 한상우와 캐릭터들을 내려다보더니 한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네년부터 없애주마!!”

사제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콰아아아아아아-!!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드래곤의 브레스에 비견될 정도로 막대한 화력.

하지만 셀리나의 공격은 세이에게 닿지 못했으니.

땡길거야와 매직킹, 그리고 한상우가 [수호의 방패], [보호막], [용암 전개] 등을 활용해 방어해냈기 때문이다.

화르르르륵-!!

뭉치지 못하고 공중으로 흩날리는 검은 불꽃들.

“그게 끝인가? 그럼 이제 우리 차례로군.”

한상우는 앞세웠던 방패를 내리고, 날카로운 두 눈으로 그녀를 주시했다.

그리고.

화산검으로 양면의 셀리나를 가리키며 명령했다.

“전원,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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