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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165화 (165/169)

제165화

17장 맞대결(1)

화아아아악-!

거센 후폭풍과 함께 흩날리는 머리칼.

‘젠장, 대체 왜…?’

한상우는 이를 악물며 강철만을 쳐다봤다.

강철만이 자신을 공격할 이유가 없건만, 돌연 땅을 박차고 다가와 대검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설마 셀리나처럼 몬스터가 되기라도 한 것일까.

한상우의 시선이 강철만의 머리 위로 향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인식표는 없었다.

한상우는 교착 상태에 있던 강철만의 대검을 화산검으로 밀어낸 뒤.

“진정해요, 강철만 길드장님! 저 한상우 헌터입니다!”

뒤로 훌쩍 뛰어 거리를 벌리며 외쳤다.

자신이 등 뒤에서 접근했기에, 강철만이 착각했다 생각해 서둘러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후우우웅-! 쿵-! 까아아앙-!!

한상우의 해명에도 강철만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한상우가 거리를 벌리자 검기를 날리고, 다시 땅을 박차 근접 공격을 가한 것이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강철만 길드장님!”

한상우는 화산방패의 [용암 전개]로 대검을 막아내며 재차 소리쳤다.

그러자.

“왜 이러냐니요. 당연히 한상우 헌터, 당신이 싫어서 그런 거지요.”

뜬금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강철만이 대검을 휘두르며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뱉은 것이다.

순간, 한상우는 강철만이 농담하는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 듯했다.

후웅-! 콰아아아아앙-!!

대화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공격은 계속되었고, 대검의 파괴력은 장난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나는 당신이 싫습니다, 한상우 헌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최초로 SSS급 던전을 클리어해서 내 업적을 빼앗아 간 것도, EX급 던전의 대장 노릇을 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랬습니까. 몰랐네요. 다만… 개인적인 감정은 나중으로 미뤄두고, 우선 같이 던전부터 클리어하시죠. 이 던전, 빨리 클리어하지 않으면 폭발합니다. 수백만 명이 희생될 수도 있어요!”

고백? 토로?

강철만의 말이 다소 뜬금없긴 했으나 한상우는 개의치 않았다.

강철만의 속마음이 어찌 되었던 간에, 지금은 던전을 클리어하고 폭발을 막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던전이 폭발하고 일대가 날아가 버린다면, 사우디까지 와서 EX급 던전을 클리어한 의미가 없어지는 거나 다름없었다.

강철만도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고.

그런데.

“상관없습니다. 나는 한상우 헌터, 당신만 죽이면 되니까…!”

뭔가 이상했다.

평소 호탕한 성격에, 정의감 하나만으로 디바인 실드에 입단해 최선을 다하던 강철만이다. 그런 그가 음침한 속내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이 희생될 수도 있다는 말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은 것이다.

동시에.

후우웅-! 콰아아아앙-!!

강철만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재차 대검을 휘둘렀다.

‘이거… 뭔가 이상한데? 무슨 환각 스킬에라도 당했나?’

한상우는 다시 거리를 벌려 강철만의 공격을 피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외형은 분명 강철만 그대로였지만, 풍기는 분위기나 말투 등 세세한 부분이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몬스터도 안 보여.’

던전이라면 반드시 있어야 할 몬스터도 보이지 않았다.

[던전의 주인을 처치하여 던전을 클리어하세요(0/1)]

이번 던전의 임무는 던전의 주인을 처치하는 것인데, 보스 몬스터는커녕 잡몹조차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사이.

“저는 강해지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에 하던 게임 속 주인공처럼 말이죠. 다른 사람이 강해지는 건 상관없습니다. 저보다 강해져도 돼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저는 그를 뛰어넘어야만 합니다. 주인공처럼요.”

[남은 시간 : 15분]

살기를 가득 담은 강철만의 공격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게다가 매 공격이 평소의 강철만보다도 훨씬 강력했다.

한상우는 남은 시간을 체크하며, 강철만의 매서운 검격들을 한 끗 차이로 피해냈다.

“그러니 한상우 헌터를, 여기서 쓰러트리겠습니다.”

잠깐 공격이 멈추는가 싶더니, 대검을 들어올리는 강철만의 모습이 보였다.

유성의 심판.

하늘에서 무수한 운석을 떨어트려 적을 광범위하게 공격하는 강철만의 주력 스킬.

던전의 남은 시간을 신경 쓰던 한상우는, 그 순간 직감했다.

더 이상 보스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하앗!”

한상우는 [유성의 심판]의 운석이 떨어지는 궤적을 응시하며 [만월 가르기]와 [요새 뚫기]를 사용했다.

강철만이 낙하시키는 운석은 너무 커서 화산방패로 막다가는 압사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콰아아아아아앙-!!

한상우에게 낙하하던 운석들은 검기와 오러 랜스에 파괴되어 우수수 떨어졌고.

“이야아아앗!!”

거리를 좁힌 강철만은 한상우에게 오러가 일렁이는 대검을 휘둘렀다.

무슨 스킬인지는 알 수 없었다.

[통찰]

[사용 시간을 모두 소진하여 발동할 수 없습니다.]

[1일 1회, 최대 10분 사용 가능]

[재사용 대기시간 : 24시간]

[통찰]의 유지 시간은 아까 끝났으니까.

하지만 한상우가 할 일은 한 가지뿐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쩌적-!

[용암 전개]를 발동시킨 화산방패로 공격을 막았으나, 테두리가 부서질 정도의 충격을 받고서야 겨우 막을 수 있었다.

“끝입니다…!”

승기를 예상한 것일까.

강철만은 화염 속에서 그렇게 외치며 재차 대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외침은 어쭙잖은 자만이 되고 말았으니.

대검을 내리치려는 순간, 방패 뒤에서 세 개의 검격이 빠르게 쇄도했다.

“무, 무슨…!”

강철만은 내리치던 대검의 옆면으로 재빠르게 방어했다.

하지만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으니.

콰아아아아아아앙-!!

세 개의 검격이 끝나자 자신의 것보다 더 거대한 푸른 화염이 터져 나왔다.

“크악…!!”

강철만은 그대로 폭발에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뒤로.

한상우가 화염 속에서 걸어 나오며 일갈을 날렸다.

“너, 강철만이 아니군.”

갑작스럽게 형성된 던전.

보이지 않는 몬스터.

그리고 달라진 강철만.

모든 단서들이 한 가지의 결론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비록 인식표가 떠오르진 않았지만, 강철만이 이 던전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한상우의 추측은 정확했다.

“…큭큭, 어떻게 알았지?”

[월광 폭발]에 뒹굴었던 강철만이 대검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한상우도 녀석을 바라보고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어떻게 알긴. 던전에 먼저 들어와서, 이상한 헛소리를 해대며 공격하니 눈치챌 수밖에.”

“희한하군. 이 자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그대로 말하고 실행했을 뿐인데 말이야. 인간은 역시 복잡하군.”

“인간은 복잡하다라…. 네놈, 인간이 아니로군.”

몇 마디 되지 않는 대화였지만, 한상우는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상대의 정체를 간파했다.

이 자의 마음속, 실행, 인간이라는 말 등에서 누군가 강철만에게 빙의한 상태라는 걸 유추해낸 것이다.

과연, 한상우의 추측이 맞았는지 강철만에 빙의한 존재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런데.

“크흐흐, 이 정도 육체라면 바로 끝내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군주의 지위를 가진 존재답구나.”

“……!”

상대는 더 큰 비밀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안 것인지는 몰라도 한상우가 군주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걸 입 밖으로 내뱉은 것이다.

그건 지금껏 어느 누구에게도 밝힌 적이 없던 사실이었다.

최대천에게 [캐릭터 소환]에 대해 얘기하긴 했어도, 하이어의 군주라는 것은 따로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철만에게 빙의한 존재는 그걸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하고 있었다.

[군주의 특성, 평정이 발동합니다.]

[마음의 동요가 사라지고, 차분함을 유지합니다.]

한상우는 [평정]으로 마음을 가라앉히며 녀석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시치미 떼도 소용없다. 나는 마계를 넘어 온 우주를 정복한 마신. 내가 지배하고자 하는 땅의 힘을 가진 자를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지. 물론, 내가 직접 나서야 할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마신.

스스로를 마계를 넘어 온 우주의 정복자라 밝힌 존재는 강철만의 입을 빌려 한상우의 힘을 읊어댔다.

그리고.

“여러모로 내 예상을 뛰어넘는군. 좋다, 내 계획을 방해하고 종들을 처치한 건 괘씸하나… 군주의 지위를 넘기고, 내게 복종하라. 그럼 내 너의 목숨만은 살려주고, 네가 살아 있는 동안 이 세계는 건드리지 않겠다 맹세하지.”

한상우에게 제안했다.

일전에 용족 군단장이 했던 것과 비슷한 제안.

한상우는 그 자리에서 거절하지 않고, 마신의 얘기를 가만히 듣기만 했다.

“이 던전은 네 녀석의 힘을 제한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한 것이다. 신하들이 없는 군주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지. 지금 네 녀석의 힘으로 이 몸을 이긴다는 건 불가능하다.”

마신의 말마따나 확실히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밖에서 캐릭터들에게 버프를 받긴 했어도, 기본적으로 강철만은 자신보다 레벨이 더 높기도 하거니와.

[남은 시간 : 8분]

남은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 전, 던전 밖에서 SSS급인 칼 제이스를 기절시키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캐릭터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더불어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건대 지금 강철만은 마신의 힘까지 담아 이전보다도 더욱 더 강해진 상태였다.

여러 상황을 고려한다면 작금의 상황은 용족 군단이나 마족 군단을 상대할 때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그때였다.

띠링-!

[마신의 제안에 따라 하이어의 군주의 지위를 양도하시겠습니까?]

[네 / 예]

[수락할 시, 불멸의 힘을 얻게 됩니다.]

한상우의 시야로 마신이 제안한 내용이 메시지로 떠올랐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지만, 사실상 한 가지뿐.

퉁-!

한상우는 화산방패를 강철만의 발 앞까지 던졌다.

그리고.

방패를 들지 않은 손을 움직였다.

방향은 ‘네’가 있는 쪽.

“호오, 생각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는구나, 군주 한상우여.”

한상우의 행동에 마신은 감탄한 듯 강철만의 입을 빌려 칭찬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하는 법.

“내 답은… 이거다, 개자식아.”

선택 직전, 한상우는 중지를 치켜들어 보였다.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앙-!!

화산방패에서 방출된 [기폭]이 강철만을 향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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