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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캐릭터로 레벨업-167화 (167/169)

제167화

17장 맞대결(3)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역대급 난도의 전투가 끝나자 한상우의 시야엔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보상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수많은 보상을 받았지만, 한상우는 단 하나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쿵-!

“쿨럭…! 제기랄….”

마신의 사념체를 처치하긴 했으나 부상의 여파가 꽤 큰 탓이었다.

한상우는 한쪽 무릎을 꿇고, 땅에 랑데르크의 대검을 꽂아 몸을 지탱하며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목숨이 위태로운 정도는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 마신의 사념체의 기습으로 등 뒤에서 심장을 관통당했지만.

[급속 회복]

[갑옷에 축적된 생명력을 소진하여 착용자의 체력을 회복합니다.]

[축적된 생명력의 60%를 사용합니다.]

[현재 축적된 생명력 : 40%]

[남은 체력 : 100%]

용족 군단장의 갑옷에 탑재된 스킬, [급속 회복]으로 육체와 체력을 회복한 덕분이었다.

그간 쓸 일이 없었지만, 사용해 보니 실로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몸을, 그것도 심장을 관통당했는데 실시간으로 회복시켜줄 뿐만 아니라 체력도 채워주다니.

심지어 그렇게 하고도 갑옷 안에는 몬스터를 처치하고 축적한 생명력이 남아있었다.

“크윽, 후우…. 두 번 다시는 못할 도박이네.”

한상우는 대검에 몸을 지탱해 숨을 고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사실 도박이었다.

강철만을 쓰러트린 순간, 한상우는 알아차렸다.

이 던전의 주인은 강철만이 아니라 그를 조종하는 마신이라는 것을.

분명 강철만을 쓰러트렸으나 퀘스트가 클리어되지 않고, 시간이 계속해서 카운트됐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은 10초도 되지 않는 상황.

한상우는 강철만을 살펴보는 한편, 일부러 빈틈을 내주었다.

목숨을 내놓는 행위나 다름없었으나 시간이 너무 촉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에겐 비장의 수가 있었다.

바로 용족 군단장의 갑옷에 내재된 [급속 회복]이었다.

한상우는 혼자서 레이드를 돌 때 매직킹과 [급속 회복]을 시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파악한 것에 따르면 이 스킬은 체력이 0이 되면 체력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회복시켜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복부든 팔다리든 목이든 부상을 당하면, 그 즉시 회복함과 동시에 체력도 100%가 되었다.

사실상 목숨을 하나 더 얻게 되는 거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실험할 당시, 심장이나 머리 같은 급소 부위까지는 테스트해보지 못했지만 매직킹과 논의해본 결과 급소를 관통당해도 비슷한 효과를 낼 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한상우는 온몸에 빈틈을 만들었는데, 마신은 그것도 모르고 강철만의 그림자를 흡수해 기습을 감행했다.

한상우가 도박 수로 놓은 덫에 걸린 것이다.

물론, 마신을 꾀어냈다고 해도 녀석을 일격에 처치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었지만 다행히 그건 랑데르크의 대검에 담긴 스킬이 해결해주었다.

[랑데르크의 대검]

[등급 : 영웅]

[효과 : 공격력 +480]

[스킬 : Lv 1. 기사의 긍지 – 일시적으로 공격력을 3배 증가시킵니다. 마나 10 소모.]

[스킬 : Lv 2. 심판의 검 – 대검 주위로 발산과 응집이 자유로운 오러 블레이드를 2배 증폭시켜 생성합니다. 오러의 강도와 길이는 사용자의 수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10분당 마나 2 소모.]

[숭고한 의지 : 용족과 마족 등 심연의 존재들에겐 공격력과 스킬의 효과가 300% 상승합니다.]

랑데르크의 대검은 공격력과 오러를 증폭시켜줄 뿐만 아니라, 용족과 마족에게 사용했을 땐 공격력과 스킬의 효과가 각각 300%씩 높아지기에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마족 군단이 마신의 파편을 이용하는 걸 봤을 때, 마신도 마족 계열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는데 한상우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한상우가 랑데르크의 대검으로 [반월 베기]를 사용하자, 지금껏 본 적 없는 물음표 등급의 마신의 사념체가 일격에 처단된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결과.

하지만.

“…후우, 다음에는 급소를 내주는 건 지양해야겠군.”

한상우는 입 안에 남은 피를 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박이 성공한 것은 다행이었으나, 가슴팍의 고통이 너무 심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통증.

한상우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아픔을 참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업적을 달성하여 새로운 칭호를 획득합니다.]

[칭호 : 마신 격퇴자를 획득했습니다.]

마신의 사념체를 처치하면서 얻은 보상을 확인했다.

몸이 아프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궁금했기 때문이다.

칭호.

새롭게 개방된 능력으로 게임처럼 뭔가 업적을 달성하면 효과가 추가되는 것 같았다.

한상우의 추측은 정확했다.

손가락을 움직여 새로 얻은 칭호를 누르자 상세 정보가 떠올랐다.

[칭호 : 마신 격퇴자]

[마신을 몰아낸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효과 : 마신에게 복종한 마족과 용족에게 주는 피해량 30% 증가]

마신 격퇴자.

마신의 사념체를 처치하고 얻은 칭호로, 마족과 용족에게 주는 피해량이 30% 증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확인한 순간, 한상우는.

‘이거… 꽤 좋잖아?’

속으로 감탄했다.

발동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마나가 소모되는 것도 아닌데 마족과 용족에게 주는 데미지가 30% 증가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대한 종족이 대부분 마족과 용족이라는 걸 생각하면, 앞으로의 싸움에도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더불어 이 칭호를 통해 한 가지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바로 마족뿐만 아니라 용족도 마신에게 복종한다는 것이었다.

대체 용족은 왜 마신을 따르는 것일까.

궁금증이 일었지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그걸 파고들 때도 아니었다.

“으윽….”

한상우가 보상을 확인하는 사이, 갑자기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강철만이 신음을 토해냈기 때문이다.

“강철만 길드장님…?”

한상우는 상태창을 닫고 강철만에게 다가갔다.

상태는 좋지 않았다.

갑옷은 모두 부서지고 복부와 팔다리, 머리 등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온몸에 화상도 입은 상태였다.

워낙 치열하게 싸웠고 마신에게 몸을 빼앗겼던 것도 있으니, 목숨이 위험하진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어 있었다.

다만.

‘뭔가 더 있는 건 아니겠지?’

아직은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마신의 사념체를 처치하고 던전도 클리어했으나 특이한 상황이 연속해서 터졌기에, 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철만 옆에는 황금 구체도 놓여 있었다.

‘일단 변수부터 제거하자.’

한상우는 한 손으로 랑데르크의 대검을 쥔 채 조심스럽게 황금 구체를 확인했다.

[영광의 구체]

[마신의 사념체가 봉인되어 있던 구체입니다.]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다행히 황금 구체는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그러나.

‘확실하게 해야지.’

한상우는 랑데르크의 대검으로 찌그러진 황금 구체를 내리쳤다.

기능을 상실했다고 해도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변수를 완전히 제거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의외의 상황이 펼쳐졌다.

까각-!

랑데르크의 대검이 황금 구체를 가른 순간, 안에서 웬 빛이 방출되더니 그대로 한상우의 몸속으로 스며 들어온 것이다.

한상우는 순간적으로 마신이 생각나 움찔했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봉인을 파괴하여 근원의 조각을 습득했습니다.]

[근원의 조각(1/7)]

[힘을 발휘하려면 격을 높이거나 더 많은 근원의 조각을 모아야 합니다.]

몸에서 느껴지는 힘과 메시지를 보니 황금 구체에서 나온 건 보상이었다.

그것도 물건이 아닌, 체내에 흡수되는 무형의 보상.

다만 이걸 당장 사용하기는 힘들어 보였으니 힘을 발휘하려면 격을 높여야 한다는, 이해하기 힘든 설명이 있기도 했거니와.

“으윽…. 한상우 헌터…?”

섬광에 의식이 조금 돌아온 듯 강철만이 자신을 부른 탓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던전의 주인을 처치하여 최후의 순교가 종료됩니다.]

[던전이 사라집니다.]

화아아아아악-!

던전이 완전히 클리어되면서 밤하늘과 들판이 펼쳐진 풍경이 폐허가 된 리야드로 바뀌었다.

이 말인즉, 이제 한상우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조금만 참으세요, 강철만 길드장님.”

한상우는 한쪽 무릎을 꿇고 강철만의 상태를 살핀 뒤, 그를 안심시켰다.

부상이 심각하지만 자신을 알아보고, 마신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걸 봤을 때 정신은 원래대로 돌아온 듯했다.

이제는 육체의 부상만 치료하면 될 듯했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다.

랑데르크의 대검으로 파괴력을 극대화시킨 [월광 폭발]에 정통으로 맞아 전신에 골절상과 화상을 입었으니까.

하지만.

한상우에겐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정확히는 그런 능력을 가진 이를 소환할 수 있었다.

지체할 틈은 없었다.

[캐릭터 소환 : 세상에이런힐이]

“절망스러운 세상에 따뜻한 희망의 손길을. 부르셨나요, 용사님.”

“세이, 강철만을 치료해 줘. 할 수 있지?”

한상우는 곧바로 세이를 소환해 치료할 것을 지시했다.

심각한 부상에 단순한 명령.

언뜻 들으면 한상우가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네, 어렵지 않아요. 바로 치료할게요.”

세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상우의 명령을 곧바로 수행했다.

“자비로운 분이시여, 고통에 몸부림치는 어린 양에게 평안의 안식을 주소서.”

은발의 사제가 양손으로 지팡이를 쥐고 나직이 기도문을 읊었다.

그러자.

[캐릭터 : 세상에이런힐이가 쾌유의 빛을 사용합니다.]

[캐릭터 : 세상에이런힐이가 재생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화아아아아악-!!

지팡이의 보석에서 찬란한 빛이 새어 나오더니 피투성이인 강철만의 몸을 감쌌다.

자애로운 어머니가 아기를 안 듯 포근하게 감싸는 빛.

그 효과 역시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과 비슷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 사그라들자.

그 많던 부상은 온데간데없고, 죽어가던 강철만은 생기 넘치는 얼굴로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부상을 원상복구 시켜주는 [쾌유의 빛]과 소모된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재생의 바람]이 제 역할을 한 것이다.

한상우는 강철만의 목에 손가락을 대고 제대로 뛰는 맥박을 확인하며 말했다.

“고생 많았다, 세이. 덕분에 살릴 수 있었어.”

“아니에요. 저보단 끝까지 노력한 용사님 덕분이죠. 혈혈단신으로 마신을 퇴치하고 동료를 위해 헌신한 용사님이 아니셨으면 이 도시에 있는 모든 이들이 위기에 빠졌을 거예요.”

한상우가 공을 치하했지만, 세이는 반대로 한상우의 활약에 찬사를 올렸다.

이건 비단 그녀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다.

“오오,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역시 한상우 헌터예요!!”

“하, 한상우 헌터님! 괜찮으십니까…!”

던전이 사라지자 멀리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리 샤오펑, 사우디 헌터청장, 신대훈 등.

전력을 다해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왔다.

그리고 그들을 본 순간, 한상우는 깨달았다.

사우디 EX급 던전의 기나긴 여정이 마침내 끝났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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