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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125화 (125/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25화

아란발론 vs 거대마룡 (2)

아란발론이 포효했다.

-크아아아!

쉽사리 깨질 것 같지 않던 균형이 깨져 버렸다.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한쪽이 중심을 잃고 흐트러지는 순간, 그 균형이 급속도로 깨지는 것처럼.

아란발론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용아병 군단의 쓰디쓴 패배.

그 때문에 아란발론의 주변은 드레이크들로 득실거렸다.

- 이런 망할 잡것들이! 귀찮게 하는구나! 저리 꺼져라!

비록 그게 탐욕룡에 비하면 한낱 미물일지라도.

비슷한 힘의 대칭 중에 일어나는 사소한 차이는 생각보다 중요했다.

- 터져 버려라!

버티고 버티던 그가 결국 몸을 뒤틀어 꼬리를 흔들었다.

잠깐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대치에서.

계속 달라붙게 내버려 뒀다가는 동선이고 뭐고 다 꼬이기 때문.

쐐애액!

아란발론은 몸을 360도로 돌며 달라붙는 드레이크들을 강하게 후려쳤다.

콰아앙!

엄청난 소리와 함께 드레이크가 터져 나갔다.

피가 튀었고, 살점이 후두둑! 쏟아졌다.

휘두르는 그 힘이 얼마나 센지, 비교적 후미에 있던 드레이크들이 움찔하며 돌진을 멈출 정도였다.

하지만.

- 크크크, 이제야 빈틈을 보이는구나.

아란발론의 뒤로 음침한 거대마룡의 속삭임이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 ……!

아란발론이 다급히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지금 다가오는 공격을 절대 피하지 못한다는 걸.

느리다는 이유로, 지금껏 한 번도 맞지 않았던 공격이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우우웅!

몸에 힘을 꽉 주고 기운을 끌어올린 아란발론이 거대마룡을 노려봤다.

- 어디 들어와 보거라, 침입자여!

콰아앙!

그 순간, 거대마룡의 오른 발톱이 아란발론의 배를 두들겼다.

- 크흡!

예상보다 강한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찰나.

쾅! 콰아앙! 콰앙!

이어지는 공격이 연달아 들어왔다.

느리지만 하나하나가 위력이 넘치고 정밀한 타격!

‘생각보다 힘이 있어.’

아란발론은 솔직히 인정했다.

밀리고 있다고.

살짝 벌어진 균형이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고.

‘빌어먹을, 저 이계의 놈들 때문에.’

직접 상대하면 별 볼 일 없는 놈들이지만.

그들이 거대마룡에 편에 서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만큼 두 용의 밸런스는 황금이었다.

쾅! 쾅! 쾅! 쾅!

- 크으으으으…….

한 번 쏟아지기 시작한 거대마룡의 연격은 매서웠다.

가드를 올려도.

그 위로 넘어오는 충격이 아란발론을 뒤흔들었다.

‘젠장, 정신없는데.’

거대마룡의 연격도 힘든 상황에.

옆으로는 드레이크들이 다시 한번 달라붙었다.

그 덕에 거대마룡의 움직일 수 있는 수와 궤도가 훨씬 많아졌다.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군.’

드레이크를 신경 쓰면 공격을 허용할 게 자명하고.

그렇다고 방어에만 신경 쓰기엔, 드레이크의 수가 너무 많았다.

거기다.

거대마룡은 노련했다.

경거망동하지 않고, 천천히 스노우볼을 굴렸다.

거대마룡이 씩 웃었다.

- 이놈! 이제는 말이 없구나!

그는 무리하지 않고, 신경 써서 타격했다.

- 과연!

쾅! 쾅!

가드 위로 맞을 때마다, 아란발론의 거대한 몸집이 뒤로 물러났다.

그 위로 흙먼지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 주제넘은 탐욕이 화를 부른다는 말은 어느 세계에나 통용되는 만고불변의 진리였도다!

거대마룡은 집중력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무섭게 타격했다.

빠르게.

[거대마룡이 울부짖습니다.]

더 빠르게.

[거대마룡이 중력 마법을 증폭합니다.]

더더욱 빠르게.

[거대마룡이 중력 마법을 증폭합니다.]

거대마룡의 두 눈에서 광채가 줄기줄기 흘러나왔다.

마치 리듬 타듯, 두들기는 타격이 극(極)에 이르렀다고 생각한 순간.

- 꺼져라!

아란발론의 입에서 우렁찬 포효가 터져 나왔다.

[아란발론이 ‘드래곤 피어’를 사용합니다.]

동시에.

콰아아앙!

엄청난 압력이 둥글게 퍼지며.

감싸던 드레이크들과 거대마룡을 그대로 튕겨냈다.

콰가가가가가!

파동은 그대로 바닥을 뒤엎음과 동시에, 자욱한 먼지까지 저 멀리 날려 보냈다.

- 호오, 아직도 힘이 있다라?

거대마룡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그는 고개를 꺾어, 아란발론의 상황을 지켜봤다.

그러고는 이내 표정을 더 진하게 일그러뜨렸다.

- 설마, 네놈?

고오오오…….

아란발론의 몸체로 엄청난 기운이 몰려들고 있었다.

강한 중력이 모든 것을 흡수하듯.

사방에 존재하는 기운들까지 쭉쭉 빨아들이고 있었다.

- 브레스를 쓸 생각이더냐?

브레스.

용의 숨결.

모든 용족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기술로,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끌어내 숨결에 담아 쏘아내는 방식이다.

다만, 쏘고 나면 본인도 가진 힘을 거의 다 써야 하기에.

웬만큼 사용하지 않는 기술인데.

‘그만큼 위급하다는 거겠지.’

거대마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조금 전 밀릴 때, 브레스를 써볼까 고민했었으니.

이해하지 못할 행동은 아니었다.

다만 좀 뼈아플 뿐.

- 좋다.

인정한 거대마룡 역시 입을 쩍 벌렸다.

- 힘 싸움 하면 나도 밀리지 않지.

콰드드드…….

그 역시 온 힘을 끌어내 입가에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아란발론이 브레스를 준비합니다.]

[거대마룡이 브레스를 준비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힘의 세기가 거세졌다.

두두두두!

바닥과 벽면이 부스러져 파편이 되었고, 깨진 용아병과 드레이크의 살점 역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두 마리 용의 양보 없는 대치!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팀원들이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들 괜찮아요? 제기랄! 실드가 다 깨졌어요!”

올레나가 다급한 외침을 질렀다.

“젠장! 꽉 잡아!”

블라디미르 역시 외쳤다.

그는 바닥에 꽂아놓은 심판창의 창을 꽉 부여잡고 있는 상태.

“엄청난 흡입력이야! 잘못하다간 다 빨려 들어가겠어!”

두 용이 벌린 입으로.

온갖 먼지와 공기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블라디미르의 공간술로 힘을 막아보려 해도.

막아지는 종류의 힘이 아니었다.

심지어.

쩌저저적!

밑에 있는 바닥에도 금이 갔다.

바닥 파편들이 갈라져 하늘로 솟구쳤으며, 두 용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꺄아앗!”

결국 가장 먼저 몸이 뜬 것은 묘이 하나였다.

팀원 중 완력이 가장 낮았기 때문.

“태양아!”

“예, 주군!”

그 순간.

그녀의 가장 근처에 있던 태양이가 허공을 날아 그녀의 허리를 낚아챘다.

동시에 바닥으로 쏘아지며 창을 내리찍었다.

콰아앙!

하지만 용이 있는 쪽에 더 가까워졌음일까?

까득! 까드득!

창과 함께 점점 몸이 당겨졌다.

묘이 하나까지 들고 있으니, 더 힘들겠지.

“후.”

나 역시 바닥에 박은 창을 부여잡으며, 숨을 내뱉었다.

얼마나 힘을 주고 있는지, 목에 핏줄이 한가득 서고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

나머지 팀원들도 각자의 방법을 통해 최대한 버티고는 있지만.

‘이대로라면.’

끝이다.

두 용이 브레스를 쓰기도 전에.

다 먼지가 되어버릴 거다.

‘게다가.’

만약, 어찌저찌 버텨낸다 해도 문제다.

브레스가 맞붙는 순간, 그 여파에 쓸려나갈 게 분명하기 때문.

‘별수 없나?’

결국, 나는 숨겨두었던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아이템 :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

[등급 : S]

[종류 : 주문서]

[설명 : 위기의 순간 사용하라. 그대에게 가장 필요한 무언가가 등장할 것이다.]

[효과1 : 위기의 순간. 고대 마법이 당신을 돕는다.]

이게 어떤 해답을 내려줄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정도면 위기잖아?

고대 마법이여.

나에게 답을 내려주렴!

생각 이하여도 괜찮으니까, 최대한 어떻게든 도움이라도 줘보렴!

주문서를 입에 문 나는.

왼쪽 손으로 찌익! 시원하게 찢어버렸다.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S급)를 사용합니다.]

번쩍!

그 순간이었다.

내 손에 있는 주문서가 하얀빛을 뿜어내기 시작하더니.

우웅! 우우웅!

미친 듯이 진동했다.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띠링!]

[‘고대 마법’(SSS급)이 위기를 파악합니다.]

“……뭐?”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위기를 파악하는 건 그렇다 치고.

‘SSS급?’

고대 마법이라는 게 등급이었어?

게다가 SSS급?

단언컨대 저번 보상받을 때를 제외하곤 처음 보는 등급이었다.

오.

그럼.

조금 기대해 볼 만하겠는데?

웬만한 랭커 이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 아닐까?

하며 기대감을 품을 찰나였다.

[‘고대 마법’(SSS급)이 눈을 번쩍 뜹니다.]

[‘고대 마법’(SSS급)이 경이로운 존재를 확인하고 경악합니다.]

[‘고대 마법’(SSS급)이 경배합니다.]

응……?

뭐? 경이로운 존재?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위잉!

그때.

내 오른손에 잡혀 있던 창이 살짝 진동한 것은 그때였다.

[‘화(火)의 정수’가 눈을 뜹니다.]

“화의 정수?”

[‘화(火)의 정수’가 네가 웬일이냐 묻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람?

나는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내 시야에 뜨는 메시지가 다른 사람에게도 뜨는 건지 궁금했기 때문.

“제, 제기랄! 손이 아파요!”

“실드! 일단 있는 기력 짜내서라도 더 쳐봐!”

“기력 따위 있었으면 진즉 썼죠!”

하지만, 팀원들은 현재 악을 쓰느라 정신없었다.

그 누구도 ‘고대 마법’과 ‘화(火)의 정수’의 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고대 마법’(SSS급)이 ‘고대 서약’을 지키기 위해 왔다고 말합니다.]

[감히 위대하신 존재 앞에서 힘을 사용해도 되냐 묻습…….]

[‘화(火)의 정수’가 그만 그 아가리 닥치라고 합니다.]

[……?!]

우웅!

내 입과 왼손에 찢겨 있는 주문서 조각이 옅게 떨었다.

뭐야, 그러니까.

짧게 요약하자면.

‘고대 마법’이라는 엄청나게 세 보이는 존재가.

내 무기 파편 하나한테 쩔쩔매고 있다는 거지?

“…….”

나는 오른손의 창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야.

과연, 신살(神殺) 등급!

엄청난 놈이지 않은가!

비록 처음을 제외하곤, 내가 부를 때 응답조차 안 하는 놈이었지만.

그래도.

SSS급한테 이렇게 막 대하다니.

[‘고대 마법’(SSS급)이 당황합니다.]

[‘고대 마법’(SSS급)이 왜 그러시냐 묻습니다.]

[‘화(火)의 정수’가 쓸데없는 형용사 빼라 말합니다.]

[‘화(火)의 정수’가 신경 쓰지 말고 할 일 하고 꺼지라 합니다.]

…….

화의 정수, 이 녀석.

생각보다 터프한데?

(굵게)[‘화(火)의 정수’가 귀찮다는 듯, 고개를 텁니다.]

[‘화(火)의 정수’가 다시 눈을 감습니다.]

…….

그 이후, 다시 침묵.

“뭐야, 저기요? 화의 정수 씨? 갑자기 나오셨으면 저한테도 말 좀 해보세요. 평소 불러도 안 나오시더니.”

내가 다시 무기를 보며 중얼거려 봤지만.

역시.

몇 초가 흘러도, 묵묵부답이다.

[‘고대 마법’(SSS급)이 서두릅니다.]

그래.

뭐가 됐든.

빨리 서둘러 줘.

“으, 으아아아! 이대로는 10초도 못 버텨요!”

“나, 놓친다! 놓친다! 으아아! 자, 잠깐! 손에 힘 풀린다고!”

진짜 좀 늦으면 큰일 날 것 같거든.

[‘고대 마법’(SSS급)이 위기를 파악했습니다.]

[시전자에게 필요한 것은 일정 시간 동안의 절대적인 방어.]

[‘고대 마법’(SSS급)이 해당하는 마법을 찾습니다.]

그리고.

난생처음 보는 존재가 선물해 준 스킬은.

[‘고대 마법’(SSS급)이 ‘스페이스 세퍼레이션’(SSS급)을 사용합니다.]

역시나 생전 처음 보는 스킬.

[‘고대 마법’(SSS급)이 무운을 빈다고 합니다.]

그 순간.

두쿵!

세상이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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