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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148화 (148/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48화

섀도우 셰퍼드 킹 (4)

- 크흠.

외계 존재의 제안을 들은 섀도우 셰퍼드 킹이 침음성을 흘렸다.

‘서로 이기는 게임을 한다라…….’

사실.

눈앞에 보이는 존재는 정말 볼품없었다.

대충 느껴지는 바로는 간부 아이 중 하나 정도?

아니, 잘하면 그마저도 못 할 수도 있다.

하나.

그가 을(乙)의 자리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나의 옛 주인, 빛(Light)과 비슷한 존재의 기운 때문…….’

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느낌만으로도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비록, 씹어 먹고 싶을 정도로 원망스러운 주인이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주인이 얼마나 강한지.

이 광활한 우주에서, 주인과 척지고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몇이나 될까?

같은 신(神)급 존재가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신(神)의 권좌이자 만물의 근원.

그것이 바로.

이 우주에서 주인이 가진 위치.

‘그런 기운이 분명 둘이나 있다……. 주인을 모셔봤기에 확실히 알아. 또 다른 신일까? 아니면, 또 다른 미지의 존재?’

우주는 넓고 신비하기에.

신과 비슷한 힘을 낼 수 있는 존재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다.

아직 주인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이 우주이니까.

‘흠, 정확히 어떤 속성인지는 모르겠군.’

섀도우 셰퍼드 킹이 고개를 털었다.

느껴지는 기운이 감히 알 수조차 없이 아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코끼리 발등에 탄 개미가 코끼리의 전면을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렇기에.’

묵빛의 개는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그 존재가 0.001%, 아니, 발톱의 때만큼만 힘을 드러내도.

자신과 아이들이 상대해 낼 수 없을 텐데.

굳이 그러한 자들에게 밉보일 이유가 있겠는가?

‘도대체 왜…….’

문득, 섀도우 셰퍼드 킹은 궁금해졌다.

왜 저런 존재들이 저자의 근처에 머무는 걸까?

저자는 게임을 통해 얻었다고는 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

저 정도의 존재가 게임으로 움직이려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개연성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여하튼.’

확실한 건.

- 좋다. 받아들이지.

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 내 기술을 전수함과 동시에, 내 셰퍼드들로 네 개연성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 그러니, 너도 마지막엔 나에게 잡혀주어야 한다.

그 역시 눈앞의 존재를 잡는 순간, 막대한 개연성을 얻는다는 걸.

동시에, 꿈에 그리던 양지(陽地)로 다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해줄 수 있었다.

설령 그게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일이라 하더라도.

묵빛의 개가 발을 뻗어 몸체를 세웠다.

검은 그림자가 사방에 일렁였다.

* * *

스슷!

- 나의 아이들을 연습 상대로 삼아라.

셰퍼드들이 사방을 돌기 시작했다.

- 아이들은 각자 본신의 힘을 다해 널 상대할 것이지만, 기어코 널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스슷! 스스슷!

거의 무음(無音)에 가까운 미약한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림자로 뒤덮인 지대.

멍멍이들의 움직임은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웠다.

- 자, 너도 움직여 보아라.

나 역시 움직였다.

근데 어떻게?

저 셰퍼드들의 움직임을 따라 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그림자족이 아니다.

아니, 그 이전에 쟤네들은 개고 난 사람이잖아.

애초에 난 발이 두 개다.

그럼 네 개로 엎드리기라도 해야 하는 걸까?

“미친놈…….”

노인이 내 생각을 읽었는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저 개의 경지를 배우랬지, 누가 네놈보고 개가 되라 했느냐?”

‘……아니, 어르신.’

내가 투덜거렸다.

‘당연히 그냥 생각이었죠. 누굴 바보 천치로 아십니까?’

“원래 천치로 알긴 했지. 후, 아직도 초창기 네 녀석의 모습만 생각하면…….”

‘아니, 그리고 왜 자꾸 남의 생각을 막 마음대로 읽는답니까? 그거 실례 아닙니까?’

“실례는 개뿔! 헹, 그럼 제자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펼치고 있는데,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말이더냐? 그리고 그게 아니꼬우면, 소환 해제하면 되는 것 아니더냐?”

‘소환 해제요?’

“큼,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로 하라는 건 아니고, 이놈아.”

‘예예. 후, 어쨌든. 두 발로 움직일게요.’

저벅.

나는 걸음을 옮겼다.

노인이 전수해 준 천하제일 무적보법을 떠올리며, 스르릇 공간에 녹아들었다.

- 좋은 움직임이군.

섀도우 셰퍼드 킹이 고개를 끄덕였다.

- 하나, 내가 알려주고자 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먼 움직임이다.

그러시겠지.

난 그림자 같은 거 이용 못 하니까.

- 움직임은 괜찮다. 그 움직임 그대로 아이들이 행하는 공격을 피해 보아라. 아이들은 네 경지에 맞추어 움직일 거다. 단.

묵빛의 개가 단서를 달았다.

- 눈을 감고 피해라.

“눈을?”

- 그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좋다. 다만 너는 눈을 감고, ‘보인다’라는 생각을 지운 뒤, 피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무언가 다가올 때도, 그 무언가가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도 불허한다.

녀석의 목소리가 울렸다.

- 그것이 바로 나의 경지, 무음(無音)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

아예 보인다는 생각 자체를 지우라고?

이거 좀, 빡센데?

딱 봐도 단숨에 될 느낌이 아니었다.

하긴, 한 세계 절대자의 경지인데, 쉽게 얻을 순 없겠지.

나는 눈을 감았다.

- 그냥 그림자 속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해라.

섀도우 셰퍼드 킹이 중얼거렸다.

- 태초부터 빛이란 게 없었으며, 태초부터 시야라는 게 없었다고 생각해라. 시각을 제외한 촉각, 후각 미각, 청각. 그 무엇을 사용해도 좋다. 아니,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 마치 갓 태어난 갓난아이처럼 기어 다녀도 좋다.

“…….”

- 무음(無音)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림자족부터 이해해야 할 것이다.

나는 팔을 들었다.

그래, 일단 시키는 대로 해보자.

노인도 말하지 않았던가.

이제 몸 쓰는 건 천재의 경지에 올라섰다고.

스으읏!

사방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팔 끝을 스쳤다.

- 크르릉! 컹컹!

울부짖는 셰퍼드의 소리가 들렸으며, 코끝에 침향과 흙 향이 퍼졌다.

“흐음, 아무래도 셰퍼드의 생김새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 잊어라.

묵빛의 개가 담담하게 말했다.

-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지만, 나의 진정한 경지는 불행에서 탄생한다.

빛이 있지만.

빛이 닿지 않아야 생기는 존재.

모든 생물은 빛의 파장을 통해 무언가를 지각한다.

- 본다는 것은 상대적이다. 각자의 감각기관이 다르기에, 똑같은 것을 보아도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음, 언어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이게 편하겠군.

“으음?”

섀도우 셰퍼드 킹에게서 나오는 정보가 내 뇌로 스멀스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문적이고 새로운 지식들을.

말 그대로 ‘설명’ 없이 ‘이해’하도록.

요컨대, 대충 설명하자면 이런 거였다.

인간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파장을 가시광선이라 한다.

나는 그 범위에서 무언가를 보고 인식한다.

하지만, 그 가시광선의 범위가 다른 생명체라면?

예를 들어 X선을 지각할 수 있는 생명체라면, 그 생명체가 나를 바라볼 때는 태양이나 엘드린처럼 보이겠지.

뼈만 보인다는 말이다.

X선은 물렁물렁한 피부는 통과하되, 딱딱한 뼈는 통과하지 못할 테니.

또한 감마선으로 지각할 수 있는 생명체라면?

뼈조차도 통과할 만큼 짧은 파장이라, 우리를 인식하지조차 못할 거다.

튕겨 나와야 할 빛이, 커다란 그물망 속 피라미들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겠지.

‘그래서 상대적이라는 거구나.’

‘본다’라는 것에 집착하면.

우리의 감각기관을 벗어난 무언가를 영원히 인식할 수 없게 된다.

“허허, 신박한 개념이로구나.”

노인이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 그래, 굳이 고정관념에 빠질 필요가 없었어.”

‘조금 어렵긴 하네요.’

“어려울 수밖에. 살아오면서 박혔던 틀이라는 걸 깨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말 안 해도 잘 알지 않느냐.”

‘그렇죠.’

나는 꾸욱, 주먹을 쥐었다.

섀도우 셰퍼드 킹이 웃었다.

- 어렵지만, 느껴라. 이는 무음의 경지를 떠나, 이 드넓은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니.

“재밌네.”

냄새가 났다.

그렇게 오래된 기억은 아니지만, 나름의 향수도 느껴졌다.

뒷산 공터에서.

노인과 함께, 훈련했던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언가를 배우는 느낌.

“음.”

노인이 입꼬리를 틀었다.

내가 발전해 가는 모습이 흐뭇했음일까?

“이놈아, 왜 또 눈을 뜨고 내 입을 쳐다보고 있느냐.”

‘앗?’

“정신 차리고, 눈 감거라.”

‘예.’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창을 들어 힘차게 휘둘렀다.

훈련의 시작이었다.

* * *

훈련은 매몰찼다.

매몰차면서도 얄미웠다.

왜, 훈련이 얄밉냐고?

- 크르릉! 컹!

저 셰퍼드들의 행태를 보면 안다.

- 컹컹컹!

온갖 기운을 가진 셰퍼드들이 힘차게 달려와 내 뒤통수를 한 대 툭! 건드린다.

후웅!

열 받은 내가 그 방향을 향해 창을 휘두르면.

약 올리듯 쏜살같이 도망친다.

- 키르륵! 킹!

간혹가다 이상한 소리도 들리는 걸 보면.

저놈들.

분명,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감히 날 놀리고 있었다.

“이런, 미친…….”

당장에라도 눈을 뜬 채, 창으로 모가지를 뚫어 탈락시키고 싶었지만…….

- 너는 그림자족의 신생아다. 어찌 신생아가 보행하기도 전에 뛰어다니려고 하는가. 무언가를 배우려면 인내하여라.

나를 바라보는 섀도우 셰퍼드 킹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술래잡기 게임도 아니고.

눈을 떠도 잡기 힘들었던 녀석들이, 작정하고 괴롭히니 더 집중이 안 됐다.

으득!

이를 갈며, 창을 휘두르고 있을 찰나.

“이놈아! 제대로 집중하거라!”

노인이 외쳤다.

“마음이 급해서는 안 된다. 만술의 전인이 고작 그런 거에 동요해서 되겠느냐?”

‘마음처럼 안 되니 답답하네요.’

“우둔한 것! 훈련하면서 불순한 심상이 가득 차면 안 된다는 걸 아직도 모르느냐.”

노인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기운이 역류해 주화입마라도 걸리면 어쩌려 그러느냐. 인간의 혈도는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예민하다. 기운을 통제할 때는 항상 정심(正心). 바른 마음을 가져야 하느니라.”

‘예, 어르신.’

- 키리릭! 킹킹!

노인이 말하는 동안에도 셰퍼드들이 쉴 틈 없이 약 올렸다.

뒤통수를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이러다 탈모라도 오면 어쩌려고!

그리고 그 순간.

‘음?’

무언가 세상의 느낌이 달라졌다.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

‘보인다’기보다는.

누군가 내 옆에 존재하는 게 확실하다는 감각이 새겨졌다.

‘여긴가?’

몸이 절로 움직였다.

스르릇!

소리와 함께.

“오?”

- 음?

노인과 묵빛 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된 건가?’

난 그냥 움직인 건데?

움직여서 그냥 이곳을 향해…….

푸욱!

손끝에 감각이 느껴졌다.

창날이 누군가의 목을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 깨갱!

개 잡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그것.

“으햐!”

내가 외쳤다.

‘드디어…… 한 마리, 탈락시킨 건가?’

심장이 타올랐다.

뿌듯함과 성취감이 발끝부터 올라왔다.

그래, 분명 잡아냈다.

본래라면 눈을 떠도 잡지 못했을 걸, 카운터로 한 방 먹여냈다!

“이놈?”

노인이 흥분한 목소리로 불렀다.

“방금 네 몸에서 그림자 같은 게 나왔다! 분명, 저 똥개들처럼 움직였어!”

‘정말요?’

“그래, 이놈아!”

노인이 기뻐하는 것을 보니, 내 심장도 뛰었다.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킨다는 기분도 나쁘지 않은걸?

놀란 것은 노인뿐만이 아니었다.

- 생각보다 진도가 빠르군.

눈을 뜨자, 묵빛의 개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벌써 그림자족을 이해하다니……. 좋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되겠어.

“다음 단계?”

- 나와라. 섀도우 셰퍼드 로드. 나의 아이여.

“……로드?”

무언가 호칭이.

내가 밟아왔던 길과 비슷한 느낌인 건 착각일까?

- 킹의 부름에 응답하였나이다.

스슷!

눈앞에 무언가가 등장했다.

왼쪽 눈에 십자 상처가 있는 흉악하게 생긴 거대 셰퍼드.

- 이 아이는 태어나서 무언갈 본 적 없는 존재 중 가장 강한 자다. 너는 지금부터 이 아이를 상대해야 한다.

이건 뭐.

사슬낫의 제니도 아니고.

차례차례.

단계가 있다는 거지?

그래 한번 부딪혀 보자고.

“뭐든. 해봐라.”

내가 창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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