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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150화 (150/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50화

나중에 다시 볼 날이 온다면

[스킬 : 무음(無音)]

[등급 : S]

[효과1 : 움직임이 은밀해집니다.]

[효과2 : 그림자 속에서 이동속도가 증가합니다.]

[효과3 : 그림자 속에서 보행 시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얼마 만에 새로 얻어보는 스킬일까.

무음(無音)은 패시브였다.

기본적으로 움직임이 암살자의 그것처럼 은밀해졌으며.

또한, 움직일 때마다 몸에서 묵빛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게 느껴졌다.

“녀석.”

노인이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알려주지 않아도 척척 해결하는구나.”

‘에이, 어찌 그러겠습니까. 어르신 덕도 크죠.’

스슷!

내가 발을 내디뎠다.

확실히 움직임이 부드러워졌다.

내가 방금 전에 잡은 셰퍼드 로드.

애칭, [십자 멍멍이]는 이곳에서 킹을 제외하고는 적수가 없는 강자.

그런 자를 이겼으니.

이제는 온전히 내 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 또 놀려봐라. 멍멍이들아.”

재빨리 달려가 창을 휘둘렀다.

후웅!

셰퍼드 하나가 당황한 듯 발을 헛디디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너냐?

아까 내 뒤통수 그렇게 때리고 튄 놈이?

곧바로 복수다.

퍼억!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수박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깨갱!

손에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과 함께, 한 마리가 허무하게 사라졌다.

- 크릉!

- 크르르, 컹컹!

남은 셰퍼드들이 경각심을 가진 듯, 진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상한 소리를 내며 놀리지도 않았다.

“…….”

녀석들이 뿜어내는 마력들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과연.’

하나하나가 로드 급은 아니었지만.

이전이었다면 절대 무시 못 할 기운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스으윽!

나는 천천히 창을 들어 올렸다.

‘이제.’

나에게도 좀 냄새가 난다.

평소 존경해 마지않던 랭커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마침내 내 몸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많이 발전했다. 이제야 공간을 장악할 줄 아는구나.”

‘아직 멀었지요.’

투웅!

바닥을 가볍게 차올랐다.

이제 눈을 감지 않아도 됐다.

눈을 뜨고 사방을 응시했다.

‘나답게.’

녀석들의 그림자가 섀도우 셰퍼드 족의 일상에서 나온 거라면.

내 그림자 역시 나의 일상에서 나온다.

나만의 그림자를 얻은 순간부터, 누군가를 흉내 낼 필요는 없었다.

- 커컹!

달리는 정면으로 한 마리가 다가왔다.

굉장히 빠르고 은밀했지만.

‘십자 멍멍이에 비하면 별로.’

녀석의 공격을 가볍게 흘렸다.

그다음.

푸욱!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할 것처럼, 창날이 셰퍼드의 아랫배를 쑤시고 들어갔다.

스스슷!

녀석이 먼지처럼 사라졌다.

“좋구나.”

노인은 이제 허공에 양반다리를 한 채, 완전히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편해 보여서, 부러울 정도였다.

“그렇지, 그 한 수로 이미 기선제압은 끝났느니라. 저 녀석들은 이미 전투에서 졌다. 앞으로는 그저 끌려다니기만 할 거야. 그게 바로 ‘장악’의 힘. 그뿐만이 아니다.”

위에서 노인이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저들이 가지고 있었던 최고의 장점이 바로 속도와 은밀함이지 않더냐. 근데 이제 그게 먹히지 않고 있다. 네 녀석이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은밀하니까.”

맞다.

이제는 내가 더 빠르다.

반응속도도 내가 더 우위에 있으며, 은밀함마저 갖췄다.

또한, 제일 큰 변화는 바로 이제 녀석들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것. 느껴진다는 것.

‘물론.’

저들이 날 죽일 목적으로 달려든다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이 모든 것은 킹이 날 해치지 말라 명했기에 가능한 일.

‘간다.’

나는 끊임없이 창을 휘둘렀다.

앞으로 잡아야 할 셰퍼드들이 널리고 널렸다.

저것들이 다 점수.

이제는 테마를 마무리해야 했다.

* * *

“허어어.”

“허어어어…….”

홀로그램 방.

심사위원들이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그 공기에는 안도의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쓰으벌! 결국, 산 건가?”

“아니죠, 역시 살아 있던 거죠. 그는 주동훈이니까요.”

“후, 어떻게 된 거지?”

아홉 심사위원의 손에는 땀이 한가득 차 있었다.

주동훈이 계속 이동해, 어둑어둑해서 잘 보이지도 않던 공간까지 들어갔을 때는 얼마나 놀랐던가.

그림자의 영역.

섀도우 셰퍼드 킹의 공간은 그들도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선임 심사위원 뤼카도.

나름 좋은 성적의 머드스키퍼스도.

킹이나 로드는커녕.

그 주변 셰퍼드 간부들 자체를 만나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냥 완전히 컴컴했어.’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는 공간. 빛이 하나도 들지 않는 것 같아 보였는데.’

‘저기서 주동훈은 도대체 뭘 본 거고, 뭘 한 걸까?’

일렁이는 그림자의 영역에 닿는 순간.

주동훈은 말 그대로 사라졌었다.

그것도 꽤나 긴 시간 동안.

“흐아, 쫄깃했다고오오.”

플로아의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왜냐.

그녀는 주동훈 팀이 30만을 넘긴다는 데, 거의 올인에 가까운 돈을 걸었다.

만약, 주동훈이 그 그림자 속에서 사라졌다가 그대로 탈락했다면?

‘그야말로 최악이지.’

이미 페널티란 페널티는 다 먹었는데.

거기다 돈까지 잃는다면…….

“으으.”

파즈즈즉!

끔찍하다는 듯 튀기는 전류가 그녀의 심정을 대변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지.

[1위 ‘드래곤 슬레이어’, 145,000점.]

[2위 ‘크레이지’, 120,500점.]

[3위 ‘마검사’, 100,300점.]

[4위 ‘라이더’, 96,000점.]

[5위 ‘라이온즈’, 95,500점.]

…….

이미 ‘드래곤 슬레이어’는 1위를 탈환한 상태였다.

지금도 주동훈 제외 팀원들이 열심히 사냥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그 사실로 놀라는 심사위원은 없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저 팀이 30만을 넘기느냐.

9명 중.

둘은 언더에 베팅했고, 일곱은 오바에 베팅했다.

“가즈아아!”

플로아가 흥분해서 외쳤다.

죽은 줄 알았던 주동훈이 살아 돌아왔다.

공간을 집어삼켰던 그림자가 걷혔고.

다시 셰퍼드들과 대치 중인 주동훈의 모습이 드러났다.

창 하나를 늘어뜨린 채, 섀도우 셰퍼드의 포위를 오시하는 그의 모습.

‘씨발, 멋지잖아!’

플로아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그라면.

자신의 재산을 조금이나마 불려줄 것만 같았다.

“달려, 주인! 다 조져 버리라고!”

그녀의 외침과 함께, 홀로그램 속 주동훈이 창이 유려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바바밧!

거의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려드는 셰퍼드들을.

퍼버버벅!

주동훈 역시 비슷한 속도로 쳐낸다.

- 키깅!

- 케게게겡!

호수 중앙부터 퍼지는 물결처럼.

주동훈 주변 그림자들이 한 번에 우당탕 떨어져 나갔다.

그런 셰퍼드들을.

스스슷!

주동훈이 직접 움직여 잡는다.

하나하나 처리한다.

[1위 ‘드래곤 슬레이어’, 145,000점.]

안 그래도 압도적인 점수가.

[1위 ‘드래곤 슬레이어’, 186,000점.]

- 깨갱!

개 잡는 소리와 함께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1위 ‘드래곤 슬레이어’, 217,000점.]

그 올라가는 속도가 이전과는 차원이 달랐다.

“미쳤어! 미스터 주! 그래서 주인인가? 미쳤다고! 으아아!”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소리 지르는 플로아.

그녀는 내면으로부터 솟구치는 희열을 온몸으로 느꼈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입을 떡 벌린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러던 중.

“그나저나 주동훈…… 좀 변한 것 같은데?”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또 누군가가 답했다.

“같은데가 아니라 변했잖아! 저기 봐, 몸에 검은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다고!”

“그러네, 속도도 빨라지고. 마치 저 셰퍼드들이랑 동족이 된 것 같은…….”

“미친……? 설마 그새 저 기술들을 다 흡수한 거야?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황당했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완전히 다른 그 모습에 모조리 넋이 나가버렸다.

“독무에 이어서 이제는 셰퍼드까지 잡숴버린 거야?”

“와, 저게 무슨 랭커 후보냐고.”

“나도 저 때 저렇게 먹었어야 했는데…….”

누군가는 감탄하고.

또 누군가는 아쉬움을 토해냈다.

후보였을 당시, 주동훈처럼 못 했음을 아쉬워했다.

“지랄.”

플로아가 중얼거렸다.

‘저게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줄 알아?’

그녀는 직접 주동훈과 겨뤄봐서 알았다.

‘저놈은.’

무언가 특별한 게 있었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비록 그사이에 꼼수가 끼어 있을지라도.

‘애초에 델라일라의 시련 조건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니까.’

그것 또한 실력이었고, 지혜였다.

퍼억! 퍽! 퍼어억!

셰퍼드들이 저렇게 하나하나 줄어감에도.

살기(殺氣)를 드러내지 않는 것 또한 그가 만들어낸 지혜이겠지.

퍼어억! 퍽!

그렇게 시간이 흘러갈수록.

누군가의 표정은 밝아졌고.

또, 누군가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1위 ‘드래곤 슬레이어’, 379,000점.]

왜냐.

이미 30만을 넘겨 버렸거든.

넘긴 것도 모자라, 점수는 계속해서 치고 올라가고 있었다.

고작 기준점을 30만으로 잡았냐는 듯이.

“크하하하하! 믿고 있었다고!”

플로아가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그녀에게 있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래 첫 득(得)이었다.

* * *

퍼어억!

- 깨갱!

마지막 한 마리의 셰퍼드가 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후우, 후우!”

나는 호흡을 거칠게 내뱉었다.

전신에는 땀이 흘렀고, 심장은 계속해서 펌프질했다.

‘아아, 드디어.’

끝나버렸다.

킹을 제외한 모든 셰퍼드들을 혼자 다 처리해 낸 것이다.

“후.”

나는 거칠게 나오는 호흡을 짧은 숨과 함께 끊어냈다.

그러고는 창을 갈무리하며.

사라진 그림자를 향해 조용히 묵념했다.

왜 모를까.

그들이 봐주었다는 걸.

킹은 약속을 지켰다.

끝까지 날 해치지 않았고, 모든 셰퍼드들을 점수로 주었지.

더군다나 무음(無音)의 경지까지 알려주었다.

“…….”

나는 창을 다시 늘어뜨린 채, 전방을 바라봤다.

거대한 묵빛의 개가 날 부드럽게 응시하고 있었다.

- 이 정도면 된 것 같군.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보이나, 그걸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건 이제 너의 몫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정도면 인정한다.

- 그럼 이제. 약속을 지켜주겠는가?

섀도우 셰퍼드 킹이 조심스레 물었다.

“물론이지.”

어차피 지금도 싸우면 내가 진다.

모든 게 저 셰퍼드 킹의 오해로부터 나온 이득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고마웠다.”

정말 고마웠다.

더 챙겨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다 퍼주고 싶을 정도로 고마웠다.

- 고맙긴.

하지만.

녀석의 표정 역시 나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 내가 더 고맙다. 덕분에…… 네 덕분에.

목소리도 평소와 다르게 떨리고 있었다.

- 셀 수도 없을 만큼 기다려왔던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외계의 존재여, 정말 진심으로 고맙다!

흥분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위해 스르릇! 창을 없앴다.

정확히는 팔찌로 변형시켰다.

눈을 감은 채, 가슴을 내밀었다.

- 혹여, 나중에 다시 볼 날이 온다면…….

그 순간.

푸욱!

가슴에 들어오는 차가운 이물감이 느껴졌다.

- 그때는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으마.

시야가 어지럽게 흐트러졌다.

“…….”

다른 동료들도 마무리하러 갔음일까?

묵빛 개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내.

[띠링!]

[‘드래곤 슬레이어’ 팀이 ‘테마4’의 시련을 마쳤습니다.]

반가운 메시지와 함께.

[‘테마5’의 장소로 이동합니다.]

[생존 인원 : 7명]

[보상을 산정합니다.]

흐트러진 시야가 점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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