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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177화 (177/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77화

러시아 원정 (3)

“이게 어찌 된……!”

봉재영이 다급하게 자세를 잡았다.

아무리 여자를 밝히든, 대처가 이상하든.

그는 엄연한 세계 랭킹 101위의 헌터.

그가 피워올린 적색 오러가 곧바로 본인의 몸을 둘러쌌다.

“이런 제기랄 년이! 날 속인 거냐?”

그가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다들 전투준비 태세 해!”

“저들은 뭐죠?”

아수라 임수진이 눈을 검게 물들이며 중얼거렸다.

러시아 여성의 손짓에 등장한 헌터들.

그들의 눈빛이 왠지 저 철창에 갇혀 있는 실험체들과 비슷했다.

“그건.”

러시아 여성이 입꼬리를 씩 올린 건 그때였다.

“지금부터 한번 느껴보라고.”

스슷! 스스슷!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녀석들.

“오케이.”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느껴보지 뭐.’

동시에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찍었다.

[스킬, ‘스켈레톤 로드 소환’(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60을 사용합니다.]

이번에는 총 여섯 구를 소환했다.

뼈일이, 태양이, 카덴, 뼈오, 다나, 뼈팔이.

우두두두!

바닥으로부터 솟구친 뼈다귀들이 각자의 도구를 들고 진형을 갖추었다.

“녀석아.”

노인이 말했다.

허공에 붕 떠 있는 노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상대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건 이제 심증이 아니라 확신이다.”

‘예?’

“아까 말했던 독고 있지 않으냐. 당휘평이라는 놈이 썼다는.”

‘그랬지요.’

“그놈이 만든 악독고(惡毒蠱)가 분명하다.”

악독고라.

이름만 들어도 흉악해 보였다.

“조심해라, 이놈아. 과거, 우리 세계도 저 악독고 하나 때문에 멸망할 뻔했으니……. 저게 얼마나 위험한 거냐면 말이다.”

슈우웅!

노인이 말하는 와중에 저들 중 하나가 내달려 온 것은 그때였다.

콰아아앙!

동시에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피부가 저릿할 정도의 충격이 느껴졌다.

상상 이상의 파괴력.

막아서던 뼈팔이가 튕겨 나가 나뒹굴었고.

권소예가 사방에 펼쳐놓은 식물들이 다 찢겨 버렸다.

그 엄청난 광경에 우리는 잠시간 말문이 막혔다.

“그래, 너희 세계 기준으로 말하자면…….”

노인이 이어 중얼거렸다.

“고작 C급도 안 되는 놈들을 생명력을 대가로 저런 힘을 내게끔 해주지.”

- 크르르륵!

공격에 성공한 녀석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다시 우리를 쳐다본다.

마치, 공포영화 속 귀신이라도 되듯.

“더 무서운 건 뭔 줄 아느냐?”

‘뭔데요?’

“악독고만 있으면, 저런 괴물들을 수천, 수만 명이나 만들 수 있다는 거다.”

* * *

“흐아압!”

봉재영이 괴물을 향해 쇠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폭음 소리와 함께, 괴물의 복부가 뚫렸다.

하지만, 녀석들은 집요했다.

죽더라도 그냥 죽지 않는다.

“씨벌.”

배가 뚫렸음에도 손과 발로 자신을 칭칭 둘러싸는 괴물을 바라보며.

봉재영이 욕을 내뱉었다.

이윽고.

우우웅!

괴물의 피부가 적색 빛으로 물들더니.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음을 만들어내며, 자폭했다.

“젠장.”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먼지 속에서 봉재영이 걸어 나왔다.

피부가 살짝 그을려 있긴 했지만, 그의 피부는 무쇠와 같다.

“귀찮은 놈들이구만?”

괴물은 총 다섯.

또 다른 괴물이 있나 찾아보려 했지만.

콰앙! 콰아앙! 콰아아앙!

봉재영이 처리할 수 있는 괴물은 이미 다 터져 나가고 없었다.

“주군, 남은 넷 모두 처리했습니다.”

후우웅! 처억!

태양이를 비롯한 뼈다귀들이 이미 처리한 상태였으니까.

또한 러시아 여성은 상황이 불리하다는 걸 느꼈는지, 그대로 도주한 상태였다.

“…….”

봉재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주동훈…….’

전투력은 제법 봐줄 만한데.

솔직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 설마 저 여자를 두고 심신 미약한 생존자라 하는 건가요?

- 흠, 랭커라길래 상황 판단은 좀 할 줄 알았더니만, 안목을 좀 더 키우셔야겠네요.

주동훈이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기 때문.

‘싹수없는 놈.’

아무리 세다 한들.

이제 갓 랭커에 편입한 놈이.

업계 선배한테 할 말로 충분한가?

솔직히 안타까운 생존자인 줄 알았던 여자가 트릭커(Tricker)였던 건 본인의 실책이 맞았다.

그 부분은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이 앞장서서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곳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것 아니던가.

‘젠장.’

무언가 아까부터 말리는 느낌에 봉재영은 불쾌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깍듯하게 자신을 따랐던 권소예와 임수진마저 이제는 자신을 살짝 무시하는 느낌이 드니.

‘어디 두고 보자고.’

봉재영이 주먹을 꾹 쥐었다.

어차피 던전이란 게 한 국면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수많은 판단이 종합되어, 성과를 내는 게 던전이고.

그는 자신 있었다.

저 눈앞의 애송이보다 잘 판단할 자신이.

* * *

“동훈 씨, 놓쳤어요.”

스슷!

어둠 속에서 나타난 기소율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힘을 드러낸 러시아 여성의 속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암술이 뛰어난 건 아닌데, 속도가 너무 빠르네요. 혹시 2차 함정이 있을까, 대충 방향만 잡아두고 빠졌어요.”

“잘했어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잡을 수야 있다면 좋았겠지만.

- 쫓지 말거라. 무작정 따라가는 게 저들이 원하는 바다.

- 내 짐작이 맞다면…… 분명, 당휘평…… 그놈이 하는 수법이랑 똑같은데. 그놈은 위험한 놈이야.

- 물론, 내 손에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지만. 나 역시 그 과정에서 꽤나 힘을 썼을 정도이니까. 예전처럼 무모하게 처리하는 것보다는, 노련하게 가야 하느니라.

무언갈 아는 듯한 노인이 만류했다.

“흐음.”

기소율이 턱을 쓰다듬었다.

“이제 랭킹 151위인 제 속도를 피할 정도에 러시아 랭커면…… 딱 한 사람 떠오르긴 하네요.”

“티마.”

내가 답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잘 아시네요?”

“랭커 공부야 뭐. 예전부터 죽도록 해왔으니까요.”

뢰보(雷步) 티마.

현 110위의 러시아 랭커로.

뢰보는 걸음이 번개처럼 빠르다 해서 붙여진 이명이라 들었다.

또한, 랭킹 79위 포악자(The ruthless) 지마의 여동생이라지.

“이로써 확실해졌네요.”

포악자 지마와 충왕 안드레이는 러시아 마피아 「고담」 출신 랭커다.

즉, 이 던전이 고담과 관계 있을 수 있다는 심증이 확신으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고담.”

그들이 하는 행동이 살짝은 눈에 그려졌다.

철창.

그 속에 갇힌 실험체.

그리고 노인이 말한 악독고(惡毒蠱)까지.

“이거, 딱 성인이 되기 전 사람들을 잡아다 가둬놓는 거네요.”

“…….”

끔찍한 상상에 기소율이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성인이 되면, 고유 능력을 각성하니까?”

“예, 거기서 쓸 만한 능력이 나오면 마피아 집단으로 거둬들여 키우고. 그게 아니면, 저렇게 만들어서 전투 병기로 쓰는 거죠.”

“미친.”

그야말로 영화 속 악당들이나 할 법한 짓.

하지만 가끔은.

영화보다 더 비현실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 순간이었다.

“제기랄!”

콰아앙!

봉재영이 분에 못 이긴 듯 쇠주먹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 개 같은 년. 아무리 생각해도 찢어 죽여야 속이 풀릴 것 같은데.”

얼굴이 벌게져서 씩씩거리는 봉재영.

보다 못한 임수진이 나섰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뭐?”

“아무리 화난다 해도, 아군끼리 있는데 그렇게 난폭하게 굴면 안 되는 거죠.”

“뭐라?”

봉재영의 코에서 김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아까부터 마치 저랑 소예 씨를 무슨 수하 부리듯 하는데, 저희는 엄연한 협회 소속입니다. 이번 원정에 자원한 것도 새로 등장했다는 하이 랭커가 궁금해서였고요.”

호오.

언제든 터질 것 같더라니.

하필 이 순간 터져 버린 갈등에 내가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하긴.’

아수라(Asura) 임수진도 랭커다.

세계 1,000위 안에 드는 국보급 헌터.

아무리 봉재영의 랭크가 더 높다 해도, 짐꾼 취급받으면서까지 참을 이유는 없었다.

‘시원시원하긴 하네.’

뼈를 때리는 임수진의 폭행이 왜 이리 청량하게 느껴질까?

물론, 당사자인 봉재영은 목이 막힌 듯 답답할 테지만.

“너, 지금 뭐라 씨불였냐?”

“제가 틀린 말 했나요? 그 러시아 년 옆에서 좋다고 히죽거릴 때는 언제고. 이제는 뭐요? 찢어 죽여야 속이 풀린다고요? 초등학교 저학년도 사고 회로가 그렇게 단순하진 않을 것 같네요. 요즘 애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이, 이런 개 같은 년이!”

결국, 붉으락푸르락 화를 참지 못한 봉재영이 주먹을 내지르려 할 때였다.

“저기, 여기 사람 있습니까……?”

부스럭!

멀리서 수풀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봉재영이 주먹을 거둔 채, 눈살을 찌푸렸다.

“저희는 생존자입니다! 소리 듣고 왔습니다!”

“여기도! 여기도 있습니다!”

하나둘.

등장하는 사람들.

“으음.”

노인이 허공에서 다시 360도 회전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는 구경 놓쳤구나. 아무래도 얘네들은 진짜 생존자들인 것 같다.”

생존자면……?

“그래.”

노인이 씩 웃었다.

“네놈이 아까 풀어놓은 독무가 저 독고 방귀를 배불리 먹어치우고 있지 않으냐. 거기 속에서 떠돌던 생존자들이 정신 차리고 하나둘 여기로 모이고 있는 모양이다.”

던전에서 표류 중이던 생존자들.

그들이 모이고 있는 거였다.

* * *

“룰루.”

무릉도원, 고지 위.

뚝딱뚝딱 지어지고 있는 화려한 건축물의 골조를 바라보며, 김진아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 정도면 거의 신도시 개발 사업급인데.”

본래 신도시 개발계획을 수립하려면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들이 따른다.

시행자가 시·도지사나 대도시시장, 국토부 장관 등에게 개발구역 지정을 제안해야 하고.

그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도시개발구역이 지정되고 개발계획을 수립한다.

그 과정에서 토지 소유자 등의 동의 요건도 충족해야 하며.

조합도 만들고, 실시계획을 짜는 등.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져 있기에,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다~ 우리 땅이니까~”

일개 공방 하나가 만들고 있는 화려한 신도시.

그것도 한 세계의 권위자였던 드워프, 드미르가 총괄하는 사업.

“크, 재미있어.”

그녀는 요즘 삶이 너무도 행복했다.

공방주, 주동훈이 복귀한 이후로.

자신의 꿈이 하나하나 이루어지는 게 눈에 보이니,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으랴.

물론, 공방이 커지는 만큼.

또한 다뤄야 할 것들이 많아진 만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어디 볼까아.”

그녀는 흥얼거리며, 품에서 스마트 노트를 꺼냈다.

고급 인력 충원을 위해 이미 모집 공고를 낸 상태.

드미르 공방의 모집 공고는 당연히 헌터계에 큰 화젯거리가 된 상태였다.

[랭킹 78위가 설립한 드미르 공방, 이제 날아오르나?]

[드미르 공방 인력 충원 공고! 부공방주, 김진아 “업계 최고 대우 약속!” 엄청난 경쟁률 예상!]

[현, 공방 소속 랭커는 둘. 78위인 공방주와 151위인 암제(暗帝) 기소율. 암제의 인기도 경쟁률에 한몫 예상해.]

공고는 기사화되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었으니.

사람이 몰리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

“으음.”

김진아는 수없이 쌓여 있는 지원 서류들을 프로그램을 통해 나열시켰다.

먼저 랭킹 순.

‘설마 랭커가 신청하진 않았겠지?’

아무리 공방이 핫한다 한들.

랭커는 랭커다.

콧대가 굉장히 높다.

그래서 랭커를 얻어 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다른 소속 랭커들을 압도적인 조건으로 스카우트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알려질 정도였다.

암제가 공방에 합류한다 했을 때.

기파랑이 왜 그렇게 생난리를 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

“과연.”

김진아는 고지에서 천천히 서류를 내렸다.

그러다가.

“응?”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원자 명단]

[#1. 랭킹 80위, 뇌명(雷鳴) 플로아]

[#2. 랭킹 905위, 절대무쌍(絶對無雙) 막시밀리언]

[#3. 랭킹 908위, 인도자(引導者) 카푸]

[#4. S급 헌터, 박성태]

[#5. S급 헌터, 강지훈]

…….

수없이 쌓여 있는 S급 헌터는 논외로 하더라도.

‘랭커가?’

무려 랭커가 셋이나 지원한 탓이다.

‘게다가 뭐?’

랭킹 80위?

뇌명(雷鳴) 플로아면, 독일의 영웅이라고까지 불리는 자 아니던가.

“으어어? 이게 뭐람?”

결국, 입 밖으로 괴상한 소리를 뿜어내는 김진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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