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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186화 (186/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86화

고담 (4)

콰아앙! 콰앙!

사방에 폭음이 터졌다.

- 크르륵!

- 키이이익!

붉은 안광의 괴물들과 이담의 병력이 마구잡이로 뒤섞였다.

난전(亂戰).

“싸워라!”

“휘둘러라! 찔러라! 부딪혀라! 우리가 지금껏 어떻게 버텨왔는데! 여기서 밀릴 순 없다!”

「이담」의 투사들은 용감했다.

마치 조국을 잃은 독립운동가처럼.

괴물들의 기세에 밀리지 않고 맞서 싸웠다.

그런 그들의 투지를 느끼며.

“…….”

나 역시 창을 치켜세웠다.

상대는 세계 랭킹 79위, 포악자(The ruthless) 지마.

‘방심하지 말자.’

아무리 자신감 있다지만, 상대는 하이 랭커다.

어떤 비장의 무기를 숨기고 있을지 모를뿐더러.

‘지금은 오직 나 혼자니까.’

시스템의 랭킹 산정이 정말 공정했다면.

내 랭킹에는 내 뼈다귀들의 능력도 포함되어 있을 터.

하지만 지금.

내 곁에 뼈다귀는 없다.

전쟁터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오직 본신의 능력으로만.

생사를 걸고 하이 랭커와 부딪히는 건, 이번이 처음.

“하압!”

당찬 기합과 함께.

허벅지가 폭발하듯 내달렸다.

“호오, 네크로맨서인 줄 알았는데, 직접 덤빈다고?”

지마가 자세를 낮추며 양손으로 바닥을 건드렸다.

스슷!

시커먼 기운들이.

귀기(鬼氣) 어린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을 한 바퀴 돌더니.

스스스슥!

바닥을 타고 나에게 돌진했다.

‘바닥이면.’

위로 피하면 되나?

타앗!

나는 달리던 가속 그대로 땅을 박차 하늘로 솟구쳤다.

그 순간.

멀리 있던 랭커 하나의 눈에서 안광이 빛났다.

‘저 사람은…….’.

지마 뒤에 있던 랭커 중 하나.

세계 랭킹 150위, 속사(速射) 아나스타샤.

러시아 랭커 중 하나로.

안드레이와 지마에 묻히긴 했지만, 궁수로 굉장히 유명한 여자다.

슝! 슈슈슝!

순간적으로 쏘아진 화살이 점프해 솟구치는 내 궤적을 향해 날아들었다.

날아오는 동시에 다시금 시위를 매기는 게,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어쭈.’

내가 입술을 비틀었다.

1:1로 하는 게 아니란 거지?

상관없었다.

전장 상황에 합공(合攻)이야 뭐.

훌륭한 전술일 뿐이지 않은가.

“…….”

눈을 좁힌 나는 화살의 궤도에 집중했다.

피하고 싶었지만, 공중에 떠 있는지라 여의치 못했다.

“흥! 설마 쳐내려고?”

아나스타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치고 싶다고 쳐낼 수 있을 것 같으냐? 공중에 떠 있는 주제에?”

피잉! 퉁! 퉁! 퉁!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는 아나스타샤의 모습은 그야말로 기계와 다름없었다.

그때였다.

창졸간 아나스타샤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응? 뭐지?”

심상찮은 기운이 등 뒤에서 느껴졌기 때문.

스읏!

“뭐긴요.”

미세한 바람 소리와 함께 등장한 검은 인영이.

손아귀의 단검을 아나스타샤의 목에 쏜살같이 찔러넣었다.

“당신을 상대할 사람이죠.”

“흐읍?!”

날카로운 기습에 아나스타샤가 몸을 비틀며 땅을 박찼다.

당연히 쏘아대던 화살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너는.”

간신히 피해낸 아나스타샤가 눈앞의 존재를 바라봤다.

“암제……! 이번에 내 바로 아래 단계에 들어왔던 그 여자로구나?”

세계 랭킹 151위, 암제(暗帝) 기소율.

“음, 이제 곧 몇 단계 더 올라설 것 같은데요?”

“흥, 헛소리! 암살자라고 내 화살을 피할 수 있을 듯싶어?”

“글쎄요. 화살이야 옛날에 지겹도록 피해본 기억이 있어서.”

스슷!

그녀는 다시금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연달아 공격을 시도하는 것이다.

‘좋네.’

내가 미소 지었다.

궁수는 암살자와 상성이 좋지 않아서.

기소율을 상대하는 데 꽤나 애먹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나 역시 아나스타샤의 화살 따위야 문제없었다.

왜냐?

피하지 못하면, 쳐내면 되고.

쳐내기 힘들면, 그냥 막으면 되거든.

화륵!

창을 순식간에 거대한 방패로 변환시킨 난 그대로 몸을 가렸다.

티이잉! 탕! 탕! 따앙!

가볍게 튕겨 나가는 화살.

고작 150위의 화살 따위로 신살(神殺)급 무기를 뚫을 순 없다.

“우와아!”

지켜보던 플로아가 환호했다.

“방패로 변형되는 무기라니! 완전 사기잖아?”

파즈즉!

그녀는 다시금 몸에 전류를 튀기며, 봉재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여! 주동훈! 저 머저리 같은 쇠주먹은 내가 어떻게든 상대해 볼 테니까 신경 쓰지 마!”

콰앙! 쾅!

플로아의 주변에 바람이 휘몰아쳤다.

“으하하핫! 신나게 싸워보자고!”

파공음 속에서 플로아의 웃음소리와 봉재영의 괴성이 뒤섞여 들려왔다.

쇠주먹은 됐고.

이제 다시 지마랑 싸우면 되는 거지?

휘익!

이번엔 방패를 검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바닥에 착지!

착지한 자세 그대로 다시 내달렸다.

“후, 후우!”

거칠어지려 하는 호흡을 최대한 진정시켰다.

뜨거워지려 하는 심장을 최대한 식히며 달렸다.

그리고.

다시금 날아오는 지마의 검은 기운을 스슷! 그림자술로 피해낸 후.

후웅!

곧바로 일격을 날렸다.

가로 베기였다.

“이런 망할!”

지마가 급히 땅을 박차 물러났다.

내 칼은 아깝게도 녀석의 뺨 끝을 스쳤다.

‘까비.’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갔으면 치명타였을 텐데.

지마 역시 놀란 듯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너, 제법이구나?”

그러고는 아예 내 정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럼, 어디 이거도 받아보려무나!”

포악자(The ruthless).

비기(祕技).

흑룡파(黑龍波)!

스콰아아아!

녀석의 주먹에서 굉음과 함께 검은 용의 기운이 발산된 것은 그때였다.

‘오, 이건 좀.’

맞으면 많이 아플 것 같은데?

간담이 서늘해진 내가 재빨리 그림자를 밟아 좌측으로 피했다.

그리고.

콰가가가가!

내가 있던 자리를 강대한 기운이 쓰나미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얼마나 힘이 센지, 그 뒤에 패인 바닥이 커다란 크레이터를 형성할 정도.

‘끔찍하네.’

내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봤다.

필살긴가?

그러겠지?

그러고 보니.

흑검(黑劍)도 그렇고.

절대무쌍(絶對無雙)도 그렇고.

무언가 자신만의 필살기를 가지고 있는데, 나만 그런 게 없었다.

‘하긴, 난 네크로맨서니까.’

네크로맨서가 무기 들고 근접에서 하이 랭커랑 맞다이 뜨는 주제에 더 바라는 건 크나큰 욕심이겠지?

그래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원래 인간이란 게 욕심 많은 동물이지 않던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원래 욕심이 나를 더욱 발전시키는 법이거든.

“녀석아.”

허공에서 노인이 나직하게 중얼거린 건 그때였다.

“네 녀석도 하나 알려주랴?”

‘예?’

내가 눈을 깜빡였다.

‘뭘요? 비기를요?’

아니.

알려줄 수 있는 거였어요?

저런 기술을?

“이놈아. 만술(萬術)을 뭐로 보는 게냐? 네가 앞으로 배워야 할 기술만 산더미일 터인데. 고작 그것 배워놓고 다 배웠다고 자만한 건 아니겠지?”

‘아니, 그러면 진즉 알려주시지…….’

“천천히 가르쳐 줘야 네놈도 날 존경하지. 안 그러면 계속 기어오를 거 아니더냐?”

스콰아!

다시금 쏘아지는 검은 기운을 피해낸 내가 속으로 억울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아니, 제가 언제 하늘 같은 어르신께 기어올랐답니까! 전 억울합니다!’

“끌끌,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하늘 같은]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는지.

노인의 입꼬리가 하늘로 올라갔다.

“자, 집중하거라. 가르쳐 주마.”

‘옙, 어르신!’

내가 전투에 집중하며 눈을 빛냈다.

이 얼마 만에 가르침이던가.

‘멋있는 기술이겠죠?’

“물론!”

노인이 가슴을 탕탕! 두들겼다.

“내 자부하는데, 사용하는 데 좀 무리가 갈 뿐 아마 네 녀석 전투 스타일상 평생토록 애용할 수밖에 없을 게다.”

* * *

그 시각.

‘흐윽, 후으윽!’

봉재영의 육체 속.

그의 정신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끄으, 씨이바알.’

삐이이이!

이상한 소리가 고막을 왕왕 울렸다.

‘뭐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는 정신이 없었다.

분명, 붉은 안광의 괴물들과 밤낮으로 싸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육체의 통제권을 누군가에게 빼앗겨 버렸다.

내가 왜…….

혼자 제멋대로 움직이는 거지?

왜 주먹을.

콰아아앙!

전기를 뿜어내고 있는 여자한테 휘두르고 있는 거지?

제발 멈춰.

그만해! 그만하라고!

‘끄으으윽!’

뇌에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몸을 통제하려 할수록.

정체불명의 기운이 뇌를 급속도로 갉아 먹는 느낌이었다.

어쩌다 이런 꼴이 됐을까?

‘…….’

그래.

그때부터였다.

더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압도적인 물량과 파워, 그리고 「고담」 랭커들의 지속적인 견제와 신묘한 공간 때문에.

싸울 의지를 완전히 잃었을 때.

[‘억압’에 걸리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감소합니다!]

[주의! 주의! 주의!]

[악독고(惡毒蠱)가 몸에 침투합니다!]

안드레이라는 놈이 뿌린다고 했었던 그 악독고가 몸에 들어왔었다.

‘미친!’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었다.

그게 말이 되는 스킬인가?

내 몸을 제멋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스킬이라면…….

‘그건 너무 사기잖아!’

그런 말도 안 되는 스킬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이 걸렸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팠으며.

머리는 계속해서 깨질 듯 울렸다.

“그만 좀 뒈져! 이 괴물 새끼야!”

그런 와중에 전기 뿜는 여자의 주먹은 또 얼마나 아프던지.

쾅! 쾅! 쾅! 쾅!

양쪽 갈비뼈, 복부.

그리고 낭심에 정확하게 공격이 들어왔다.

문제는 그 고통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것.

‘씨발…… 거긴……!’

그의 정신이 속으로 아랫도리를 부여잡았다.

다른 곳은 다 참아도 알까기만큼은 정말 괴로웠다.

‘제발.’

봉재영은 눈물이 났다.

현실의 자신의 몸은 침을 질질 흘렸지만, 속으로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내가 잘못했어. 다 잘못했다고!’

그는 진심으로 후회했다.

도대체 왜 나댔을까?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이런 개 같은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주동훈에게 경쟁심리를 느꼈을까?

‘끄아아아아!’

온 힘을 다해봐도.

몸의 통제권을 다시 가져오긴 힘들다.

동시에 봉재영은 깨달았다.

‘원래 같았으면 벌써 죽은 상태로 몸만 남았겠구나.’

저기 좀비같이 달려드는 괴물들처럼.

본인의 몸 역시, 저들처럼 몬스터가 되었겠지.

하지만.

자신이 이렇게 생각하고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았다.

바로.

‘뇌가 쇠라서.’

씨발.

그게 말이 되나?

남들은 쇠주먹이라 부르지만.

원래 봉재영은 육체 전체가 쇠처럼 튼튼하다.

그러다 보니 뇌까지 단단해져서 이 모양이 된 것 같은데.

그게 얼마나 웃기는 일이란 말인가.

‘차라리…… 죽여줘.’

부르르.

봉재영의 뇌 주름이 잘게 떨렸다.

그의 정신이 가까이서 싸우고 있는 주동훈에게 향했다.

조금 전 통제 불능의 자신을 미치도록 두들겨 팼었던 남자.

‘흐윽.’

온몸의 뼈가 욱신거렸다.

지금도 아프긴 아픈데, 그때 주동훈한테 맞은 부분은 유난히 더 아팠다.

‘강했어.’

근접 계열의 고유 능력이 아니라 솔직히 얕봤었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개 패듯 맞아본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통제 불능의 몸이었다 해도.

본래 자신의 힘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발렸다.

그냥 발린 것도 아니고, 압도적으로 발렸다.

‘과연 하이 랭커라는 건가?’

그걸 왜 몰랐을까.

하이 랭커라는 자리가 고스톱 쳐서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란 걸.

자신 역시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위치였는데.

‘제길, 괜히 사람들이 돌머리보다 빡통인 쇠머리라고 놀리는 게 아니라니까.’

봉재영의 정신은 그 시선을 주동훈에게 계속 고정했다.

‘그래, 인정할게.’

인정한다.

‘미안했다. 솔직히 얕봤어. 갑자기 하이 랭커가 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 어이없었고. 랭커랍시고 데려온 권소예와 임수진이 너한테만 관심 쏟는 것 같아서 질투도 났어. 웃기고 치졸하지? 그래서 그런 거야. 그랬으면 안 됐는데. 내가 죽일 놈이야. 죽어 마땅할 놈이긴 한데…….’

제발.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죽는 건 아니잖아. 씨발. 타지에서. 이딴 벌레 같은 악당 놈들한테 조종당하다 죽는 건 아니잖아. 내가 랭킹 101위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

봉재영은 죽기 싫었다.

‘구해줘.’

죽이든, 살리든. 상관없으니까.

제발, 이 고통 속에서 꺼내 달라고!

‘…….’

정신 속의 봉재영이 주먹을 꽉 쥐었다.

‘만약 네가 날 구해준다면…… 나아가 살려준다면 말이야…….’

그는 결심했다.

‘내 주먹을 걸고 맹세할게…….’

자신의 상징인 주먹을 걸 정도로, 절실하게 결심했다.

‘내 모든 것을 바쳐, 널 따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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