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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04화 (204/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04화

엘로이즈 아린 (1)

“죄송하지만, 여기는 올라갈 수 없습니다.”

21층 마법 서고.

사서로 보이는 여자가 내 앞길을 막아섰다.

“22층부터는 마탑주님께 허가받은 자나 장로급 교수님만이 출입할 수 있거든요. 이번에 새로 오신 교수님인 것 같은데, 이건…… 아무리 교수님이라 해도 어쩔 수 없어요.”

“…….”

허어.

이거 뭔가.

첫 단추부터 안 맞는 느낌인데?

나는 위로 향하는 계단을 힐끔 쳐다보았다.

저 위.

22층 서고 어딘가에 뼈오의 밀실이 존재한다.

“저기요.”

내 시선을 느낀 걸까?

사서가 뾰족하게 물었다.

“설마 몰래 들어가려 하는 건 아니시죠? 아서라, 그러다 큰일 납니다. 22층 전체에 마탑주님의 마법이 걸려 있어서, 허가받지 않은 자가 들어가려 하면…… 그 즉시 전기 통구이가 될 거예요.”

사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끔 신임 교수분들이 금서라도 뒤적이겠답시고 들어가다 사고 난 적도 많거든요. 혹시나 해서…….”

“아, 예.”

사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계단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푸른 막은 둘째 치고.

‘엄청난 기운이야.’

위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마력에 위화감이 느껴졌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내가 사서의 눈을 응시하며 물었다.

“이 안에 엘로이즈 공작가의 자제들도 출입하나요?”

“엘로이즈요?”

사서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음, 그럴걸요? 제가 알기로는 4대 공작가 출신 학생들은 이용 가능한 거로 알고 있어요. 그게 참 웃긴 일이죠. 교수는 못 들어가는데, 학생만 들어갈 수 있는 서고라……. 뭐, 근데 인생이 그렇잖아요? 어딜 가나 권력이 으뜸이죠.”

“4대 공작가요……?”

“예. 아시겠지만. 불의 엘로이즈, 물의 패트릭, 생명의 하임, 대지의 노아. 이렇게 네 가문이요. 마탑과 역사를 함께한 가문들이죠.”

그런 건가?

이런 식으로 지식을 독점해서.

그걸로 계속된 권력을 유지하는…….

‘참.’

이곳이나 지구나.

어찌 보면, 세상 사는 게 다 똑같나 보다.

‘일단.’

저 안에 들어가야 퀘스트가 끝날 거 같긴 한데.

둘 중 하나다.

내가 들어가거나.

엘로이즈가 나오든가.

“어쨌든, 감사합니다.”

사서에게 인사를 한 나는 다시 서고 밖을 나섰다.

일단은 일 보 후퇴였다.

* * *

일주일이 흘렀다.

그동안 이리저리 수소문해 봤지만, 크게 진전은 없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한다는 마탑주, 구스펠하임을 만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당연한 말이지만, 22층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뼈오가 찾아냈던 비상 통로를 이용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마탑주가 설치했다는 트랩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큰 의미는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으음.’

20층 개인 연구실.

방 안에 앉은 내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역시 머리가 복잡할 땐.’

훈련이지.

내가 멍하니 손을 내밀었다.

화륵!

이제는 손 위에 불줄기가 쉽게 튀어나온다.

그뿐이랴?

화륵, 화르륵!

뿜어진 화력은 마치 동양의 용이 춤을 추듯 유려하게 노닐었다.

그동안의 꾸준한 연습으로 주술(呪術)의 숙련도가 한층 오른 거다.

나는 주술을 총 다섯 가지 원소로 나누어 펼쳤다.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

내가 지닌, 아직도 묵묵부답인 정수들과 비슷한 원소였다.

오늘도 아침부터 노인과 연습하고.

연구실에서 좀 쉬려고 할 찰나.

똑똑.

누군가가 노크했다.

‘학생들인가?’

사실.

배움이 필요한 자들은 직접 찾아오라 해두긴 했지만.

지금까지 찾아온 학생은 전무했다.

뭐, 교수를 직접 찾아올 정도의 열의면 애초에 낙제생이 아니었겠지.

“계세요, 교수님?”

노크의 주인공은 실비아였다.

타 클래스 교수이자, 내 사수.

그녀가 웬일이람?

덜컹!

문을 열어주자, 실비아가 들어섰다.

“여긴 어쩐 일로?”

“음, 그게요.”

그녀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일주일간 애들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셨죠? 그게…… 애들 몇 명이 힘을 모아서 알펜 장로님께 탄원서를 제출한 모양이에요.”

“……허?”

그놈들이?

상대할 가치가 없어서 가만히 내버려 두었더니.

먼저 공격했다는 말이지?

내 반응을 보더니, 실비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예상 못 한 건 아니지만, 이게 문제가 조금 심각해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앤드루 패트릭이라는 애가 주동해서 벌인 짓이라 했다.

패트릭 공작가의 권력이 어마무시하기에, 일개 교수가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다나?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가문에서 직접 나설 수도 있단다.

“낙제생 주제에, 웃기는 놈이네요.”

“사실…… 저도 당했어요.”

“실비아 님이요?”

“예, 교수님이 오시기 전까지 저도 잠깐 F 클래스에 있었거든요.”

와우.

이건 또 놀라운 사실인걸?

“앤드루는 진짜 무서운 아이예요.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든 끌어내리고 마는 성격이죠.”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애송이가 아니라요?”

“애송이라기엔 실력도 있어요. 부끄럽지만, 저도 얕잡아 보다 호되게 당했답니다.”

“허어.”

교수가 당할 정도라고?

하긴, 실비아가 나보다 선임이라지만.

젊은 교수일 뿐이니까.

“그뿐이 아니에요. 사고 쳐서 낙제해도 패트릭 가문이라 방출조차 못 하고 있는 데다가, 오히려 본인이 F 클래스인 걸 즐기고 있는 실정이라…….”

“마탑의 위세가 생각보다 약하네요? 고작 가문 하나에 흔들릴 정도면.”

“모르는 소리예요. 애초에 4대 가문의 수장들이 마탑주를 제외한 마탑의 기둥들인걸요.”

“…….”

마탑의 위세가 약한 게 아니라.

녀석이 마탑 그 자체였던 거구나?

“오지랖일지도 모르지만, 수업에 참여해서…… 그 아이의 비위는 최대한 맞추는 게 좋을 거예요.”

“흠, 그런 건 제 취향이 아닌데.”

거대마룡이나 아란발론의 비위도 맞추지 않던 나에게.

10대 중2병 꼬마 애송이의 비위를 맞추라니.

지나가던 섀도우 셰퍼드가 탄식할 일이다.

“어쨌든 조심하셔요. 교수님도 나름 이곳에서 오래 버티려고 지원하신 걸 텐데…… 4대 가문에 밉보여봐야 좋을 거 없으니까요.”

“조언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실비아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서고에서 엘로이즈 가문을 찾았다면서요?”

“그게…… 실비아 님 귀에까지 들어갔나요?”

그 사서.

입이 좀 가벼운 편이었나 보네?

“엘로이즈 가문은 왜 찾으시는 거예요? 저번에 저한테도 물으시더니.”

“음.”

“게다가 서고 22층에 박혀 있는 엘로이즈면…… 엘로이즈 아린일 텐데.”

엘로이즈 아린.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쿠웅!

심장이 크게 뛰었다.

“엘로이즈 아린…….”

본능이자, 직감이었다.

뼈오의 과거가 왠지 녀석일 것 같은 느낌.

“그 아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아린이요?”

“예.”

“그 아이는 왜…….”

실비아가 이해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고의 지박령이라 불리는 데다가, 가문에서도 버림받은 걸로 알려져서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는 아이인데.”

“……그래요? 그것참. 교수이자 스승으로서 그런 아이를 보고 어찌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더 흥미가 생기는군요.”

“……?”

개소리로 들리겠지만.

나는 나름 심각했다.

그 표정을 읽은 실비아가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후, 아린이는 엘로이즈의 수치예요. 가문 내에서도 유일하게 재능이 없어 F 클래스에 박혀 있는 인물이죠.”

“…….”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앤드루가 대놓고 괴롭히는데도 가문 사람들이 안 나서겠어요.”

어쭈.

앤드루 패트릭.

그 양아치 자식이 여기에도 나와?

“서고에 박혀 있는 것도, 마탑에 적응하지 못해서라는 말이 많아요. 저 역시 몇 번 면담해 보려 했는데…… 도통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렇군요.”

재능이 없는 엘로이즈라.

으음.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만약 아린이 뼈오의 과거라면.

녀석은 4대 마탑주의 자리까지 올라서는 절대자 중 절대자니까.

“아.”

문득, 실비아가 손뼉을 친 것은 그때였다.

“맞네! 볼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네요.”

“정말요?”

내가 눈을 반짝였다.

“예, 그러고 보니, 오늘 밤 탑 18층에서 엘로이즈 가문 정기 행사가 있거든요. 아무리 아린이라 해도 가문 행사에 빠질 수는 없을 겁니다.”

“……가문 행사?”

그런 것도 있나?

뭐가 어쨌든.

거기에 모든 엘로이즈가 다 모인다는 말이지?

나이스 실비아.

좋은 정보였다.

* * *

탑의 16층부터 20층까지.

총 다섯 개의 층은 대형 커뮤니티 센터라 해도 무방했다.

소상점가, 거대 광장,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건물들, 다양한 주점까지.

마탑 구성원들의 편의를 위한 공간이다.

와글와글.

여러 사람으로 붐비는 18층 광장에 도착했다.

허공에 노인을 부른 채로.

“오늘은 네가 웬일로 저녁에 불렀느냐?”

노인을 소환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12시간.

그중 오전 훈련에 8시간을 사용했으니, 4시간은 더 계실 수 있다.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중요한 사건이 생길 거 같으면 잊지 말고 소환하라고.”

의외로.

노인은 훈련보다 내 사건을 지켜보는 걸 더 좋아했다.

내 행보가 ‘한’을 푸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나?

“호오라, 그게 오늘이더냐? 하긴, 네놈이 이런 곳에 자발적으로 올 리는 없고.”

노인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명 탑 내부인데도.

위에는 하늘이 보이고, 옆에는 강이 흐른다.

또한 아늑한 저녁노을까지 표현하고 있다.

이런 게 마법의 힘일까?

둥~ 가둥!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 기타를 치고 있으며.

또 누군가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강가를 거닐었다.

전부 휴식을 취하는 마탑의 구성원들이다.

“그래, 여기서 무얼 하려는 게냐?”

“뼈오를 찾으려 합니다.”

“뼈오를?”

“예.”

실비아가 말해줬다.

정확한 장소는 모르지만, 18층 어딘가에서 엘로이즈 가문의 모임이 있다고.

그리고.

그 엘로이즈를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윽.

눈을 감은 나는 땅바닥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우우웅!

그리고 내부 기운을 끌어올렸다.

‘태청심법’(S급)의 발현.

‘이곳 주변에 있는 가장 강한 자를 찾는다.’

스스스스…….

땅속에 불어넣은 기운이 사방으로 얇고 촘촘하게 퍼져 나갔다.

마치 그물망처럼.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흐읍!”

기운의 끝자락에 무언가가 걸려들었다.

막대하면서도 뜨거운 기운을 가진 자.

‘엄청나다.’

잠깐 확인만 했을 뿐인데도 피부가 저렸다.

그 느낌을 대략 따져봤을 때.

‘소피아 실버스톤.’

맞다.

그녀를 정면에 두고 있을 때의 느낌이었다.

존재만으로도 주변을 장악하고 공간을 압박하는 기운.

‘대단하네.’

4대 가문의 장로급이 소피아 정도면.

마탑주라는 구스펠하임은 또 얼마나 센 거야?

나는 촘촘히 펼친 기운을 서서히 회수했다.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어쨌든.’

위치는 파악했다.

스스슷!

퍼뜨렸던 기운을 다시 몸속에 갈무리한 채 일어섰다.

저벅, 저벅.

그리고 천천히 걸었다.

“끌끌.”

그 모습을 보던 노인이 흥미로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동시에 덧붙였다.

“이거, 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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