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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25화 (225/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25화

왕들의 왕

약 3시간 정도 후.

공터 위.

“나와라.”

나의 부름에 총 여섯의 절대자가 모였다.

태양이, 엘드린, 카덴, 아린, 드미르, 다나.

매개체 던전을 통해 각성한 나의 수하들.

“크으, 아쉽군.”

후웅!

창을 떨친 태양이가 이를 딱딱거렸다.

“2분만 더 앞당겼으면 됐는걸……. 주군께서 부르시지만 않았어도, 곧 결판났을 거다. 카덴.”

“흥, 웃기는군.”

쿠웅!

카덴 역시 질세라 방패를 내리찍었다.

“하다 안 되니 다시 기력 충전해 와서 한 방에 몰아붙인 주제에.”

“네가 먼저 제시했던 시간이 10분이었음을 기억하라.”

“그러는 네가 제시한 시간은 1분 아니었나?”

투닥투닥.

훈련이 승부욕을 자극했는지.

둘은 상상 이상의 열정을 보여줬다.

‘하긴.’

이들은 무려 한 세계의 절대자였던 인물.

하늘 아래 적수가 없었던 독존(獨尊)들을 붙여놨는데, 트러블이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물론.

“자자, 다들 조용!”

내 한마디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아주 바람직한 절대자들이었지만.

“…….”

수하들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주인이 왜 불렀을까 하는 궁금한 감정이 느껴졌다.

동시에.

아린이 왜 뼈다귀가 아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스릅!

나는 메마른 입술을 살짝 핥았다.

“뭐, 대충 예상은 했을 거다.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이니.”

내 말에 녀석들의 떨림이 느껴졌다.

폴리모프(Polymorph).

외형을 변화시키는 용족 특유의 마법.

녀석들에게 그것을 알려주려 한다는 사실을.

이미 내가 입을 꺼내기도 전에 안 것이다.

“주군…… 그게 정말입니까?”

태양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겁니까?”

태양창.

사막에 태어나자마자 눈을 빼앗긴 괴물.

그렇기에 한 번도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럼.’

태양이는 폴리모프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 걸까?

본인의 외형을 모를 텐데, 그 외형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걸까?

이 부분에 대해, 아린이에게 물은 적이 있었는데.

기억이 없어도 몸이 체득하고 있기에 상관없다는 답을 했었다.

뭐.

그 모습이 영 마음에 안 들면, 새로운 모델을 찾아 바꿔도 되는 거고.

“허어, 신기하군. 애들이 좋아하겠어.”

망치를 어깨에 걸친 드미르 또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애들?”

“응, 주인. 현재도 도시 건설에 여념이 없는 바위 일족의 애들 말이야.”

“맞아요, 주인님.”

엘드린이 걸어 나와 고개를 숙였다.

활 든 그녀의 모습도 참 오랜만에 본다.

지금은 각 도시의 편의를 위한 ‘주문 의식’을 걸고 있다나?

“망자는 언제나 생자를 갈망하는 법이죠. 저희가 잠깐이나마 본래의 모습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수하들은 힘을 얻을 거예요.”

“……일종의 대리만족 같은 건가?”

“일종의 희망이죠. 아, 우리도 기다리면 저런 모습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

신기했다.

나는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오직 스켈레톤만을 소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스켈레톤들이 평범하지 않다.

그저 가죽과 근육이 없는.

뼈만 있는 스켈레톤이 아니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각자의 삶을 가지고 있고, 각자의 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행이에요.”

“……뭐가?”

“당신이 제 주인님이라서요.”

우우웅!

엘드린이 기운을 끌어올렸다.

우웅, 우우웅!

다른 수하들 역시 기운을 끌어올렸다.

아린이 운용하는 기운의 흐름대로, 본인들이 알아서 따라 하는 거다.

“주인님은 망자인 저희의 삶을 공감해 주셔요. 저희에게 외형을 선물해 주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온전하게 느껴져요.”

스슷, 스스슷!

엘드린의 뼈 위로 피부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밝은 황색의 피부와 슬림 탄탄한 근육.

기다린 귀에도 살이 찼다.

“아아…….”

황금빛 장발과 녹색 눈이 생겨났으며, 그 위로 본래 입던 하이 엘프의 전통복이 만들어졌다.

“감각이 느껴져요.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져요.”

삐거덕거리던 움직임이 부드러워졌다.

표정 없던 얼굴에 미소가 그어졌다.

과연.

옛날에도 본 적 있지만, 하이 엘프인 엘드린의 외모는 굉장했다.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얼굴.

아.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긴 하구나.

“비록, 오랜 기간 유지하려면 큰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정말 감격스러워요. 다시 한번 주인님께 감사드려요.”

엘드린이 우아하게 자세를 낮추며, 고개를 숙였다.

“…….”

대다수 네크로맨서들이 말한다.

언데드는 본래 삶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아니.’

사실 삶에 대한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다.

생존 본능.

벌레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도.

내가 던전에서 몸을 비벼가며 살아남는 것도.

결국은 다 삶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 때문 아니던가?

“마스터.”

쿠우웅!

카덴이 방패를 찍으며 무릎을 꿇었다.

“제게 다시금 이런 감각을 선물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다나 역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아아…….”

예전, 대성녀의 모습을 한 채로.

“이 모든 것이 마스터의 사랑과 은총이오니…….”

모두들.

기억 속 절대자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특히 태양이 같은 경우에는.

퍼드득!

화려한 검은 날개가 등 뒤에서 돋아났고.

본래에는 없었던 눈이 생겼다.

그 모습이 묘하게 잘생겼다.

“……주군.”

그런 태양이의 눈에는 절대 흘리지 않을 것만 같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주군, 제 모습이 보입니다.”

아아아.

왜.

왜, 저런 모습을 보는데.

내가 다 뿌듯한 걸까?

나는 괜히 심장이 따듯해짐을 느끼며 녀석들을 바라봤다.

“교수님.”

옆으로 다가온 아린이 입을 열었다.

“아마 폴리모프는 딱 이렇게까지만 가능할 거예요. 아직 전생을 모르는 자들은 사용할 수 없고, 또한 경지에 올라오지 않은 자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렇구나.”

즉, 이들이 소환하는 1,110구의 스켈레톤들은 폴리모프를 사용할 수 없다는 말.

하긴.

폴리모프가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어느 정도 기본 수준은 되어야겠지.

요컨대, 용족의 권능을 흉내 내는 건데 적어도 한 세계의 최고라는 격(格) 정도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녀석들의 바뀌는 모습을 보고 있을 찰나.

[태양창이 생자의 감각을 느낍니다.]

[엘드린이 생자의 감각을 느낍니다.]

[카덴이 생자의 감각을 느낍니다.]

[드미르가 생자의 감각을 느낍니다.]

[다나가 생자의 감각을 느낍니다.]

“어?”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메시지?

본래 시스템 메시지란 무언가 변화가 있을 때 뜨는 것인데…….

[망자가 생자의 감각을 느낍니다!]

[그들은 더 이상 스켈레톤 위에 군림하는 로드가 아닙니다.]

스켈레톤 로드(Skeleton Lord).

과거 내 고유능력이자, 현재 내 수하들의 고유능력.

[그들은 살아 있는 언데드.]

[모든 망자의 희망이자 선망.]

[언데드 위에 군림할 뿐만 아니라, 언데드의 충성을 받는 존재.]

[그들은 ‘스켈레톤 킹’입니다.]

“……!”

스켈레톤 킹?!

그럼 이제.

저들이 나와 동급이라는 말일까?

아니.

그럴 리 없다.

[히든 조건을 달성합니다!]

[‘고유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전용 히든 조건입니다!]

“크!”

역시!

저들이 왕이라면.

저들을 다스리는 내가 고작 왕의 위치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조건 : 왕들의 왕]

- 고유능력의 등급을 높이기 위해서는 막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 최소 다섯 이상 ‘스켈레톤 킹’의 충성을 받으세요.

허어.

이게 이렇게 되는 건가?

“주군, 감사합니다. 주군 덕에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망극했는데, 이제는 새 삶까지 얻은 기분입니다.”

퍼드득!

태양이가 검은 날개를 접으며 무릎을 꿇었고.

“주인님. 정말, 이 얼마 만에 맡아보는 숲의 냄새인지 모르겠어요.”

마치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느끼는 등산객처럼, 노란 머리 엘드린이 코를 킁킁거렸다.

……근데 여기.

풀때기 하나 없는 공터인데도 숲의 냄새가 느껴지나 보다.

“아아, 전 주인님이라면…… 황제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주인님은…… 우리의 천적 거대마룡을 잡으신 분이니까.”

“이하 동문이다.”

멋진 근육의 드미르가 씩 웃었다.

“주인이 황제가 아니면 또 누가 황제란 말인가!”

황제(Emperor).

그렇다면 내 다음 이명이 황제라는 말일까?

[예, 그렇습니다.]

[‘스켈레톤 킹’ 여섯 존재가 당신을 진심으로 섬깁니다.]

[당신은 ‘스켈레톤 엠페러’입니다.]

……스켈레톤 엠페러!

눈을 부릅뜬 내가 황급히 상태창을 열었다.

[헌터 : 주동훈]

[이명 : 스켈레톤 엠페러]

[기력 : 4,220/4,220]

[고유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랭킹 : 69위]

[등급 : S]

[효과]

-당신은 죽은 영혼을 다루는 직업, 네크로맨서입니다. 무시무시한 악령과 독극물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단, 저주받았습니다.

-당신은 오직 스켈레톤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보유 스킬]

-‘로드&킹 소환’(S급)

-‘기억 재현’(S급)

-‘만술의 가르침’(SS급)

-‘고통 내성’(S급)

-‘태청심법’(S급)

-‘망자소생’(A급)

-‘망자포효’(A급)

-‘만독불침’(S급)

-‘본 드래곤 스켈레톤’(S급)

-‘만술(萬術)’(A급)

-‘무음(無音)’(S급)

-‘독섬(毒閃)’(S급)

“오오.”

이명이 변경되었다.

또한, 아직 뼈일이, 뼈팔이 등이 로드에 머물러서일까?

‘스켈레톤 로드 소환’(S급)의 이름이 ‘로드&킹 소환’(S급)으로 바뀌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엠페러가 된 것에 대한 보상일까.

나는 본능적으로 뼈구의 봉인이 해제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름 : 뼈다귀9]

[기력 : 600/600]

[고유 능력 : 스켈레톤 로드]

[클래스 : 정령사]

[등급 : S]

[힘 : 60] [민첩 : 60] [체력 : 60] [마력 : 60] [기술 : 60]

[보유 스킬]

-‘상급 정령술’(Lv.1)

-‘스켈레톤 소환’(Lv.Max)

“……?!”

정령사?

들어본 적은 있었다.

정령과 계약했다고 하는 헌터들이 있었으니까.

‘언데드가 정령이라니.’

참, 상상해 보니 웃기다.

정령을 부리는 스켈레톤이라니.

뭐.

힐링하는 스켈레톤, 다나도 있는 마당에 놀라울 것은 없었지만.

“드미르.”

“불렀는가, 주인?”

“뼈구 직업이 정해진 것 같은데. 알지?”

“으음, 정령사라는 건가? 오케이, 접수. 금방 멋들어진 동상을 제작해 보도록 하겠네.”

어느덧 드미르는 다시 뼈다귀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고작 1분 유지했는데도, 기운을 운용하는 게 만만치 않나 보다.

“과연.”

드미르가 머쓱하게 웃었다.

“용이 괜히 용이 아닌가 보군. 어찌 이런 걸 매시간…… 아니, 매년 유지했던 건지.”

“용은 용이니까.”

개미가 인간을 따라 하기 힘든 것처럼.

우리 역시 용족을 따라 하긴 힘들 터.

“어쨌든, 좋네.”

나는 폴리모프를 반복하며, 그 감각을 소중히 느끼는 수하들을 바라보았다.

나를 위해 고생하는 수하들이.

나로 인해 보상을 받고 있다.

그게 뿌듯했다.

기분이 좋았다.

이런 것이 바로 소환수와의 교감일까?

‘뼈일이, 뼈팔이, 뼈구, 뼈십이도.’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더욱 강해져야겠지.’

세계 랭킹 1위라는 목적도 있었지만 일단은.

강해야 매개체 던전을 깰 수 있을 테니까.

강해야 저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 테니까.

“그럼 다들 성장한 기념으로.”

나는 어느덧 스켈레톤으로 변한 수하들을 응시했다.

“다시 훈련하러 가볼까?”

당분간은.

무한 훈련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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