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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32화 (232/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32화

투신의 파편 (3)

‘이건…….’

뭐라 해야 할까?

‘투신의 파편’의 존재감은 사뭇 웅장하면서도 끔찍했다.

으음.

그래.

지구의 마탑주 소피아 실버스톤이나.

마도 세계의 마탑주 구스펠하임을 보는 것 같은 느낌?

물론, 그 정도로 강하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측정 불가급으로 강하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는 누가 센지 아예 모른다.

솔직히 랭킹 10위나 랭킹 4위나 내 눈에는 똑같이 강해 보이거든.

‘이건 안 되겠다.’

내 필살기.

봉인해 두었던 것, 아껴놓았던 것을 꺼낼 때가 왔다.

눈앞에 꾸물거리는 투명 회색 존재를 두고.

우우웅!

나는 기운을 끌어올렸다.

[스킬, ‘만술의 가르침’(S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20을 사용합니다.]

[‘만술의 달인’이 등장합니다.]

“이놈이!”

노인이 옳다구나 허공에 나타나 외쳤다.

“꼭 제 위험할 때만 나를 부르는구나!”

‘에이.’

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좋게좋게 생각해 주십쇼. 그만큼 어르신을 믿고 의지하는 것 아니겠어요?’

이건 진짜다.

지금껏 어르신께도 헝가리의 광경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일부러 그러지 않은 거다.

왜냐.

쿨을 아껴둬야 하니까.

이런 위기 순간에 어르신이 옆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안도가 되거든.

“에잉,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투덜거린 노인이 투신의 파편을 보더니.

“뭐냐, 이 살벌한 놈은 또?”

인상을 확 구겼다.

“네놈, 이번에도 좀 위험하겠는데?”

그 순간.

- 크륵….

불현듯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고오오오오…….

투신의 파편 주변에 막대한 마력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와우, 미친.’

나는 그 기세를 받으며, 심한 무력감을 맛봐야 했다.

저런 걸 잡을 수가 있나?

생각보다 더 심한데?

직관으로 느껴도 저놈한텐 안 될 거 같다.

일단, 기력의 크기만 해도 바위와 돌멩이 차이쯤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놈이 바위, 내가 돌멩이.

‘이런 게.’

피부가 저릿한 느낌에 이빨이 떨렸다.

그 떨림을 감추기 위해 더욱더 강하게 이를 악물었다.

‘성좌의 파편?’

하긴.

사실, 파편도 세계당 하나씩밖에 없는 수준이잖아?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쿠웅!

카덴이 와 방패를 앞에 들이민 채.

[‘카덴’이 스킬, ‘불굴의 방패’(Lv.4)를 사용합니다.]

[‘카덴’이 스킬, ‘막아야 한다’(Lv.4)를 사용합니다.]

두 전용 스킬을 사용한 것은 그때였다.

산(山)만 한 투명 방패로 일대를 막는 광역 방어기가 [불굴의 방패].

일정 범위 아군 방어력을 높여주는 버프형 스킬이 [막아야 한다].

순식간에 투명막이 내 주변을 감쌌다.

- 너는… 제법 싸울 맛이 나는 놈이로군?

녀석이 자못 거만한 눈길로 나를 훑었다.

- 알 수 없지만… 무언가 강한 존재를 품고 있는 존재여… 재밌겠구나. 나와 싸우자…!

기괴한 음성과 함께.

쐐애애액!

녀석이 땅을 박차고 쇄도했다.

그 옆, 뒤, 하늘 위로 열 마리의 검은 괴수도 동시에 달려왔다.

“어이쿠.”

노인이 비명을 질렀다.

“이걸 어떻게 막느냐?”

아니.

믿고 불렀는데, 그런 소릴 하시면 어떡합니까?

‘일단.’

해볼 때까지 해본다.

가만히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

콰아아앙! 쾅!

“크으윽, 마스터! 얼마 못 버틸 것 같습니다!”

카덴이 펼쳐놓은 투명막을 놈들이 손과 발로 두들겼다.

그 충격이 생각보다 거셌는지, 당황한 카덴이 외쳤다.

“괜찮아, 아직 기력은 충분하니까!”

막이 깨지면 다시 스킬을 쓰면 된다.

기력이 없으면?

다시 소환하면 된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태양아!”

“예, 주군! 바로 가겠습니다!”

태양이가 10마리의 스켈레톤 로드를 소환했다.

로드들은 또 100마리의 A급 스켈레톤을 소환했다.

A급은 B급 1,000구.

B급은 C급 10,000구.

도합 11,111구.

순식간에 공간 전체를 창 든 스켈레톤으로 물들였다.

그렇다.

이게 바로 왕들의 왕.

[당신은 ‘스켈레톤 엠페러’입니다.]

황제의 효과.

이제 나는 1,000 단위가 아닌 10,000 단위의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었다.

우우웅!

나는 이번에 킹으로 전직한 여섯을 모두 불렀다.

즉, 드미르와 엘드린도 소환했다.

위기 상황에 이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후드득, 후드드득!

허공에 등장한 드미르와 엘드린.

“무슨 일인가, 주인! 안 그래도 애들 늘어서 만드는 속도 빨라지고 있었는데!”

“주인님? 이건…….”

빠른 상황 파악 후, 태양이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도 스켈레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뼈일이나, 뼈팔이, 뼈구도 소환할 수 있었지만.

절대자들도 힘들어하는 마당에, 큰 도움 안 될 것 같으니 패스했다.

후득, 후드드득!

그렇게 하나둘, 백골들이 증식하기 시작했고.

“교수님! 여기 올라타요!”

아린의 허공 마법을 통해 나는 하늘로 떴다.

- 크륵…?

황당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본 괴수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콰가가가!

엄청난 속도로 뼈들을 잡고, 던지고, 부수고 했지만.

그보다 증식하는 스켈레톤의 수가 더 많았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도합 66,666구의 스켈레톤.

삐걱, 삐그덕!

워낙 많은 양이라, 이 수풀림 일대가 백골로 한가득 꽉꽉 차버렸다.

“이놈이…….”

노인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진짜 황제가 되어버린 게냐?”

“…….”

솔직히 놀랐다.

알고는 있었는데, 실전에서 써본 건 처음이라.

66,666이라는 숫자가 새삼 이렇게 많을 줄은 또 처음 알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저 숫자의 스켈레톤을 무한대로 반복 생산할 수 있다.

‘스켈레톤 킹’인 수하들이 죽어도.

내 기력만 쓰면 또 저만큼 소환해 낼 수 있을 테니까.

‘이거 미친 개 사기 직업이잖아?’

저주받긴 개뿔.

이 정도면 축복 중 축복이었다.

게다가 여기에서 이걸 쓴다면?

[스킬, ‘망자포효’(A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50을 사용합니다.]

스켈레톤들이여!

여기서 딱 두 배 강해지거라!

쿠구구구!

내 스킬에 땅이 뒤흔들렸다.

마치 스팀팩이라도 맞은 것처럼, 모든 스켈레톤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 크륵… 비겁한… 술수를 쓰는… 자로군.

- 진정한 싸움이란… 직접 손과 발로… 몸을 섞어야 하는… 법.

스켈레톤을 부수던 회색 괴수가 나를 노려본 것은 그때였다.

다른 검은 괴수도 마찬가지로 날 응시했다.

‘맞다.’

이 새끼들.

소환수 말고 나만 공격할 줄 아는 놈들이었지?

‘제길.’

나는 재빨리 뒤로 빠졌다.

하지만, 녀석의 속도를 보아하니 그림자를 밟는다고 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상대하라는 거지?’

솔직히 ‘독섬’을 갈겨보고도 싶었지만.

그게 통할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파편을 조우했는데, 왜 매개체 던전이 활성화 안 되는 거야?

내가 가방에서 개어진 도복을 꺼냈다.

‘무투가의 영혼’(S급).

던전, ‘권각대립’을 개방할 수 있는 매개체.

하지만.

“…….”

아무런 반응도 없다.

그저 내 눈앞에는 살기를 주룩주룩 뿜어내는 회색 싸움귀만 있을 뿐.

젠장.

결국, 아린이가 만들어 놓은 마법 발판 위에서.

화르륵!

무기를 방패로 바꾸어 들었다.

어쩔 수 없다.

일단 버텨볼 수밖에.

* * *

투다다다다!

상공 위, 헬기 속.

HNN의 데이빗이 흥분하여 고래고래 외치고 있었다.

“이, 이는 엄청난 광경입니다! 스켈레톤들이 거의 산을 이루고 있어요! 과연 스켈레톤 엠페러일까요? 황제답습니다! 하이 랭커다운 모습입니다!”

데이빗은 말하면서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골산(骨山).

말 그대로 뼈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 미친.

└ 조졌네;;

└ ㄹㅇ. 저게 말이 되는 능력이냐? 저게 수가 몇임?

└ 솔까말. 스켈레톤 엠페러가 확 돌아서 도시 한가운데에 저런 거 떨어뜨리면 어떻게 되는 거야?

└ 근데 사실 하이 랭커들은 다 그래 ㅋㅋㅋ 웬만한 하이 랭커들 도시 괴멸시키는 거 일도 아님.

└ 어쨌든, 저건 미쳤다. 저 스켈레톤 하나하나가 다 활 쓰고, 마법 쓰고……. 캬, 진짜 부럽다. 부러워 미치겠다. 하늘 새끼는 왜 나한테 이딴 고유 능력을 준 걸까?

방송을 시청하는 약 1억 명의 시청자들이 모두 놀랬다.

그 와중에도 소문을 들었는지.

시청자가 초당 몇만 단위로 계속 늘어가고 있었다.

└ 근데 문제는 저 괴수들도 미친놈들임.

└ ㅇㅇ, 저 스켈레톤 사이에 껴서 저걸 또 다 박살 내네.

└ 게다가 똑똑함. 지금 봐봐. 스켈레톤 무시하고 엠페러한테 달려들잖아.

└ 근데 이거 심각한 거 아님? 저 능력으로도 못 막으면. 우린 어떡해?

└ ㄴㄴㄴ 상황 심각한 거 깨달았는지, 다른 랭커들도 지원 간다더라.

방송이 인기가 많아지고.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각국에서도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 랭킹 88위, 가면 라이더(Mask Rider) 기오, 지원 선언!]

[세계 랭킹 68위, 그림 리퍼(Grim Reaper) 메이 라일리, 지원 선언!]

[세계 랭킹 50위, 금사자(金獅子) 라온, 지원 선언!]

[세계 랭킹 39위, 머드스키퍼스(Mudskippers) 에롤, 지원 선언!]

그리고.

[세계 랭킹 4위, 옥스포드의 현자(Oxford's Sage) 소피아 실버스톤, 지원 선언!]

마탑주까지.

각종 랭커들이 헝가리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고.

뇌명(雷鳴) 플로아 등 별천지의 멤버들도 비공식적으로 헝가리로 이동하고 있었다.

각 정보는 계속해서 속보로 매스컴을 탔고.

커뮤니티는 그걸 화제로 끊임없이 떠들었다.

└ 그래도 다행이네.

└ 저 랭커들이 하나하나 모여주면, 이번 던전 브레이크도 무사히 넘기겠지.

└ 그래도 이번 사건이 크긴 했음…….

└ 헝가리 국민에게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누군가는 이번 사태를 걱정했고.

또 누군가는 피해자에게 명복을 빌어줬고.

또 누군가는 이 긴박한 상황을 즐겼다.

“현재 상황입니다!”

투다다다……!

헬기에서 데이빗이 다시 외친 것은 그때였다.

“수많은 스켈레톤의 소환에도 불구하고 엠페러가 밀리고 있습니다. 회색 괴수와 검은 괴수는 여전히 강하며! 끊임없이 엠페러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다른 하이 랭커분들의 빠른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 어?”

문득, 그의 입에서 멍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자, 잠깐만요?”

프로 방송 기자인 그가 생방송임을 무시하고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예? 뭐라고요? 미친?”

그러더니, 별안간 욕을 내뱉었다.

욕은 방송을 타고 그대로 송출되었다.

└ ㅋㅋ 기자 왜처럼?

└ 뭐냐, 이거 방송 사고?

└ 데이빗, 방금 로또 당첨됨?

└ 뭐임. 카메라 갑자기 왜 이리 흔들려. HNN 일 똑바로 안 하나?

치직, 치지직!

수많은 시청자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화면은 계속 흔들렸다.

그리고 이내, 화면이 고정되었고.

“아아, 그, 그게 HNN의 데이빗, 미군 측에서 날아온 속보 전해드립니다.”

떨리는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혀, 현재 헝가리 상공으로 로켓 미사일…… 두 개가 날아오고 있다는 소식인데…… 신속 감식 결과 핵탄두인 것 같다고 합니다.”

└ ????

└ ??????????

└ 핵?

└ 미침?

└ 핵이라고?

└ 갑자기?

순식간에 전 세계가 들썩였다.

방송 마이크에는 간헐적으로 [빨리 비행기 돌려!], [Fuck!], [어떤 미친 새끼가!] 등등 외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다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너, 너무 빠르고 기습적이라 격추는 못 하고 앞으로 2분 안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생존하고 계신 헝가리 국민들과 접경국 국민들은 즉시 대피하여 주시기 바라며…… 오고 계신 하이 랭커 분들도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 세계가 충격과 공포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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