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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36화 (236/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36화

숨겨봐야 소용없거든

퍼어억!

다가오는 녀석의 복부에 주먹을 틀어박았다.

정확히는 왼쪽 간장이 있는 부분에.

“큽?”

머리에 뿔 달린 남자, ‘뿔맨’의 두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그래, 충격이 있지?

나도 처음에 맞았을 땐 그랬어, 인마.

씩 웃은 내가 연달아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은 마치 유도 기능이 달린 미사일과 같아서, 하나의 빗나감 없이 모두 녀석의 급소에 틀어막혔다.

명치, 인중, 관자놀이, 비중 등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환까지.

퍼버버버벅!

복날 개패는 소리가 사방에 퍼졌다.

“그래. 우리 만났으니까, 한번 신명 나게 싸워보자.”

이제 이 세계를 이해했다.

그냥 만나서 싸우면 모두 내 명령을 따르는 부하가 되는 개념이라면.

다 두들겨 패버리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게다가.

“……!”

“대, 대장이 저렇게 쉽게?”

“강자다! 우리보다 투신에 더욱 가까운 자다!”

녀석의 뒤에는 부하들이 지켜보고 있다.

즉, 이 녀석만 압도적으로 패면 저자들과는 귀찮은 푸닥거리를 안 해도 된다는 말.

“그러니까 뒈져.”

퍼억!

나는 녀석의 허벅지에 로우킥을 강하게 틀어박았다.

꽤나 통증이 있는지, 비틀거리는 몸 위로.

퍽, 퍼벅!

주먹을 세 방 더 꽂아 넣은 후.

정신없어하는 놈의 중심을 무너뜨려 자빠뜨렸다.

그 위로 또 한 번 시작되는 정신없는 파운딩.

퍽! 퍼억! 퍽! 퍼억! 퍽! 퍼억!

정확히 리듬감 있게 때리는 박자가 묘하게 신명 난다.

나는 호흡을 통제하며, 녀석의 가드 위 보이는 빈틈으로 주먹을 무수히 꽂아 넣었다.

정신없이 처맞는 녀석의 눈빛에 투기(鬪氣)가 가라앉을 때까지.

힘을 빼지도.

속도를 줄이지도 않았다.

“미친놈.”

노인이 혀를 내둘렀다.

“사람 하나 패는 건, 이제 경지에 든 것 같구나.”

기분이 좋았다.

아, 뿔맨을 패서 기분이 좋은 건 아니었고.

요즘 들어 노인의 인정이 잦은 것 같아서.

그리고.

내 실력이 확실히 예전과는 다름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어서.

퍽! 퍽! 퍽!

그렇게 얼마를 팼을까.

“그, 그만! 내가 졌다! 졌어!”

어느덧 침울해진 뿔맨이 외쳤다.

* * *

지평선 너머로 솟아 있는 산맥.

그리고 그사이에 펼쳐진 광야 위.

“후우.”

호흡을 고르며 앉아 있는 내 앞에.

털썩!

머리에 뿔 하나 달린 남자가 무릎을 꿇었다.

여기서 무릎 꿇고 있는 게 아니라, 당장에 병원을 가야 할 정도로 심각한 얼굴로.

“나는 위라둠이다. 이제부터 네가 나의 상관이다!”

그런 그의 뒤로.

“나는 그레이! 네가 이제부터 대장이다!”

“당신이 진짜 보스였군! 내 이름은 대로다.”

“인정한다! 네 싸움 실력은 인상적이었어! 투신께서도 흡족해하실 거야!”

약 50여 명은 되어 보이는 존재들이 연달아 무릎을 꿇었다.

꿇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게.

무언가 광신도들의 의식을 보는 것만 같은 느낌.

그렇다.

졸지에 나는 이 싸움에 미친 놈들을 이끄는 두목이 되어 있었다.

“대장! 다른 마을로 떠나자! 옆 마을 놈을 두들겨 팬 다음 약탈하자!”

“아니다, 보스! 보스의 능력이면 도시를 노려봐도 된다! 도시에는 무려 신식 스파링 장이 갖춰져 있다지?”

“스, 스파링 장?! 정말이냐?!”

“그렇다면 맨날 치고받고 싸울 수 있다는 거냐!?”

이 미친놈들.

얘네들에겐 흔히 말하는 인간의 삼대 욕구 따위가 없어 보였다.

오로지 일욕(一慾).

투욕(鬪慾)뿐인 놈들이었다.

맛있는 음식도, 술도, 편안한 집도 아닌.

스파링 장이라니, 이게 말이냐?

“설마! 이전 두목처럼 이곳에 마을을 짓고 상주하는 건 아니겠지!? 훈련이란 명목으로?”

“대장은 나보다 강자! 대장이 시킨다면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나는 하루빨리 투신의 곁으로 가고 싶다!”

“수행 길을 떠나자!”

이들의 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왜 싸움만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 마을이 존재하는지.

몇몇 두목들이 잠깐 머무는 용도로 부하들을 시킨 게 분명했다.

싸움 이전에.

생존을 위해서는 일단 먹고, 자고, 싸야 하니까.

“하.”

웃음이 나왔다.

그럼 뼈팔이가 이런 세계의 인물이었다는 거지?

왠지 이번 수하는 살짝 정상이 아닐 것 같은 느낌.

‘뼈팔이.’

다른 녀석들과 달리.

지금까지 쌓인 정이 없었다.

무투가라는 직업은 꽤나 오래전에 해금(解禁)되었지만, 다른 녀석들에 정신 팔렸었기에 그렇다.

나도 사람인지라, 감정을 나눴던 애들이랑 더 소통하게 되거든.

매정하지만, 각성 이전의 녀석들은 그냥 삐걱거리는 스켈레톤 그 자체니까.

‘한번 소환해 볼까?’

갑자기 왜일까.

뼈팔이를 소환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저번에 마도 세계에서.

뼈오 소환이 안 된다는 걸 확인했지만.

그건 그 세상이고.

여긴 또 다를 수도 있지 않은가?

우우웅!

손에서 소량의 기운이 활성화되었다.

[스킬, ‘로드&킹 소환’(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어?

진짜 되는 건가?

후두두둑!

언제나처럼 허공에서 무언가가 구성되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은 예전과 같은 뼈다귀의 모습이 아니었다.

엄청난 포스를 가진.

근육에 기품마저 느껴지는 건장한 체격의 사내.

[‘무각’이 등장합니다.]

무각……?

내가 눈을 깜빡였다.

이게 뼈팔이의 전생?

“주인.”

녀석이 나를 보며 말했다.

????

주인이라고?

그럼 여긴 뼈팔이의 과거가 아니라는 건가?

무언가 지금과는 다른 패턴에 살짝 벙쪄 있을 찰나.

“드디어 만났군, 주인! 지금껏 기다렸다.”

사내가 나를 반가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와 동시에 하는 말.

“만났으니, 싸우자! 주인!”

“…….”

뭐라고?

와나.

이거.

환장하겠네?

* * *

핵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시, 세제드.

마탑은 내부 모든 마법사들을 동원하여, 그곳의 기억을 복구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 정부 기관, 그리고 세계 협회가 힘을 합쳐 움직였다.

모든 자료와 정보를 뒤적여 이곳에 있었던 자들의 신원을 파악했고.

그 결과.

대다수 인원을 포박해 잡아 올 수 있었다.

놀랍게도 이번 추적에는.

중국도, 러시아도 정보를 공유했다.

사실상 헝가리 접경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참여한 꼴이었다.

휘이잉!

근처 도시의 핵폭발로 싸늘한 바람이 이는 세제드 평야.

그곳 땅에.

콰아아아아앙!

근육질 사내가 주먹질했다.

얼마나 강하게 박혔는지,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한 크레이터가 생겼다.

“어떤 새끼냐?”

사내의 이름은 광전사(狂戰士) 장대웅.

세계 랭킹 19위의 하이 랭커.

“너희가 핵을 개발하고 쏜 관계자들인 건 분명한데, 어떤 새끼의 소행이냐? 그러니까, 배후가 누구냐고. 앙? 어떤 새끼가 내 동생한테 핵을 쏜 거냐!”

장대웅의 서슬 퍼런 눈빛에.

포박당한 연구진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설마 내가 네놈 배후 하나 처리 못 할까 봐 입을 함구하는 거냐? 아니면, 입이 함몰되고 싶어서 함구하는 거냐?”

콰아아앙!

다시 한번 그의 주먹이 평야에 틀어박혔다.

쿠구구구구!

어찌 사람의 주먹으로 땅을 뒤흔들 수가 있을까?

“지, 진짜 모른단 말입니다!”

“저희도 억울합니다! 그저 돈을 줬습니다!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흐어어어.”

용의자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누군가는 비명을 질렀고, 누군가는 오줌을 지렸다.

그런 그들의 옆에서는.

우우웅!

한 교수급 마법사가 눈을 감고 마법을 펼치는 중.

땀을 뻘뻘 흘리며, 하얀빛을 내뿜던 그의 지팡이에서.

파앗!

이내 빛이 꺼졌다.

그리고.

“저, 광전사님?”

“응?”

“아무래도 얘네들…… 진짜 모르는 것 같은데요?”

“……진짜야?”

광전사의 미간이 확 구겨졌다.

“그렇습니다. 적어도 거짓을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

쿠구구구!

그의 몸에서 막대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냥 다 조져버려도 무관한 거지?”

배후를 알든 모르든.

이들은 국제 사회 몰래 핵을 연구하고 발사한 개발자들.

쿠와아아아……!

장대웅의 살기(殺氣)가 세제드 일대를 뒤덮었다.

* * *

접경국 회의실.

‘진정하자.’

남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 클라우스가 생각했다.

‘어차피 절대 안 들켜.’

별천지의 인도자라는 사람이 추적 중이라고?

마탑과 미중러, 세계 헌터 협회가 힘을 합쳤다고?

CIA와 FBI가 모든 일을 제쳐두고 조사 중이라고?

‘다 소용없을 거야.’

막대한 돈을 들여 치밀하게 계획한 프로젝트였다.

핵 발사를 위한 관계자들 모두가 배후를 모르게 짜놨으니까.

핵을 쏜 자는 루마니아가 아니다.

핵을 쏜 자는 검은 점(占)조직이다.

그것도 아무리 파고 파도 끝이 없을 만큼 미친 듯이 세탁시킨 깔끔한 점(占)조직.

“별천지의 김진아라 했소? 뭐, 통제한다고 하니 따라주지.”

루마니아의 대통령, 클라우스가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이유였다.

“힘이 없으니, 따르지 않고 배기겠소?”

스윽.

엄지와 검지로 기소율의 단검을 슬쩍 옆으로 치운 후.

그는 당당하게 제자리로 찾아갔다.

“하지만.”

동시에 점잖게 앉으며.

“그대들이 하는 행동에 책임은 져야 할 것이오.”

자연스럽게 손에 깍지를 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루마니아의 국방 장관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역시 대통령님. 보통내기가 아니셔.’

하긴.

그러니까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그런 흉악한 짓을 하고도.

저런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거겠지.

“책임?”

그의 말을 잠자코 듣던 김진아가 픽 웃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랭커가 아님에도.

랭커 이상의 카리스마를 내뿜는 그녀.

“다들 그냥 자리에 앉아 기다리시기만 하면 된답니다.”

친절한 듯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한기가 가득했다.

그런 김진아를 보며.

‘흥.’

클라우스가 속으로 비웃었다.

‘뭘 어쩌겠다는 거냐?‘

어디 백날 구속하고, 백날 조사해 봐라.

뭐가 나오는지.

그가 자신의 방에서, 양주 한입에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만큼 완벽했기에.

그만큼 치밀했기에.

클라우스는 깍지로 잡은 손가락을 문지르며 김진아를 바라봤다.

굳어 있는 표정의 그녀.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은 그때였다.

왜일까.

클라우스는 그 모습이 굉장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깍지낀 손에는 습기가 가득해졌고.

등에서 흐르는 식은땀이 옷을 천천히 적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 여깁니다.”

김진아가 고개를 끄덕인 것은 그때였다.

“여기로 들어오세요.”

뒤를 향해 말하는 그녀.

동시에, 그 방향에서는.

저벅.

창을 늘어뜨린 남자 하나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저자는…….’

무언가 섬뜩하게 생긴 사람.

들어오면서부터 자신을 빤히 노려보고 있는 사람.

우뚝!

다가온 남자가 걸음을 멈추었다.

“심판창(審判槍) 장웨이. 여기서 심판할 자를 찾아주시면 돼요.”

“그거면 충분한가?”

남자의 목소리가 클라우스의 심장 박동을 더욱 빠르게 했다.

“예.”

“간단하군.”

동시에.

심판창의 시선이 클라우스를 향했다.

클라우스는 그 순간, 등골이 저릿해짐을 느꼈다.

후웅!

심판창이 창을 뻗어 가리켰다.

방향은 클라우스.

“더럽고 추악한 악취를 숨기려고, 더 끔찍한 오물을 뒤집어썼나?”

“그, 그게 무슨 소리요?”

철렁거리는 심장.

‘도대체.’

클라우스가 속으로 경악했다.

‘어떻게 안 거지?’

“음, 비밀리에 진행하던 불법 실험을 감추기 위해, 헝가리에 핵을 쐈군.”

심판창의 목소리가 회의실에 스산하게 깔렸다.

“악마도 꺼릴 만큼 잔혹한 짓을 해놓고는 무엇이 그리 당당한가. 클라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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