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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37화 (237/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37화

다이다이

범인은 클라우스.

심판창이 핵 사태의 배후로 루마니아를 정확히 지목하자, 모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와, 아니라고 빡빡 우기더니, 결국은 루마니아였던 겁니까?”

“방귀 뀐 놈이 되레 성질을 내고 있었던 거였어?”

“비밀리에 진행하던 불법 실험? 그게 뭐길래…….”

“아니, 그게 뭐든. 어찌 옆 나라에 핵을 쏠 생각을…….”

헝가리 접경국 대통령들이 황당하다는 듯 속삭였다.

사실 몇몇은 크게 소리 내 비난하고 싶었지만.

고오오오…….

회의실 내부를 장악하고 있는 랭커들의 기운이 너무도 살벌해 기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흠.”

심판창이 클라우스에게서 시선을 돌려.

이번엔 다른 접경국의 대통령들을 바라봤다.

“나머지는 확실히 아니군. 몇몇 회개가 필요한 자들이 보이긴 하지만…… 심판할 정도는 아니야.”

후웅!

장웨이가 다시 창을 휘둘러 클라우스를 가리켰다.

“심판할 자는 오직 저 쓰레기뿐.”

“확실한가요?”

김진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가 곧바로 답했다.

“확실하다. 저자가 내 친우를 향해 핵을 쏜 주동자야.”

“예.”

김진아가 그 말을 받아들였다.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저벅저벅.

홀 중앙에서 대통령들이 앉아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녀의 뒤로 별천지의 랭커들이 일렬로 섰다.

우뚝.

그리고 이내.

약 5m 거리까지 다가간 김진아가 고개를 숙였다.

우아하게.

“우선, 죄 없는 분들을 용의자로 몰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비록 랭커가 아닌 김진아였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기품이 가득 담겨 있었다.

꽤 많은 수의 랭커들 앞에서.

별천지를 대신하는 목소리로 한 치 모자람이 없었다.

“하하하, 뭐. 충분히 이해합니다.”

“당연히 그럴 수 있죠! 길드 마스터가 위험에 처했는데, 어느 집단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게다가 실제로 이 중에 범인이 나왔으니. 저희로서도 잘된 일이죠. 저도 설마설마했습니다.”

접경국의 대통령들이 실실 웃으며 김진아의 비위를 맞췄다.

사과하긴 하는데, 저런 무서운 표정으로 사과를 하면 어찌 비위를 안 맞출 수 있겠는가.

그것도 뒤에 랭커들이 흉흉하게 노려보고 있는데.

그리고.

안색이 푸르딩딩하게 변해 있는 클라우스가 이내 재빨리 핸드폰을 들어 긴급 전화를 걸었다.

증거 있냐고 뻐겨볼까도 생각했는데.

도저히 그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다른 대통령들도, 별천지의 랭커들도.

자신의 말보단, 이미 저 빌어먹을 심판창의 말 한마디를 더 믿을 것 같았으니까.

뚜- 뚜-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나서.

“제기랄! 긴급 상황 발령…….”

신속하게 외치려 할 찰나.

푸숙!

“……?”

팔목에 무언가 이질감을 느낀 클라우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단검?”

그가 어느덧 자신의 팔목에 박혀 있는 무기를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클라우스는 꿈에도 몰랐다.

설마 한 국가의 대통령에게, 이렇듯 예고도 없이 공격을 가할 줄은.

그것도 그렇고.

박힌 팔목에서부터 끔찍한 절단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그리고 빠르게.

“끄아아아아악!”

클라우스가 반대쪽 손으로 팔목 주변을 꽉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아팠다.

눈물 나게 아팠다.

우당탕탕!

겁에 질린 클라우스가 의자 뒤로 나자빠져 뒹굴었다.

푸숙!

푸수수숙!

그의 귀에 차가운 날붙이가 살 뚫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나한테 느껴지는 건 없는…….’

투욱! 투둑!

자빠져 있는 그의 옆으로 목에 단검이 꽂혀 있는 시체들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루마니아의 경호 헌터들부터 국방 장관까지.

“자, 장관……?”

클라우스는 뜬 눈으로 미동을 멈춘 채 자신을 바라보는 국방 장관의 얼굴을 마주했다.

“끄, 끄아아악! 어떻게 선전포고도 없이 이런……!”

“선전포고?”

팔짱 낀 김진아가 픽 웃었다.

“막무가내로 핵을 발사한 놈이 선전포고?”

또각또각.

자빠져 있는 클라우스에게 다가간 김진아가 그의 앞에 쪼그려 앉더니, 손목에 박혀 있는 단검 손잡이를 쥐었다.

그러고는.

푸확!

있는 힘껏 빼버렸다.

피가 분수처럼 튀겼다.

“끄아아아악!”

“어디 한 번 더 지껄여 봐.”

김진아가 손수건을 꺼내 얼굴에 튀긴 피를 닦으며 말했다.

비록 랭커가 아니지만, 소국의 대통령 하나쯤 요리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특히 뒤에서 랭커들이 지원 해주고 있는 이상.

“으으, 사, 살려줘! 아니, 오지 마! 오지 마, 제발!”

막대한 살기(殺氣)에 결국 패닉 상태에 빠져 버린 클라우스가 바닥을 기며 외쳤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김진아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감히 길마님께 핵을 쏜 저 쓰레기를 지금 죽이는 건, 너무나도 크나큰 자비였다.

‘절대.’

이렇게 쉽게 죽여서는 안 된다.

그 흉악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받아낸 후 죽어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루마니아 대통령, 아니, 이 흉악한 범죄자의 신원은 우리 별천지가 확보하겠습니다.”

김진아는 클라우스를 그저 포박했다.

* * *

뼈팔이.

여기서의 이름은 무각.

[띠링!]

[임무가 도착합니다.]

[스테이지 : 만났으니, 싸우자!]

[‘뼈다귀8’의 본모습 무각(武脚)을 조우하셨습니다. 그와 싸워 이기세요.]

“주인!”

후우웅!

눈앞에 녀석의 호전적인 주먹이 날아왔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크하하! 제대로 싸울 생각이 없는 건가?”

이거.

주인이라 말하면서 저렇게 신나게 공격해도 되는 거야?

‘게다가.’

녀석의 이름은 굳셀 ‘무’(武)에 다리 ‘각’(脚).

누가 봐도 발을 사용할 것 같은 이름인데도.

후웅, 후우웅!

오직 주먹만으로 나를 상대하려 했다.

“주인, 그거 아는가? 나는 이곳 문화가 참 마음에 든다. 제일 강한 놈이 제일 옳은 놈. 즉, 주인이 날 다스리려면 당연히 날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

“크읏!”

벽력 같은 녀석의 주먹을.

스슷!

그림자를 밟아 간신히 피해냈다.

‘그래.’

해보자는 거지?

백 스텝을 밟아 약 다섯 발자국 물러선 내가 자세를 낮춘 채 녀석을 노려봤다.

무각(武脚).

너는 이곳 세계의 절대자냐?

사실, 언뜻 궁금했던 게 있다.

지금의 내 실력으로, 수하들의 전성기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내가 이길까? 아니면 질까?

[띠링!]

[페널티가 있는 임무입니다.]

[무각(武脚)과의 싸움에서 질 경우, 주종관계가 역전됩니다.]

[즉, 무각(武脚)이 스켈레톤 엠페러가 되며, 그대가 ‘뼈다귀8’이 됩니다.]

미친.

답은 [내가 이긴다]였다.

아니, [내가 이긴다]여야만 했다.

왜냐, 이건 져선 안 되는 싸움이니까.

‘내가 스켈레톤이 된다고?’

오우, 씨발.

상상만 해도 털이 빳빳하게 솟았다.

왜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언데드로 만들어?

콰앙! 콰아앙!

무각은 확실히 기존 미친놈들과는 결이 다른 미친놈이었다.

확실히 빠르고 정확하고 강했다.

무각의 왼쪽 근육이 꿈틀거릴 때면.

콰아아앙!

내 옆 땅에 크레이터가 하나 생겼다.

그가 씩 웃었다.

“주인, 그렇게 피하기만 할 거냐?”

“시끄러.”

나도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주먹과 발을 써야 했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인 점이라면.

무각이 내뿜는 기세에 비해 주먹질이 살짝 어설프다는 점?

“이놈아.”

지켜보던 노인이 한마디 거들었다.

“저놈과 네가 제대로 싸운다면 네놈이 질 확률이 9할 이상이다.”

‘그래요?’

그나마 다행이네.

1할의 가능성이라도 있어서.

“하지만, 저놈이 주먹만을 사용한다면, 해볼 만할 거다. 왜 그런 줄 아느냐?”

‘왠데요?’

콰아앙!

녀석의 주먹이 내 왼 허리에 살짝 스쳤다.

나는 옆으로 뒹굴며 그 힘을 최대한 분산시켰다.

“저놈의 근육만 봐도 답이 나오거든. 각술의 원천은 사두근과 대둔근인데, 저놈의 하체 근육을 보거라. 튼실하지 않으냐? 저놈은 지금 제 옷에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느니라. 원래는 발을 써야 하는데 주먹을 쓰고 있다는 게다.”

…….

솔직히 정신없어서 보이진 않는데.

뼈만 보고도 무골(武骨)인지 알아맞히는 노인의 눈은 좀 다르시겠지.

“게다가 걷는 보법과 거리감만 봐도 안다. 저놈은 습관적으로 발차기 거리에서 주먹을 내질러. 그러니, 네 눈에도 조금은 어설퍼 보이는 게지.”

‘……그렇군요.’

그렇다면.

모종의 이유로 발이 아닌 주먹만 쓰고 있다는 건데.

왜?

설마 주인이라고 봐주는 거야?

나 역시 창이나 칼 등의 무기 사용이 제한되니까?

어찌 됐든.

“퉤.”

나는 충격에 피가 섞인 침을 뱉어냈다.

바닥을 구르느라 생긴 흙먼지가 시야 앞에 피어올랐다.

“그래, 해보자!”

네놈의 어설픈 주먹과 내 어설픈 주먹.

내가 달려 나가자 녀석 역시 빼지 않았다.

“좋다, 주인!”

서로 속도를 줄이지 않으며, 주먹을 서로의 안면에 뻗었다.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저 주먹의 경로를 끝까지 봐야 한다.

예로부터 개싸움은.

눈을 먼저 감는 사람이 지는 거랬지.

스윽!

녀석의 주먹이 먼저 내 뺨 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행이야.’

조금만 고개를 덜 숙였다면, 최소 안와골절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내 주먹은.

“먹어라!”

콰아앙!

녀석의 안면에 그대로 틀어박혔다.

무각이 제법 충격이 있는 듯 비틀거렸다.

하지만 그런데도 녀석의 입은 웃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좋구나, 주인!”

마치 자신을 이겨줬으면 좋겠다는 듯.

“더, 더, 더 세게 들어와라!”

광소하며 외쳐댔다.

“나는 이곳에서 주인이 나를 부르기만을 기다렸다! 고대했다!”

“아이고, 그랬냐? 나랑 한번 싸워보려고?”

내가 다시 질주해, 녀석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녀석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바닥에 발을 박은 채 물러서지 않았다.

퍽, 퍼억! 퍽퍽! 퍽!

그렇게 시작된 난타전.

나는 본능적으로 녀석의 마음을 느꼈다.

‘이건 사나이의 대결이야.’

피할 수 있어도 피하지 않는 주먹다짐.

다이다이.

이는 마음이 꺾이는 순간 지는 싸움이었다.

아프다고 물러서는 순간 지는 싸움이었다.

퍼어어억! 퍼어억!

복부에 녀석의 주먹이 박혔다.

얼굴에 녀석의 주먹이 박혔다.

마치 바위로 치는 것처럼 아팠다.

퍼억! 퍼어억!

물론, 내 주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노인에게 몸으로 배웠던 인간의 급소.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들을 마구 난타했다.

내가 비틀거릴 땐, 녀석이 웃었으며.

녀석이 비틀거릴 땐, 내가 미소 지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 데 섞여 쓰러졌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뚜둑!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으며, 서로의 몸은 뻘겋게 피 칠갑 됐다.

“……미친!”

구경하던 자들이 외쳤다.

“이건…… 투신의 축복이다! 이 싸움을 볼 수 있었다는 걸로 난 죽어도 여한이 없어!”

“강자다! 둘 다 강자야! 여기서 이긴 사람은 정말 투신의 사도가 될 수 있을 법하다!”

“와아아아아! 아무나 이겨라! 이기는 자에게 모든 영광을……!”

미친놈들이 열광했다.

어느덧 둥글게 둘러싸고 고함을 질러댔다.

약 30분 동안 서로가 서로를 때리는 장면을,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영화를 보듯 음미했다.

물론, 영화의 주연인 나는 죽을 것만 같았지만.

“후악, 후악!”

입에서는 자꾸 더운 숨이 샜고 온몸이 제발 그만하라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그 순간.

“이놈아.”

노인이 읊조렸다.

“네놈도 알겠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무각도 나도 지쳤다.

“힘을 주려 하지 말거라. 오히려 힘을 빼거라. 이미 네 녀석의 근육은 다 찢겨서 힘을 내고 싶어도 내지 못하는 상태이니라.”

힘들었다.

죽을 것 같았다.

그 순간에서 나는 귀만 열어두었다.

나의 영원한 우군.

어르신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서.

“양쪽 중부혈(中府穴)을 때리거라. 쇄골 끝 2㎝ 아래쪽이다. 녀석은 주먹을 쓰는바, 잠깐 팔을 쓰지 못하게 해줄 게다.”

‘예.’

노인이 말한 마지막 한 방.

나는 그 한 방을 준비했다.

무각도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인지했는지, 힘을 모으는 게 보였다.

오냐, 덤벼라.

후우웅!

내가 노인이 말한 급소를 향해 주먹을 뻗었고, 녀석 역시 그런 내 안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퍼어어어억!

그리고 동시에 크로스 카운터!

각자의 주먹이 서로를 동시에 타격했다.

그리고 그 결과.

“하악, 하악!”

“후우, 후우.”

우리는 대(大)자로 엎어졌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으며, 눈조차 떠지지 않았다.

얼굴이 퉁퉁 부었고, 몸 곳곳이 시뻘겠다.

어질어질.

하늘에 별이 보였다.

물론.

녀석은 상태가 더욱 심했다.

노인이 말한 중부혈에 충격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아예 전신이 마비되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녀석.

“후아, 후아!”

무각은 그저 누워서 가쁘게 호흡만 내뱉을 뿐이었다.

“크으.”

나는 정신을 차린 후, 다시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온 힘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나 녀석을 내려다봤다.

머리가 핑 돌았지만 참았다.

무각의 눈빛엔 투기가 가득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지 계속해서 꿈틀거렸다.

상황 종료.

“이겼다!”

“우리 대장이 이겼다!”

“우와아아아아!”

미친놈들이 환호했다.

누군가는 옷을 찢어발기며 발광했으며.

또 누군가는 제자리에서 수십 번을 텀블링했다.

‘미친놈들…….’

왜 저러는 거야?

그리고 다시 녀석을 바라봤을 때.

뼈팔이가 힘 빠진 얼굴로 입꼬리를 올렸다.

마치.

이겨줘서 다행이라는 듯.

이윽고.

“내 이름은 무각이다, 주인.”

[무각(武脚)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스테이지 : 만났으니, 싸우자!’를 클리어합니다!]

나는 정식으로 녀석을 내 아래에 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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