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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46화 (246/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46화

투신 (3)

세상이 암전한 이후.

나는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고, 어떠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과거.

델라일라 시련 마지막 단계에서 느꼈던 온몸의 감각이 차단된 느낌.

다만, 본능적으로 알았다.

내가 불타고 있으며, 투신과 일생일대의 결투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아아.’

미약한 냄새가 났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냄새가 아니었다.

코의 점막이 공기 중에 퍼진 분자와 닿아 느껴지는 그런 후각이 아니었다.

‘이건…….’

그래.

죽음의 냄새였다.

죽을 때가 되면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하지 않던가?

빛을 돌이켜 거꾸로 비추듯, 지금 이 순간 나는 나를 관조하고 있었다.

나.

주동훈.

내가 10살 때, 내가 알던 세상은 멸망했다.

땅과 산 곳곳에 던전이 생겨났고.

던전 브레이크 현상으로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 당시 상황은 그야말로 아비규환(阿鼻叫喚).

당연했다.

적지 않은 인류 역사에 처음 보는 괴물이 등장해, 힘없는 자들을 마구 썰어댔으니까.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적중, “정말 지구 종말일까?”]

[달라진 지구, 성인 남녀에게 특수 능력 발견돼.]

[전 세계 생명공학자들, 현 인류의 수준으로는 알 수 없는 현상!]

세상이 들썩였다.

경제는 하루아침에 박살 났고, 수많은 법인과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아야 했으며.

아직 부모의 품에서 사랑받아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한순간에 고아가 되었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물론.’

엄마라는 작자는 이미 내가 9살 때 가정을 버리고 도망친 상태였지만.

‘…….’

어릴 적 기억들이 새록새록 지나갔다.

그 당시 휴직 중이던 아빠는 날 데리고 근처 지하철 대피소로 이동했고.

성인들에게 생긴 「고유 능력」을 통해 다가오는 몬스터를 막겠다 나가신 후, 실종되셨다.

‘근데 왜.’

지금.

다 죽어가는 찰나에, 이런 기억이 떠오르는 걸까?

대피소에서 온갖 일을 도맡아 하며 고생했던 10년.

갓 성인이 되었을 때 받은 ‘저주받은 네크로맨서’라는 고유 능력.

그 후 3년.

노인을 만나고.

서울 오성(五星)을 만났으며.

김진아를 만나고.

델라일라를 만나고.

드래곤 슬레이어 팀을 결성하고.

별천지를 구성했다.

고작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만에 전 세계가 알아보는 하이 랭커로 성장했던 삶.

그렇게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뤄냈는데.

지금.

나는 이곳에서 죽는 걸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가슴이 불타 사라질 정도로 들끓기 시작했다.

“끄, 끄륵.”

동시에, 어쩔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고통과 자극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근육이 찢어지는 격통과 장기가 타는 고통.

몸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가 비명을 지르는 기분.

“끄아아아아악!”

발바닥 끝에서부터 정수리까지 수천 개의 송곳으로 쑤시는 듯한 감각이 일었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하냐면.

차라리 평생 노인의 마사지를 받는 게 나을 것 같다 싶을 정도였다.

마치, 존재하던 ‘고통 내성’(S급)이라는 스킬이 사라진 느낌.

그 순간.

“음.”

살짝 눈이 떠졌다.

실금처럼 보이는 하얀 세상 속에서 상대가 보였다.

정신없이 처맞고 있는 투신의 표정.

……아아.

나는 아직 싸우고 있구나.

지금 정수들이 경고한 대로, 힘을 받는 대가를 받는 거구나.

‘근데.’

기분이 오묘했다.

엄청난 고통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있었지만.

‘내가 성좌를?’

지구에 있는 모든 하이 랭커가 다 덤벼도 흠집 하나 낼 수 없을 만큼 강인한 성좌, 투신을 내 손으로 패는 걸 보자니…….

힘이 생겼다.

그래.

내가 언제 이런 힘을 가져보겠어?

다 찢겨 버린 근육에도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본능이 말했다.

버티라고.

여기서 버티지 못하면 너는 성좌를 잡아내지 못하고 쓰러질 거라고.

광활한 우주 속에서 먼지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질 거라고.

으드득!

갈리는 이가 느껴졌다.

그래.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오직 고통만 느껴져도 상관없다.

오감(五感)을 배제하고 싸우는 것!

과거, 시련에서 수없이 연습했던 그것!

다음 순간.

화르르르르륵!

정수의 힘을 담은 주먹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투신에게 쏟아졌다.

손에 걸리는 감각이 투신에게 제대로 데미지가 들어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끄아아……!”

그 오만하던 투신의 비명이 귀를 즐겁게 했다.

시뻘게지는 고통과 함께 무작정 주먹을 휘둘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띠링!]

[‘투신’을 처리합니다.]

[성좌를 잡았습니다.]

[위대한 업적을 달성합니다.]

[축하합니다!]

[보상이 도착합니다!]

투신이 죽었다는 알림이 떴다.

빛과 함께 폭사했다.

그리고 동시에.

“커, 커허억!”

식도를 통해, 역류하는 피를 느끼며.

털썩!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뒤이어.

파즛!

뇌의 필름이 끊겼다.

* * *

갈라진 행성의 파편.

폭발로 인해 무수한 잔해들이 쓸려가는 상황 속에서.

“교수님!”

엘로이즈 아린이 이를 악물고 마법을 쓰고 있었다.

부양 마법, 그리고 속박 마법.

우우웅!

왼손으로는 지팡이를 휘두르며 기운을 운용했고.

오른손으로는 파편 조각 틈 사이를 꽉 잡고 있었다.

“정신 차리세요!”

소환된 아린은 정신이 없었다.

이미 세상 자체가 다 박살 나 있는 터라, 발 디딜 곳도 없었고.

성좌 폭발의 후폭풍으로 잔해들이 쓸려 나가고 있었다.

쐐애애애액!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아마 총알 날아가는 속도도 이것보단 느릴 터였다.

“교수님!”

당연히 주동훈은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것도 완전 몸이 넝마가 된 채로.

피부에는 잘리고, 뚫리고, 베인 상처가 즐비했고.

거의 대다수 피부가 시커멓게 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의식을 잃기 전 본능적으로 수하들을 소환한 것?

아린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날아가는 잔해를 붙잡고 있는 뼈다귀들.

각자 태양창, 엘드린, 카덴, 드미르, 다나, 무각.

총 일곱의 스켈레톤 킹들이 있었다.

“다나!”

아린이 다급하게 다나를 찾았다.

“여기로 넘어와서 힐링 좀 해봐요! 대답이 없어요! 아니, 아예 숨도 안 쉬는 것 같은데요?”

그녀의 손이 떨렸다.

안 된다.

교수님은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지켜본 기억조차 없이, 죽으면 안 된다.

아린이 주동훈의 맥박을 짚었다.

다행인 건, 심장은 뛰고 있었다.

“넘겨주세요!”

다나가 외쳤다.

“저 혼자 넘어가기엔 바람이 너무 세요!”

휘이이잉!

우주에는 공기가 없다지만, 성좌급 대폭발이 일어날 때는 또 다르다.

게다가 압축되어있던 대기가 사방으로 퍼지는 순간이기에, 그들은 서로의 소리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 정도 상태면 제 능력으로도 이미 어쩔 수 없어요! 힐링은커녕 리커버리마저 안 통할 상태거든요!”

“제 주술로도 안 돼요.”

다나와 엘드린이 삐그덕 고개를 저었다.

콰앙! 콰가강!

태양창은 그 와중에도 주군에게 다가오는 잔해들을 치워내고 있었으며.

[‘카덴’이 스킬, ‘불굴의 방패’(Lv.5)를 사용합니다.]

카덴은 마스터 주변에 광역 방어기를 펼쳤다.

그리고.

“……어떻게.”

허공에 마치 파편처럼 날아가며 얼 타고 있는 또 하나의 스켈레톤.

그는 다름 아닌 무각이었다.

“투신을 잡아버릴 수가 있는 거지?”

주인이 대단한 사람인 건 알았다.

그 짧은 시간에 자신과 사제가 일평생을 일궈온 발과 주먹을 가져간 것만 봐도 희대의 천재라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성좌를 잡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투신의 인정을 받는 것만이 삶의 목표였던 무각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세상에.

인정을 받는 게 아니라, 이겨버리다니.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으음.’

무각이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기존과 같은 영혼의 모습이 아닌, 이젠 진짜 뼈다귀의 모습이었다.

[이름 : 무각]

[기력 : 600/600]

[고유 능력 : 스켈레톤 킹]

[클래스 : 무투가]

[등급 : S]

[힘 : 80] [민첩 : 80] [체력 : 80] [마력 : 80] [기술 : 80]

[보유 스킬]

-‘상급 격투술’(Lv.1)

-‘찬다’(Lv.Max)

-‘민다’(Lv.Max)

-‘찍는다’(Lv.Max)

-‘무진’(Lv.1)

-‘스켈레톤 소환’(Lv.Max)

투신 세계에 소환된 영혼이 아닌.

진정한 스켈레톤 엠페러의 수하.

“어이, 후임!”

무각의 옆에서 누군가가 외친 것은 그때였다.

커다란 방패를 드리우고 있는 카덴이었다.

“거기서 뭘 얼 타고 있나! 빨리 쳐내고 마스터를 지켜라! 빨리!”

“……주인.”

무각은 조금 전 투신을 두들겨 팼던 그 인간을 바라봤다.

굳어 있는 안색은 잿빛이고, 혈색 또한 창백한 상황.

이제 본인은 주인의 수하로서, 주인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

‘주인을 따르다 보면.’

싸울 일이 많을 테니.

* * *

둥실둥실.

그들은 우주미아처럼 끝없이 떠밀려 갔다.

폭발 장소를 지나치니, 중력이 사라졌고.

매질이 없다 보니, 이전과 같이 바람이 느껴지거나 하진 않았다.

물론,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건 매한가지였지만.

우주는 온도가 굉장히 낮다.

그렇기에 아린은 계속해서 교수님의 주변에 체온 유지 마법을 걸었다.

“큼, 이걸 어찌해야 하나.”

날아가는 소행성 하나에 타고 있는 드미르가 물었다.

그렇다.

뼈가 된 절대자들은 날아가던 도중 정착할 만한 소행성을 찾았고.

아린은 열심히 그들을 한곳으로 모으게끔 도왔다.

“답이 없긴 하군.”

태양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였으면 이 정도 할 때쯤 지구로 복귀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저 주군께서 깨어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을 듯하다.”

소행성 위.

주인을 가운데 두고, 수하들의 토론이 펼쳐졌다.

“저번에 말했다시피 마스터의 상태가 너무 심해요.”

다나가 안쓰럽다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도대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견디셨길래.”

다나는 속상했다.

그녀는 주동훈의 사도.

다나에게 그는 신(神)과도 같은 존재였으니까.

이미 마스터는 선천진기를 거의 다 사용했다.

그리고 상한 진기는 그 어떤 마법이나 기술로도 되돌릴 수 없다.

“그래도 어떻게 좀 해봐요! 저보단 치료에 더 능숙하시잖아요!”

아린이 불안한 듯 손톱을 씹었다.

“저도 해볼 만큼 해보고 있어요. 마스터를 생각하는 마음은 저 역시 그대 못지않답니다.”

다나가 다시 두 손을 모았다.

그러고는 기도했다.

의식을 잃은 마스터를 향해서.

* * *

펄럭!

드미르 공방 회의실.

김진아가 받은 서류를 휘적 넘겼다.

“흠?”

높은 연봉으로 고용한 초엘리트 직원을 통해, 가장 중요한 정보만 추려서 정리해 두라 해놨던 것.

그곳에는 세계 협회, 러시아, 마탑, 미국 정부, 한국 협회, 인도자 등등에게서 받는 정보 중 꽤 높은 등급의 것도 있었다.

김진아의 정보 능력을 인정한 기관들과의 정보 협약을 체결한 탓.

“어?”

그러던 그녀의 눈에 두 가지 문구가 눈에 띄었다.

[랭킹 90위, 헬하운드 대한민국 비밀 입국.]

[랭킹 12위, 바다의 여신 대한민국 비밀 입국.]

“……헬 하운드?”

기억이 났다.

과거, 서울 오성(五星) 중 하나 명궁 기파랑과 싸우다 도주했던 랭커.

그 당시 그가 노렸던 자가 우리 길드 마스터님이었지.

그래서 이미 김진아는 저자를 별천지 블랙리스트에 넣어 둔 상태였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에 밀입국을?

‘냄새가 나는데.’

김진아가 혀로 입술을 축였다.

평소 직감과 통찰력이 뛰어난 그녀는 불안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듯, 허리도 쑤셨다.

[김진아 : 랭커들 전부.]

[김진아 : 하던 임무 마치고 회의실로 집합하세요.]

[김진아 : 긴급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별천지의 랭커들을 전부 압구정으로 소환시켰다.

감각적인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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