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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49화 (249/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49화

2024, 세계 랭커 발표식 (1)

- 자, 자! 다들 새해 맞을 준비 준비하셨나요? 지금부터 딱 30분 후! 동부의 게시판이 또 한 번 대거 리셋됩니다!

- 으아아!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혹시 지금 들리시나요?

- 예? 뭐가 들리나요?

- 두근두근! 제 심장 박동 소리 말이에요! 하하하! 과연, 이번에는 어떤 헌터가 우리를 놀라게 할까요?!

본래.

각국의 연말을 알리는 행사는 각국 기준 시각으로 자정일 때 행한다.

정확하게는 새해 직전까지 카운트하다가, 1월 1일 0시를 진정한 ‘새해’로 본다.

하지만.

「세계 랭커 발표식」 이후.

전 세계의 시각은 미국 동부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지전능한 존재.

미지의 초월자, 「시스템」이 인정하는 진정한 새해.

그러다 보니, 한국의 경우 항상 해가 떠 있을 때 새해를 맞이하곤 했다.

- 후후, 작년에는 정말 놀라웠죠. 자랑스러운 헌터 주동훈이 하이 랭커에 이름을 올리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드높였어요.

- 예, 맞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이번 최대의 관심사도 바로 주동훈이죠?

전 세계 곳곳에서 한탄 소리가 들렸다.

‘주동훈.’

극악무도한 괴수를 상대로 홀로 지원하던 영웅 중 영웅이자.

한때는 대통령이었으나 이제는 테러범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악당, 클라우스가 발사한 핵을 맞고 행방불명된 비운의 하이 랭커.

‘과연 그는 살아 있을까?’

그것이.

전 세계가 가진 최대의 관심사였다.

전국의 전문가들과 호사가들이 수많은 의견을 내놓았지만.

주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의견은 딱 둘이었다.

첫 번째.

주동훈은 죽었다.

죽었지만 오류로, 랭킹 게시판에 올라 있는 거다.

아마, 새해가 지나고 게시판이 리셋되면서 주동훈의 이름이 사라질 거다.

두 번째.

주동훈은 살아 있다.

랭커 시스템은 우리가 판단할 수 없는 초월적 존재가 매기는 것이기에, 절대적으로 믿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두 가지 의견을 놓고 대립했다.

이때다 싶은 기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기사를 작성했고.

각종 커뮤니티와 플랫폼에서도 떡밥이 식지 않았다.

- 랭커들이 괜히 랭커가 아님. 전 세계 80억 인구 중에 단 1,000명. 확률로 따져도 상위 0.0000125% 안에 들어야 랭커라 불린다고. 그런 자들이 주동훈이 살아 있대. 믿으래. 시스템도 그렇고, 랭커들도 그러는데, 왜 우리 주동훈을 죽임?

- 우리 주동훈 ㅇㅈㄹ. 랭커도 사람이다. 시스템도 버그가 있을 수 있고. 솔까말 애초에 핵 맞아본 랭커가 없잖아?

- ㅇㅇ, 살아 있으면 나와야지.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 감감무소식이면 죽은 거 아님?

- 님들, 굳이 이런 말 할 필요 없지 않나요?? 그냥 이번 새해에 지켜보면 되는 건데.

매번 똑같은 말에 똑같은 내용들.

왈가왈부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주제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불타는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관심을 받는 의견 중에는 이러한 것도 있었다.

- 혹시 말이야. 진짜 만일인데, 이번에 주동훈 랭킹……. 더 올라가면 어떻게 되는 거임???

주동훈은 최단기간 하이 랭커에 입성한 헌터다.

게다가 수많은 랭커들의 인정과 지지도 받았다.

대한민국의 스타.

대중을 자극하고 열광시키게 만드는 요소가 있는 헌터.

본래 사람이란 게 그렇다.

애매하게 뛰어난 것보다 아예 압도적으로 뛰어나서, 전 세계의 인정까지 받아버리면 그것만으로도 통쾌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응원하게 된다.

사람들이 메시에 열광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조던에 열광하는 것처럼.

주동훈에게도 묘한 기대를 하는 자들이 늘어났다.

- 원래 69위였는데, 한 30위 정도 더 올라버린다면?

- ㅅㅂ. 그게 말이 됨?

- 그렇게 된다면, 확실히 살아 있다는 건 인증 되겠네 ㅋㅋ 애초에 하이 랭커 라인은 변동성도 적잖아.

-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 ㅇㅈ. 사실 한국인이면 다 그런 생각이지. 주동훈 죽었다고 하는 애들 보면 다 외국인임.

- 아아, 시간아! 빨리 지나라! 기대된다! 세계 랭커 발표식!

- 다들 치킨에 생맥주 시켰죠?

- 그거 이미 전국 품절임.

이런 식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며 흥분하고 있을 때.

김진아 일행.

즉, 별천지 멤버들은 이 상황을 온전히 즐길 수 없었다.

“제기랄.”

파즈즉.

뇌명이 전류를 튀기며 뇌까렸다.

“부길마가 너무 똑똑해도 문제란 말이지. 설마설마했는데, 진짜 칼리페나가 떡하니 올 줄이야.”

마치 이런 거다.

김진아가 예측했기에 실현된 느낌.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플로아가 느꼈던 김진아의 직관력은 정말 대단했다.

거의 승률 100%의 무당이라고 봐도 될 정도.

“흐아압! 뒤져, 새꺄!”

파즈즈즉!

플로아가 욕설을 내뱉으며 전방에 전류를 폭사했다.

정확히는 눈앞의 여자, 바다의 여신(Doris) 칼리페나에게.

하지만.

스르릇!

전력을 다한 일격이, 그녀의 육체에 흠집조차 내지 못하고 흡수된다.

동시에.

퍼어어억!

어디선가 나타난 물줄기가 플로아의 복부를 강하게 후려쳤다.

“꺼헉!”

플로아가 숨을 꺽꺽거리며, 주변을 돌아봤다.

콸콸콸!

벽면을 타고 쏟아지는 물.

건물 바닥에 자라나는 해초.

그리고 사방에 별천지의 랭커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 씨……. 이거 좆됐네.”

과연, 세계 랭킹 12위의 벽은 드높은 걸까?

눈살을 찌푸린 뇌명(雷鳴) 플로아가 조금 전 일을 떠올렸다.

약 10분 전.

당당하게 드미르 공방 입구로 걸어온 칼리페나가 말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가워요. 오늘부로 별천지는 제가 접수할게요.

수하도 없이.

동료도 없이.

단신으로 들어온 그녀가 선포한 말.

“뭐냐, 저년은?”

우드득!

관절을 풀며 일어선 광전사(狂戰士) 장대웅을.

그녀는 말 몇 마디로 잠재워 버렸다.

- 광전사는 빠지는 게 좋을 거예요. 으음, 어디 보자. 곧 헬하운드가 보육원에 도착하겠군요?

“보육원?”

더 높은 랭커임에도 불구하고 흉포한 기세를 드러내던 장대웅이 짐짓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예, 어디였더라. 사랑 보육원이었나? 뭐. 누가 알았겠어요? 천하의 미친놈이 사실은 남몰래 보육원을 후원하는 천사였을 줄이야.

“……그냥 랭커로서의 사회적 도리와 의무를 다한 것뿐이다.”

광전사가 반응했다.

본래 같았으면, 하하하! 웃으며 시원하게 싸워보려 했을 장대웅이 웬일로 조용했다.

아니, 오히려 동요했다.

- 그럼요, 그럼요.

- 알고말고요.

- 그럼 그냥 여기서 저랑 싸워요. 후후. 저야 손해 볼 거 없답니다?

- 뭐, 보육원 애들이야 헬 하운드가 잘 데리고 놀아주겠죠. 그는 자상한 남자니까요.

우우웅!

싱긋 웃으며 기운을 끌어올리는 칼리페나.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장대웅이 김진아를 돌아다 봤다.

“김진아.”

“…….”

“미안하다. 잠깐 가봐야 할 것 같군. 금방 돌아오겠다. 사정은 나중에 설명하지.”

타앗!

동시에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치는 장대웅.

“…….”

김진아가 속으로 한탄했다.

설마 천하의 장대웅에게 약점이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동시에 인정해야 했다.

칼리페나는 별천지를 치는 것에 진심이다.

조금의 방심도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연말에 장대웅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예상하고, 미리 선수 칠 정도면 말 다 했지.

“다들.”

파즈즉!

앞장선 선임 하이 랭커 뇌명을 기준으로.

“내 뒤로 와! 집중해! 상대는 랭킹 12등의 괴물이다!”

희망보다는 절망적인 상황.

그렇게 약 10분간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씨발.”

보다시피 결과는 이 모양 이 꼴이었다.

별천지의 랭커들은 칼리페나에게 그야말로 상대가 안 됐다.

“존나 아프네.”

내부 장기가 다 뒤틀릴 정도로 세게 맞은 플로아가 배를 문지르며 주위를 훑었다.

“제기랄.”

상황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튼튼했던 쇠주먹은 바닥을 기고 있었고, 아수라와 드루이드는 이미 기절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약점을 찾으려던 인도자(引導者)는 벽에 부딪힌 채, 허리뼈가 나간 듯 축 늘어져 있었고.

절대무쌍(絶對無雙) 막시는 검을 놓친 채 바닥에 우웨에엑! 토하고 있었으며.

이미 김진아는 끈질긴 해초에 꽁꽁 묶인 채, 허공에 떠 있었다.

남아 있는 것은 자신과 암제(暗帝)뿐.

‘기소율.’

바닥에 손을 짚은 플로아가 하늘을 슬쩍 바라봤다.

그녀는 아직도 저 천장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는 중.

솔직히 하이 랭커인 그녀가 봐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잠입이었다.

‘현재 세계 랭킹 146위인데.’

이미 실력만큼은 하이 랭커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긴.’

플로아가 씩 웃었다.

평소 그녀가 얼마나 빡세게 훈련하는지 알면, 다 고개를 끄덕일 거다.

어쩌면.

이미 하이 랭커 반열에 들어섰을지 모른다.

본래 사망 정도가 아닌, 큰 변동은 새해에 갱신되니까.

‘이제부터.’

플로아가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일어섰다.

‘최대한 기회를 만들어 봐야 한다.’

상대는 그 유명한 칼리페나다.

아마 만 번을 싸우면 9,999번은 지겠지.

‘하지만.’

플로아는 주동훈을 생각했다.

델라일라의 시련에서 보여줬던 그의 모습.

승률 0.1%의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 마음가짐, 독기.

“흐아아압!”

파즈즛!

그 순간 기운을 일으킨 플로아가 몸을 말았다.

쿠르르릉!

동시에.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와 다름없는 천둥소리를 내며, 다시금 칼리페나에게 질주했다.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전류를 뿜어냈다.

콰가가가!

전류가 푸르른 빛을 뿌리며 대기를 경쾌하게 갈랐다.

그러나, 칼리페나는 몸을 슬쩍 옆으로 이동하는 것만으로 피해 버렸다.

“이야, 참……. 끈질기네요. 뇌명.”

칼리페나가 담담하게 말하며 손짓했다.

씨 어택(Sea Attack).

심해의 수압이 담긴 기운이 뇌명의 옆구리를 스쳤다.

바다에 한하여, 기존 데미지의 300% 딜뻥 효과를 가진 그 스킬이 드미르 공방 건물 내부에서 펼쳐진 것이다.

“크흐윽!”

플로아는 스쳤음에도 엄청난 충격을 느껴야 했다.

이는 칼리페나의 특수 효과 때문이다.

그녀 주위 반경 50m가 바다와 같은 환경을 지니게 되는 효과.

“흐읍!”

분명 숨은 쉬어지는데, 몸이 무거웠다.

바다의 수압이 몸을 계속 누르고 있는 거다.

“후후.”

칼리페나는 발악하는 뇌명을 보며 즐겁다는 듯 웃었다.

“그만 포기하세요. 아직도 못 느꼈어요? 제가 당신들을 죽이려고 했다면, 벌써 수십 번은 더 죽였을 거예요.”

맞다.

100% 저 말이 맞다.

플로아는 이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지금 널브러져 있는 별천지의 랭커들의 목숨이 붙어 있는 것도.

다 칼리페나가 자비를 베풀어서라는 걸.

“지랄, 네년의 속셈이야 뻔하지.”

“어후, 말이 너무 거친 거 아니에요? 예를 갖춰야지요.”

칼리페나의 손이 다시 한번 휘둘러졌다.

“큭!”

플로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주르륵 밀려났다.

“뭐, 속셈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요?”

저벅저벅.

그녀가 여유롭게 실내를 걸었다.

해초에 묶여 있는 김진아를 향해서.

“자, 그럼. 서로 가벼운 인사도 했으니,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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