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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51화 (251/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51화

2024, 세계 랭커 발표식 (3)

그 시각.

드미르 공방 1층에 도착한 나는 상태창이 갱신되는 걸 느꼈다.

[랭킹 10위, 스켈레톤 엠페러(Skeleton Emperor) 주동훈]

“와.”

나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세계 랭킹 10위?

10위라고?

정말?

이번 ‘투신’(SSS급)과의 싸움 이후.

‘고대 마법’(SSS급)의 치료를 받고 조금 세졌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어느 정도 랭킹이 오를 것 같긴 했다만, 랭킹 10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미쳤네, 이건.’

시스템이 판단한 거다.

인정한 거다.

신살(神殺)급 무기나 노인 등등 특수한 것들을 다 제외하고 봐도 내가 10위라고.

이제 나보다 세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고작 아홉뿐이 없다고.

“크으.”

감회가 새로웠다.

1년 전.

78위를 받은 이후로, 68위나 더 올라가 버렸으니.

어찌 뿌듯하지 않겠는가?!

실로 엄청난 발전이요, 폭풍 성장이었다.

그간 고생 많이 했다.

어쩔 수 없는 날을 제외하고, 하루도 훈련을 거른 적이 없었으며.

매 일상이 시련의 반복이었다.

물론 운도 따라줬다.

하지만, 나는 운도 노력의 대가라 생각한다.

내가 투신과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고대 마법이 찾아오는 행운도 없지 않았을까?

“음.”

하지만, 감동은 여기까지.

마음 같아서는 온종일 시시덕거리며 좋아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

“…….”

나는 다시 기운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아까부터 2층에서부터 내려오는 심상찮은 기운을 느꼈기 때문.

게다가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앓는 소리도.

스슷!

나는 재빨리 그림자를 밟아 2층으로 올라섰다.

동시에.

해초와 조개껍데기, 소금물 등으로 난장판 되어 있는 2층의 모습을 발견했다.

* * *

“길드 마스터님!”

매달려서 꿈틀거리던 김진아가 외쳤다.

빠져나오려 발버둥 치며 외치는 그녀의 표정에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또옥, 또옥!

얼마나 힘을 주어왔던 건지, 흠뻑 젖어있는 옷과 머리칼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

감정이 벅차올라 무언가를 말하려던 그녀가 이내.

“후.”

그냥 옅게 호흡을 내뱉었다.

안도감이 섞인 숨결이었다.

“크흐읏!”

옆에서 해초에 뚫려 있는 플로아도 신음과 웃음을 동시에 냈다.

“많이 늦었잖아, 이 망할 주인아. 빨리 와서 저년 좀 해결해 봐.”

“이게.”

내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상황이지?’

왜, 별천지의 멤버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거고.

흑검(黑劍) 이선아는 또 왜 구석에 기절해 있는 것이며.

카푸, 플로아, 기소율은 왜 허공에 매달려 피를 흘리고 있는 거지?

그 순간.

눈앞에 들어오는 하나의 인물.

마치 범람하는 파도와 같은 기운을 뿜어내는 여자는…….

‘칼리페나?’

나는 그녀를 단숨에 알아봤다.

워낙 비밀 속에 감추어져 있던 랭커라, 생김새는 몰랐지만.

대충 기운이 풍겨오는 냄새만 봐도 알았다.

저 정도 기운을 가지고 있는 헌터 중에 바다 냄새를 풍길만한 랭커라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딱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내가 없는 것을 틈타, 친 거겠네. 원래 길드 털이범으로 유명한 랭커였으니까.’

개새끼가.

후, 숨을 옅게 뱉어낸 내가 느릿하게 목 관절을 풀었다.

뿌득, 뿌드득.

아주 시원하게.

이러지 않으면 침착하게 행동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가슴으로부터 무언가 뜨거운 열기가 정수리 끝까지 솟구쳤거든.

“다나.”

“예, 마스터.”

후드드득!

내가 부르자마자, 자연스럽게 허공에서 생성되는 스켈레톤.

“치료 좀 부탁해. 흉터 남지 않게.”

“명 받들게요.”

솔직히 말해서 화가 났다.

원래는 오자마자 나한테 핵 쐈던 놈부터 조지려 했는데, 그걸 싹 다 잊을 정도?

나를 믿고.

내 단체에 입단해 준 자들이 입가에 피를 머금고 있었다.

흉측한 것들이 피부를 꿰뚫고 있었다.

죽어가고 있었다.

쿠구구구…….

흔들리는 건물을 뒤로하고 내가 주먹을 들었다.

“칼리페나?”

뭐, 예전에야 선망해 마지않던 랭커였다.

악당이든 뭐든, 세계 랭킹 12위의 하이 랭커였으니까.

‘근데, 뭐.’

별거 없어 보인다.

적어도 여태껏 싸웠던 투신이나 그 사도들에 비하면 정말…… 볼품없다고 느껴질 정도?

그래서 굳이 또 다른 수하들을 부르지 않았다.

그저 투신 세계의 정신을 이어받은 싸움을 준비할 뿐이었다.

별천지(別天地)를 건든 것은 곧 나를 건든 것.

저자가 누구든.

이제 그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 * *

“허어.”

그 시각.

칼리페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실제로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눈앞에 나타난 남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랭킹 10위라니?

랭킹 11위도 아니고, 10위?

거기부터는 정말 하늘 위의 하늘, 천외천이라 불리지 않던가!

‘정말.’

헬 하운드의 말이 정말이었단 말인가?

최단기간 하이 랭커를 단 헌터.

그것도 순위 밖에서 하이 랭커로 단박에 들어온 전 세계의 유일한 헌터.

‘정말 기연이란 게 있었어?’

스르릅!

칼리페나가 혀로 날름 입술을 축였다.

식욕이 돋는다는 표정으로.

상대가 랭킹 10위여서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저자의 비밀이 뭘까?

뭐길래 저런 성장이 가능한 걸까?

그 비법만 알 수 있다면, 수년간 뚫지 못했던 하이퍼 랭커의 벽을 뚫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소피아와 하세라, 잭 스미스를 능가할지도 몰랐다.

“정말 놀랍네요, 놀라워.”

짝짝짝!

칼리페나가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축하드려요. 와, 살아 있는 것도 놀라운데, 랭킹 10위라니. 창왕이 슬피 울겠는데요?”

주변에 넘실거리는 해초를 컨트롤하며, 그녀가 주동훈을 향해 걸었다.

상대는 이제 어엿한 랭킹 10위.

말을 걸면서도 그녀는 방심하지 않았다.

‘원래 같았으면.’

바로 도주했을 거다.

그녀가 제일 중요시하는 게 바로 ‘안전’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건은 너무 궁금했다.

물론 마음 한편엔.

이제 갓 랭킹 10위가 된 랭커가 자신을 이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격차가 크다지만, 싸움에 있어서 경험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

이제 막 하이퍼 랭커에 진입한 헌터가 이쪽 구간대 랭커와 싸워본 경험이 있겠는가?

‘게다가.’

혹여 지금 주동훈을 죽일 수만 있다면?

본인 또한 곧바로 하이퍼 랭커의 반열로 들어설 수 있지 않을까?

“흐흣, 반가워요. 이런 유명인사를 직접 실물로 보게 될 줄이야.”

“…….”

“왜 아무 말이 없어요? 설마, 제가 이렇게 해놓은 것 때문에 서운하신 거예요? 에이, 그래도 죽이진 않았잖아요. 그렇죠?”

“서운한 건 아니고.”

“……그럼요?”

“빡친 거다. 새끼야.”

“예……?”

말을 하던 칼리페나가 갑작스러운 욕설에 미간을 찌푸릴 찰나.

쐐애애액!

제트기가 허공을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이게 무슨 소리…….’

라며 생각을 마저 다 하기도 전에.

퍼어어억!

그녀의 턱에 주동훈의 주먹이 꽂혔다.

본능적으로 해초 줄기를 이용해 막았지만, 그런 것 따위 소용없었다.

왼쪽 잽이 턱에 부딪힘과 동시에.

빠아악!

오른발이 뺨을 건드렸고.

동시에 맞고 떨어지는 쪽 복부에 그의 오른손이 박혔다.

“끄학!”

처음 느껴보는 투박한 고통에 칼리페나가 비명을 질렀다.

정신이 없었다.

‘미친.’

그의 움직임은 일반 헌터의 그것이 아니었다.

빨라도 너무 빨라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할 속도로.

퍼어억!

이번엔 하늘로 떴다.

왜 내가 공중에 떠 있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본인보다 더 허공에 떠 있는 주동훈의 모습.

“뭐, 무……!”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그의 발이 칼리페나를 향해 내려 찍혔다.

뼈팔이, 아니, 무각의 정수가 담긴 내려찍기.

콰아아아앙!

“커, 허어억!”

내려 찍히는 힘을 그대로 전달받아 대리석 바닥에 찍힌 그녀는 등뼈가 부러지는 듯한 경험을 했다.

뒤늦게 올라온 충격이 전신을 저릿하게 마비시켰다.

‘내, 내가 어떻게?’

그녀가 당황했다.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긴 했다만, 이렇게 빠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건 스킬이 아니었다.

마치 수천수만 번 연습해야만 나올 수 있는 깔끔한 연격.

땅에 박힌 칼리페나가 멍한 얼굴로 허공을 올려다봤다.

허공에는 찍기 동작을 마친 주동훈이 주먹을 내지르려 하고 있었다.

“드미르야, 미안해. 건물은 다시 멋들어지게 지어보자?”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무한한 불안함을 느낀 칼리페나가 신속히 기운을 둘렀다.

‘심, 심해의 장벽이여!’

그가 어떤 공격을 하든, 심해의 압력을 견디긴 힘들 거다.

온 바다를 짊어진 그 수압은 고강도 합금으로 이루어진 잠수함마저 찌그러뜨린다고 하니까.

신속하게 주변을 심해의 수압으로 두른 그 위로.

만술(萬術).

비기(祕技).

무진(武進).

콰가가가가강!

주동훈의 주먹이 융단 폭격처럼 연달아 박혔다.

투신의 파편(SS급), 즉 ‘사도’마저 잠재웠던 그 힘이 그대로 펼쳐진 것이다.

콰가가강!

머리, 심장, 배, 허벅지, 정강이.

심해의 장벽으로 두른 육체를 자비 없이 두들겼다.

“…….”

피바람이 휘몰아쳤다.

우득, 우드득!

칼리페나의 소중한 코가 내려앉았으며, 안와가 골절됐다.

피부는 시퍼렇게 물들어갔으며, 대리석 바닥이 완전히 내려앉아 1층으로 떨어졌다.

그녀가 펼친 심해의 장벽 따위는 어떠한 방어도 되지 못했다.

“커, 커헉!”

바닥에 떨어진 칼리페나의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주변으로는 메케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이……!’

격의 차이가 느껴졌다.

해결책을 떠올리려 해봐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게…… 하이퍼 랭커?’

후회됐다.

그냥 랭킹 10위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튀었어야 하는 건데.

이미 도망칠 수도 없다.

뼈는 다 골절되었고, 근육이 다 찢어져 버렸다.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신음 소리를 내는 것뿐.

타앗!

2층에 난 커다란 구멍을 통해 주동훈이 뛰어내려 착지했다.

그가 다가왔다.

“크흐으……. 오, 오지 마요.”

힘주어 겨우겨우 말했지만, 그가 들어줄 리 없었다.

무심하게 다가온 주동훈이 칼리페나의 복부를 힘껏 밟았다.

“그, 그만! 달라는 거 다 줄게……요. 날 죽이는 것보단, 살리는 게 그쪽한테도 더 이득일걸요? 아니면, 다른 거라도……?”

그녀가 속살을 보이기 위해 옷깃을 들쳤다.

하지만, 매력은 개뿔.

푸르딩딩하게 부어 있는 살갗이 드러났다.

오히려 상대의 눈살만 찌푸려지게 한 셈.

‘제길.’

칼리페나가 이를 악물었다.

동시에 불쌍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화르르륵!

주동훈의 손아귀에 생긴 창이 칼리페나의 심장을 향해 내리꽂혔다.

푸우우욱!

“꺄아아아악!”

신살(神殺)급 무기는 그녀 몸에 둘려 있는 장벽을 무시하고 그대로 심장을 관통했다.

그런 그녀의 귀로 주동훈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왔다.

“칼리페나.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당 중 최고봉에 있는 여자.”

“끄, 끄흑……!”

“살려줘 봐야 지구에 하등 도움 될 게 없겠군.”

“아, 아니…… 자…….”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말하려 했는데.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푸드드득!

그의 창이 한 바퀴 빙글 돌았기 때문.

“끄하악! 끄학! 살려어…… 꺽!”

식도를 통해 흘러나오는 피 때문에 말이 제대로 나오질 않았다.

칼리페나는 눈물을 흘리며, 힘없이 양손으로 창대를 붙잡았다.

나올 리 없이 튼튼하게 박혀 있는 창.

그녀는 직감했다.

다가오는 자신의 죽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의 귀에 주동훈의 마지막 선언이 떨어졌다.

“칼리페나, 네 가장 큰 실수는 바로 나를 건드린 것. 즉, 내 사람들에게 해를 가한 거다. 잘 가라.”

깔끔한 사형선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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