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52화
2024, 세계 랭커 발표식 (4)
두 남녀 MC가 진행하는 대한민국의 「세계 랭커 발표식」.
랭킹 100위, 즉 하이 랭커 명단이 전부 송출되었고.
그 외 1,000위까지의 명단이 한 번에 쭉 올라온 이후에도.
그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게시판과 커뮤니티가 화끈화끈 불타올랐다.
[랭킹 10위, 스켈레톤 엠페러(Skeleton Emperor) 주동훈]
14년 헌터 역사상 이례적인 하이퍼 랭커의 등장!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온 세상이 ‘주동훈’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 와아아아!
└ 미쳤다, 진짜. 아직도 믿어지지 않음;;;
└ 우리도 미국이랑 격차 좁힌 거임? 하이퍼 랭커에 대한민국 국적만 둘임.
└ 진짜 ㅋㅋ 광전사가 먼저 들어갈 줄 알았는데. 크으으으.
└ 그나저나 주동훈, 살아 있었네? 죽었다고 우기던 사람들 어디로 쏙 들어감? ㅋㅋㅋㅋㅋㅋ
└ ㄹㅇ ㅋㅋㅋ
└ 중국 애들 광광 울겠누. 하나뿐인 하이퍼 랭커 퇴출당했네?
새로고침을 누르면.
약 3초 만에 그 게시판에 있던 모든 글이 사라질 정도의 미친 화력!
└ 솔직히 주동훈은 진짜 금세기 최고의 헌터다. 솔까말, 거의 2년 만에 랭킹권 밖에서 10위로 올라섰다는 건데. 이런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헌터가 있었음?
└ ㄹㅇ 나왔다하면 지각변동 수준임. 아마 2년 정도 더 지나면, 랭킹 2위 자리 탈환할 듯?
└ 그럼 세계 최강국이 한국이 되는 거?
└ 그러겠지 ㅋㅋ
└ 크, 아니면 랭킹 1위 찍는 거 아녀?
└ 뭐든 부럽다. 쟤는 전생에 나라, 아니 전생에 지구를 구했을 듯.
└ 앞으로 주동훈 같은 헌터가 또다시 나올 거란 보장이 없음.
└ ㄴㄴ 있음. 확실한 건 모르겠는데, 걔도 존나 셈.
└ ?? ㄹㅇ? 누구?
└ 검귀궁신(劍鬼弓神).
└ 엥? 첨 듣는 이명인데, 그게 누구여?
└ 나 ㅋ
그들이 막 떠들고 있을 때.
벌게진 얼굴로 열렬한 방송을 진행하던 남자 MC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아! 자, 잠깐만요? 조금 전 도착한 속보입니다!
- 예? 무슨 속보죠?
- 세계 랭킹 12위, 아니 이젠 13위죠. 도리스 칼리페나가 급사했다는 소식입니다! 때문에 랭킹이 또다시 다 땅겨졌어요!
- 칼리페나면…… 국제 사회에 골칫거리인 세계적인 악당 아닙니까?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 맞죠, 최근에도 한번 다큐로 다뤄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식민지화된 집단들」……. 드디어 그녀가 잡힌 걸까요?! 누구에게?
대놓고 범죄를 저질러도 막을 수 없는 유일한 이름.
그야말로 법과 도덕의 테두리 바깥에 있는 존재.
바다의 여신(Doris) 칼리페나.
- 마지막으로 보고된 장소가 우리 대한민국이랍니다! 어, 어어? 그리고 방금 협회로부터 연락받기로는…… 허, 허어?
- 왜요! 왜 그렇게 놀라신 거예요. 우리도 좀 같이 알아요!
- 그, 그게……! 불과 한 시간 전, 칼리페나가 공격한 집단이 바로 별천지랍니다!
- ……별천지요? 거기는…….
- 예, 우리의 자랑스러운 헌터, 스켈레톤 엠페러가 수장으로 있는 곳이죠!
- 그, 그렇다는 건?
복귀한 주동훈이 행한 또 하나의 성과.
└ 미친?
└ 왜, 왜? 또 뭔데.
└ 설마 복귀하자마자 또 한 건 한 건가?
└ ㅋㅋ 저 협회 관계자인데 처음 듣는 소리긴 함.
└ ㅋㅋㅋ 진짜 잡은 거면 레전드 아님?
└ 진짜 영웅인 거지 그럼. 그년 때문에 속앓이하고 있던 집단이나 국가가 얼마나 많은데.
└ 워낙 신출귀몰해서 하이퍼 랭커들도 못 찾던 악당이잖아.
그렇다.
칼리페나를 처리한다는 것.
그것은 주동훈의 생존 이상으로 세계에 경사스러운 일이었다.
- 맞습니다! 주동훈이 잡은 것 같습니다! 자세한 건 더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정황상 그럴 수밖에 없어요!
- 으허?! 그게 정말입니까?
세상이 다시 한번 들썩였다.
* * *
흥분하는 두 MC.
그 둘의 모습이 보이는 TV 브라운관.
부서진 잔해와 먼지로 뒤덮인 드미르 공방의 2층 건물에서.
우우웅!
다나의 성스러운 빛이 공간을 감쌌다.
“끄흐읏, 고마워요.”
김진아가 스켈레톤, 다나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해초에 묶여 눌려 있던 자국이 사라졌고.
짓눌려서 압박되던 통증이 사라졌다.
“다들 괜찮으신가요?”
김진아가 가장 먼저 랭커들을 찾았다.
칼리페나의 소중한 인질이라는 이유로.
이곳에서 가장 덜 다친 그녀였기에, 씩씩하게 다친 랭커들을 함께 돌보았다.
이들은 한때 세계 랭킹 12위였던 자와 피하지 않고 혈투를 펼쳤던 용맹한 자들.
그들의 상태는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골절과 과다출혈은 기본이요.
해초에 내부 장기가 다 뚫려 있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게 기적인 상태들.
“좀만 참으세요. 금방 치유될 거예요.”
이선아를 보살피며 중얼거리던 김진아가 생각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인명피해가 없다는 것.
그리고 주동훈의 복귀로 이 많은 이들을 빠른 시일 내에 치유할 수 있다는 것.
이미 공간 전체에는.
다나가 불러낸 수하들의 힐링 폭격이 가해지고 있었다.
“후.”
김진아는 한참 동안 눈을 깜빡거렸다.
마치 엄청난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서 훅~ 하고 지나간 느낌?
다르게 표현하면, 어안이 벙벙했다.
죽었을지도 몰랐던, 그렇게 기다리던, 길마님이 하필 위험한 순간에 말도 안 되는 소식을 들고 떡! 하니 나타나 한 방에 정리해 줬다?
“크하하핫, 웃기지? 부길마?”
힐링을 받고 있던 플로아가 다짜고짜 웃었다.
김진아가 바라보자, 플로아가 턱짓으로 주동훈을 가리켰다.
그 역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다친 인원을 챙기는 중.
“쟤, 아무리 생각해도 주인공 병이야. 그것도 말기라니까.”
파즈즉!
치유 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트레칭을 하는 그녀.
“맞아요.”
김진아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사람의 가슴을 제멋대로 쥐고 들었다 놓았다 난장판을 쳐놓는 남자.
“그래놓고, 또 말도 안 나오는 결과를 들이미는데, 후, 이제 어떻게 놀라야 할지도 모르겠는 느낌이에요.”
“내가 말했잖아.”
플로아가 픽 웃었다.
“그는 곧 전설이 될 거라고. 부길마는 쟤랑 던전 가본 적 없지?”
“……그렇죠?”
“나중에 기회 되면 가봐. 일반 던전 말고 최고난도 던전으로. 그럼 자연스레 알게 될 거야.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지.”
“그래요?”
사실.
가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이번에 칼리페나를 잡는 그 광경은 문외한인 그녀가 봐도 말이 안 나왔으니까.
세계 랭킹 12위를 그냥 개 패듯 때렸다.
그 막강하던 칼리페나가 주동훈의 주먹과 발 앞에, 아무것도 못 해보고 죽었다.
거의 어린애와 어른의 싸움.
‘예전부터 그냥 이해하지 않기로 했잖아, 우리 길마님은.’
우웅, 우우웅!
다나와 드미르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고 있는 주동훈의 모습을.
그녀는 빤히 쳐다봤다.
그러던 찰나.
“아!”
손뼉을 쳤다.
“맞아! 광전사! 광전사님은 어떻게 됐을…….”
사랑 보육원이라는 곳으로 달려갔던 장대웅.
그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했지만.
궁금해할 필요 없었다.
“크하하, 나는 괜찮다, 김진아.”
저벅, 저벅.
근육질의 사내.
미친놈, 장대웅이 누군가를 등에 업은 채 계단을 오르고 있었기 때문.
“헬 하운드, 이 개뼈다귀 같은 놈은 내가 그냥 죽여버렸으니까.”
쿠웅!
그가 업고 있던 무언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핏기가 하나 없는 시신.
헬 하운드, 닉 자칸이었다.
* * *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대웅은 보육원 출신이었다.
뭐, 이상할 건 없었다.
14년 전 그 사태가 벌어졌던 당시는.
부모가 있는 아이보다 없는 아이가 더 많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사랑 보육원’은 그에게 의미가 남달랐단다.
키워주신 분들을 따로 모셔서, 온전한 자신의 후원으로 지은 곳이 바로 ‘사랑 보육원’.
장대웅은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게 싫어서, 그 모든 것을 익명으로 해결했다.
그 말인즉슨.
보육원장이나 선생들도 그 보육원이 광전사(狂戰士)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지 몰랐다는 말이었다.
“아주 조사를 많이 했더라고. 흐흐. 버러지 같은 게.”
항상 밝은 모습만 보여왔던 장대웅이.
닉 자칸의 시신을 무섭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뭐, 별일 없이 처리해서 다행이다만, 아, 그나저나 동생.”
그가 나를 불렀다.
그러고 보니, 그가 유독 ‘동생, 형’을 강조하는 것도 보육원에 대한 정이 있어서였을까?
“괜찮나? 저 밖에 지금 장난 아니던데.”
“아.”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태청심법이야 이제 숨 쉬듯 하는 거라.
밖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줄지어 있는지는 감각으로도 알 수 있었다.
거의 월드컵 우승한 국가라도 되듯.
온 거리에 사람이 쏟아져 나와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나의 복귀와 칼리페나의 죽음을 축하하는 대국민 축제 물결.
“괜찮아요. 후, 안전에 유의들 하셔야 할 텐데.”
내가 웅얼거렸다.
압구정동이 생각보다 비좁아 사람들이 많이 뭉치면 좀 무섭다.
‘조만간 옮기기라도 해야겠네.’
예전에야.
입지 좋은 곳에 유동성 있는 곳에 공방을 드러내려 했던 거지만.
이젠 그럴 필요 없었다.
저 강원도 오지에 지어도 찾아올 사람은 다 찾아올 정도로 유명해졌으니까.
‘게다가.’
이번 칼리페나 사태로 깨달았다.
나에게 악감정을 지닌 자들.
일확천금을 노리는 악당들.
그런 자들이 내가 없는 틈을 노린다면 또 그만큼 취약할 수 있는 곳이 별천지의 본진.
‘방안을 생각해 봐야겠어.’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하고 있자.
“크하하하!”
장대웅이 활짝 웃었다.
“그나저나 역시 대단해. 동생! 난 오늘부로 20위에서 17위로 올라섰는데, 이젠 동생이 내 위네?”
“하하, 그렇게 됐네요.”
“이제 내 위니까 동생이 형인가? 어때 동훈이 형! 크하하하!”
형이라는 발언.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친 내가 손사래 쳤다.
“어후, 그러실 필요 없어요.”
댁 같은 동생 두는 건 좀 부담스럽거든.
미친놈 씨는 그냥 형이 어울리세요.
“하하하, 그런가?”
장대웅이 주먹을 꼼지락거리며 웃었다.
가벼운 꼼지락.
그런데 왜일까.
나는 거기서 투기(鬪氣)를 느꼈다.
이를테면, 그래.
투신 세계에서 봤던 그 미친놈들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근데 동생 말이야.”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왜냐?
나도 느끼고 있거든.
「만났으니, 싸우자」
무각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내게도 전사의 심장이 들어선 것만 같았다.
‘정비도 해야 하고, 휴식도 해야 하고, 길드도 보살펴야 하는데…….’
일단은 다 제쳐두고.
눈앞의 사내와 주먹을 나눠보고 싶다.
한껏 뒹굴어보고 싶었다.
요컨대 이런 거다.
새로운 능력을 얻었을 때, 한번 사용해 보고 싶은 그런 것.
나는 지금.
늘어난 내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 한 수 부탁해도 되겠나? 크하하! 서로 안전하게!”
“좋아요, 형님.”
내가 자신 있게 웃었다.
본래는 광전사님이라 불렀던 장대웅에게.
형님이라 시원하게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올라섰다.
“이동해서 한판 뜨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