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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55화 (255/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55화

광전사 (3)

빛이 번쩍였다.

콰아아앙!

땅이 갈라졌다.

드미르가 애써 갖추어 놓은 훈련장의 틀이 무너졌다.

동상이 깨지고, 바닥의 흙이 파였다.

비록 서로의 힘을 동일하게 통제하고 있다 하여도.

진심을 다하는 두 절대자의 육탄전은 대단했다.

후우웅!

먼저, 진권이 왼쪽 주먹으로 페이크 모션을 주어, 무각의 공격을 끌어냈다.

스슷!

페이크 모션임을 알아챈 무각이 상대의 의도대로 공격에 임했다.

후우웅!

가벼운 발차기.

물론, 그 공격 역시 페이크다.

제대로 들어갔다간 카운터에 당할 수도 있으니까.

훙, 후훙!

“…….”

그렇게 약 세 번 정도 오가는 심리전.

놀라운 점은 그 판단과 행동이 펼쳐지는 데 고작 1초밖에 흐르지 않았다는 것.

“역시, 사형.”

진권이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죽지 않았구나. 마지막 싸움 이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을 텐데, 사형의 실력은 변한 게 없어. 아니, 더욱 는 거 같은데? 설마 그 이후 매시간 수련에 임한 건 아니겠지?”

“네가 말했잖아.”

후웅!

이번엔 무각이 주먹을 휘둘렀다.

“발만 쓰지 말고 주먹으로도 그 끝을 봐보라고.”

발 대신 주먹으로 최강자 자리에 오르는 것.

“그래서 가져왔다. 한번 느껴봐라.”

“…….”

“나 무각이 쓰는 주먹을.”

무각(武脚).

권술(拳術).

「올려친다.」

아까 내지른 주먹은 허초였고.

지금 던지는 주먹이 진짜다.

쐐애애액!

무각의 주먹이 승천하는 용처럼 솟구쳤다.

“사형. 미안하지만, 나라고 놀고만 있었던 건 아냐.”

진권은 피하지 않았다.

쐐애액!

무각의 기세에 맞추어, 마주 주먹을 내질렀다.

“죽어서도, 유령이 되어서도. 이날만을 바라보며 수련했거든!”

진권이 이를 악물었다.

사형이 정말 주먹을 배워왔다고?

인정할 수 없었다.

주먹에 있어서는 세상 그 누구보다 자신이 앞서 있어야만 했다.

그것만큼은 내어줄 수 없었다.

“흐아아아압!”

콰아아앙!

두 주먹이 처음으로 거세게 맞부딪혔다.

“으하핫!”

살이 벗겨졌다.

뼛가루가 휘날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권은 기어이 웃고 있었다.

“사형! 그거 아는가?!”

“뭐냐.”

“나는 너무 기쁘다! 내 앞에 사형이 다시 나타나서 기쁘고! 그 사형이 이토록 강해서 기쁘다!”

“싱겁긴.”

“사형은 정말 내 주먹을 완전히 습득한 것인가?”

진권은 기뻤다.

사형의 주먹이 무거워서.

어설픈 주먹이 아니라, 자신의 것과 비슷할 정도로 정교하고 빨라서.

“사실 말이야. 그날 너무 분했거든. 진 게 너무도 열 받아서……. 어디 한번 좆돼보라고, 자존심을 긁었던 거였거든?”

놀라웠다.

“근데 진짜 주먹을 익혔단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나 지금 좀 감동이야.”

“미친놈.”

“크하하핫!”

허어.

장대웅의 성격이 어디서 나오나 했더니.

저런 놈을 스승으로 두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인정이지.

파바밧!

콰가가강!

두 절대자의 싸움은 계속됐다.

그런 싸움을 보면서, 구경하던 랭커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게…… 내가 알던 광전사가 맞아? 원래 존나 센 건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진짜 미친놈처럼 잘 싸우는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길마예요.”

“맞지. 아예 나서지도 않고 있잖아? 그 유명한 광전사를 고작 스켈레톤 하나로 상대하는 꼴이라고.”

“저게 바로 하이퍼 랭커……?”

“진짜 지린다.”

백돈과 흑검도 넋을 놓은 채, 그 광경을 지켜보며 떠들었다.

쐐애애액!

마치 세상을 집어삼킬 듯이 쏟아지는 진권의 주먹세례.

그 예술적인 움직임에 무각이 거리를 벌렸다.

‘이제.’

서로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

약 100여 년 만에 만나 신나게 몸을 부딪쳤으니.

‘이제는 끝을 내줘야 할 때.’

후웅! 훙!

무각은 주먹과 발을 쉴 새 없이 휘둘렀다.

단순 반복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주먹 하나 발 하나를 뻗으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더 효율적이게, 조금만 더 빠르게, 최단 거리로!’

모든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냈다.

‘확실히 진권의 주먹은 대단해.’

사제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주먹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아무리 주먹이 세다 한들.

이제는 주먹과 발을 동시에 쓰는 자신을 당해낼 수가 없을 거다.

‘이건 주인 덕이지.’

주인이 개발해 낸 비기, 무진(武進).

무각은 사제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투신의 인정을 받는 걸 떠나, 투신 자체를 잡아버린 주인의 힘을.

“간다, 진권.”

무각이 마지막으로 읊조렸다.

그러고는 달려 나갔다.

무각(武脚).

비기(祕技).

무진(武進).

오랜만에 보는 사제를 위한 환영 인사이자 선물……!

콰가가가가가!

회심의 연격이 진권에게 꽂혔다.

* * *

“크, 크허억!”

진권.

어느덧 그는 바닥에 박힌 채, 꺽꺽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힐긋 바라보던 무각이.

“주인.”

저벅저벅.

나에게로 걸어와 고개를 숙였다.

“처리했다.”

크으!

마음에 들었다.

든든하면서도 대견했다.

“잘했어.”

설마설마했는데, 혼자 나가서 장대웅의 진권강림을 부숴 버리다니.

확실히 달라진 걸 느꼈다.

내가 스켈레톤 엠페러가 된 이후로, 절대자들이 점점 자신의 힘을 찾아가고 있는 거다.

“흐어어업!”

그리고 이내 진권, 아니, 장대웅이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투기 넘치던 눈동자가 다시 예전의 것으로 돌아온 것 보니, 강림이 끝난 모양.

패배한 진권은 ‘한’을 풀지 못했다.

그러니, 승천은 개뿔이고.

다시 장대웅의 곁에 남아 재대결을 노리겠지.

“……동생?”

쓰러져 있던 장대웅이 나를 올려다봤다.

매번 강한 모습만 보여왔던 광전사기에, 살짝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믿어보시랬죠? 보세요. 아무 일 없잖습니까.”

내가 웃으며 말하자.

“…….”

장대웅이 자신의 손바닥을 멍하니 바라봤다.

본인의 필살기, 진권강림이 깨진 것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

“놀랍군……. 그래, 차라리 잘됐어.”

그가 말했다.

“동생이 다칠까 걱정했는데. 차라리 이게 맞지.”

장대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한 것이다.

본인이 나에게 졌다는 것을.

“와아아!”

“진짜 명장면이었어요……! 영상에 담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 될 정도로……!”

“여어! 주동훈! 그나저나 네 스켈레톤 너무 사기 아냐? 그런 게 몇 마리 더 있다는 거지?”

“몇 마리는 무슨요! 수만 마리라니까요, 수만 마리.”

“그러니까, 수만 마리가 다 쟤처럼 센 건 아닐까 아냐?”

“뭐, 그건 그렇겠지만…….”

“그나저나 대웅이 형, 괜찮나?”

백돈이 품에서 육포를 꺼내 씹으며 말했다.

“우리가 추천했던 헌터가, 랭커가 된 걸로 모자라 아예 우리를 넘어서 버렸는데.”

“…….”

그의 질문을 받은 장대웅이 잠깐 멈칫하더니,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고는.

“크하하하!”

호탕하게 웃었다.

“당연히 괜찮지. 동생은 랭킹 10위인데. 애초에 내가 못 이기는 게 당연한 거였어! 하하하!”

아아.

장대웅.

그는 사나이였다.

찌질하게 졌다고 궁상떨지 않는 진짜 사나이!

광전사가 웃으며 나를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동생.”

“예?”

“내가 제안 하나 해도 될까?”

“제안이요?”

“내 옆에 있는 유령 놈이 이곳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해서 말이야. 하하하. 너희 집단, 별천지. 거기에 내가 들어가도 될까?”

“……!”

내가 놀랐다.

나 말고도 서울 오성(五星)의 다른 멤버들도 놀랐다.

왜냐.

장대웅은 여태껏 어떠한 집단에 소속된 적이 없었으니까.

자유로운 영혼이라 불리던 광전사가 먼저 어딘가에 들어가고 싶어 하다니……!

“음.”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진권이 장대웅에게 붙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무각의 각술만으로도 많은 발전이 있었는데, 진권의 주먹까지 더해진다면 또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까?

어쩌면, 장대웅도 지금의 벽을 깨고 더 올라갈지도 모르는 일.

“저야 형님이라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었는걸요.”

“하하, 정말인가?”

“예, 뭐 자세한 건 부길마랑 더 얘기해 봐야겠지만…….”

아마 여기 김진아가 있었으면 두 손 두 팔 벌리며 방방 뛰지 않았을까?

좋다고, 어서 오라고 곧바로 계약서를 들이밀었을 거다.

“아까 말씀하셨죠? 여기 훈련장 멋있다고.”

“그랬지.”

“여기 무각 훈련장. 내어드릴게요. 마음껏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크하하, 동생 역시 시원시원하구만!”

장대웅이 흡족한 표정으로 웃었다.

“아.”

내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하나 더.”

방금 생각했는데, 장대웅만을 위한 특별한 혜택이 하나 더 있었다.

먼저 자존심을 굽히고 별천지에 와준다고 했는데, 선물 하나쯤은 줘도 되겠지.

사실 안 와도 줄 수 있는 선물이긴 하다.

“그, 보육원 있지 않습니까?”

“……아.”

시원하게 웃던 장대웅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안 그래도 그 문제 때문에 생각이 많았던 모양.

“무릉도원 내부에 자리 하나 내어드릴까요? 저도 이번에 느낀 게 많아서, 다시 한번 보안에 좀 신경 쓰려 하는데.”

“…….”

장대웅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동시에 떨리는 눈동자.

잠깐의 침묵 후.

“정말, 그래도 되겠는가……?”

조심스레 묻는 그에게 나는 미소로 화답했다.

“그럼요.”

* * *

의왕시청 앞.

시장 신주혁이 직접 1층으로 내려와 90도로 허리를 꺾었다.

“아이고, 하하하!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맞이하는 여자는.

무려 세계적인 랭커 집단 별천지(別天地)를 이끄는 부길마.

주동훈에게 핵을 쐈다는 이유로 직접 헝가리 접경국 회의실로 찾아가 루마니아 대통령의 멱을 따버렸다는 무서운 여자였다.

‘김진아.’

새파랗게 젊은 애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다.

하버드 수석이라 공부로도 깔 수 없고.

일단은 랭커 그 위에 있는 존재 아니던가?

이제 이 세상은 힘의 논리로 움직인다.

게다가.

별천지는 이미 국민들에게 우상과 같은 존재다.

즉, 그녀의 말 한마디면 다음 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뜻.

「세계 랭커 발표식」에서 주동훈이 하이퍼 랭커를 단 이후엔 더욱 심해졌다.

이제 정말.

별천지를 천마신교와 동급으로 봐야 할지도?

“일단 이리로 오십시오! 모시겠습니다!”

깍듯하게 인사를 한 신주혁이 그녀를 시장실로 모셨다.

“그래요, 부지 구매 건으로 오셨다고 하셨나요?”

“음.”

소파에 여유롭게 앉은 김진아가.

후루룹!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부지 구매에 앞서 일단, 저희 집단이 의왕시 쪽에 터를 좀 잡을까 해서요.”

“……?”

“최근 백운호수 개발이 핫하죠? 바라산, 청계산 사이에 공터 50만 평이 비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으음, 거긴 국유지긴 한데요.”

신주혁이 손으로 턱을 매만졌다.

부지 구매 때문에 연락이 온 줄은 알았는데, 그게 나라의 땅을 구매한다는 건지는 몰랐기 때문.

‘으음.’

의왕시장, 신주혁의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굴러갔다.

일단 국유지 판매는 웬만큼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통 대부계약을 통해 빌려주거나, 프로젝트로 사업을 함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

“확실히 별천지가 온다고 하면 저희야 좋을 수밖에 없지요.”

사실.

신주혁은 사실 시장 커리어에 관심이 없었다.

벌써 4선째 해 먹고 있었고, 실적보다는 마지막에 어떻게 한탕 더 챙겨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김진아가 온 셈.

‘예전의 나였다면 환호를 내질렀겠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떠오른다.

국유지를 개인에게 판매하면서 프리미엄을 받아먹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수가.

정치인 짬밥만 30년인 그는 그 순간 진한 돈 냄새를 맡았다.

‘별천지면.’

현재 루마니아와 헝가리의 개발권을 가지고 있는 금싸라기다.

“혹시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신 겁니까?”

스르릅!

신주혁이 혀로 입술을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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