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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60화 (260/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60화

창왕 진자의 (1)

창왕.

내가 그 중국 노인의 적의를 느끼자마자.

스슷, 스스슷!

내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폴리모프를 풀었다.

동시에 챠릉! 소리를 내며,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었다.

‘젠장.’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첫 휴식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냐.

애초에 난 쉴 운명이 아닌 건가?

“역시, 자네였군.”

어느덧 내 앞까지 다가온 그가 입을 열었다.

“그래, 서울 한복판에 이런 기운을 가지고 있는 자가 자네 말고 더 있겠는가?”

“으음, 선인회의 회주님이 기별도 없이 어쩐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스윽.

내가 가면을 천천히 벗으며 말했다.

“그것도 그렇게 적나라하게 적대적인 모습으로 말입니다.”

“……!”

나와 창왕의 대치.

그 모습에 삼성동 바닥은 순식간에 마비가 되었다.

“세, 세상에! 주동훈이야!”

“미친! 아까 그 모델 같은 애들이 뼈다귀가 되었어! 설마 스켈레톤이었던 거야?”

“헐, 무슨 스켈레톤이 사람 모습을 해? 그게 가능해?”

“맞아, 하는 행동도 거의 사람이랑 똑같았단 말이야!”

“과연, 스켈레톤 엠페러라는 건가?”

“하긴, 하이퍼 랭커잖아. 거의 신급 헌터이니, 우리가 이해하려 하면 안 되지.”

누군가는 일제히 변한 내 수하들을 보며 놀랐고.

“그나저나 창왕은 왜 대한민국까지 찾아온 거야?”

“그러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창왕이 이번에 하이퍼 랭커 자리를 뺏겼잖아? 열 받을 만하지.”

“그렇다고 이렇게 대놓고 쳐들어와? 열 받으면 뭐, 어쩌려고!”

랭커의 갈등은 곧 국제사회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각자가 각국의 랭커들을 영웅 이상으로 생각하기 때문.

어쨌든.

소문은 휴대폰, SNS, 각종 커뮤니티를 퍼져 순식간에 전 세계로 전파됐다.

“특종이다, 특종!”

“찍어!”

근처에 있던 기자들이 옳다구나 달려왔고.

“실시간 개인 방송입니다!”

“님들 대박! 여기 랭커끼리 대치 중! 주작 아님! 실화임!”

몇몇 스트리머들은 아예 대놓고 방송을 찍어댔다.

그렇게 갑자기 집중되는 시선에도 창왕은 아랑곳하지 않고 짙은 투기를 드러냈다.

“우리 이전에 못다 한 이야기가 있지 않나.”

진자의가 서늘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그때는 소피아, 그 늙은이가 방해하는 바람에 못다 했던 이야기.”

휘리릭!

창왕이 유려하게 창을 돌렸다.

“…….”

나는 그 모습을 멀뚱히 쳐다봤다.

흐음.

옛날에 만났을 때는 분명 엄청난 존재감을 지닌 노인이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빈틈이 없었고, 그 기세만으로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답이 보이지 않던 자.

하지만.

‘해볼 만하겠는데?’

솔직한 감정으로는, 살짝 실망스러웠다.

하긴 투신(SSS급)이나 사도(SS급)들이랑 신명 나게 싸우고 왔는데.

창왕이 대단해 보일 리 없지.

모든 건 상대적이다.

축구로 치면, 라리가나 EPL에서 놀다가 K리그 랭커를 마주한 느낌이랄까?

물론, 완전히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후.”

내가 호흡을 내뱉었다.

“여기는 보는 사람이 많은데, 자리를 이동하는 건 어떻습니까?”

“자리를?”

“예, 못다 한 이야기라 하면, 저랑 싸우고 싶어서 온 거 아닙니까?”

“맞지, 정확히는 자네가 가져간 내 자리를 다시 찾으러 왔다네. 여기, 내 창으로 말이야.”

……!

창왕의 자리를 찾는다는 선언!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뭐야, 그 말은?”

술렁술렁.

관중들의 숙덕거림이 더욱 커졌다.

“자리를 찾는다는 건, 방법이 하나밖에 없잖아.”

“죽이는 거.”

“미친, 지금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주동훈을 죽이겠다고 선언한 거?”

“저 새끼. 미친놈 아냐?”

“꺼져라! 당장 네 나라로 꺼져!”

사람들이 흥분했다.

누군가는 물병을 던졌으며, 또 누군가는 허공에 손가락을 찌르며 삿대질했다.

하지만.

쿠구구구…….

미간을 구긴 창왕이 난폭한 기세를 뿜어내자.

“어, 어어어?”

“씨, 씨발?”

“물러나! 뒤로 물러나!”

기겁한 사람들이 점점 거리를 벌렸다.

그렇게 삼성동 한복판에 펼쳐진 원형 자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빵! 빠앙!

넓어진 자리는 차로까지 위협했고.

결국, 모든 도로가 마비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때.

“미안하지만.”

창왕의 입이 벌어졌다.

“자리를 옮길 순 없겠네.”

“……?”

“여긴 대한민국일세. 시간을 끌어봐야 나에겐 유리할 게 없을 거란 말이지. 게다가 이렇게 많은 관중들 앞에서 자네를 이겨야, 세상이 인정하지 않겠는가? 내가 10위라는 걸, 내가 진정한 하이퍼 랭커라는 것을……!”

“으음.”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상황일까.

저번에도 다짜고짜 창을 들이밀면서 대련을 요구하더니.

이번엔 대놓고 날 죽이겠다고 한다고?

“쯧쯧.”

결국, 내가 혀를 찼다.

“미쳐도 곱게 미치셔야죠. 노인네가 노망이 너무 괴팍하게 걸리신 거 아닌가요?”

“뭐라?”

“심판창이 그러던데요? 주화입마인가 뭔가에 걸린 것 같다고. 제 스승님이 그랬거든요. 주화입마 이콜 노망.”

“지금 내 앞에서 헛소리를 하는 겐가?”

“뭐, 그게 헛소리든, 뭐든.”

화르륵!

손을 아래로 떨치자, 팔을 휘감는 불꽃과 동시에 창이 생겼다.

내 최고의 비대칭 전력, 신살(神殺)급 무기.

“절 죽일 생각으로 오셨으니, 창왕께서도 죽을 각오 정도는 하셔야 할 겁니다.”

내가 목소리를 차갑게 내리깔았다.

저 노망난 늙은이가 날 죽이려 한다.

그렇다면, 본인 또한 목숨을 잃을 생각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받는 것, 그 이상으로 돌려주는 게 바로 내 신조.

“어디 보여줘 보시죠. 그 이화창인가 뭔가 하는 거.”

* * *

원형을 이루었던 삼성동 미니 콜로세움의 분위기는 주동훈의 맞응수로 급격하게 변했다.

“어, 어어!”

“이거 진짜 싸울 것 같은데?”

“튀어야 하는 거 아냐?”

“다, 다들 도망쳐! 이 정도 랭커급이 부딪히는 건 거의 국가 재해급이란 말이야!”

“꺄아아악!”

사람들이 하나둘 도망치기 시작했다.

몇몇 관종들이나, 호기심이 생존 욕구를 이기는 자들은 남았지만.

대다수는 본인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자들이었다.

랭커끼리만 붙어도 건물이 날아가고 도시가 무너지는데, 무려 하이 랭커다.

그것도 랭킹 10위와 11위.

그야말로 핵폭탄이 도시 한복판에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오히려 카메라를 들이밀며, 주변 건물을 오르는 자가 있었으니…….

「열정(熱情) 한 기자 Live!」

「기억나시죠? 예전에 뒷산 공터에서 주동훈 특종 잡았던 그 HBS 기잡니다!」

「스켈레톤 엠페러 vs 창왕.」

「실시간 삼성동 상황입니다!」

「시청자 : 320,515명」

“후욱, 후욱! 실시간 보고합니다, 여러분! 여기는 삼성동! 갑자기 나타난 창왕이 주동훈에게 도발을 걸었고, 주동훈이 그에 응한 상황입니다! 예예, 창왕 고 새끼. 정말 나쁜 새끼죠! 어딜 감히 우리 주동훈을 건듭니까?”

땀에 흠뻑 젖은 한 기자가 계단을 뛰어오르며 외쳤다.

그러고는 적정한 높이의 층에서 자리 잡더니, 이내 깔끔한 중계 화면을 만들어냈다.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그야말로 베테랑의 솜씨.

“운이 좋았네요! 하지만 아시죠? 운도 실력이라는 거. 근데, 이번에는 진짜 많이 쫄리네요. 진짜 진짜 떨리는 순간입니다!”

└ 미친.

└ 또 얘가 먼저임? ㄹㅇ 특종킹이네.

└ HBS는 뭐 하냐, 얘 연봉 안 올려주고.

└ 이 정도면 신들린 거 아님?

└ 그나저나 ㅅㅂ, 어떻게 된 거? 왜 창왕이 엠페러한테 시비 터는 거야.

└ 걱정되네요…….

모두가 걱정했다.

첫째는 주동훈이 무사하길 바랐고.

둘째는 삼성동이 무사하길 바랐다.

수준 높은 랭커의 진심 섞인 싸움은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으니까.

“후우.”

옅게 한숨을 내쉰 한 기자가 카메라를 꽉 붙들었다.

주동훈을 중심으로 거리와 초점을 잡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기에 긴장되는 순간.

“자, 그럼! 본격적으로 중계 시작하겠습니다!”

* * *

“흐음.”

눈앞의 창왕을 바라봤다.

현존 지구 최강자라 불리는 헌터 중 하나.

‘재미있네.’

재미있으면서도 기대된다.

과연, 칼리페나를 쉽게 잡았던 내가.

창왕은 어떻게 요리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내가 왼손으로 붙잡은 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필, 지금. 기력이 별로 없어.’

[헌터 : 주동훈]

[이명 : 스켈레톤 엠페러]

[기력 : 450/4,220]

이미 모든 기력을 파괴룡의 알에 콸콸 쏟고 온 상태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회복한 기력은 고작해야 450.

그게 좀 아쉬웠다.

‘과연.’

이 기력으로 생사결을 펼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던 순간.

“감히 나더러 죽을 각오를 하라?”

톡톡.

창왕이 창으로 바닥을 천천히 두드렸다.

“오만하지 말거라, 어린 아해야. 랭킹은 결국 숫자일 뿐. 역전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법이니.”

동시에 창왕의 기운이 다시 한번 돌변했다.

노인이 아닌 악귀의 기세로.

“덤비거라. 내 세상이 넓음을 보여주겠다.”

콰가가가!

동시에 폭발적인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기세만으로 아스팔트가 갈라지고 돌이 튀기는 현장!

“…….”

꿀꺽.

침을 삼킨 내가 창을 잡은 손을 꽉 쥐었다.

사실, 걱정은 되지 않는다.

이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여러 번을 살아왔던 나였기에.

게다가.

이미 대한민국 정부에는 전달이 다 되었을 거고, 곧 있으면 지원군도 올 테지.

아마 협회 측에서는 하세라를 부르지 않을까?

창왕의 이러한 행동은 명백한 ‘침공’ 행위니까.

[김진아 : 길마님!]

[김진아 : 괜찮아요?]

[김진아 : 이게 또 무슨 일이래!]

[광전사(狂戰士) : 곧 가마, 동생.]

[뇌명(雷鳴) : 창왕, 쟤 돈 거지? 그냥 죽여달라고 노래를 부르네.]

…….

이미 별천지 채팅창도 난리가 나 있었고.

[심판창(審判槍) : 친우여.]

[심판창(審判槍) : 미안하게 됐다.]

[공간술사(Spacian) : 소식은 들었는데, 괜찮아?]

[물의 마녀(Water Witch) : 무슨 소식요?]

[공간술사(Spacian) : 쯧쯧, 정보가 그렇게 뜸해서야. 당장 뉴스나 확인해 봐라.]

[물의 마녀(Water Witch) : 헐, 뭐야! 창왕 저 새끼 기어코 찾아온 거예요? 아, 여기 심판창 있었지……. 미안.]

[심판창(審判槍) : 아니……. 괜찮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

…….

이번엔 드래곤 슬레이어 동기 채팅방도 시끌시끌했다.

“…….”

내가 조용히 채팅창을 옆으로 밀어 넣을 때였나.

“……교수님.”

옆에 있던 아린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 교수님은 옆에서 쉬고 계시면 안 돼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아린을 쳐다봤다.

“기운 없으시잖아요. 생각해 보면, 교수님의 능력은 저희면서 왜 맨날 교수님이 다 직접 나서려 하세요?”

“……동의합니다, 주군.”

태양이도 나섰다.

“스켈레톤 킹이 된 이후 끊임없이 단련한 결과 전성기 80% 정도의 출력은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후웅!

녀석이 창을 휘둘렀다.

“창은 제 전문입니다, 주군. 이화창인지 뭔지. 제가 박살 내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마스터.”

쿠웅!

카덴이 방패를 바닥에 내려찍었다.

아스팔트가 갈라졌다.

‘어후.’

저런 건 물어줄 필요 없겠지?

하긴, 이미 아스팔트는 창왕이 다 갈아버렸으니까.

청구하려면 저쪽 중국에다가 하겠지.

“주인. 저놈이랑 싸우면 되는가?”

훙, 후욱!

무각이 허리를 틀어 가볍게 허공을 찼다.

그리고 말없이 기도하는 다나까지.

‘녀석들…….’

나는 감동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내가 랭킹 10위가 된 것.

물론, 내가 발전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저 녀석들의 성장도 분명히 반영되었을 거다.

왜냐.

나는 네크로맨서니까.

사실상 내 본 고유 능력은 만술(萬術)이 아닌, ‘스켈레톤 소환’이니까.

“그래.”

고개를 끄덕인 내가 저벅!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이번만큼은 너희를 한번 믿어보마.”

상대는 그냥 랭커가 아니다.

무려 하이퍼 랭커를 경험해 봤던 최상위권 랭커다.

그런 자를 두고 나 혼자 상대하려 했다?

‘그게 오만이지.’

어떠한 수를 쓰더라도 승리하는 것.

방심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지금 내가 취해야 할 스탠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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