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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269화 (269/36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69화

나짱세룡

S급 던전.

「해당 등급의 헌터 다섯 이상이 모여도 클리어하지 못하면, 등급을 상향 조정한다!」

라는 세계 헌터 협회의 기준에 따라 정해진 등급이기에.

이미 S급 딱지가 붙었다는 건, A급 헌터 다섯 이상이 들어갔다 실패한 던전이라는 뜻이었다.

“탱커 둘은 전방 배치하고, 버퍼는 내 옆으로 붙어! 기현이가 전방 딜링을 담당하고 지호랑 지한이가 후미를 본다! 그리고 유이!”

“옙, 대장!”

허리춤에 황금 명패를 찰랑이는 탐험가 복장의 여성이 경례 표시와 함께 씩씩하게 답했다.

길잡이 최유이라는 여자였다.

“전방에 함정 있나 샅샅이 살펴! 알지? 긴장 놓치면 안 돼!”

“알겠습니다!”

그들도 다 베테랑이라 불리는 S급 헌터들이지만.

이번만큼은 다들 긴장한 낯빛으로 리더의 명에 따랐다.

그만큼 위험할 수도 있는 던전이라는 뜻.

게다가 하필 동굴형의 던전이었다.

동굴형의 던전은 공간이 비좁고 진형에도 제약이 따르기에, 다른 지형 던전보다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그리고.”

바다 길드의 돌격대장 공수환이 나를 응시한 것은 그때였다.

활을 잡고 있는 것 보니, 활잡이가 분명했다.

“협회장님께 들었습니다. 이번에 협회 소속으로 참관하시는 헌터분이라고……. 그쪽은 어쩌실 겁니까? 제 통제에 따르시겠죠?”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분명한 경계심이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S급 던전에 함께 들어온 자가 신원조차 밝히지 않는다.

생사가 오가는 던전에 등급도, 이름도 아무것도 모르는 헌터가 있는데.

어찌 경계하지 않을 수 있으랴?

게다가.

- 크르르르…….

나를 따라온 비나사가 저들에게 이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라, 경계심이 더해졌다.

“쓰읍, 비나사!”

내가 바람을 삼켰다.

“그만.”

- 키이, 키이잉!

내 말 한마디에, 바로 꼬리를 말고 머리를 비비는 녀석.

아니.

도대체 이런 게 무슨 파괴룡이야?

다른 헌터들의 시선도 느껴졌다.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최유이와 또 불신의 표정으로 바라보는 몇몇.

“아뇨.”

내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따로 이동하겠습니다.”

대충 태청심법으로 스캔해 보니, 꽤 적당한 크기의 던전이었다.

그림이 그려졌다.

메인 보스가 있는 곳은 내버려 두고, 외곽에 있는 놈들만 정리하면 딱 맞다.

비록 기력이 없다지만, 느껴지는 기운으로는 현재 회복되고 있는 기력만으로도 충분히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랄까.

“예……?”

공수환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여기는 S급 던전이다.

현재 협회가 부여하는 등급 중 최고 높은 단계의 던전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런 곳을 혼자 다니겠다니,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느껴지겠지.

“소환사이신 것 같고, 어느 정도 실력에 자신 있으신 건 알겠지만……. 위험합니다. 혹여 랭커라 해도 훅 갈 수 있는 게 S급 던전이에요. 아시죠? S급 던전부터는 상한이 없어요.”

S급은 협회가 지정한 등급이다.

즉, 같은 S급이라도 난이도가 중구난방이라는 말.

어떤 던전은 S급 3명이서도 충분히 깨는데.

또 어떤 던전은 랭커 다섯이 덤벼도 힘들다.

그걸 짚어준 거다.

“게다가 괜히 따로 다니다 혹시 모를 함정이라도 건들면…….”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내가 가면 속에서 싱긋 웃었다.

“게다가 이곳 던전의 보스나 보상도 건들 생각이 없습니다. 만약, 제가 뭔가를 처리한다면, 다 그쪽 길드에 드리도록 하죠.”

“……예?”

“그럼 이만.”

할 말은 이걸로 끝.

지금 여기서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빨리 우리 비나사의 능력을 보고 싶거든.

“무운을 빌게요. 득템, 득기연들 하세요.”

스슷!

내가 그림자를 밟았다.

멍하니 보고 있는 여덟 헌터를 내버려 두고.

* * *

우워어어!

외곽으로 이동하자, 마침내 눈앞에 몬스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역한 냄새와 함께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녀석은 바로.

“이런……. 깜찍한 오우거구나?”

오우거.

무려 A급으로 등록된 굉장히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덩치가 굉장히 큰 고약한 식인귀.

보통 한 마리만 등장해도 그 던전의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하이고, 이게 몇 마리야?”

그런 오우거들이 동굴 내부에 빽빽이 차 있었다.

얼마나 많은지, 좁은 동굴에 서로 겹쳐져서 핏물이 벽에 덕지덕지 달라붙을 정도.

으음, 이건 좀 비위가 상하는데?

우웤! 우워억!

쿵! 쿵! 쿵쿵!

녀석들이 화났는지, 시뻘건 눈빛과 살기를 뿜어대며 나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나였다면.

등골이 오싹해서 온몸이 굳었을 정도의 기세였다.

‘하지만.’

이제 저런 거에 무언가 감흥을 느낄 짬밥은 지났다.

용족도, 성좌도, 파편도 아닌.

겨우 A급 몬스터 아니던가.

- 크르르르르!

게다가 무려 SSS급 존재인 비나사가 귀엽게 으르렁거리고 있다.

그것만으로 나는 든든했다.

“자, 네 시간이다. 비나사.”

툭툭.

내가 녀석의 등을 두어 번 두드리자.

곧이어, 비나사의 입이 벌어졌다.

- 크라라라라라라!

엄청난 포효가 동굴 전체를 가득 떨쳐 울렸다.

드래곤 피어.

토끼가 본능적으로 호랑이를 두려워하듯.

자신보다 격(格)이 낮은 존재에게 본능적인 포악자의 두려움을 심어주는 용족만의 고유 스킬.

우, 우워?

우워어엌?

그 순간.

쿵쿵거리며 달려오던 오우거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동시에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우워, 꾸워어억!

그 성질 포악하고 머리 나쁘기로 유명한 오우거가 돌격 대신 도주를 택한 것이다.

아무리 기력이 없다지만, 세계 랭킹 10위인 나를 향해 돌진할 만큼 뒤가 없는 몬스터가 말이다.

‘놀랄 노 자네.’

오우거가 도망이라니.

13년간 몬스터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에게 알려주면 뒤집어지지 않을까?

- 크롸라라라!

그렇게 포식자 비나사의 파괴가 자행됐다.

녀석이 울부짖을 때마다.

화르르륵!

염화의 숨결이 동굴을 가득 메우기도 했고.

콰가가가!

동굴 벽에서 튀어나온 벽들이 오우거의 피부를 뚫어버리기도 했다.

“아아.”

나는 기운의 흐름을 통해, 그것이 뭔지 바로 깨달았다.

“……마법.”

그렇다.

그건 분명 마법이었다.

나와 아린이 배웠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느낌의 새로운 마법.

초룡언.

그 스킬이 용언 마법을 뜻하는 거였을까?

콰가가가가!

사냥을 명받은 비나사는 그야말로 악귀와 다름없었다.

눈에 광휘를 뿜어가며, 오우거를 학살하는 모습은 마치 파괴의 신(神)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런 애가 내 말 한마디면 다가와서 머리를 비빈다니.

무언가 가슴속에 뽕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룡뽕.

그래, 이건 룡뽕이다.

- 크롸라라!

비나사가 신이 난 듯 울부짖었다.

사냥을 시작한 지 고작 2분 정도 지났을까?

그 많았던 오우거가 살점만 남겨놓고 소멸해 버렸다.

“허어.”

확실히 미쳤다.

괜히 SSS급이 아니다.

요놈.

성룡이 되고, 고룡이 되면 더욱 강해지겠지?

나중에는 나보다도 더 세질 것 같은데.

- 키이, 크루루루…….

눈앞의 모든 생명체를 다 정리한 비나사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고 다시금 머리를 내 가슴에 들이밀었다.

마치 칭찬해 달라는 듯 말이다.

* * *

쿠구구궁……!

“뭐, 뭐야!”

그 시각.

긴장하며 전진하고 있던 바다 길드의 멤버들이 화들짝 놀랐다.

뒤편에서 들려오는 진동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

그뿐이랴?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간담이 서늘한 게 오한까지 느껴졌다.

마치 뒤쪽에 엄청난 포악자가 존재하기라도 하는 듯, 숨이 턱 막혀왔다.

“최, 최유이!”

“예?”

“앞에 뭐 있어? 뭐 건든 거 없지?”

“예! 아직 트랩 같은 건 발견 못 했어요!”

“그럼 이건 무슨 소리지? 거의 던전이 무너질 법한 소린데……. 그리고 다들 느꼈어? 이게 무슨…… 끔찍한 기운이야?”

대장 공수환의 말에 다른 헌터들이 동감했다.

“맞습니다, 보스가 뒤쪽에 있기라도 한 걸까요?”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분명 먼 거리였을 텐데도 온몸에 소름이 끼쳤어요.”

“나 봐봐. 보여? 다리 풀린 거? 자칫하다 지릴뻔했어.”

바다 길드의 멤버들은 불길했다.

그들은 소위 말하는 무모한 자.

모험으로 높은 등급 던전에 도전한 자들이었다.

즉, 공략이고 뭐고 일단 몸으로 부딪치러 들어온 자들.

“대장, 이거 좆된 거 아니야? 기연이고 뭐고 다 죽을 수도 있겠는데?”

“지금이라도 빼야 하는 거 아닙니까?”

S급 베테랑들이 겁을 냈다.

베테랑이 겁을 안 낸다는 건 큰 오산이다.

오히려 베테랑일수록 치고 빠질 때를 잘 안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이 바닥에서 겁이 없는 자들은 오래 살지 못하기 때문.

“으음.”

공수환이 침음을 삼켰다.

탐욕과 겁.

위험을 감수한 만큼 높은 기연을 얻을 것이냐.

아니면 적당히 생존할 것이냐.

두 감정이 그의 머릿속에서 치고받고 싸웠다.

“……그 가면남 있잖아요.”

최유이가 끼어든 것은 그때였다.

“그 남자가 무슨 함정이라도 건든 것 아닐까요?”

그녀가 속삭이듯 물었다.

“그럼 벌써 죽었겠는데?”

다른 길드원도 중얼거렸다.

“그 남자가 데리고 다니는 도마뱀인가. 그놈 약하게 생겼었잖아.”

“그 소환수요? 완전 귀여웠죠.”

“때깔 좋긴 했는데, 마치 전설 속의 용처럼 말이지.”

“에이 무슨 용이에요.”

“말이 그렇다는 거야. 용은 없지. 하이 랭커 중에 용기사, 그분이 예전 방송에서 말했잖아.”

“제랄드요?”

“엉.”

세계 랭킹 80위.

용기사(Dragon knight) 맷 제랄드.

“자기가 타고 다니는 것도 결국 용이 아니라 드레이크라고. 최종 목표가 초룡을 길들이는 거랬나 그랬는데.”

“맞아요. 근데 용은커녕, 본적도 없다고 그랬었죠.”

숙덕숙덕.

어느덧 옆으로 새 떠드는 길드원들을 보며.

“후.”

공수환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정신 차려.”

그가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잊지 마. 여긴 S급 던전이다. 그리고 다들 들어오기 전에 했던 각오 잊지 않았겠지?”

아무리 위험해도 모험해 본다.

S급 헌터에 안주하지 않고, 그것을 기회 삼아 랭커의 벽을 뚫어본다.

“다들 다시 진열 갖춰.”

뒤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지만.

방향은 이곳이 맞다.

최유이는 대한민국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의 헌터.

“그 가면남의 명복은 속으로 빌어주고, 우린 우리의 길을 가는 거야. 자, 다시 천천히 전진한다.”

그들이 발걸음을 지속했다.

* * *

그 시각.

“지진이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인명 피해가 셀 수 없습니다. 그 규모와 범위가 점점 더 커지고 넓어지고 있어요. 이러다간 모든 건물이 붕괴할 판입니다.”

세계 협회 회의실에서 누군가가 상황을 보고했다.

“협회 조사 기구가 채취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 괴수의 힘을 이례적인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측정 불가를 넘어서, 하이퍼 랭커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게 세상에 풀린다면, 어쩌면 우리는 종말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의실 내부 인원들의 표정이 굳었다.

또한 누군가는 탄식했다.

그곳에는 세계 헌터 협회장, 아이라도 있었다.

“하이퍼 랭커 지원 현황은 어찌 되죠?”

그녀가 말을 꺼냈다.

저번에 그녀가 입장을 표명했다.

사실 입장 표명이라기보단, 명령에 가까웠다.

소집에 응하지 않는 자는, 앞으로 세계 협회의 지원을 기대하지 말라는 엄포.

때문에 세계에 존재하는 대다수 랭커들이 한 곳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몇몇 협회와 척진 범죄자들은 당연히 응하지 않았지만.

“한 명이라도 온 자가 있나요?”

랭커, 그리고 하이 랭커들은 어느 정도 모이고 있었지만.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드는 하이퍼 랭커의 유무다.

그리고 지구에서 그자들의 입지는 신(神).

고작 인간을 대표하는 협회장, 아이라가 함부로 오라 가라 할 처지가 아니었다.

솔직히 그들이라면.

세계 협회가 도움을 청하면 청했지, 세계 협회의 도움을 받을 일이 거의 없을 테니까.

“음, 그게…….”

보고하던 인원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마왕(魔王)은 마계에 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전언을 보내왔고, 천마(天魔)는 폐관 수련 중이랍니다.”

“…….”

아이라가 눈을 질끈 감았다.

세상에서 가장 센 둘.

마왕과 천마가 없다니.

“팔라딘과 로이더는 응해왔고, 령제와 은총은 지금까지 응답이 없습니다. 신기루, 델라일라는 항상 그렇듯, 연락이 닿을 방도가 없구요.”

[랭킹 5위, 던전 메이커(Dungeon Maker) 델라일라]

[랭킹 6위, 팔라딘(Paladin) 아리아 유엘]

[랭킹 7위, 세계수의 은총(Grace of Yggdrasil) 니나 크리스틴]

[랭킹 8위, 령제(靈帝) 이치카와 타케루]

[랭킹 9위, 로이더(Roider) 로니 윌리엄스]

각자 다섯은 이들을 말한다.

“게다가 스켈레톤 엠페러는 최근 던전에 들어갔는데 연락이 끊겼답니다. 혹시나 해 입구에도 가봤는데 던전이 막혔다고…….”

“제길!”

콰앙!

아이라가 바닥을 밟았다.

어쩌면 세계 종말이 올 수도 있는 위기에 응한 하이퍼 랭커 팔라딘, 로이더 둘 뿐이라고?

이게 무슨 개 같은 상황이란 말인가!

“현자, 현자는……?”

그녀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부여잡으며 물었다.

“옥스포드의 현자(Oxford's Sage)는…….”

보고하던 인원이 말을 멈추었다.

더는 말을 이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

왜냐.

저 눈앞에.

우우웅!

갈라진 허공으로, 새하얀 피부의 여성이 걸어 나오고 있었으니까.

“후후, 날 찾았니?”

엄청난 기세의 존재.

지구 모든 마법사들의 끝판왕이라 칭송받는 마탑주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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